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화(1/171)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
1화 프롤로그 – 30년의 폐관
작은 왕국의 한미한 남작가에서 마법의 천재가 태어났다.
대마법사 바르덴테는 그 빛나는 재능을 알아보고 제국 현자의 직위까지 내던진 채, 그의 스승이 되어 남작가에 눌러앉았다.
“나는 나이가 많고, 이 아이의 재능은 실로 비범하니, 단 하루도 헛되이 쓸 수가 없구나.”
바르덴테는 욕심을 냈다.
그는 제자가 성취를 이루기 전까지는 결코 세상에 내보내지 않겠노라 선언을 했고 제자와 함께 폐관에 들었다.
그때 제자의 나이, 고작 다섯이었다.
10년이 지났다.
제자의 나이 아직 열 다섯에 불과했고 스승 바르덴테는 150살로, 대마법사치고도 상당히 많은 나이였다.
제자는 말했다.
“스승님. 대마법사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는 틀렸어요. 여기, 신비세계의 좌표를 특정지을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가지고 와 봤어요. 이 책의 이름은 <첼레스티움>이 어떨까요?”
스승은 자신의 경악을 힘겹게 감추어야 했다.
수식을 보는 순간 깨달았던 것이다. 제자는 이미 15세의 나이로 그의 경지를 훌쩍 뛰어넘어버렸다.
아니, 수백년 동안 이어져 온 인류의 마법학 자체를 아예 새롭게 정의 내려버렸다.
스승은 덜컥 겁이 났다.
이토록 위대한 재능이 세상에 나가면 얼마나 많은 시기와 질투가 따를 것인가.
어린 제자를 이용하고 후려치려는 악귀같은 자들이 어떤 이전투구를 벌일 것인가.
자신이 지켜주기엔, 스스로가 이미 너무 늙었고 제자는 너무 어렸다.
스승은 말했다.
“너의 성취가 대단해보이나, 아직 온전하지 못하다. 가령 너의 수식은 신비세계의 좌표를 잘 기술하고 있으나, 어째서 그 좌표가 계속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 하는구나. 원리를 모르는 지식은 공허한 것이다.”
제자는 충격을 받은 낯빛으로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의 말씀이 진실로 옳아요. 제자. 더 열심히 정진할게요.”
그렇게 스승은 제자가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에 나서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다시 5년이 지났다.
제자는 스무 살이 되었다.
“스승님. 이제 <첼레스티움>의 좌표이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나 한 덩이를 띄우면, 그것이 차원의 중심을 향해 소용돌이치며 끌려가는 것과 같은 이치였습니다. 지상과 천상, 마법과 차원의 이치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이 책을, <프린키피아>라고 이름 붙일까 합니다.”
스승은 전율했다.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았던 것이었는데 이런 게 튀어나올 줄이야.
<프린키피아>라니······.
마법과 신비 세계의 모든 현상과 원리가 이 책 한권으로 깨끗하게 설명되었다.
제자는 이미 5년 전, 수 백년의 마법학을 송두리째로 뒤집을 발견을 해놓고서, 이제는 그걸 다시 수백년은 훌쩍 뛰어넘는 위대한 업적을 이뤄버린 것이다.
스승은 진실로 두려웠다.
이번에는 제자가 걱정된 것이 아니라 세계가 걱정되었다.
제자는 아직 젊었고,
그가 이 힘을 행여나 잘못 사용한다면 세계는 파멸을 맞이할 수도 있었으니.
스승은 말했다.
“항상 겸손하거라. 너는 지금 잘난 듯이 <첼레스티움>의 원리를 밝혀냈다고 말했으나, 사실 이는 큰 무지를 작은 무지로 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나 한 덩이의 움직임과 차원 좌표의 움직임이 서로 다르지 않다 하였느냐? 그렇다면 마나 한 덩이는 어찌하여 그리 움직이는 것이냐? 이것을 설명하지 못하면 네 지식은 여전히 공허한 것이다.”
제자는 입을 떡 벌렸다.
그는 존경을 담아 스승께 허리를 깊이 숙였다.
“스승님의 말씀이 진실로 옳습니다. 제자 더욱더 정진하겠습니다.”
그 후로 다시 5년이 지났다.
제자는 스물 다섯살이 되었다.
“스승님. 이번에는 진실로 알아내었습니다. 모든 것은 기준의 상대성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이름을 <레라티비테트>라고 지을까 합니다.”
스승은 이젠 놀라지 않았다.
왜냐면 더이상 제자의 책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날 며칠 책을 검토해본 바, 제자의 제안대로 수식을 짜면 마법과 신비세계와의 연결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짐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스승은 갈망을 느꼈다.
고작 20년만에 이런 업적을 이루었다. 이 아이가 계속 이렇게 연구에 매진하여 다시 20년을 보내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란 말인가?
