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ho Sees Through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91)
천재, 세상을 읽다 천재 세상을 읽다-91화(91/200)
#91화. 반응. 19
애기동자는 눈을 한 번 껌벅였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지금 겪어 보고 있으니 말이다.
초면에 반말을 하지 말란다.
우진은 그의 짧은 표정도 놓치지 않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게 궁금하네요.”
그의 입이 반사적으로 열렸다.
물론 혀 짧은 목소리였다.
“말대 봐….”
“좋아요. 자유롭게 편한 것을 추구하시는 분인 것 같은데, 그럼 저도 지금부터 말을 놓을게.”
그의 표정이 어이없이 변하는 가운데 우진은 말을 이어나갔다.
우진의 시선이 촛불에 고정되었다.
“애기동자도 물체가 연소 되려면 물질과 산소 그리고 발화점, 이 세 가지가 충족이 돼야 연소가 되잖아? 양초는 그 세가지를 충족시켜 발화하게 되면서 우리 눈에 불이라는 것이 눈에 맺혀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 되어 보이는 것이고.”
애기동자의 미간이 모아졌다.
마치 이 새끼가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지 싶은 표정이었다.
물론 우진은 계속해서 그의 표정을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우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 인체도 마그네슘, 염소. 칼륨, 나트륨, 황, 칼슘, 인. 이 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99.5%가 질소 탄소, 산소, 수소로 이루어져 있잖아? 이 구성물들이 뼈를 이루고 피와 살이 되고, 그래서 눈에 보이는 거잖아?”
“그래서 궁그만게 뭐야?”
“애기동자의 존재를 내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그걸 잘 모르겠어서.”
애기동자의 깜박이는 눈꺼플 안으로, 동공이 위 아래,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더니 우진을 째려봤다.
“형아, 여기서 장난치면 벌 바다.”
“장난하는 거 아닌데.”
처음에 순수한 호기심의 질문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애기동자가 자신을 직시하며 노려보는 행동은 공격적인 반응이다.
그 전에 몸을 살짝 뒤로 빼고 눈동자의 심한 떨림이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일화를 떠올리며 상상까지, 상대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도망칠 곳이 없자 공격 자세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리고 그의 미세표정에서도 찾을 수가 있었다.
얼굴을 사용함에 있어서 처음 자신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30대 후반의 아저씨와,
애기동자가 사용하는 얼굴의 표정은 같았다.
즉, 얼굴을 사용하는 근육들이 빙의 전과 후가 같다는 말이었다.
사람마다 살면서 고유의 표정이라는 게 있다.
진실한 웃음을 보이지만 비대칭으로 입꼬리가 올라간다던지, 슬픈 일이 있을 때도 약간씩은 다르다.
한 사람, 한 사람 고유의 표정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름의 정도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눈가의 주름이 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입가에 주름이 심하다.
이런 것들을 고려 해봤을 때,
우진이 입을 열었다.
“빙의는 아닌 것 같은데.”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놨을 때 자신을 관찰하던 그의 모습,
또 그것과와는 다르게 아이처럼 행동하며 처음 물어봤던 질문.
‘형아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게 하나 있더. 알지?’
심리적 기술인 리그레이션을 비슷하게 사용해 먼저 말하도록 유도를 한다.
같은 인물이다.
그의 얼굴이 점차 벌겋게 달아올랐다.
“형아, 진짜 그러다가 나한테 혼나.”
“아저씨한테 질 자신은 없는데…….”
“나, 나가! 당장 나가!”
그가 버럭 소리쳤다.
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사람은 자기부정을 당하면 감정의 동요가 일기 마련이었다.
우진은 처음과 다르게 반대의 말을 던졌다.
상황을 뒤바꿔 자신의 판단에 사실여부를 가리기 위함이었다.
“이제는 그만 놓아줄 때가 된 것 같아. 아들을 위해서라도.”
“무튼 말이야!”
