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0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04화(104/171)
104화 검산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에 천사가 강림한 이후, 세상은 조금 더 혼란스러워졌다.
“천사님이 강림하셨다잖아? 그럼 이야기 끝난 거 아니야? 마도왕이 만드는 마법이 사실은 좋은 거라던데?”
“너는 그걸 믿냐?”
“봤다는 사람 많던데.”
“네가 본 건 아니잖아.”
“그야 그렇지만……. 너도 소문은 들었을 거 아냐? 성녀님이 천사 성교회의 본단으로 가서 완전히 뒤집어엎고 나오셨다고.”
“이 새끼. 소문이라면 곧이곧대로 다 믿네. 인마. 그렇게 순진하게 살면 안 돼.”
세상은 넓고, 전해지는 말은 와전되기 일쑤다.
이미 머릿속에 ‘마도왕=악마’라는 공식이 깊숙이 틀어박힌 사람들에게는 그 이후에 전해진 소문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예 천사 강림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지역도 많았고 말이다.
수많은 소문이 얽히고설키며 페르세타와 ‘마력의 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파도처럼 요동쳤다.
어쨌든 제국의 수도 쪽은 직접 눈으로 천사 강림을 목격했으니 입장 정리가 끝이 났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불안의 불씨가 이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제국의 황제, 칼리슈트 세이린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페르세타가 나름의 수습을 한 이후에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마력의 달’.
어느 새벽.
그는 직접 그 원흉을 보기 위해 리세아룬의 대광장에 나타났다.
“폐하.”
“폐하!”
놀란 기사와 마법사들이 분분이 예를 취했다.
황제는 적당히 손을 흔들어 인사를 받아 주고 뚜벅뚜벅 걸어 ‘마력의 달’ 앞에 멈춰 섰다.
‘이게…… 세계라는 거군.’
마법으로 이런 것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가도, 또 모든 신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겠다던 페르세타의 터무니없는 구상을 생각하면, 이쯤은 당연해 보이기도 했으니…….
참, 페르세타의 스케일은 정말 남다르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 황제였다.
그는 눈 앞에서 맥동하는 마력의 달이라는 세계를 들여다보다가 자연스럽게 칼자루 위에 손을 얹었다.
‘벨 수 있을까?’
마법사가 마법으로 세계를 만들 수 있다면,
검사는 검으로 그 세계를 벨 수 있었야 하지 않을까.
황제의 마음 속에서 뜨거운 갈망이 일어났다.
페르세타에게 처음으로 패배하고, 마음 깊숙이 패배감을 받아들인 이후로 꺼진 적이 없던 갈망이었다.
‘베어 볼까?’
황제는 한참동안 검자루를 만지작거리며 서 있다가, 간신히 등을 돌렸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하지만 언젠가 저런 작은 세계가 아닌 진짜 세계도 벨 수 있을 때, 그때는 페르세타에게 다시 도전하리라.
모든 신비 세계 중에서도 자신이 가장 위대함을 증명해 보이리라.
황제는 이를 악물고 돌아갔다.
아늑한 침실이 있는 황궁이 아닌, 땀냄새가 아직도 빠지지 않은 연무장을 향해.
* * *
“후욱…… 후욱…….”
비앙카 애시는 며칠 간 감지도 못해 떡이 진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해냈다…….”
그녀의 눈이 이글거렸다.
이번 인공위성 프로젝트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이 인공 세계를 차원 궤도 위에 올리는 발사 계획을 세우는 것.
그 터무니없는 기적을 일으키기 위한 계산이 방금 끝이 났다.
“3년……. 장장 3년이 넘는 세월이었다.”
비앙카는 처음부터 목표를 확실히 했다.
페르세타가 백과전서의 연구를 지시했을 때부터, 자신은 인공위성의 ‘발사’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백과전서의 연구 주제로 ‘액체와 대기’를 잡았던 것이기도 했다.
액체 상태의 마나가 대기 상태로 변화될 마나의 구조 역시 급격한 팽창을 보였으니까.
또한 대기를 구성하는 마나 구조야 말로 가장 반응성이 좋은 마나 구조였으니까.
뿐만 아니라, 물질의 상변이와 마나의 관계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현자 시에넬의 연구 성과를 누구보다 빠르게 흡수하며 자신의 이론에 계속 추가해 왔다.
그러니까 그녀는 애초에 백과전서 연구를 진행했던 3년 동안, 내내 한편으로는 인공위성을 위한 발사계획을 세워 왔던 것이었다.
