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45)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45화(45/200)
#45화. 인턴 무적. 5
그가 우진을 잡아먹을 듯이 다가갔다.
“야 이 새끼야.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박 차장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우진의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반대로 우진은 언제나 그렇듯 강아지를 닮은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뇌는 빠르게 회전했다.
자신의 신분은 인턴이고 상대는 차장이었다.
차장이 내는 화를 부정해주는 것은 옳지 못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빛살처럼 스쳐 가고 있는 가운데, 우진은 그중에 가장 나은 것을 택했다.
그리고 이 말로 주변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자신은 전면에서 빠진다.
그리고 상황만 지켜보면 되었다.
“죄송합니다. 인턴이라 잘 몰랐습니다. 혹시 잘못을 지적해주시면 정정하고 고치겠습니다. 어떤 것을 고치면 좋을까요?”
우진을 노려보던 박 차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솔직히 잘못한 건 없다.
홍보 기획으로 연탄 봉사를 진행했는데, 거기서 살짝 뒷돈을 챙겼다.
법인 카드를 요령껏 활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미치겠네 진짜.”
우진의 코앞에 서 있는 박 차장은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쓸어 올렸다.
“말씀해주시면 고치겠습니다.”
“하……. 됐고, 네 담당 누구야?”
“박 차장님, 제가 맡고 있습니다.”
임 대리가 다가오자 박 차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야, 인턴 교육 제대로 못 시켜? 장난해?”
“죄송 합…….”
그때 박 차장의 동기인 이 과장이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박 차장, 이게 혼낼 일이야? 난 아니라고 보는데?”
“나 일부러 엿먹이려는 거지 지금?”
“몰랐다잖아. 그리고 내가 보고 넘길 분위기가 아니었어. 인턴이 사원들 다 보는 앞에서 찾아낸 상황이었고. 차장, 부장님도 계셨어.”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야?”
“해보자고? 여기서 박 차장님이 간이 영수증으로 빙땅 쳤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말싸움이라도 할까?”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이 과장을 노려보던 박 차장은 짧은 말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두고 봐.”
이 과장은 경영지원팀을 빠져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드루와, 드루와, 안 무서우니까 드루와. 하하하!”
임 대리가 말했다.
“과장님, 박 차장님 오늘 소주 좀 드시겠는데요?”
팔짱을 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 과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스트레스 쌓일 땐 마셔야지! 암.”
우진도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경영지원팀으로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어떠한 조건이 발생하면 이 과장님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조건은 경영지원팀의 박 차장이라는 직급이 언급되면 반사적으로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이 과장님의 미세표정이 구겨졌다.
그래서 그냥 정리해도 됐을 간이 영수증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 과장님에게 선물을 준 셈이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예쁜 인턴.”
“네!”
이 과장이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박 차장 말 신경 쓰지 마.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잘하고 있어! 이렇게만 쭈욱 하라고. 그럼 인사평가는 신경 안 써도 돼. 알겠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진을 격려하듯 어깨를 토닥여 주던 임 대리와 함께 커피를 마시려는 듯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우진은 그런 모습을 보며 또다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연한 상황을 만들었고, 자연스레 당연한 포상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그리고 이 과장님의 마음을 완전히 얻게 되면, 대학 생활이 끝나고 다시 돌아왔을 땐 그는 자신과 좋은 연줄로 엮인 차장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우진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인사 평가의 좋은 성적을 받아 정식 사원이 된다면, 진급은 평범하게 자연스러운 일이된다.
그런데 계속 진급하다 보면 어디까지 가게 될까.
* * *
점심이 되자 우진은 아빠의 친구, 오문진 차장을 만나 식사 시간을 가졌다.
식사를 하며 오문진 차장은 우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눈치만 있으면 되네,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네. 모르는 것이 있으면 혼나더라도 무조건 물어보라는 조언이었다.
우진은 새겨듣겠다는 모습으로 답했고,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 문진 아저씨와 헤어졌다.
