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69)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69화(69/200)
#69화. 돈. 10
김철웅이 껄껄 웃었다.
“그럼요. 난 계산적인 사람이 차~암 좋더라. 앞으로도 수지타산 잘 부탁해요? 갑시다!”
우진은 김철웅 검사, 직위로는 정확하게 부부장검사와 중앙지검의 건물로 들어갔다.
로비에 들어선 우진은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 초조해 보이는 이들.
이미 다 파악해 둔 검사들의 얼굴도.
우진은 중앙지검의 조직도와 검사들의 얼굴을 인지하고 있었다.
김철웅 검사가 미소를 지었다.
“밖이나 여기나 다 사람 사는 곳이에요. 별다를 거 없어.”
우진은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리며 주변을 눈에 담았다.
두세 명씩 몰려다니는 검사들을 보아 하자면, 검찰 내 라인이 형성 돼 있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그들의 표정들이 다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
김철웅이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장님.”
고개를 끄덕인 부장 검사가 우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
“아, 친한 형님 조캅니다. 검사가 꿈이라 길래 견학 한 번 시켜주려고 데려왔습니다.”
“연예인하면 되겠네. 검사 예전이나 재밌었지, 이젠 재미도 없고 돈도 못 벌어요.”
그렇게 말한 부장 검사는 김철웅 검사의 어깨에 손을 툭 올렸다.
“한가한가 봐? 견학도 시켜줄 시간도 다 있고. 부부장 단지 얼마나 됐다고……. 쯧.”
그의 핀잔에도 김철웅은 큰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굽혔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철웅이 허리를 폈을 땐, 부장 검사는 이미 멀어져 있었다.
김철웅은 멀어지는 부장검사의 뒷모습을 미소 지으며 바라봤다.
그 미소는 우진의 머릿속에서 반대로 해석됐다.
김철웅 검사님의 시선은 탐탁지 못했다.
이내 몸을 돌린 김철웅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 프로파일러 선생님, 어디부터 구경을 시켜 줘야 하나~.”
“검사님 일하시는 사무실 구경하고 싶은데, 제가 방해가 될 까요?”
“아니? 요?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 갑시다.”
우진은 김철웅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 3층에서 내렸다.
복도엔 카트를 끄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는데, 그곳에 쌓인 서류들이 수북했다.
김철웅 검사는 사무실에 노크를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우진도 그의 뒤를 따랐다.
“부부장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평검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철웅 부부장이 자신의 사무실로 오라고 했으면 했지, 이렇게 찾아올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바빠?”
“아니요. 괜찮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평검사의 주변엔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부부장님이 무슨 일로…….”
김철웅이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감시하러 왔다 왜?”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좋지. 사람들은 다 어디 가고?”
“뭐 좀 시켰습니다. 그런데 누구……?”
“아는 조카. 검사가 꿈이라고 해서. 구경 좀 시켜주고 있었어.”
평검사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그의 손을 맞잡은 우진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세요.”
평검사가 우진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그런데 검사할 게 못 되는데.”
슬쩍 웃은 그가 냉장고로 향했다.
우진은 사무실을 한 번 더 둘러봤다.
검사 사무실이라고 해서 별다른 건 없어 보였다. 서류가 눈에 많이 보일 뿐이었다.
그때. 양 갈래로 수북하게 쌓인 서류들을 보며 김철웅이 말했다.
“야, 태호야, 너 아직도 이렇게 분리해? 이렇게 하지 말라니까. 일을 두 번 하잖아.”
“습관이 되다 보니……. 고쳐 보겠습니다.”
“빨리 고쳐, 이거 네 시간만 잡아먹는 거야.”
순간, 야단을 치는 것 같던 김철웅의 고개가 우진에게 돌아갔다.
“저어, 조카님. 이거 불기소처리 해야 하는지, 구속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겠어?”
법률을 달달 외우고 있는 녀석이었다.
개정 날짜까지 말이다.
“에이~, 부부장님, 벌써부터 조카님 머리 아프게 하지 마세요.”
하긴,
기계처럼 법률을 외우고 있다고 해서 실전에 적용할 순 없는 없을 것이었다.