스승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더 이상은 제자를 위해서도 세계를 위해서도 아니었으므로.
혈기 넘치는 젊은이를 자신의 욕심으로 이리 가둬두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회의가 들었고 부끄러웠고 미안했으나······ 결국 바르덴테도 죽기 전에 어떻게든 마법의 끝을 보고 싶은, 한 명의 어쩔 수 없는 마법사였을 뿐이었다.
“대단하구나 제자야. 너는 이제 우리의 세계와 신비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모든 수법을 꿰뚫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너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어째서 우리 세계는 신비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가? 정령이나 요정같은 것들부터 용, 악마, 천사와 같은 위대한 존재들까지, 우리가 그들을 이 땅에 소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때로 그것들은 우리가 소환하지 않았는데도 이 땅 위를 거니는가? 이것들을 알지 못하는 이상, 네 지식은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제자는 전율로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스승님의 말씀이 진실로 진실로 참됩니다. 제자. 진리를 찾기 위해 목숨을 다 바쳐 정진하겠습니다.”
그 후로 다시 5년이 지났다.
제자는 서른살이 되었다.
제자가 새로운 책 <콴티지에옴>을 가지고 왔으나, 스승은 책을 대충 훑어보기만 했다. 어차피 단 한 줄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제자의 이전 책, <레라티비테트>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몇 년간은 이것만 파고들어야 간신히 이해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새로운 지식이 나타났구나.
기쁘다.
그게 전부였다.
스승은 이제 미안함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의 나이 165세. 그는 슬슬 자신의 수명이 저물어 간다는 걸 느꼈다. 아마도, 이게 마지막일 터.
바르덴테는 그간 스승로서 해온 일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제자에게 배우며 지적 갈망을 충족했던 세월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적어도 마지막으로 한번쯤은, 스승다운 역할을 해주고 싶었다.
무엇이든 답을 척척 찾아내는 제자가 평생동안 품고 갈 숙제.
탐구하고 또 탐구해야 할 마법사들의 마지막 질문.
그것을 제자의 가슴에 새겨주는 것이 스승의 마지막 도리라 여겨졌다.
“제자야.”
“예. 스승님.”
“너의 성취가 실로 대단하구나.”
“가, 감사해요!”
제자는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기뻐했다. 스승에게 칭찬을 듣는 일은 무척 드물었기에.
그는 나이를 서른이나 먹었으나, 평생을 탑에서 살아왔기에,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은 무구한 성정을 지니고 있었다.
“허나, 아직도 너는 모르는 게 있다. 세상의 모든 마나는 차원 저 너머에 존재하는 마나의 태양으로부터 오고 있다.
그렇다면 마나의 태양은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이 삼라만상은 모두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이 대답을 알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을 것이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우리 마법사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눈을 가리고 살고 있구나.”
“아······.”
제자의 눈빛이 별을 품은 밤하늘처럼 깊게 반짝거렸다.
“제자······. 반드시 해답을 구하겠습니다.”
“그래. 제자야. 믿겠다.”
스승은 쪼글쪼글 힘이 다 빠진 손을 들어 제자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제자는 빛나는 눈으로 다시 연구실로 걸어들어갔다.
그 후로, 5년 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음식도 창문으로 전달 받으며 온힘을 다해 스승이 남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매진했을 뿐이다.
마침내 제자는 서른 다섯이 되었다.
스승의 질문에 완전히 답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적어도 지금의 조건에서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찾았다.
이 이상의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아주, 정말 아주아주 많은 거대 장비와 도구가 필요했기에,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었다. 몇 백년을 더 살아도 불가능할 것이었다.
제자는 자신의 해답이 현재의 조건에서의 한계임을 증명하고 문 밖으로 나왔다.
“아······. 스승님.”
문밖에 나온 제자가 마주한 것은 의자에 앉은 채 죽어, 백골로 풍화해버린 스승의 모습이었다.
“스승님······.”
제자는 스승의 발치에 큰절을 올렸다.
“제자. 스승의 인도를 따라 마침내 공부를 마칩니다. 이 은혜는 영혼에 새겨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뚝뚝 떨어진 눈물이 그의 발치를 적셨다.
제자는 천천히 탑을 내려갔다.
검은 그림자와 밝은 햇볕이 교차되는 계단의 음영을 바라보며, 이것이 꼭 앎과 무지의 관계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탑 밖으로 나온 제자는 눈부신 하늘 아래서 길게 기지개를 켰다.
“아······. 이제 집에 간다.”
그렇게, 제자, 페르세타 베리테는 30년만의 폐관을 마쳤다.
다섯 살에 탑에 들어간 베리테 남작가의 장자가 서른 다섯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