“이거라면……! 페르세타 님도 놀라실 수밖에 없겠지!”
그녀가 이렇게 단 한 가지의 목표만을 위해 달려온 이유는 오로지 하나. 페르세타를 놀래키고 그의 진정어린 인정을 받아 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마나의 급격한 팽창과 연쇄 반응! 그걸 이용한 추진력! 이 모든 걸 제어하기 위한 구조! 이거라면 분명 마력의 달을 궤도 위에 올릴 수 있어!”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선 채로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읽고 또 읽었다.
맞다. 맞는다.
계산이 착착 맞는다.
“흐흐흐흐……. 기다려라. 페르세타 선생님. 내가 오늘 당신의 깜짝 놀란 얼굴을 보고야 말겠다.”
발사 계획을 세우라고 했는데, 마력의 달이 완성되기도 전에 완성본을 딱! 들고 가면 아무리 페르세타라해도 놀라겠지?
비앙카는 자신의 서류를 소중히 품고 페르세타를 향해 달려갔다.
마침 페르세타는 살리넬르와 무언가를 상의 중이었고, 둘은 나란히 비앙카의 보고서를 검토하고는 감탄을 터뜨렸다.
“비앙카 님? 벌써 발사 계획을 완성시키셨다고? 어디……. 와아. 페르세타 선생님. 이거 장난 아닌데요?”
살리넬르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놀랐다.
“흠. 어디 볼게요……. 오오! 방금 검산해 봤는데, 틀린 게 하나도 없는걸요? 발상도 좋고, 소재들도 적절히 선택되었고, 계산도 완벽해요.”
페르세타도 놀라워했다.
비앙카는 행복했다.
페르세타의 커진 눈을 보라.
그의 가파른 호흡을 보라.
내가 마침내 저 남자를 놀래켰노라.
서류를 다시 찬찬히 읽어 보는 페르세타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감탄이 연달아 스쳐 지나갔다.
짜릿!
비앙카는 머리부터 발끝을 관통하는 벼락을 느꼈다.
그렇지.
아무리 저 인간 같지 않은 페르세타 선생이라도 이건 놀랄 수밖에 없겠지.
장장 3년을 이 순간만 보고 달려왔는걸!
“정말…… 기대 이상입니다. 잘해 주셨어요. 비앙카 애시 님. 발사 계획의 초안으로 차고 넘치는군요.”
끄덕끄덕.
자부심을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던 비앙카는 페르세타가 꺼낸 한마디가 마음에 걸렸다.
‘초안?’
페르세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러곤 품에서 펜을 꺼내 비앙카의 보고서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계산은 정확하지만, 비효율적인 계산법들이 있습니다. 여기, 여기, 여기를 이렇게 고치면 계산도 간단해지고 오차도 줄어들겠죠?”
순식간에 종이 위를 스치고 날아가는 펜.
비앙카는 날아가는 문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동자를 최고 속력으로 굴렸다. 그리고 페르세타의 계산을 이해하기 위해 김이 나도록 머리를 쥐어짰다.
“그, 그러네요. 그 부분은 그렇게 고치는 게 좋겠어요.”
“그쵸? 그리고, 여기랑, 여기는 필요 없는 부분이에요. 여기를 삭제하고. 여기. 산소의 마나 구조를 이런 식으로 변형해서 압축한 다음에, 강한 충격으로 반응시키면……. 대략 이 정도의 마력 파동이 나오겠죠?”
페르세타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즉석에서 비앙카가 지난 3년 간 세운 계획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그의 옆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던 살리넬르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이미 혼자 몰입해 버린 상태였다.
“자! 이렇게 하면 자원 투입 대비 효율이 30%가 늘어나요. 거기에 이제 제어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선…….”
심지어 그는 비앙카의 보고서를 개선시키는 것을 넘어 재창조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새로운 이론들을 동원하여 비앙카의 계획에 마구 덧대기 시작한 것이다.
“어때요? 한결 낫죠?”
“그, 그러네요.”
비앙카는 꼬이려는 눈과 머리를 억지로 바로잡으며 페르세타의 진도를 억지로 따라잡았다.
하지만,
“자, 그런데 방금 좋은 생각이 들었어요. 기왕 이렇게 할 거라면, 여기서부터 여기는 다 삭제하고 이렇게. 마나의 압축과 반응만을 최대화시키면…….”
페르세타의 입가에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그의 두 눈이 몽롱하게 풀리며 저 머나먼 곳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중얼중얼중얼중얼…….”
