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0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03화(103/171)
103화 꿈결같이
새벽 안개처럼 비치는 서광.
흩날리는 빛의 깃털들.
거대한 키와 성스러운 황금빛 눈동자.
인간이 결코 뿜어낼 수 없는 강렬한 기운.
천사.
잔뜩 몰려 있던 사람들 사이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잠시 뒤,
하나둘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황급히 고개를 떨구고 두 손을 모은다.
“천사님…….”
“천사님. 저희를 굽어살펴 주세요.”
“우리는 천사의 날개 아래에 거하며……. 신의 몸을 밟고 그의 피를 마시며…….”
여기저기서 기도가 쏟아져 나왔다.
반면에 천사 성교회의 신학회 학회장은 이 상황이 몹시나 당혹스러웠다.
그는 뺨을 푸들거리며 천사를 부정하고 싶어 했으나……. 결국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가 평생 닦아 온 그의 심상이 뚜렷이 알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저 존재는 천사다.
천사인 척 하는 악마가 아닌, 진정한 천사이다.
저벅. 저벅.
성녀 샤라 엘리프는 천사가 드리운 날개 사이에서 걸어나왔다. 그녀가 천사를 돌아보며 입을 떼었다.
“권천사 에드윈 님. 오늘은 여쭐 것이 있어서 모셨습니다.”
권천사.
천사의 9개 품계 중 7번째에 속하는 계급으로 하품 천사로 분류된다.
“헉! 권천사……!”
“권천사 에드윈 님…….”
“굽어살피소서.”
하지만 이 땅엔 공식적으로 천사가 강림하지 않은 지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났다.
페르세타가 벌써 두 차례 1품계인 치천사 메아샤를 소환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일.
하품 천사라 해도 진짜 천사가 강림한 일은 어마어마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알마게스트> 이후 열렸던 대 마법 시대의 최전성기에도 천사 강림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던 놀라운 기적이었다. 헌데 그때 강림한 천사 대부분은 9품의 일반 천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7품인 권천사라니.
사람들은 이 기적에 몸둘 바 몰라 했다.
권천사 에드윈은 불길 속에 달아오른 황금 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성녀 샤라 엘리프를 내려다보았다.
“말씀하시오, 샤라.”
“이곳에 저와 페르세타 님이 함께 만든 마법이 있습니다.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그제야 천사는 시선을 돌려 ‘마력의 달’을 바라보았다.
곧 그의 얼굴에 경악에 가까운 찬탄이 묻어났다.
“이것은…… ‘세계’가 아니오? 그대 마법사들이, 세계를 만들었다는 말이오?”
천사가 한눈에 알아봐 준 것이 기뻐서, 샤라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로 그렇습니다. 허나 저들이 이 세계를 두려워하여 천사님을 불렀습니다.”
그 말에, 권천사 에드윈이 사람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은 마치 어떤 물리적인 힘과 온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사람들이 그 기운에 눌려 고개를 더 깊이 숙이자, 천사는 천둥처럼 우르릉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두려워 말라. 너희의 앞에 있는 이것은 이 모든 우주에서도 가장 고귀하고 존귀한 것. 모든 가능성의 씨앗이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겹쳐진 것이라. 나 에드윈은 이 기적을 만들어 낸 인간, 마법사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노라.
이 역시 천사의 권능인 걸까?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새겨진다.
고개를 숙인 군중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위대한 마법이 탄생한 땅에 나 권천사 에드윈이 축복을 내리겠노라.”
천사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땅에 꽂았다.
그러자 곧 검에서 뿌리고 돋고 가지가 나오더니, 검은 하나의 거대한 나무로 변하였다.
이글거리는 투명한 불길이 가지를 따라 타올랐다.
“아…….”
“아아……. 천사의 나무…….”
그것은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기적.
나무를 붙들고 기도만 하여도 병이 치유되고, 축복을 받는다고 전해졌다.
인류 역사상 단 두 그루가 존재했다고 알려졌으나, 권력자들의 아귀 다툼 속에서 소실 되었다고 전해지는, 이제는 이야기와 그림 속에만 존재하는 나무였다.
그게 지금 제국 수도 한복판에 솟아올라 위용을 뽐내었다.
천사 에드윈은 자신의 검을 기꺼이 인간들을 위해 내어 주고는 샤라 엘리프를 돌아보았다.
“샤라. 대가는 받지 않겠소 아니. 오히려 내가 감사하오. 이런 존귀한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어서.”
샤라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천사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또 보길 기대하겠소.”
파스스스-
천사는 갑자기 나타났던 것처럼 사라질 때도 갑자기 사라졌다.
새벽 안개가 흩어지듯, 눈을 떠보니 어느새 천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다녀갔다는 증거로 천사의 나무가 이글거리고 있을 뿐.
모여 있던 군중들은 이제 감격에 겨워 기도를 하기 바빴다.
유일하게, 천사 성교회에서 나온 신학자들만이 감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파랗게 질린 입술로 애처롭게 덜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저벅- 저벅-
샤라는 거침없이 걸음을 놀렸다.
군중들이 우르르 그녀를 위해 길을 비켜 주었고, 샤라는 곧 신학자들 앞에 마주 설 수 있었다.
“신학자라는 작자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천사님이 무엇과 함께하는지도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덜덜덜덜.
성녀의 준엄한 질책에 신학자들의 떨림이 더욱더 커졌다.
그 모습을 매섭게 노려보던 샤라는 돌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어찌 이것이 너희의 잘못이겠는가. 성교회를 떠난 뒤 너희들을 신경 쓰지 못했던 나의 잘못이겠지. 그러니…… 내가 책임을 지겠노라.”
