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67)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67화(67/200)
#67화. 돈. 8
우진의 진지한 모습에 눈을 껌뻑이던 김철웅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요. 비싼 빵 같은데, 이거 하나에 몇 만 원 하려나?”
김철웅은 손으로 빵을 집어 한 입 베어 물었고, 우진도 한입 크기로 적당히 썬 빵을 입으로 가져갔다.
세상이 정지된 듯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던 우진의 입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빵은 쫀득했다.
여태까지 먹어 본 빵 중에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진은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빵을 벌려봤다.
속살이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팽팽하게 늘어났다.
우진은 작게 감탄했다.
“대박 사건이야…….”
우진은 이번엔 무염 버터를 발라서 입에 넣어봤다.
눈을 감고 있는 우진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고소하고 쫀득거리는 식감이 아주 훌륭했다.
우진의 그 광경에 김철웅은 헛웃음을 지었다.
마치 미식가처럼 보일 지경이었는데, 얼굴도 하얗게 잘생겼겠다, 저 모습 그대로 방송에 나가도 될 것 같았다.
김철웅이 손가락을 쪽쪽 빨며 말했다.
“웬만한 제과점보다 훨씬 낫네.”
빵을 다 먹은 우진이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장담컨대, 이런 맛을 내는 제과점 찾기란 매우 힘들 거예요.”
김철웅은 헛웃음을 뱉었다.
빵 하나 때문에 사람이 180도로 바뀌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검사님, 궁금한 게 더 있어요. 라면 20여 개를 훔친 이 모 씨에게 실형이 떨어졌죠. 징역 10월, 70대 김 모 씨에게는 징역 8개월, 어떤 사람은 징역 3년 6개월…….”
잠시 말을 멈추고 김철웅을 바라보던 우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군사기밀을 빼돌려 25억을 챙긴 공군참모총장은, 집행유예.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때 직원이 코스 요리를 내려놨다.
“대게 살 라비올리입니다.”
한 숟가락처럼 작은 음식 위엔 케비아가 올려 있었다.
김철웅이 자신의 팔뚝을 슥슥 문지르며 음식에 시선을 고정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 판례들을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항상 노력…….”
말을 잇던 김철웅이 순간 발끈했다.
“저기, 내 말 지금 듣고 있는 거지?”
우진은 전처럼 음식을 음미하며 감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잘 듣고 있어요.”
김철웅 검사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우진에게 말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형평성에 어긋난 판례들이 나오지 않게 노력하는 게 우리 검사들의 일인 것 같아요.”
그가 말을 마치자 우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김철웅의 얼굴을 읽은 것이다.
거짓말도 섞여 있고, 진심도 섞여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가리비 카르파초입니다.”
케비어와 발사믹 드레싱 아보카도를 올린 음식이었다.
“허 참.”
김철웅은 가리비를 콕콕 찍어 입으로 가져가며 피식 피식 웃었다.
우진이 무슨 말을 하려던 것 같았는데, 대답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도 돌아오지 않는다.
음식을 충분히 즐겼던 우진이 물었다.
“검사님도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랜덤 채팅으로 엮인 남녀가 있었어요. 여성은 자신의 성적 판타지로 누군가가 자신을 범해주기를 바랐죠. 그리고 남자에게 주소를 알려주면 말했어요. 자신이 거부하고 싫어해도 그건 다 연기니까 멈추지 말라고. 실제로 범해지는 느낌을 받기 위해 연기하는 거라고. 남성에게도 말하죠. 그러니까 진짜로 성폭행하는 느낌을 받게 해달라고…….”
“펜낼소스를 베이스한 무슬린 위니입니다. 준비한 와인 드리겠습니다.”
김철웅은 팔짱을 끼며 직원을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안 그래도 답답해 죽겠는데, 우진의 말을 끊어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반면 우진은 음식과 와인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김철웅의 두 눈에 그런 우진의 모습은 소믈리에가 따로 없었다.