김철웅은 자신이 뭘 기대한 건지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봐도 돼요?”
“어? 봐도 되지. 한 번 볼래요?”
우진은 김철웅이 건네는 서류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사락사락. 넘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2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제25조 1항에 의거, 구속감이네요.”
김철웅이 눈을 껌벅였다.
그건 채태호 검사도 마찬가지였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이야……. 대충 보고 훑어보고도 아네요. 하하하!”
물론 그는 우진이 찍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형법을 말 했어 지금?’
반대로 김철웅은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 이번에도 두꺼운 서류를 건넸다.
“이건?”
사락, 사락. 사락…….
“이것도 구속될 이유가 충분하네요.”
채태호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뭐야 얘…….”
우진이 말했다.
“다 봐도 되나요?”
김철웅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두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답했다.
“어. 한 번 봐봐. 다 봐 보세요.”
우진은 서류가 수북이 쌓인 곳으로 다가갔다.
먼저 오른쪽에 쌓인 서류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절반을 확인한 우진은 왼쪽의 서류를 손에 잡았다.
처음과 똑같이 반가량 살피던 우진은 서류를 그만 손에서 놓았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눠진 패턴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사건도 없었다.
즉, 자신에게 영양가가 없었다.
술 먹고 싸움을 했거나 작은 저작권, 무임승차 등등 잡다한 사건밖에 없었다.
이내 우진이 말했다.
“오른쪽은 구속, 왼쪽은 불기소로 구분해 놓으셨네요.”
채태호 검사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긁적였다.
긁는 행위는 자학의 일종이 될 수 있는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었다.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이틀 동안 검토한 서류들이었다.
저렇게 다 때려 맞추는 것에 대해 부정을 하고 싶은 그였다.
우진이 말했다.
“사실, 찍은 거예요.”
채태호의 표정이 순간 풀어졌다.
하지만 그의 동공은 아직도 팽창되어 있었다.
“무당도 아니고 어떻게 찍기를…….”
볼을 긁적이던 김철웅이 채태호의 말을 끊었다.
“우리 조카가 찍기를 좀 잘해. 가자. 가자, 요.”
김철웅은 우진을 감추듯 얼른 밖으로 빠져나갔다.
멍하니 우진이 나간 곳을 바라보던 채태호는, 우진이 들추어 봤던 서류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뭐야?”
* * *
우진은 중앙지검 건물을 한 시간 동안 돌아다녔다.
처음엔 김철웅 검사가 안내하듯 앞장 서 나아갔지만, 점점 우진의 걸음이 그보다 앞서 나갔다.
화장실도 구경하는 우진의 괴짜 같은 모습에 김철웅은 헛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우진의 뒷모습에, 김철웅 검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분별력, 그것도 모자라 속독이 미친 수준이었다.
법률을 꿰고 있고 프로파일링까지…….
경찰과 검찰의 엄청난 인재상이 아닌가?
신우진이라는 녀석은 이쪽으로 완벽히 특화된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미스테리다.
김철웅이 말을 꺼냈다.
“아이고……. 오랜만에 운동하니까 숨차네. 전공이 뭐라고 했죠?”
“경영학과요.”
“나중에 경영이라도 하려고? 요?”
“아니요. 평범한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김철웅이 영혼 없이 기계적인 웃음소리를 자아냈다.
“하하하. 평범, 좋지.”
속내는 달랐다.
‘이 양반아, 나랑 지금 장난치자는 거지?’
그때, 우진이가 말했다.
“이제 취조실만 보면 되겠네요.”
김철웅은 뭔가를 다 포기한 사람처럼 웃었다.
검사장실 복도도 지나가고 1차장, 2차장, 3차장, 또 4차장실까지 지나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즉에 수사관을 붙였을 건데…….
“김철웅 검사님, 저녁 시간인데 혹시 취조실에서 밥 시켜 먹을 수 있을까요? 순대국밥으로요.”
김철웅은 사고가 정지된 사람처럼 우진을 바라봤다.
어제부터 정말, 도무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이래……. 이러는 이유가 뭐야…….’
* * *
채태호 검사와 평검사 하나가 취조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철웅 부부장님 왜 저러시는 거야? 쟨 누구고?”
