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01)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01화(101/171)
101화 걸음마
“헉! 허어어억! 헉!”
리세아룬 마법 구역에 살고 있는 토마스 씨는 오늘도 악몽에서 겨우 깨어났다.
“젠장……. 마법사 놈들.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처음엔 그냥 오늘따라 악몽을 꿨구나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곧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마법의 궁전이 있는 마법 구역에 사는 사람들이 다 이상한 꿈을 꿨다는 걸 알게 된 이후의 일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꿈을 꿨다고 하고 또 누구는 마음먹기에 따라 꿈이 바뀐다고 했다.
하지만 토마스에게는 남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는 언제나 악몽만을 꿨으니까.
이제는 밤에 잠들기가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 섬뜩한 연둣빛…….
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이 악몽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 갔다.
처음에는 마법 구역. 그다음에는 시장 구역, 그다음에는 또 그 너머까지.
틀림없이 마법사들의 짓이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이 기묘한 꿈을 꾸었다는 사람들은 다 마법의 궁전에서 일정 거리 안에 있는 사람들 뿐이었으니까.
“젠장……. 대체 무슨 불길한 걸 만들길래……. 악마라도 소환하는 거야? 황제 폐하께서는 왜 저런 놈들을 그냥 두는 거지?”
매일 아침마다 분노가 치밀었고 매일 밤마다 공포에 질렸다.
하지만 힘없는 평민인 그가 힘센 마법사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저 분루를 삼키며 오늘도 비틀비틀 일을 하러 나설 뿐이었다.
“오. 토마스 왔는가.”
토마스가 일하는 시장의 과일 가게.
사장님은 오늘도 퀭한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그 역시 매일 악몽을 꾸는 사람이었다.
토마스는 씁쓸하게 인사를 건넸다.
“후……. 어젯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요새는 이게 인삿말이었다. 어젯밤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장은 쓰게 웃었다.
그러더니 음울한 낯빛으로 말했다.
“내가 소문을 들었어.”
“무슨 소문이요?”
“저 마법의 궁전에서 끔찍한 마법을 만들고 있다더군.”
“예?”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는 마법이래. 그래서 신께서 우리에게 꿈으로 계시를 내려 주는 거라더군.”
“하지만 좋은 꿈을 꿨다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건 악마가 보내는 꿈이래. 세계의 멸망을 바라는 악마들이 우리를 안심시키려고 그러는 거래.”
“아…….”
토마스는 생각했다.
너무나 일리 있는 말이라고.
* * *
요즘 페르세타는 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할 일이 없어도 늘 연구에 힘쓰던 그였지만, 요즘은 주로 멍하니 서 있는 일이 잦았다.
“선생님 아직도 계시네.”
“요새는 밥 먹고 주무시는 시간 말고는 항상 여기 계신 것 같아.”
페르세타가 늘 멍청하게 서 있는 장소는 바로 세계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 실험실이었다.
‘행복하다…….’
페르세타는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 상태였다.
무언가를 하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충만해지는 것이 있다니.
그런데 또 그의 마음 속에서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엔 보고 있기만 해도 마냥 좋았는데 언젠가부터는 무언가 안달이 나는 기분이 든 것이었다.
‘뭐지?’
‘뭘까?’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눈치채지 못했던 페르세타는 오래 고민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답을 찾고 말았다.
‘아……!’
페르세타는 즉시 공간 마법을 발휘해 베리테 영지로 날아갔다.
“아들? 잘 왔다.”
영주 집무실에 업무를 보고 있던 아버지 플리안이 그를 반겼다.
“아버지!”
페르세타는 그를 불렀다.
플리안은 놀랐다.
‘아들이 날 저런 어조로 부른 적이 있었나?’
꼭 어린아이가 조르는 듯, 설렘과 기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아버지! 같이 가요.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으, 응? 지금?”
“네……. 안 되나요……?”
사실 플리안은 할 일이 많았다. 백작으로 승작되고 칼라산맥을 개척하면서 돌봐야 할 영역이 넓어졌으니까.
하지만 눈썹을 내리깔며 아쉬워하는 아들을 보자 차마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허허. 그래. 보자. 같이 가자꾸나.”