와인을 음미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던 우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남성은 여성의 말을 듣고 그 주소로 찾아갔어요. 중요한 물건이라고 사인을 요구했죠. 문을 열어준 그녀는 랜덤채팅에서 받은 사진과 똑같았어요. 그리고 여자를 범했죠. 그녀는 신고를 했어요. 경찰이 출동했고 사건 진위여부가 드러났죠. 랜덤채팅의 그녀는 사실 남자였고, 그녀에게 악의를 품은 전 남자친구. 누가 잘못을 한 건가요? 법 봉은 어디로 휘둘러져야 하나요?”
“판결이 난 사건인가?”
“네.”
짤막하게 답한 우진은 와인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혀가 살짝 잠길 정도의 양이었다.
김철웅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전 남자친구가 구속됐겠네요?”
“네. 그녀를 직접 성폭행한 사람은 무혐의로 풀려났어요. 법은 도의적인 심판을 내리지 못하는 건가요?”
김철웅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건…….”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 사람도 피해자일 수도 있어요. 주변 지인들이 그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성폭행범으로 몰렸다가 풀려난 사람? 아니면 변태 사이코? 평생 딱지가 따라붙겠네요.”
김철웅은 자신의 정신이 산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생각을 하려 했다가, 반대로 또 다른 생각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우진의 말엔 타당성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었기에 뇌에 혼란이 찾아 온 것이다.
그렇게 김철웅은 잠시간 말이 없었다.
접시는 몇 번이나 더 바뀌었고, 김태현과 우진이 하는 말만 듣는 것 같았다.
아니 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진아, 내꺼 더 먹을래?”
“코스 아직 많이 남아서 괜찮아요. 한계효용 체감법칙과 렙실의 작용도 생각해야 해서요.”
“하하하! 내 생각이 짧았네!”
김철웅은 볼을 긁적거렸다.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마치 둘만 아는 암호로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또 즐거워 보인다.
자신만 혼자 동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눈앞의 신우진을 회유하려고 왔는데, 이러면 곤란해진다.
그때 직원이 손바닥 절반만한 안심 스테이크를 내려놓았다.
김철웅은 둘과 동화되려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
“이야……. 스테이크는 이렇게 적당한 핏물이 나와야 맛있지.”
우진이 스테이크를 썰며 입을 열었다.
“피가 아니에요. 피가 남아 있다면 고기에 냄새가 나고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도축 과정에서 깔끔하게 제거하죠. 핏물처럼 빨갛게 보이는 것은 미오글로빈이란 단백질 성분이 빨간 색이라 고기가 익는 과정에서 단백질과 지방, 수분이 나오는데 그게 빨갛게 보이는 것뿐이에요. 즉, 맛있게 잘 익었다는 뜻이죠.”
말을 끝마친 우진은 안심을 입으로 가져갔다.
“와우…….”
우진은 정말 감칠맛이라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김철웅은 코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검사 생활을 수많은 범죄자와,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런 캐릭터는 정말 처음이었다.
상대를 보면 대충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오는데, 신우진이라는 녀석은 정말 뭐라고 단정 짓기가 힘들다.
법률을 검사인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고, 프로파일링을 점쟁이처럼 잘하고 거기서 더해 뭔가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신우진을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김태현 형사와는 죽이 잘 맞는 것 같았다.
김철웅 검사는 알 수가 없었지만 김태현은 알고 있었다.
우진이가 먹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김태현 형사도 음식을 제외하곤 우진을 잘 알지 못했다.
김철웅은 일단 한 발 뒤로 빠져서 맞춰 주는 형식의 위치를 취했다.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메인 메뉴가 나올수록 우진의 작은 감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야……! 맛있네. 왜 그런 말이 있잖아? 싸고 좋은 건 없다. 비싼 게 최고야. 많이들 들어요.”
“김 검사님, 덕분에 잘 먹고 있네요.”
“에이~ 별거 아니야. 모자란 거 있으면 더 시키고.”
“네.”
그렇기 시간이 흐를수록 우진의 만찬은 끝이 났고, 차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적당한 포만감을 느낀 우진은 차 한 모금을 마시며 물었다.
