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06)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06화(106/171)
106화 기적의 시대
“진짜다……. 진짜 있어.”
요즘 마법사들에게는 새로운 취미 활동이 생겼다.
바로, 심상의 도구를 이용해 인간계 바깥을 관측하는 것.
당연히 그들이 관측하는 대상은 정령계보다 훨씬 낮은 궤도에서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인공위성, 마력의 달이었다.
“정말……. 작은 세계 하나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어!”
“저걸 우리가 만들었다니…….”
벌써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그 존재를 볼 때마다 눈물짓는 마법사들이 많았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작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세계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 세계를 다른 세계처럼 저 차원의 우주 속에 띄워 놨는데.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고 깊은 감동이 밀려들어 오는 것이다.
“와……. 정말이지 이 압도적인 마력. 근데 이제 이걸로 뭘 하시려는 걸까?”
“그러게. 지금처럼 그냥 마력을 흩뿌리기만 하는 건 효율이 나쁘잖아.”
“애초에 마력을 흩뿌리지 않고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쏘아내는 기능이 있잖아? 그렇게 마력을 한데 모으고, 마력 수신기로 받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마력을 얻을 수 있겠지.”
“그러니까 그걸로 무얼 하시려나?”
마법사들은 시선을 서로 교환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무한한 마력이라는 것은, 무한한 재료와 같다.
이제 그걸 이용해 어떤 마법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이 마법사들에게 열린 것이다.
과연 페르세타가 자신들에게 어떤 기회를 줄지, 마법사들은 매일같이 가슴이 설렜다.
그리고 마침내 마법의 궁전에서 발표가 나왔다.
<마력의 달을 사용해 세상을 이롭게 하자. 새로운 프로젝트 신청을 받습니다. 무한한 마력을 이용해 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면, 자유롭게 신청해 주세요. 마법부에서 검토하여 타당성이 있다 생각되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끼얏호!”
“해 보자! 상상만 했던 모든 일이 가능할 거야!”
그 발표에 마법사들은 자리에서 펄쩍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 * *
사람들은 이 시기를 두고 ‘마법 혁명기’라고도 불렀고 ‘기적의 시대가 왔다.’라고도 했다.
500년 전 <알마게스트>는 마나 태양의 좌표를 정확히 기술함으로써, 마법사들의 마나 태양을 똑바로 겨냥하고 그 막대한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렇게 대(大) 마법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이번엔 그보다 더했다.
본디 마나 태양에서 오는 마력은 인간계의 차원 경계를 넘으며 산란하고 약화되기 마련.
막상 지상에 도착하는 마력은 본래 도달했던 마력에 비하면 한 줌 밖에 안 되는 적은 양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마력의 달이 있었다. 저 차원의 우주에서 직접 마나 태양의 마력을 받아들인 ‘마력의 달’은 그것을 변환시켜 인간계로 쏘아 보낸다.
변환된 마력은 인간계와 부딪혀도 거의 산란하지 않은 채, 90% 이상이 보존되어 지상에 도착한다.
그 막대한 힘은 무한대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굉장했던 것이다.
그러니,
그 막대한 힘으로 일으키는 변화는 ‘마법 혁명’이라는 말도 ‘기적의 시대’라는 별칭도, 전혀 과장이 아니게 만들었다.
“1명의 사람으로 100명이 할 일을 끝낼 수 있게 되었네.”
비앙카 애시는 눈앞의 거대한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수백 명의 마법사들과 함께 힘을 합친 프로젝트의 결과물.
옥상에 달린 마력 포집기로 ‘마력의 달’의 무한한 마력을 끌어들여 내부의 기계를 움직이는 시설이었다.
옷, 가구, 각종 도구, 자재, 등등등.
이 시설들에서는 막대한 물자들이 생산되어 쏟아져 나올 예정이었다.
라냐 비셰나 왕세녀는 비앙카와 나란히 서서 이 웅장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 ‘공장’이라는 건, 백성들에게 크나큰 도움이 될 거야.”
“온 세상이 풍족해지겠지.”
“근데 걱정이 있어.”
라냐는 조금 어두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생업을 잃을 수도 있잖아. 정말 좋기만 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
하지만 비앙카는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간 많이 친해진 탓에 그녀는 왕세녀인 라냐에게 말을 하면서도 말투에 스스럼이 없었다.
“라냐 왕세녀님. 당신은 너무 걱정이 많아. 아무 일 없을 거야.”
“어떻게 확신해?”
