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0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00화(100/171)
100화 태동
페르세타는 신이 났다.
“그럼 제가 위시의 제작과 코딩을 맡을 테니, 살리넬르 님이 세계 설계의 초안을 맡아 주세요.”
“맡겨 주시죠.”
“그리고 발사 계획은 비앙카 님이 세워 주시는 겁니다.”
“네. 선생님.”
업무 분담이 척척 이루어졌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예전의 마법사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커녕, 자신이 무얼 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언제나 페르세타가 멱살을 끌고 다니며 떠먹여 주어야만 했다.
하지만 <프린키피아>까지의 진도를 마치고 마침내 백과전서를 일단락 지은 지금, 마법사들은 예전과 달랐다.
저마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생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자기 전문 분야에 있어선 어떤 때에는 페르세타보다 더 깊은 통찰과 넓은 지식을 뽐내기도 하는 마법사들.
마침내 페르세타에게 등을 기댈 수 있는 동료들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 어찌 신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이건 단순히 그런 말로 설명이 불가능했다.
가슴이 뭉클한,
콧날이 시큰한,
어떤 감동과 감격. 그리고 어떤 애정.
‘다른 사람과 힘을 합친다는 것, 의지한다는 것. 그게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
페르세타는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타인들에게 더 잘해 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로오루아에게 혼이 난 이후로 다른 마법사들의 마음을 짐작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했던 페르세타였으나, 여태까지 그것은 업무의 연장선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페르세타는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위하고 싶은 그런 따스함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마음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연구를 하던 그의 마법사들이 속속들이 복귀하며 점점 더 강화되었다.
“드디어 이날이 왔군요. 이 제자. 이날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쁩니다.”
쪼글쪼글한 얼굴을 더 쪼글쪼글하게 만들며 웃음 짓는 현자 시에넬.
“스승님. 오늘을 위해 착실하게 수련했습니다. 온갖 물질들의 합성과 변화를 연구해 왔으니, 이걸로 꼭 인공적인 세계의 건설에 이바지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페르세타는 평소와는 다른 울렁임을 느꼈다.
문득 그녀의 쪼글쪼글한 얼굴이 보였다.
언제나 페르세타는 그녀의 쪼글한 얼굴보다는 그녀가 보고해 오는 연구 성과들을 먼저 봤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녀의 주름이 눈에 밟힌다.
아……. 정말 대단한 거구나. 이토록 나이가 많은 마법사가 마지막 생명의 불길을 태워 가며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사실이.
페르세타는 어쩐지 그녀의 모습에서 한때 세상의 전부였던 자신의 스승 바르덴테를 느꼈다.
“현자님.”
“예. 스승님.”
“건강 챙겨 가면서 하셔야 돼요.”
그 한마디에, 시에넬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그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두 제자, 알 아드네와 진 리안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페르세타가, 현자의 건강을 걱정한 건가?
“스승님? 괜찮으세요?”
시에넬은 오히려 놀라서 페르세타를 걱정했다.
그때 페르세타는 민망함을 느꼈다.
여동생 일리안느와 어머니 로오루아가 틈틈이 타박했던 말들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거였구나…….’
더 진작에 주변 사람들을 살피며 살았어야 했는데.
내가 정말 못되게 살았구나.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어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해지기도 했다.
페르세타는 괜히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진작에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그 놀라운 모습에 시에넬의 눈이 더욱더 커졌다.
하지만 그녀는 곧 알겠다는 듯이 푸근하게 웃으며 페르세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스승님. 이 제자는 다 괜찮습니다. 항상 감사하기만 했어요. 들어가시죠. 날씨가 아직 춥습니다.”
“현자님…….”
페르세타는 어쩐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시에넬에게 크나큰 무언가를 배웠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 저 왔습니다!”
이후로도 반가운 얼굴들은 계속 찾아왔다.
늘 그렇듯 의젓한 모습으로 깍듯하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라냐 비셰나.
“선생님? 선생님 맞죠? 많이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정말.”
어쩐지 예전보다 더 여유로워지고 다정해진 성녀 샤라 엘리프.
“저 왔습니다. 선생님. 세계 건설을 위한 아이디어를 조금 준비해 왔는데 봐주시겠습니까?”