“아는 조카라고 하던데, 왜 저러고 계시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김철웅 부부장님은 취조실에서 조카라는 학생과 마주 보며 국밥을 먹고 있었는데, 우진의 모습이 가관이었다.
국밥을 후후 불면서 깍두기와 먹는 모습이 군침을 돌게 만들 정도였다.
뭐랄까, 한겨울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해치우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윽고 원하던 곳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우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취조실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곧장 김철웅의 사무실로 향했다.
도착한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정시에 퇴근하라는 김철웅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김철웅이 작은 휴게실의 문을 열었다.
우진이 그 안을 들여다봤다.
수사기록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좀 많죠?”
“5천 쪽 조금 안 된다고 하셨나요?”
“네.”
“적당하네요.”
“오늘은 워밍업한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훑어봐요.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저기 있는 사탕, 먹어도 될까요?”
“아유, 그럼!”
김철웅은 작은 바구니에 있는 사탕을 한 움큼 집어 우진에게 건넸다.
“감사해요.”
“자 우리 파이팅 해보자고요?”
사탕을 하나 까 먹은 우진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서류를 잡아 사락, 사락 넘겼다.
사건의 순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보고 퍼즐처럼 맞추면 되었으니까.
사락, 사락.
그러하길 20분이 흘렀을까?
휴게실에서 나온 우진을 보며 김철웅이 흠칫 놀랐다.
‘설마 벌써?’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어……. 네, 다녀와요.”
우진이 나가는 모습에 김철웅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벅벅 문질렀다.
자신이 왜 놀라야 하고, 지금은 왜 안도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화장실에 갔던 우진은 돌아와 다시 휴게실로 들어갔다.
사탕 하나를 까 입에 넣은 우진은 사진을 보며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15년 전 Bar 여사장이 야산에서 발견됐다.
살해 장소 인근에서 여사장의 차량이 발견됐는데, 경찰은 여사장의 차로 납치하고 이동했다고 유추했다.
차에서 혈흔은 나오지 않았고, 시신에선 성폭행의 흔적은 없었다.
다만 차량에서 각기 다른 DNA가 나왔다.
경찰은 치정, 원한 등을 염두하고 움직였다.
우진은 다른 사진을 살펴봤다.
현금인출기에 찍힌 범인의 모습이었다.
사건 바로 당일, 피해자의 카드로 여러 곳을 걸쳐 현금을 뺀 사진이었다.
하지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벽하게 가려 신원을 특정할 순 없었다.
경찰은 발견된 DNA에 입각하여 탐문하며 활발한 수사를 진행했다.
목격자도 여럿 확보했다.
하지만 목격자들의 말들은 갭 차이가 커서 신뢰할 수 없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도 곧 용의 선상에서 제외됐다.
DNA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또다시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범인을 체포하는 쾌거를 거두고, Bar 여사장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 생각하며 조사했지만 그 사건과는 무관한 범인이었다.
그렇게 15년 전 Bar 여사장 살해 사건은 아직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우진은 여러 사진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주억거렸다.
“커피?”
문 앞에 선 김철웅 검사님이 얼굴만 빼꼼 내밀며 물어왔다.
“아니요. 범인은 2명이네요.”
김철웅의 눈이 부릅떠졌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아니 무엇보다 지금 잡아선 안 된다.
범인을 잡기 전 최 PD가 이야기를 만들어 방송에 내보내야 하고, 기자들에게 먹잇감을 던져 이슈를 만들어야 하는데…….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던 김철웅은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물었다.
“한 명이 아니라? 범인이 두 명으로 보인다 이거죠? 특정할 순 없고?”
“아니요. 특정 지을 수 있어요.”
김철웅이 우진의 말을 부정하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15년 전 미제 사건인데!? 1시간 훑어보고 특정 지을 수 있다고!?”
“네.”
“진짜!? 난 왜 안 믿기지!?”
“그럼 내기라도 하실까요?”
우진은 유트버에서 봤던 인상적인 댓글을 떠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 사용하면 적절할 것 같았다.
“전 빤스 빼고 다 걸게요.”
우진의 표정은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