“사람의 욕심은 끌이 없으니까. 많은 물자가 공급이 되면, 사람들은 이제 더 특이하고 더 값진 물건들에 관심을 가질 거야. 그러면 그런 것들을 생산하는 일이 새로 생겨나겠지. 누군가는 생업을 잃겠지만, 금세 다시 일자리를 찾게 될 거야.”
“……그럴 듯 한 가설이네.”
“두고 봐. 그렇게 될 거니까.”
비앙카는 활짝 웃었고, 라냐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따라 웃었다.
이렇게, ‘마력의 달’을 이용하기 위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은 하나둘 그 성과를 거두어 나갔다.
마법 혁명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제. 이 세상에서 굶어죽는 사람은 없겠군.”
살리넬르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들판 가득 늘어선 천막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온실’들이었다.
마법 처리 되어 태양빛을 투과하도록 만들어진 특별한 천막들 안에는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여름이 오든, 겨울이 오든, 천막 내부의 온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태양빛이 부족할 때는 마법의 빛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이 온실이 존재하는 한, 1년에 4번의 수확도 가능했다.
거기다가 마법 비료로 인해 지력이 쇠할 일도 없었다.
원래라면 이렇게 마법을 떡칠한 농장을 만들 수 있을 리 없었지만, 무한한 마력과 그로 인해 탄생한 공장지대의 생산력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흐뭇해하는 살리넬르.
성녀, 샤라 엘리프가 그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말 보기 좋아요. 덕분에 약초 생산도 크게 늘어서 병원 설립에도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병원……. 그런 게 가능할 줄은 몰랐습니다. 과연 성녀님이라고 해야 하나. 많이 놀랐습니다.”
살리넬르의 칭찬에 샤라는 쑥스러운지 뺨을 긁었다.
쑥스러울 때 뺨을 긁는 버릇, 페르세타에게 배운 것이었다.
“아무래도, 치유 마법을 쓸 수 있는 신학자의 숫자는 적고, 아픈 사람은 많으니까요. 기적이 필요한 큰 병이나 부상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비슷비슷한 병들이잖아요. 감기나, 팔다리가 삐거나, 소화불량 같은 거요.”
“그렇지. 그런 것들로 죽는 사람도 의외로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든 병원이죠. 기적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의 지식과 지혜, 그리고 도구들과 약을 이용해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 이걸 집대성하고 발전시키면 훨씬 많은 사람을 살리고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을 거예요.”
살리넬르가 만든 온실에서 나오는 약초들. 라냐와 비앙카가 만든 공장에서 나오는 각종 도구들. 그리고 샤라가 개발한 각종 검진용 마법들. 이것들이 합쳐져서 벌써 꽤 큰 성과를 내고 있었다.
리세아룬의 사람들은 건강해졌고, 마법사들과 샤라를 향한 칭송이 끊이질 않았다.
샤라는 조금 벅차오르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부터 진정으로 위대한 시대가 열릴 거예요.”
“틀림없이 그렇게 되겠지.”
살리넬르의 얼굴에도 자부심이 깃들었다.
자신들의 손으로 하나의 시대를 만들어 간다는 그 느낌.
그건 정말 그 어떤 쾌락과도 견줄 수 없는 기쁨과 자긍심을 주는 것이었다.
* * *
한편 현자 시에넬과 이그나치오 교장은 마법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기존의 제국 아카데미와의 차이점이라면, 평민 출신들을 대거 받는 아카데미라는 것.
제국은 언제나 능력 있는 자를 신분과 관계없이 중용해 왔지만, 그 숫자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기사는 물론, 마법사도 그랬다.
가령 마법사의 가장 중요한 기초 소양은 마력을 다루는 감각과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마나의 양이었다.
그런데 귀족들은 어려서부터 마나석과 각종 마법 재료들을 이용해 그런 능력을 기르는 훈련을 받을 수 있었고, 반면에 평민들은 그런 것 전혀 없이 자신의 타고난 재능에만 의존해야 했다.
당연히 그런 귀족들과 경쟁하여 두각을 드러낼 만한 평민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었던 것.
능력만 되면 신분과 관계없이 지원을 해 주고 중용을 한다고 하지만, 교육의 기회가 달랐기에, 평면들로서는 그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기가 지극히도 어려웠다.
하지만 현자 시에넬과 이그나치오 교장이 만든 새로운 아카데미는 전혀 달랐다.
마력의 달을 통해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수급할 수 있게 되자, 아예 대규모로 마력을 느끼고 다룰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해 버린 것이다.