여전히 뜨거운 열의를 내비치며 자신의 쓸모를 어필하는 애캘슨.
“하아……. 간만에 의뢰네요. 마을의 손재주 좋은 이들은 다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오랜만인데 요령초 조금만 먼저 떼어 주시면 안 됩니까?”
곰방대를 빨며 초조한 기색으로 눈을 반짝이는 하이 엘프 리시니시시.
인공 세계를 건설하고 쏘아 올리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
페르세타는 어쩐지 그들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쑥스럽게 웃어 버리고 말았다.
* * *
인공 세계를 만드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살리넬르와 애캘슨, 성녀 샤라 엘리프 등이 연구해 온 ‘생명’이라는 마법에 기초를 두었다.
세계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마법을 어떻게 만드는가?
그건 바로 스스로 조직화하고 증식하는 미세한 마나 구조를 결합하고 키우는 방식으로 가능했다.
그렇게 하면, 일일이 마법을 빚어서 도미노를 쌓듯이 아슬아슬하게 건설할 필요가 없게 되니까.
하지만 세계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하고 유기적인 미세 마나 구조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 역시, 인간의 계산과 마법으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것이었다.
바로 여기서, 페르세타가 만든 ‘위시’ 마법이 빛을 발했다.
아직 위시 마법의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미세 마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미세 마나 구조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우우우우웅-!
수많은 ‘위시’가 늘어서서 별빛을 뿜어냈다.
페르세타가 제작한 고성능 ‘위시’와 다른 마법사들이 양산한 저품질 ‘위시’가 서로 연결되어 막대한 계산과 출력을 감당해 냈다.
이번에 사용된 ‘위시’는 지난번 라냐 왕세녀가 북쪽의 대협곡, 일명 라냐 라인을 만들어 냈던 때보다 훨씬 더 진보된 것이었다.
마나 스위치의 집적도는 최고 10억 개로 전과 동일했으나, 여러 ‘위시’들이 저마다 전문화되고 더 효율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된 형태.
덕분에 마나의 미세 구조를 만들기 위한 환경 조성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후…….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살리넬르가 벅차오르는 숨결을 가라앉히며 비장하게 말했다.
그리고 생명 관련한 연구에 매진했던 모든 마법사가 매달렸다.
‘위시’가 만들어 낸 적절한 마나 구조들 속에서 미세한 마나 구조를 분리해 내기 시작한 것.
꾸물 꾸물 꾸물.
그것은 마치 천지창조가 일어나던 최초의 순간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풍부한 마나들 속에서 탄생한 최초의 미세 구조들이 주변의 마나를 삼키고 변형시키며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진화해 나간다.
처음, 마법사들은 각자 자신의 일에 몰두하느라 그걸 눈치채지 못했지만, 작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다음부터는 한 명, 두 명, 넋을 잃기 시작했다.
“아름다워…….”
부유하는 마나들 속에서 세계의 씨앗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한 종류의 미세 구조가 아닌, 셀 수도 없이 많은 미세 구조가 서로 엉켜가며……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후후. 이 늙은이가 나설 시점이군요. 엘프님들도 도와주시죠.”
“하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계의 씨앗이 형태를 갖출 때쯤, 시에넬과 리시니시시가 나섰다.
시에넬과 함께 물질의 합성과 변화를 연구해 온 마법사들은 손재주가 뛰어난 엘프들의 도움을 받아 각종 마법 재료들을 연성해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세계의 씨앗과 연결시켰다.
이 과정은 인공 세계에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페르세타의 목표는 아무런 쓸데없이 존재하기만 할 뿐인 인공 세계를 띄우는 게 아니라, 마나 태양의 마력을 받아 지상으로 전송하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세계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우우우웅-
우웅-
1,000개. 아니, 10,000개?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마법 재료들이 가지각색의 방식으로 변화를 거쳐 세계의 씨앗과 결합되었다.
처음엔 수많은 금속 조각과 가루들이 허공에 둥실둥실 떠서 천천히 회전하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인공 세계의 미세 구조들과 상호 작용을 하며 하나로 뭉치고 녹아 결합되기 시작했다.
마치 하나의 별이 탄생하는 듯 장엄한 광경.