그리고 우진은 심부름을 하며 타 부서를 왔다갔다거렸다.
그때마다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했다.
어떤 부서의 대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또 타 부서의 과장이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외국어로 누구와 통화를 하고 있는지.
신화상사라는 회사를 세세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미시적으로 바라보다가, 거시적 회사의 흐름을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퇴근 한 시간을 남긴 시점에 임 대리가 다가왔다.
“오늘 끝나고 시간 돼요?”
임 대리는 스케줄을 묻는 것 같지만 우진은 반대로 들렸다.
‘끝나고 어디 가자.’
“네. 시간 됩니다.”
“잘됐네. 이 과장님이 끝나고 한 잔 하시자고 하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임 대리의 어투는 영광으로 알라는 듯한 목소리였다.
“네!”
우진은 기회가 더 빠르게 왔다고 생각했다.
술자리는 그의 무의식을 노력 없이 엿 볼 수 있는 아주 단순하고 좋은 자리였으니까.
그렇게 심부름을 다니며 영업팀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던 우진은 이 과장, 임 대리와 곱창집을 찾았다.
이 과장과 임 대리는 주로 회사 얘기를 나눴고 우진은, 그의 말들을 귀담아 들으며 잔이 비워질 때마다 소주를 따랐다.
“박 차장 이 새끼, 이번에 아주 잘 걸렸어.”
“이 과장님, 피의 복수를 보여주십시오.”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꼭 갚아야지. 자, 한 잔 하자고!”
술을 홀짝 비운 이 과장이 우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 인턴, 곱창 엄청나게 좋아하나 보네?”
곱씹으며 맛을 음미하는 모습이 마치 미식가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맛있습니다!”
“하하하! 많이 먹어. 많이. 사장님! 여기 1인분 추가해주세요! 자, 내 잔 받아.”
우진은 공손히 그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이 과장의 얼굴은 알딸딸한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수능 만점 받았다고 했지?”
“네. 운이 좋았습니다.”
“학원을 다닌 거야? 과외도 받고?”
“아니요. 혼자 공부했어요.”
“뭐라고?”
“혼자 했어요.”
임 대리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그럴 수도 있겠네. 암기력이 좋은 걸 보면…….”
이 과장이 임 대리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 다 줄줄이 외운 거야? 남다르게 공부법이나 그런 거 전혀 없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묻는 모습에 우진은 직감할 수 있었다.
“남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동기부여에 집중했어요. 제 동생도 그렇게 공부해서 전교 1등 하고 있구요.”
“전교 1등?”
“네.”
“막 동기부여 영상 보고 그렇게?”
“아니요. 그런 동영상 말고 개개인에게 맞는 동기부여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18살 때부터 신화상사에 들어오고 싶어 했는데, 2년이 지나 지금 신화상사의 인턴으로 들어 온 것처럼이요.”
“이야…… 우리 인턴은 그럼 목표를 이룬 거네?”
“아직 정식 직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만 하면 될 거야. 자 한 잔 해.”
술을 넘긴 이 과장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우리 종훈이가 우진이 네 반만 닮았어도 좋을 텐데 말이지.”
“공부에 관심을 두지 않았나봐요?”
“그냥 게임만 주구장창…….”
풀린 눈으로 말끝을 흐리던 이 과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인턴, 아니 우진아, 내 아들 한 번 봐줄 수 있나? 수능 만점자로서의 조언이나…….”
우진은 이 과장의 말을 끊듯이 답했다.
“제가 아드님 이야기를 나눈다면 성적은 당연히 오를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확신에 찬 말투에 둘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눈을 껌벅이던 이 과장이 말했다.
“정말이야?”
“확신합니다.”
“지금 몇 시야? 강 대리, 우진아, 우리 집에서 2차 콜?”
“사모님이 싫어하실 것 같은데요?”
“마누라 내가 꽉 잡고 사는 거 몰라?”
이 과장은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8시도 안 된 시간이었으니,
“어, 여보 난데. 2차 삼아 지금 임 대리랑 새로 들어온 인턴 데리고 집에…….”
