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05)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05화(105/171)
105화 발사
시간이 흐르며, 마력의 달에 대한 소문은 점점 괴상망측해져 갔다.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의 시민들이 마력의 달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되면서, 그 실체에 대한 소문이 점점 더 자세하게 세상에 퍼져 나간 탓이었다.
더해진 정보는 사람들의 불길한 상상을 자극했고, 그것은 곧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게 세계를 만드는 마법이래.”
“세계를 만들어서 우리 세계 주위를 돌게 한다던대?”
“문제는 세계를 잘못 날리면 인간계와 충돌을 일으켜서 대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야.”
“인간계에 대폭발?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 되긴 우리 다 죽는 거지.”
“미친! 그게 사실이야? 정신 나간 거 아냐? 왜 그런 위험한 마법을……!”
악마와 관련한 소문들은 이제 가라앉아 거의 접할 수 없게 되었지만, 대신 마법 그 자체에 대한 루머가 빠르게 번졌다.
여기에는 일반인들 뿐 아닌 진짜 마법사들까지 가세했다.
“진짜일세. 세계를 어떻게 만들었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정말 세계라면……. 세계 간의 공명 현상으로 인해 인간계 자체가 산산조각으로 분해될 가능성도 있지.”
“세계를 차원 밖으로 쏘아 보낸다? 그런 엄청난 힘이 존재한다면, 그 힘의 반동만으로도 인간계가 두 동강이 날 수도 있어!”
마법사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수준의 마법사인 것은 아니다.
애초에 페르세타의 포럼에 참여하지 않은 마법사. 포럼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그 성취가 떨어졌던 마법사.
그들은 잘못된 가정과 계산으로 안 그래도 불안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더 요동치게 했다.
페르세타 휘하의 마법사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 법한 어설픈 이야기였으나, 어쨌든 그들도 마법사는 마법사.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떠드는 말이 공포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당장 멈춰야 해! 왜 황제 폐하께서는 가만히 계시는 거지?”
“우리 왕께서라도 나서 주셔야 되는 거 아냐? 제국의 미친 짓을 끝내야지!”
“여러 국가가 힘을 합쳐서 압박을 넣어야 해!”
시골 영지의 작은 술집에서도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이 이야기를 떠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불만을 토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민중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는 아무 힘도 지니지 못하니까.
귀족들이, 왕이, 혹은 천사 성교회의 고위 신학자가 나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어야, 그때서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법이었으니까.
허나 사회 지도층들은 이미 페르세타의 소명에 납득했거나 그의 권위에 굴복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표면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는 불안을 품은 채,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 * *
한편, 마법사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제 곧 발사네.”
“그러니까. 잘 돼야 할 텐데.”
지난 1년 반 동안 마법사들은 그야말로 지극정성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온 힘을 기울여 ‘마력의 달’을 길러 냈다.
이제는 대광장의 절반을 채울 정도로 거대해진 마력의 달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풀리고 눈물이 흐를 만큼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발사 과정에서 아주 약간의 실수, 약간의 오차만 있어도 저 아름다운 세상이 산산조각으로 파괴되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마법사들은 신경이 곤두서서 밥도 제대로 뜨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요새 마도왕 전하는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나는 잠도 못 자겠던데. 점점 더 활기차 지시더라고.”
수군수군 불안해하던 마법사들의 시선이 대광장 한쪽에 서서 마력의 달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페르세타를 향했다.
그들의 말대로였다.
페르세타의 얼굴에서는 한 점의 불안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페르세타 선생님.”
그의 곁에 서 있던 비앙카가 핼쑥해진 얼굴로 그런 페르세타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안 불안하세요?”
“불안? 왜요?”
“……실패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미칠 거 같은데……. 선생님 계산이 완벽했다는 거야 제가 여러번 재검토를 하긴 했지만……. 아무리 계산이 완벽해도 실제 수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실패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니면 애초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변수가 있을 수도 있고요. 인공위성이라는 거 자체가 처음이니까.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말에 페르세타는 웃었다.
“실패하면 오히려 좋죠.”
“오히려 좋다고요?”
“제가 모르는 게 있다는 거잖아요?”
“아…….”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사실 모르는 게 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 만큼 짜릿한 일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마력의 달이 폭발하잖아요. 이 아름다운 세계가…….”
“그래도 그 희생이 헛되지 않죠. 하나의 세계가 부서져, 수많은 지식과 통찰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면……. 가슴 아프지만 그 역시 아름다운 일입니다.”
비앙카는 입을 다물었다.
‘이 사람은 평생 이럴 거야.’
요즘 페르세타는 예전에 비해 많이 변했고, 스스로도 사람 대하는 면에 있어서 더 노력을 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비앙카는 확신했다.
페르세타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저 지식에 대한 무서울 정도의 탐욕만큼은 절대로 변치 않을 거라고.
* * *
우우우웅-
마력의 달이 완성되던 날, 마침내 온전해진 하나의 세계는 웅장한 종소리와도 같은 것을 만방에 떨쳐울렸다.
어둑한 동굴 속, 깊은 물 속, 산꼭대기나 땅 밑에서도, 인간계 어디에서나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세계와 세계가 공명하며 일으키는 울림이 온 하늘과 땅을 뒤덮고 사람들의 마음에 파문을 남겼다.
모두가 느꼈다.
이제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실제로도 그랬다.
페르세타는 마력의 달이 완성된 오늘, 곧장 마력의 달을 쏘아 낼 계획이었으니까.
웅성웅성-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
그곳에서 5km 떨어진 초원 위에 구름떼 같은 인파가 모였다.
수백만에 달하는 리세아룬의 인구 모두가 한자리에 집결한 것만 같았다.
모두 바로 마력의 달의 발사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이었다.