“예! 어머니도 모시고 올게요!”
잠시 뒤 로오루아가 페르세타를 따라 나타났다. 그녀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페르세타가 왜 이러지?’
어리둥절하면서도 그녀의 얼굴엔 기쁨이 묻어났다.
아들이 어린 시절처럼 안달복달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던 것이다.
“그럼. 이동할게요. 처음이라 어지러우실 수도 있어요. 숨 꾹 참으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훅-!
페르세타가 손을 휘젓자, 플리안과 로오루아는 페르세타를 따라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공간을 넘으며 페르세타는 활짝 웃었다.
그렇다. 행복한 일이 있으니, 그걸 소중한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 단순한 감정을 오늘 처음 느껴 본 페르세타였다.
* * *
“으음…….”
로오루아는 살짝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눈을 떴다.
처음 보는 공간이었다.
궁전처럼 천장이 높았지만, 화려한 장식 같은 것은 없었다.
“어……?”
하지만 그 어떤 장식보다도 눈에 띄는 것이 눈 앞에 떠 있었다.
“어때요?”
페르세타가 불쑥 다가오며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기대감이 가득했다.
로오루아는 그 표정이 어떤 표정인지 잘 알고 있었다. 즈바르트나 일리안느를 키울 때 많이 봤으니까.
뭔가 자기 딴에는 대단한 일을 해내고 나서 자랑을 하는 얼굴이 딱 저랬다.
나무 위에 어설픈 오두막을 짓는다거나, 며칠을 끙끙거리며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지만 지금 페르세타가 보여 주는 건, 그런 어설프고 귀여운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 아름답구나…….”
까마득하고 깊은 연둣빛의 구체.
아니. 그걸 단순히 연둣빛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세히 보면 구체 안에는 무수히 많은 색깔들이 존재했다.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 무수한 색깔들이 떠다니며 서로 섞여서 전체적으로 연둣빛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걸 들여다보면, 어쩐지 세상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끝없는 초원도 보이고, 성난 밤바다도 보이고, 새가 되어 산맥을 넘는 기분도 든다.
“이게…… 뭐니?”
로오루아는 홀린 듯이 물었다.
너무나 신성하고, 너무나 위대한 무언가. 이런 것에도 이름이 있을까?
페르세타는 씩 웃으며 답했다.
“세계예요. 어머니. 제가 세계를 만들었어요!”
마침내 터져 나온 그 자랑 섞인 한 마디에,
“세계…….”
여태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있던 플리안이 턱을 더 아래로 떨어뜨리며 중얼거렸다.
한없는 경의를 가득 담아서.
* * *
마침내 피어난 작은 세계는 결코 페르세타만의 자랑이 아니었다.
그걸 한 번이라도 본 모든 마법사들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에 가장 위대한 마법이 존재한다면 그게 바로 세계라는 마법일 텐데…….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빚어낸 최초의 세계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건 직접 그 세계를 만들고 그것을 보고 만져 온 마법사들의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고. 더구나 보이지 않는 것이 커다란 힘까지 지니고 있다면 더더욱 두려워했다.
페르세타가 마법의 궁전에서 뭔가 엄청난 힘을 지닌 것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 세상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이건……. 이건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앞장 서서 입에 거품을 문 것은 천사 성교회였다.
비록 페르세타의 측근 중에 성녀 샤라 엘리프가 있긴 했으나, 그런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왜냐면…….
“성녀께서도 악마에게 홀린 게 분명합니다!”
“맞습니다! 본단에 돌아오시지 않은 지 대체 얼마나 되었단 말입니까?”
“제가 듣기로는 이젠 스스로를 마법사라 칭하신다고 합니다.”
“그, 그런 불경한!”
그녀가 천사 성교회를 비운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었다.
천사 성교회의 골수 신학자들은 이제 성녀조차 자신들과 분리하여 생각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신의 권위에 도전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맞습니다!”
“페르세타가 저 무도한 마법의 성에서 만들고 있는 것은 오만의 결정체가 틀림없습니다. 김히 신께 도전하려는 게지요.”
“그래서 꿈으로 경고를 내려 주시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래. 맞네. 내 생각도 그러네. 이건 두고 봐서는 안 돼.”