비앙카를 친절히 이끌어 가던 설명이 점점 빨라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와다다다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말이 빨라졌다.
지금 이 순간, 페르세타는 자신의 삶에서도 몇 번 없었던 완전한 몰입에 빠져들었다.
그의 지혜와 지능이 완전히 만개하여 세상의 경계를 더듬는다.
“중얼중얼중얼……. 이렇고, 저렇게 되고, 이러니까……. 아! 이렇게! 이렇게 완성하면 되겠다! 그쵸? 비앙카! 이거 진짜 괜찮지 않아요?!”
페르세타가 환희로 가득찬 목소리를 내질렀다.
그는 지금 정말로 즐거웠다.
폐관을 마친 이후로 이만큼 즐거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동료가 훌륭한 결과를 들고 오니, 저절로 영감이 떠올랐다.
아, 이래서 동료가 필요하구나. 자극을 받으면 더 멀리 갈 수 있는 거구나.
그리고 비앙카는,
멍하니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하나도 모르겠어요. 선생님~”
“네?”
페르세타의 멍청한 표정.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살리넬르는 두 손으로 참담한 얼굴을 감싸 쥔다.
“어……. 어? 이거…… 몰라요?”
페르세타가 다시 물었다.
비앙카는 여전히 웃으며 답했다.
“네~”
인형에 박아 넣은 듯 생동감 없는 웃음이 비앙카의 얼굴 위에서 위화감을 흘리며 굴러다녔다.
그때 페르세타는 느꼈다.
‘아, 내가 비앙카님의 자존심을 무너뜨렸구나.’
그는 이제 예전의 페르세타가 아니었다.
그간 여러 경험을 통해 나름 세상과 사람을 배우고 느꼈다.
그는 이제, 사람들에게 성취감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실수했어……. 비앙카 님도 이걸 열심히 준비하셨을 텐데……. 내가 너무 무참하게……. 어쩌지?’
페르세타는 고민 끝에 어떻게든 답을 짜냈다.
‘그래. 추켜 세워 주자. 실제로 비앙카 님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몇 달을 연구했어도 이런 결과는 못 냈을 거 아니야.’
훌륭한 초안이 있는 상태와 없는 상태에서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는 정말로 다른 것.
페르세타는 순수하게 비앙카의 노력과 성과에 찬사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비앙카 님. 정말 고마워요. 고작 세 달 만에 이렇게 훌륭한 초안을 완성시켜 주다니……. 비앙카 님은 정말 천재예요! 덕분에 저도 이번에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건! 저 혼자 해낸 게 아니에요. 비앙카 님과 제가 함께 이룬 성취예요!”
그 말에, 옆에 있던 살리넬르가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입 속으로 중얼거린다.
“저, 저……. 멍청한 선생……. 후우. 내가 다 아프군.”
그리고 비앙카는.
“세 달……. 초안……. 하하…….”
그려 놓은 것처럼 뻣뻣하게 웃다가,
또로록-
결국 뺨으로 눈물 한 방울을 흘리고 말았다.
“어, 엇? 비앙카 님?”
정말로 당황한 페르세타.
그는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비앙카를 추켜 세웠다.
“지, 진짜예요! 여태 제가 본 비앙카 님의 보고서 중에 최고였어요! 저라 해도 이런 보고서를 쓰려면 한두 달은 꼬박 연구에 매달려야 했을걸요? 이런 걸 세 달 만에……. 진짜 엄청나게 성장하신……!”
하지만 그가 말을 하면 할수록 비앙카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은 점점 더 많아지기만 했다.
결국엔 비앙카의 입에서마저 울음이 터져 나왔다.
“흐에에엥…….”
창밖을 보던 살리넬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페르세타에게 다가와 그를 밀어냈다.
“선생님. 선생님은 좀 조용히 계세요.”
“예? 에?”
“후우……. 비앙카 님. 슬퍼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분노하십시오. 우리. 언젠가는 저 인간에게 꼭 한 방 먹여 줍시다.”
“흐에에에……. 살리넬르 님……. 히끅. 나 이거. 사실 3년 내내 준비……. 흐에에에엥……. 초안 같은 게 아니라. 완성본……. 흐에에에에…….”
“알아요. 알아. 압니다. 이 수모. 꼭 잊지 맙시다.”
어째서인지 함께 복수의 의지를 다지는 두 사람.
페르세타는 그걸 멍하니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뭐야……. 나 억울해…….’
아무리 검산을 해봐도, 왜 비앙카가 우는 결론이 나온 것인지…….
그걸 도무지 알 수 없는 페르세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