“엄청나군. 나조차도 이런 광경은 본 적이 없거늘…….”
황제 역시 이 역사적인 이벤트를 구경하고자 행차를 했다.
그는 초원을 까마득하게 메운 자신의 백성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백성들을 단합시키고자 그간 내가 베풀었던 여러 축제와 연회가 다 부질없게 느껴지는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을 집 밖으로 끌어낼 수 있다니. 페르세타가 정말 대단하기는 해.”
곧 그의 시선은, 구름처럼 몰린 사람들의 한복판, 초원 위로 떠오른 채 맥동하고 있는 마력의 달로 향했다.
황제는 또다시 반사적으로 칼자루를 잡았다.
‘벨 수 있을까?’
처음 저것을 보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졌다.
그 뿐이랴, 그 안에서 부딪히고 흐르는 마력의 파장은…….
이젠 정말 하나의 세계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는 이번엔 나름 확신을 했다.
‘벨 수 있다.’
그 역시 이전의 경지에 멈춰 서 있지 않았으니까.
그의 오러 블레이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이었다. 고작 저런 작은 세계 정도는 단숨에 베어 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페르세타를 따라잡지는 못할지언정 뒤처지지 않게 따라붙고는 있다. 황제는 작은 자부심을 느꼈다.
황제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력의 달을 꿰뚫을 듯이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곧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10!”
현자 시에넬과 살리넬르가 동시에 숫자를 외치자, 페르세타가 마법을 점화하기 시작한다.
“9!”
하늘과 땅을 뒤덮으며 복잡한 마법진이 펼쳐지고 현란한 마력광이 눈을 어지럽힌다.
“8!”
우우우웅-
마력의 달이 울고, 이어서 인간계 전체가 따라 울기 시작한다.
“7!”
황제는 문득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를 수행하는 기사들, 그리고 초원에 늘어선 백성들은 긴장과 기대가 섞인 눈빛이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6!”
황제 홀로 어떤 어지러움을 느꼈다. 세계 자체가 비틀리는 듯한 감각.
세계가 도화지라면 사람과 사물들은 그 위에 그려진 그림.
도화지가 구겨진들 도화지 위에 그려진 그림이 그 사실을 눈치챌 방법이 없는 것처럼, 다른 이들은 휘어지고 비틀리는 세계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황제는 그걸 느꼈다. 그의 심령이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세계의 단면을 더듬는다.
“5, 4, 3, 2, 1!”
“발사!”
콰아아아아!
어마어마한 마력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가슴을 떠미는 물리력은 크지 않았으나, 영혼을 흔드는 마법적인 힘은 세계를 진동시킬 수준이었다.
기사들은 자리에서 비틀거렸으며, 구경하던 시민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보았다.
그들의 머리 위로 쏘아져 올라가는 연둣빛의 세계를.
그건 정말이지 기묘한 풍경이었다.
그것을 날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처럼, 마력의 달의 주변으로 세상이 일그러졌다.
하늘의 색이 변했다.
보랏빛으로, 연둣빛으로, 분홍빛으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그런 온갖 색깔로 마력의 달 주위가 물들었다.
마력의 달이 향하는 곳은 하늘 너머가 아닌, 인간계라는 차원의 너머.
차원 표면으로 서서히 상승하는 마력의 달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관측되었다.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밭을 갈던 농부가 색색깔로 변화하는 하늘과 그 한가운데에 환하게 빛나는 연둣빛 세계를 보았다.
산을 넘나들던 나무꾼도 나무 사이로 그것을 보았다.
강을 오가는 사공들과 망망대해를 떠도는 고기잡이 배도 모두 그 변화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현란한 빛의 궤적만을 남긴 채, 마침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사람들은 느꼈다.
이 세계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어……. 뭐야. 나 방금 선 채로 꿈을 꾼 거야?”
“너도? 나도……. 뭔 갑자기 내가 파도치는 바다 한복판에서 선원 노릇을 하는 꿈을 꿨네. 사실 바다는 본 적도 없는데…….”
“나는 백합이 가득 핀 들판에 누워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뭐지.”
어른들은 백일몽을 꾸었다.
“아저씨. 저거. 저거 안 보이세요? 천사예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천사잖아요? 저 노랫소리가 안 들리세요?”
청년들은 환상을 보았다.
“아버지! 아버지! 내일 숲에서 큰 불이 날 거예요! 대비해야 돼요!”
“엄마! 오늘 밤 늑대가 축사를 습격할 거야!”
“할머니. 헤헤. 오늘 저 용돈 주려고 하셨죠?”
아이들은 예언을 했다.
인간계 안에서 태어난 작은 세계가 인간계를 벗어나며 시공간이 비틀린 결과였다.
마나 태양의 강렬한 마력을 직접 받아 낸 마력의 달이, 인간계로 그 마력을 흩뿌리며 일어난 변화였다.
“엄마. 저 반짝이는 게 뭐야? 온 세상에 가득해…….”
그리고 그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아이가 마법사의 재능을 각성했다.
페르세타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마력의 달, 궤도 진입! 마력 반사율…… 정상 범위 내! 성공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와아아아아아!”
“성공이야!”
“성공이라고!”
“으아아아아아!”
모여 있던 마법사들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환호를 질렀다. 모자와 옷가지가 허공을 날아다니고, 마법사들은 서로의 머리를 누르고 끌어안았다. 그들은 침을 튀겨 가며 거센 함성을 뿜어냈다.
황제는 전율했다.
‘무슨…… 마력이…….’
궤도에 올라간 마력의 달.
이제 그의 검이 닿기는커녕 느끼지도 못할 만큼 멀어진 마력의 달이, 온 세계에 마력을 축복처럼 흩뿌리고 있었다.
짓눌릴 것만 같은, 압도적인 마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