본단의 신학자들은 하나로 뜻을 모아 의결했다.
성녀를 공개적으로 심문하겠다며 소환했고, 성명서를 발표해 페르세타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전 세계의 천사 성교회 신도들이 그 소식을 듣고 두려워하며 제국의 수도 쪽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은 더더욱 난리가 나 있었다.
“마법사들은 위험한 연구를 즉각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마법사들이 세상을 파멸시킬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유언비어.
그것은 처음엔 알음알음 퍼져 나갔지만, 어느 임계점을 넘는 순간, 폭발적으로 퍼져 나가며 사람들 사이에 하나의 진실처럼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마법사를 두려워하던 사람들도 숫자가 늘어나고, 고귀한 귀족 중에서도 동조하는 자들이 늘어나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하나의 사회 운동이 되었다.
– 페르세타가 연구하는 마법에 대해서는 짐이 확인을 마쳤노라. 이 이상 혼란을 확산시키는 행위는 좌시하지 않겠다.
황제의 공식 성명이 나온 이후 반대 운동이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결국엔 소용이 없었다.
대놓고 활동하던 이들은 은밀하게 활동하며 도시 곳곳에 낙서와 현수막을 내걸며 페르세타를 규탄했다.
밤중에 은밀하게 마법의 궁전에 침입해 불을 지르려는 시도도 여러 차례 적발되었다.
공포란 그런 것이었다.
황제의 권위도 그보다 더 큰 공포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단순히 사람이 죽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사람들은 진실로 그 소문을 믿었기에 더욱더 절박해져 갔다.
그리고,
이런 파열음이 점점 커져서 숨길 수 없어졌을 때,
마법사들은 페르세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큰일 났지?”
“큰일 났지.”
“마도왕 전하께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은근히 잔인하신 분이 아니신가.”
“안 되는데……. 이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들 선량한 시민들이야. 그저 잘 몰라서 두려워 할 뿐이지.”
“내 말이 말이야. 하지만, 마도왕 전하는 한 번 손을 쓰면 그런 거 신경을 안 쓰는 분이 아니시던가?”
그들은 이제 모두 알고 있었다.
페르세타가 어떤 사람인지.
무언가 결여된 기이한 인간.
그런 그가 무서운 집착을 보이는 작은 세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법사들은 걱정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페르세타가 진노하면 그걸 어떻게 말려야 할지 가늠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페르세타의 침묵했다.
그의 침묵은 계속 길어져 갔다.
그럴수록 마법사들은 점점 더 두려워했다.
악몽을 꾸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진짜라니까. 와. 나 진짜 그 꿈이 현실인 줄 알고 얼마나 식겁했는지. 그 목소리도 생생하게 기억나. 페르세타 님이 사람들을 다 불태우고 나서 이러시는 거야. ‘너희는 다 유죄다. 죄목은 멍청함. 판결은 화형.’ 와……. 일어났는데 온몸에 식은땀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마법사들은 웃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은 페르세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마침내 나타난 페르세타가 이렇게 말했을 땐, 모두가 놀랐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우리 마법을 모두에게 공개합시다.”
“예?”
“공포는 무지로부터 옵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우리의 작은 세계를 전시해 두고,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이게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려주는 겁니다. 어린아이들도 즐겨 들을 만큼 쉽고 재밌게요.”
페르세타는 모두가 예상한 것과는 아주 다른 방식의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경악했다.
리세아룬의 광장에 세계의 씨앗을 가져다 놓고 공개하는 날.
페르세타가 성난 군중들 앞에서 머리를 숙였던 것이다
“양해도 구하지 않고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려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곤 고개를 숙인 채 있다가 고개를 좀 더 깊이 고개를 숙이며 이어서 말했다.
“진작에 사과를 드리고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 생각이 짧아 그러지 못했던 것도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분노했던 군중들은 경악했다.
페르세타가 누구인가.
악의 정점과도 같은 존재이며 황제조차 누를 수 있는 힘을 가진 괴물이 아닌가?
그런 이가 평범한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만 그들의 경악은,
“뭐지? 꿈인가?”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허허허……. 이 늙은이가 갈 때가 되었나…….”
마법사들의 머리통을 후려친 경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