“김 검사님, 이제 말씀해주세요.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뭔가요?”
김철웅은 범인 대하듯 버럭 소리칠 뻔했다.
‘야 이 새끼야! 네가 말을 자꾸 끊었잖아!’
김철웅 검사는 그 뜨거운 분노를 차마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웃음 지었다.
“나쁜 놈들 잡게 좀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우진이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제가 왜 김 검사님께 도움을 드려야하죠?”
직설적인 어투에도 불구하고 김철웅 검사는 미소를 유지했다.
“건당 괜찮은 알바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은데? 우진 군한테는 어려운 일 아니잖아? 요?”
“어려울 수도 있어요. 범인이 아주 똑똑한 인물이라면요.”
하지만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우진은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
달리는 놈 위엔 나는 놈이 있다고.
우진은 자신의 포지션을 그 중간에 두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 중간이 평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철웅이 던지듯 말했다.
“얼마면 되겠어요?”
순간, 김철웅은 자신이 말하고도 바로 자책했다.
1인당 780,000원짜리 코스요리를 먹자고 했던 녀석이다.
알바비 명목을 얼마를 제시할지 몰랐다.
“돈은 필요 없어요. 대신 검찰을 구경 시켜 주실 수 있으신가요?”
“구경?”
“네.”
“견학 같은 걸 하고 싶다는 말인가? 요?”
“네.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 또 구조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해서요.”
김철웅이 여유롭게 웃었다.
돈을 원하지 않는 게 참 다행이었다.
“요즘은 검찰 재미없는데. OK!”
“다른 조건이 하나 더 있어요.”
“또? 요?”
“네. 이번 주 내로, 우리 김 형사님 1계급 특진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세요.”
차를 마시던 김철웅이 사례가 걸렸는지 쿨럭! 쿨럭! 거렸다.
청장과 인맥을 만들어 주어 천천히 승진의 길을 열어 주려고 했는데, 특진이란다.
놀란 건 김태현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빠르게 말했다.
“우진아, 안 그래도 돼. 나 진짜 괜찮아. 괜찮다니까?”
청장도 만나기로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진은 달랐다.
“그게 조건이에요.”
김철웅이 턱을 슥슥 닦으며 웃었다.
“아이고……. 우진 군이 김 형사님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크네. 김 형사님 완전 부럽네? 이런 든든~ 한 동생분도 곁에 두시고.”
“이번 주예요. 4일 남았네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능력 있는 검사님 곁에서 알바하고 싶어서 그래요. 김 형사님처럼 말이에요.”
“언변이 참……. 대단해요. 이야…….”
손가락으로 우진을 까닥까닥 가리키던 김철웅은 표정을 굳히며 빠르게 입을 열었다.
“오케이. 콜.”
“1계급 특진을 어떻게 시켜주실 건가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어요.”
“나 지금 취조 받고 있는 기분인데……. 하하하! 어쩔 수 있나? 아쉬운 놈이 굽히고 들어가야지. 그럼 내 이렇게 할게. 그동안 김 형사님이 해결했던 사건들 더 이슈화 시킬게요. SNS, 기자이고 뭐고 다 동원해서 그렇게 만들게. 청장님이랑도 쇼부 칠게. 이번 주 내로 1계급 특진.”
김태현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요즘 1계급 특진은 가뭄에 콩 나듯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바로 코앞에 현실이 되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김 형사님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진은 항상 이랬다.
신화종합상사에 있을 때도 이 과장을 차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이혜림에게도 라인을 만들 수 있도록 이 차장과 영업팀의 심 부장을 엮어 주었다.
만수와 그의 사촌 형에겐 돈을 더 벌게 만들어 주었으며, 7살인 한보라에겐 지식을 알려 주었다.
주변 사람들을 점점 더 강하게 만들었고, 우진은 그들의 뒤에 있었다.
마치 흑막처럼 말이다.
우진이 답했다.
“좋네요. 그럼 사건 이야기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