-싸우자고 하는 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이 과장은 담배를 하나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밀번호 바꿀 거야. 오늘부터 밖에서 자.
“여보, 그게 아니라 이번에 수능 만점 받고 인턴으로 들어온 녀석이 있는데, 우리 종훈이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여보도 잘 알잖아? 이런 애들한테 과외받으려면 몇백씩 드는 거. 내가 지금 잘 구슬리고 있거든?”
-이 아저씨야 그런 건 빨리 말했어야지! 요리할 것도 없는데!
“배달시키면 되지. 아무튼 지금 출발 할게.”
* * *
“사모님 안녕하세요!”
임 대리의 우렁찬 인사에 이 과장의 아내, 김미연이 달갑게 반겼다.
“일찍 얘기했으면 이것저것 준비 했을텐데, 오랜만이에요. 어서 들어와요.”
“안녕하세요! 사모님.”
우진의 인사에 그녀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어서 와요. 엄청 미남이시네! 종훈아, 아빠 회사 동료분들 오셨다~!”
그녀의 말에 방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나왔다.
이 과장님이 말했던 아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우진은 부드러운 표정을 만들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반가워.”
종훈이는 뭔가 급한 일이 있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번 더 고개를 숙여 보이며 방안으로 사라졌다.
이 과장의 아내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쟤가 숫기가 없어서, 이해 좀 해줘요.”
그렇게 셋은 둘러앉았고 배달 음식까지 시켰다.
우진은 자신의 이곳에 온 이유만 명확하게 생각하며 이 과장에게 말했다.
“이 과장님, 아드님과 잠시 얘기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어, 그럼! 그럼! 많이 해.”
자리에서 일어난 우진이 종훈의 방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우진은 이내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게임에 집중하고 있던 이종훈의 고개가 돌아갔다.
우진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어? 이거 무림 지존이잖아? 맞지?”
이종훈은 무림 지존이란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곳으로 오며 이 과장님에게 알아낸 정보 중 하나였고, 검색을 통해 게임을 파악해놨다.
이는 심리상담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라포형성을 하기 위함이었다.
우진의 등장에 살짝 반감 어린 표정을 지었던 종훈의 눈빛에 이채가 어렸다.
“잠시만요. 막보 잡는 중이라서…….”
“아 ‘막보’. 말 시켜서 미안.”
우진은 현란한 손 놀림을 보여주는 종훈이를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툭툭 말을 던졌다.
“이야…… 컨트롤 죽이네. 종훈이 네가 딜은 혼자 다 넣고 있는 것 같은데?”
우진의 미세하지만 종훈이의 입가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혼자만 안 죽네. 이야…….”
그렇게 20분 동안 손을 놀리던 종훈이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이 게임 하세요?”
“응, ‘이 게임’ 했었지. 무기 몇 강이야?”
이종훈이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진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미세표정은 자신감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12강이 지금 최고 아니야?”
“네.”
“재료 어떻게 모았어? 난이도가 극악이라 난 11강까지 가고 포기 했는데…….”
이렇게 말하면.
“안식의 던전 있잖아요? 거기에……”
“‘안식의 던전’이구나.”
종훈이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이 빨라진다.
대개 자신의 무용담이나 자랑을 늘어놓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종훈이는 게임 내 지도까지 펼쳐가며 말했다.
“여기에 숨겨져 있는 건데. 알아도 아무나 못 찾아요.”
“와, 완전 가까운데, 여기에 있었다고? ‘아무나’ 못 찾을 만 하네.”
“네…….”
우진은 종훈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가운데, 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 과장님의 아들 이종훈이, 나를 멘토라 생각하게 만들어 놓으면…….
이종훈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던 우진이 말을 꺼냈다.
“대단하다 진짜. 나는 11강이 최고였는데, 그런데 나는 다른 데서 12강 찍었어.”
“이제 다른 게임 하세요?”
“응, 현실에서 레벨업 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