샤라는 성검, 라하트헤렙을 뽑아 신학회 학회장의 어깨에 올려놓고 준엄하게 말했다.
“가서 성교회의 본단에 전하거라. 나, 마법사 샤라 엘리프가 직접 너희들의 죄를 물으러 가겠노라고. 내 방식대로 책임지고 너희를 벌하겠노라.”
“아, 알겠습니다. 성녀님.”
학회장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
“당장 떠나거라.”
“예. 예. 성녀님.”
신학자들이 어깨를 푹 숙이고 광장을 떠났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것처럼 몸을 있는 대로 움츠리고 분주히 떠나는 그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모든 일을 마친 뒤, 샤라 엘리프는 페르세타의 앞에 와서 고개를 숙였다.
“정리했습니다.”
페르세타는 흐뭇하게 웃으며 그런 샤라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신계는 마나 태양과 가장 가까운 세계.
태양의 강렬한 영향이 있는 탓에 그 어떤 세계보다도 좌표를 잡기 어려웠고, 좌표를 잡더라도 그곳의 주파수를 수신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설령 그 모든 것을 해내더라도, 인간보다 훨씬 밀도 높은 마나파장을 지닌 천사를 소환한다는 것은 또 그 자체로 극악의 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페르세타는 아직 그 누구도 천사를 소환하긴 어려울 거라 여겼다. <프린키피아>만으로 천사를 소환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성녀가 그걸 해냈다.
페르세타로서는 흡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헌데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성녀가 페르세타에게 보고를 하고 페르세타가 흐뭇하게 치하하는 것.
이건 성녀와 페르세타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몇 년 간 성녀는 사실상 페르세타의 제자로서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그들의 눈에 성녀는 천사를 소환한 위대한 성녀님이었다. 페르세타 역시 마도왕이라는 권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성녀와 페르세타의 권위는 엄연히 달랐다.
하나는 종교적인 권위였고 또 하나는 세속적인 권위였으니까.
그런데 페르세타가 마치 윗사람처럼 성녀를 치하하다니?
“성녀님이……. 마도왕 전하께 고개를 숙였어…….”
“마도왕 전하도 그게 당연하다는 태도시던데?”
“마도왕 전하……. 우리 생각보다 더 대단하신 분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페르세타를 악마의 끄나풀쯤으로 여기던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그를 경외하기 시작했다.
일단, 천사님을 소환한 성녀님께서 무려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악마의 끄나풀일 리는 없었으니까.
페르세타는 군중들의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뺨을 긁으며 앞으로 나섰다.
“감사하게도 천사님께서 기적의 증표로 천사의 나무를 남겨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린 점, 제대로 배상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배상?
사람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려질 때, 페르세타는 천사의 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렇게 강력하게 응축된 힘이 있으면, 그 위에 마법 몇 개를 더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서요.”
화아아아아-!
페르세타가 손짓을 하는 순간, 천사의 나무에 황금빛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꽃은 곧 작은 꽃잎들로 날려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군중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첫째로 그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었고, 둘째로는 그 꽃잎이 지나가면 아팠던 곳이 낫고 몸이 개운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굳이 천사의 나무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리세아룬에 있는 한, 여러분들은 아플 일도 피곤할 일도 없을 겁니다.”
페르세타가 몸을 돌려 천사의 나무에 손을 얹고 선언했다.
“또한. 이 나무는 나 마도왕의 이름으로 지키겠습니다. 그 어떤 존재도 감히 이 나무를 어러분으로부터 빼앗아 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 마도왕 전하 만세!”
누군가 그리 외치며 몸을 바닥에 던져 엎드렸다.
그게 신호가 되었다.
“마도왕 전하 만세!”
페르세타를 핍박하기 위해 모였던 무수한 군중들이 파도처럼 몸을 던져 엎드린다.
“만세!”
“만세!”
“만세!”
오랫동안, 리세아룬의 대광장에서는 만세 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 * *
리세아룬의 시민, 토마스는 오늘 멍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됐어? 혼쭐을 내줬어?!”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의 아내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토마스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천천히 걸어 식탁에 앉았다.
그의 아내는 의아한 기색을 드러내며, 물을 한 잔 떠서 그의 앞에 놓았다.
그리곤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근데 여보. 참 이상한 일도 있지? 아까 나 환상을 봤거든? 황금색 꽃잎이 갑자기 천장을 뚫고 팔랑팔랄 떨어지는 거야. 그걸 손으로 받았는데……. 보여? 나 팔이 이렇게 잘 돌아가. 계속 아파 가지고 제대로 들지도 못했잖아.”
그 말에 토마스가 자신의 아내를 올려다보았다.
입을 뻐끔거리며 간신히 말했다.
“천사님이야.”
“뭐?”
“천사님이 왔다 갔어.”
“천사님? 어?! 설마. 그 사악한 마법사를 혼내 주러 강림하신 거야? 그럼 마도왕은 어떻게 됐어? 죽었어?”
“어허!”
토마스는 기겁을 하며 펄쩍 뛰었다.
“그런 말 하면 안 돼! 마도왕 전하께!”
“으, 응?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죽이니 살리니 하더니…….”
“어허허!”
토마스는 그날 저녁 늦게까지 자기가 본 것을 간증하며 마도왕 전하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았다.
그의 아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그날 밤.
토마스는 또 꿈을 꾸었다.
언제나 두려워하던 연둣빛 공간이 나타났다.
하지만 오늘은 그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낮에 보았던 그 아름다운 ‘마력의 달’이 떠올라서 가슴이 설레기까지 했다.
파스스-
토마스의 행복한 마음을 느낀 꿈은, 돌연 그 풍경을 바꾸며 그에게 가장 행복한 풍경을 보여 주었다.
그날 꾼 꿈은, 토마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