섬세한 작업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와중에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한 달. 두 달. 세 달.
그리고 마침내.
우우우우웅-!
세계의 씨앗이 완성되었다.
웅! 우우웅-! 구우웅!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맥동하며 울었다.
연둣빛의 주먹만 한 구체.
그 크기는 아직 형편없이 작았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미세한 마법체들과 그것들의 유기적인 연결은 하나의 세계라고 불러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했다.
“아…….”
“마침내…….”
마법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달려 왔던 백과전서 연구.
그것의 총화가 아름다운 연둣빛을 흩뿌리며 눈앞에 떠 있다.
그것을 바라보다 보면,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어린 시절의 꿈이 떠오르는 듯하고, 미래가 보이는 듯도 했으며, 슬펐다가 가슴이 뭉클해지고, 이내 시간을 잊게 되었다.
어떤 마법사들은 감동에 겨워 눈물을 훔쳤다.
현자 시에넬도 아이처럼 훌쩍거렸다.
“우리가……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어…….”
진짜 세계에 비하면, 그것은 너무나 원시적이고 단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분명 살아 있는 하나의 세계였다.
세계라는 마법이었다.
페르세타는 넋을 잃은 채 그 마법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계속, 세상을 향해 낮은 울음소리를 토해 내는 작은 세계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 * *
세계의 씨앗은 말 그대로 씨앗이었다.
이제부터는 이걸 제대로 된 세계로 키우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을 보내야 할 터였다.
페르세타와 마법사들은 갓난아기를 보살피는 것처럼, 이 작은 세계를 애지중지했다.
아침저녁으로 상태를 살폈고, 마법사들끼리 만나면 이 작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밤낮을 잊고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많은 사랑 속에서 작은 세계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어느 날, 페르세타는 꿈을 꾸었다.
연둣빛만이 가득하고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둥실둥실 떠 있는 꿈이었다.
– ……이건?
기묘했다.
꿈인데도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모든 감각이 현실과 똑같이 느껴졌다.
페르세타는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이상한 꿈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자 주변의 풍경이 변했다.
사방에 가득하던 연둣빛이 물러가고, 대신 아득한 차원의 우주가 펼쳐졌다.
페르세타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깊은 심우주였다.
항상 그가 호기심을 가지고 궁금해했던 풍경.
그걸 바라보다 보니 페르세타는 문득 이 꿈의 규칙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떠올리는 생각에 반응을 하는 건가?
페르세타는 꿈속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양한 실험을 해 보았다.
그가 마음속으로 기쁨을 떠올리면 주변의 풍경은 기쁨을 떠올리는 것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아버지 플리안, 어머니 로오루아, 동생 즈바르트, 막내 일리안느, 그리고 소중한 동료들인 살리넬르, 히나리리아네, 시에넬, 라냐, 비앙카, 샤라…….
반면에 그가 마음속으로 슬픔을 생각하면 주변은 온통 끔찍한 슬픔의 광경이 되었다.
– 신기하네. 자각몽이라고 해도 너무 생생하고 기묘한데…….
페르세타는 이 신기한 꿈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다가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곧 그는 알게 되었다.
“나 오늘 이상한 꿈을 꿨어. 지독하게 무서운 꿈. 엄청 생생해.”
“어? 나도 꿈꿨는데. 근데 난 엄청 좋은 꿈이었어. 무지 생생하고.”
“저는 좋다가 갑자기 무서워지는 꿈 꿨어요…….”
“어? 다들 저랑 비슷하신 거 아니에요? 그 꿈. 내가 생각하는 대로 변하던데요? 완전 재밌었습니다. 저는.”
마법사들의 대화가 선명히 증거하고 있었다.
지난밤.
모두가 같은 꿈을 꾸었다.
마음속의 풍경이 고스란히 현실화되어 생생한 감각으로 나타나는 꿈.
떠올린 생각에 따라 세상에 다시 없을 환상적인 꿈도 될 수 있고,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도 될 수 있는 그런 꿈.
그리고 조금 더 조사해 본 결과, 페르세타는 더 확실한 정보를 쥘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난밤.
작은 인공 세계를 중심으로 반경 10km 속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