우진은 거실에서 살짝 열려 있던 방 한 켠에서, 가족사진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정면으로 보았다면 잘 알 수 없었겠지만, 아니 우진은 알아봤다.
사진 인물들중에서 유독 아내의 얼굴이 반질반질하게 빛이 났다.
자주 매만졌다는 뜻인데 신발장을 봤을 때 여성의 신발은 보이지 않았다.
하얀 소복의 여성의 것은 빼고 말이다.
“돌아가신 아내분을 그리워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자연스러운 자이가르닉 효과니까.”
자이가르닉 효과란, 끝내지 못한 일을 쉽게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 하는 일이었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이도 해당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또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드라마에서도 자주 사용한다.
아주 극적인 장면에서 끝내는 것이다.
아내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눈썹이 미간으로 몰리지 않고 그대로 위로 올라갔다.
물론 아랫눈꺼풀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턱만 뚝 떨어지듯 입을 벌리지 않았을 뿐이지 그건 놀람의 비언어였다.
놀람은 잠깐의 사고를 정지시킨다.
우진은 그 잠깐의 간극을 놓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슬픔에 잠겨 있는 모습을 아들에게 자주 보이는 것은 좋지 않아. 엄마를 잃은 슬픔을 빨리 딛고 일어나야 하는 성장기인데, 아빠가 자이가르닉 효과에 빠져 있는 면모만 보여주면 어떻게 될까. 감정이 전이가 일어나 아이는 슬픔이란 감정을 잘 극복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어. 엄마만 그리워하면서.”
우진이 말을 마치자 그의 입가가 살짝 벌어졌다.
곧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그의 나이에 걸맞게 돌아와 있었다.
“혹시…… 어디서 기도하시는 분인지? 제가 몰라뵙고…….”
존댓말로 말이 돌아오자,
“기도는 하지 않지만, 관찰은 자주 해요.”
“아……. 불교에서 말하는 자아 성찰 그런?”
우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비슷한 것 같아요.”
우진의 대답에 그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몸을 우진의 앞으로 슬그머니 당기며 말했다.
“제가 사기를 치려는 건 아니었어요. 신내림을 받았긴 했는데……. 배운 건 없고 다 먹고살자고…….”
우진이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손님들에게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저어, 고견을 들어보고 싶은데……. 제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아들한테 좋을까요?”
“라포형성부터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라포형성……이 뭔가요?”
“쉽게 말하자면 공감대 형성인데…….”
* * *
무당집을 빠져나온 우진은 대나무에 매달려 펄럭이는 색색의 깃들을 바라보았다.
과연 신은 있을까?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곳을 방문해 볼 생각으로 우진은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오늘의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개이득이야…….”
그 아저씨가 상담비라는 명목으로 20만 원을 계좌이체 시켜주었으니, 10만 원을 얻어가는 셈이었다.
그렇게 우진의 발걸음이 다시 멈춰졌다.
공감각자의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김민 배우가 형사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진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김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음은 길지 않았다.
-어, 우진아.
“문중수 범인 자백했나요?”
-말도 마, 이 새끼 독종 새끼야.
범인을 잡았지만 입을 열지 않는다고 들었다.
김태현은 그래서 우진에게 조언을 얻었었는데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윽발을 질러도 범행동기에 대해선 앵무새 같은 대답만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는데, 정보 좀 볼 수 있을까요?”
-나야 항상 땡큐지.
“바로 보내주세요.”
통화를 마친 우진은 다시 촬영장을 바라보며 김태현에게 들었던, 범인이 말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그는 사귀던 여성이 결혼을 요구하자 거절했다.
-말다툼 후에 여성은 문중수 집에서 약을 과다복용하고 자살.
-놀란 그는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까 우려되어 시체를 토막을 내 야산에 유기했다.
범인의 진술이었다.
이 자백도 범인의 집에서 나온 집기류, 가위와 톱, 그리고 칼.