이게 있는 한, 가난한 평민들도 얼마든지 아카데미에 입학해 귀족들과 경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한 세대 이상 반복된다면, 귀족과 평민의 권력 구도도 바뀌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황제가 권위를 보장하고, 스스로도 그 엄청난 힘을 떨쳐 보이는 마도왕 페르세타에게 대놓고 반발을 할 수 있는 사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제국에서부터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제국의 중소 도시에 가도 마력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다른 나라에도 하나둘 공장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마력의 달이 떠오른 지 단 1년.
온 세상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마력의 달이 만들어질 당시에만 해도 페르세타를 욕하고 마법사들을 경계했던 사람들은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모두가 마법사와 페르세타를 칭송했고, 매일매일 발전하는 세계에 큰 기대를 품었다.
곳곳에서 출산율이 급등했으며, 어린아이들 10명 중 6명은 장래 희망으로 마법사를 꼽았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다음 시대가 ‘기사의 시대’가 될 거라는 말 따위는 꺼내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이미 세상은 마법사의 시대였으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마침내 제국의 황제 칼리슈트 세이린도 받아들였다.
* * *
“마법을 배우시겠다고요?”
페르세타는 황제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갑자기 찾아와서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마법을 배우겠다니.
‘그’ 황제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 발언이었다.
황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현실을 깨달은 것이지. 이런 식으로는 안 돼. 마법사들은 하늘을 너머 차원 저편을 들여다보는데, 우리 기사들은 여전히 땅 위에서 땀만 흘리고 있을 뿐이지. 마법을 가르쳐 주게, 마도왕 페르세타. 그 마법에서 기사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어.”
페르세타는 황제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황제도 그런 페르세타를 마주 보았다.
페르세타는 물었다.
“폐하께서는 오러 하나만 바라보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기프트조차 익히지 않으셨으니까요.”
“내가 기프트를 익히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힘이 아니기 때문이었네. 하지만 마법은 인간만이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의 힘이 아닌가? 더구나 마법과 오러가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도 없지. 자네는 마법으로 내 오러를 흩어 버리기도 했고 심지어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 않았나?”
“그건……. 그렇죠.”
페르세타는 웃었다.
사실 그는 지금 상황이 기꺼웠다.
오러라는 것은 마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마나를 사용하는 힘.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다른가?
페르세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법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마법적인 방식으로 오러를 만들어 내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효율의 문제가 있을 뿐. 결국 마법과 오러는 마나라는 하나의 힘을 다루는 조금 다른 기술일 뿐이었다.
그런데 오러에 있어서 인류 역사에 짝을 찾기 힘든 황제가 마법을 익힌다면? 그래서 오러를 다루는 방식을 개선한다면?
페르세타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이 탄생할 기회일지도 몰랐다.
“좋습니다. 마법을 가르쳐 드리지요.”
“정말인가?”
“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이지?”
“최근 현자님과 이그나치오 교장님이 마법 아카데미를 만든 걸 아실 겁니다. 평민들과 귀족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아카데미지요.”
“그렇지.”
“폐하께서도 그런 기사 아카데미를 만들어 주십시오.”
“……자네는 평민들의 힘을 강화시키고 귀족들을 약화시키고 싶은 겐가?”
“네? 아뇨. 뭐 그런 거라기보다는, 이 세상에 지식이 더 널리 퍼져서 더 큰 발전이 더 빨리 일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페르세타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조건 없이 모든 마법을 폐하께 가르쳐 드릴 테니, 폐하도 조건 없이 모든 오러 기술을 세상 모두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황제는 그 말에 고심했다.
왜냐면 그의 오러 기술은 제국이 세계를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근간 중 하나였으니까.
그 속마음을 꿰뚫어 본 페르세타가 물었다.
“아직도 세계 정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신 겁니까?”
황제는 결국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자네 말대로 하겠네. 세계 정복이라……. 나는 자격이 없지. 아직 인간 중 가장 위대해지지 못했으니.”
“참. 저는 폐하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나 역시 자네가 그렇네.”
황제와 페르세타는 마주 보며 너털 웃음을 터뜨리곤 손을 마주 잡았다.
페르세타는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사람들은 이미 기적의 시대가 왔다고 말하지만…….
페르세타에게 있어선 모든 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더 널리 마법을 알리고, 황제의 오러도 마법적으로 연구한 뒤 모든 신비 세계를 연결할 것이며, 준비가 된 이후엔 마침내 <레라티비테트>를 발표할 거니까.
이제부턴 페르세타에게도 의미 있는 변화와 발견들이 이어질 터였다.
그러니까,
기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