감식 결과 죽은 여성의 DNA가 모두 검출되자 자백한 것이었다.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다.
이 살인사건에 우진이 관심을 둔 이유는 하나였다.
김태현 형사와 김철웅 검사가 건드리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사건의 전말을 확실하게 파헤쳐야 대중의 이목을 끌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우진은 강력범죄에 해당되는 사건들은 수면위로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웅-
우진의 핸드폰이 짧게 진동하며 메시지를 알렸다.
메시지엔 사건의 기록들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야산에서 피해자의 뼛조각이 발견됐다.
맞춰보니 머리뼈와 가슴뼈 골반뼈.
인근을 샅샅이 수색해 봤지만 다른 뼛조각 들을 모두 발견할 순 없었다.
우진은 증거 자료들을 보며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범행을 부인하다 증거들이 하나둘씩 나오자 그제야 자백을 한 사람.
그 자백도 신빙성이 아주 떨어진다.
화장실에서 시신의 손부터 칼로 절단을 하고 살을 발라냈다.
그리고 가위로 조각을 낸다.
변기에 흘려보내 보지만 끝이 없을 것 같고, 혹시 막힐지도 몰라 밖으로 나가 피해자의 옷을 나눠 버리며 톱을 구입해 돌아왔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주장을 온전히 믿지 않았다.
그건 우진도 그랬다.
믹서기에서도 피해자의 DNA가 나왔다.
범행도구로 생각했지만 그는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태.
이상한 점은 또 하나 있었다.
구멍이 미세하게 뚫린, 사건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소쿠리에서도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것이었다.
우진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사라져 찾을 수 없는 피해자의 뼈들.
그중에 얇은 뼈도 많이 속해 있었다.
증거들은 듬성듬성 파편처럼 떨어져 있다.
하지만 이것을 논리적으로 해석해 보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증거들을 바라보던 우진은 김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참 뻔뻔한 사람이네요.”
-그렇지?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범인 집에 큰 냄비는 없었나요?”
-냄비?
“네. 놓쳤다면 다시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살점이나 얇은 뼈들을 다지듯이 만들고 냄비에 끓였을 거예요.”
-……. 끓였다고?
“네. 증거가 말해주네요. 끓이고 믹서기에 갈았을 겁니다. 하지만 믹서기론 잘 갈릴 리가 없죠. 그래서 다시 끓였습니다. 소쿠리에서도 피해자의 DNA가 나왔죠? 다시 끓이고 소쿠리에 부어 내용물을 걸러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거르고 남은 것들은 다시 믹서기에 들어갔을 거예요. 이 과정을 거친 후에 집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뼛조각들은 야산에 유기하고, 큰 뼈들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유기 했을겁니다.”
-완전 개새끼네…….
“시신을 해체하듯 범행을 저지른 것 같네요.”
* * *
우진과 통화를 마친 김태현이 최기철에게 빠르게 말했다.
“기철아, 감식반에서 놓친 거 없는지 확인해 봐. 냄비 같은 거, 모른다고 하면 네가 현장 가서 찾아봐. 빨리.”
“냄비요?”
“어, 솥단지 같은 것도.”
그렇게 말을 전한 김태현은 취조실로 향했다.
앵무새처럼 이미 죽은 시신을 훼손했다고 주장한 문중수는 설렁탕을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김태현이 그를 마주하며 털썩 앉았다.
“맛있냐?”
그가 입가를 스윽 훔쳐냈다.
“오늘 첫 끼잖아요.”
“그 설렁탕 국물 우려내려고 냄비에 아주 오랫동안 끓였을 거야. 불순물은 걸러내고, 또다시 끓이고 아주 오랫동안 말이지.”
순간, 설렁탕을 퍼 먹던 문중수의 손이 움찔거렸다.
그 광경에 김태현은 짐작할 수 있었다.
“네가 사람 새끼냐? 십쌔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