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08)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08화(108/171)
108화 연구 대상 환요계
“하아아아……. 이게 무슨 개소리야.”
살리넬르는 죽을 것만 같았다.
“명계랑 인간계가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른다고? 그럼 다른 신비 세계들도 그렇다는 건가?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맛있게 샌드위치를 먹다가 갑자기 떨어진 페르세타의 질문.
호기롭게 더 연구해 보겠다고 말하고 연구실로 달려왔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다.
아니. 진전은커녕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하……. 젠장 마음 같아서는 당장 명계로 달려가 보고 싶군. 진짜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건지 확인해보고 싶어…….”
페르세타가 그리 말했으니 정말 그럴 거다. 여태 페르세타가 틀린 말을 한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잘 모르겠다.
페르세타가 정말 맞는 걸까?
시간이 서로 다르게 간다고? 그게 말이 돼?
아니. 말이 될 순 있지. 다른 세계니까.
근데 그게 그냥 다른 세계라서 다르게 흐르는 게 아니라 뭔가 이유가 있다고? 그걸 규명할 수 있다고?
그게 마법으로 가능한 일이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페르세타는 정말 이것의 답을 아는 걸까?
구라치는 거 아니야?
괜히 나 괴롭히려고…….
별별 생각이 다 머릿속을 지나갈 때였다.
“살리넬르 님. 고민이 많으신가 봐요. 벌써 일주일째 연구실 밖으로 나오지도 않으셨다면서요?”
갑자기 꿈에서도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익후! 깜짝이야……. 페르세타 님? 아니 왜 노크도 안 하시고…….”
“노크 했어요. 여러번. 배고프실 거 같아서 샌드위치 좀 가져왔습니다.”
언제 들어왔는지 페르세타가 도시락 바구니를 살리넬르 앞에 내려놓았다.
꼬르륵.
그러고 보니 배가 고팠다. 지난 1주일 간 먹은 것이라고는 물과 빵 몇 조각 밖에 없었다.
살리넬르는 페르세타를 흘기며 샌드위치를 꺼내 먹었다.
치즈의 고소함과 과일들의 새콤 달콤함, 그리고 햄의 감칠맛이 어우러진 부드럽고 촉촉한 샌드위치.
백작가의 안주인인 로오루아 부인의 솜씨가 틀림없었다.
“후……. 맛있네요.”
1주일 전, 페르세타의 말 한마디에 식사도 마치지 못하고 연구실에 틀어박혀야 했던 살리넬르는 마음 속의 앙금이 조금 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뱃속이 든든해지자 마음도 단단해지는 느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
배가 차자 용기가 샘솟은 탓일까?
살리넬르는 지난 1주일간 자신이 고민한 걸 과감하게 페르세타에게 털어놓기로 했다.
혼이 나도 어쩔 수 없다.
마법사는 자신이 믿는 대로 말해야 하는 법이 아닌가?
“페르세타 님.”
“예. 말씀하시죠.”
“신비 세계는 인간계와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그걸 마법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셨죠.”
“네. 대충 그런 뜻이었죠.”
“제가 좀 생각해 봤는데……. 그건 말이 안 됩니다.”
“호오?”
페르세타가 눈을 빛냈다. 살리넬르는 그의 감정을 단숨에 알아볼 수 있었다.
즐거움.
감히 내 말에 토를 달아? 하는 불쾌함이 아니다.
오히려 ‘나랑 생각이 다르다고? 무슨 이유에서 그렇게 말했을까? 두근두근.’ 이런 식의 설렘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살리넬르는 어쩐지 저런 반응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르세타의 눈에 띄고 그 마음을 흡족하게 하면 할수록 자꾸만 더 어려운 과제가 쏟아지곤 했으니까. 거기에 끌려들다 보면 밥도 못 먹겠지. 자꾸 살만 빠지겠지. 두통을 달고 살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마다 현기증에 시달리겠지. 머리도 듬성듬성 빠지게 될 거야…….
하지만,
하지만…….
살리넬르는 맹렬한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끝내 질문을 참아내지 못했다.
너무나 궁금했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서 부딪혀 보고 싶었으니까.
설령 깨지더라도.
설령 앞으로 괴로움이 가득하더라도.
이건 참을 수 없는 마법사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살리넬르가 양 손을 들어 두 개의 마나 덩어리를 허공에 띄웠다.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서로 다르게 시간이 흐르는 두 세계가 있다는 말 아닙니까?”
“그렇죠.”
“그럼 인간계와 명계에서 똑같은 마나 덩어리를 던졌을 때, 두 마나 덩어리가 움직이는 속도가 서로 다르다는 말이 아닙니까?”
“인간계에서 관찰하면 그렇겠지요.”
“그러니까요! 그러면 이건 모순 아닙니까? 선생님. 전에 우리는 대칭성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법칙이라는 것은 여기에서나 저기에서나 동일해야 한다고요.
그렇다면, 똑같은 힘으로 던진 마나 덩어리는 어디에 있든 똑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우리가 찾은 법칙이니까요.
그런데 그 속도가 서로 다르다면……. 이건 적용되는 법칙이 서로 다르다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국 명계는 망자들의 세계라서 인간계와 다르다라고 말한 제 설명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살리넬르는 열변을 토했다.
페르세타의 입가에 미소는 짙어졌다.
그 모습에 살리넬르는 더욱더 안달이 났다.
“아니! 선생님! 웃지만 마시고 뭐라고 말 좀!”
결국 폭발하고 만 살리넬르.
하지만 페르세타의 입가의 미소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깜짝 선물을 준비한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반짝 빛내기까지 했다.
“살리넬르 님.”
“예. 말 좀 해 보십쇼. 제 말에 틀린 게 없지 않습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뭘요?”
“조만간 신비 세계를 인간계와 연결하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음. 그래. 환요계부터 연결해 보려고요.”
“……예?”
“애초에 마력의 달을 띄운 이유도 그것 때문이거든요.”
“저, 정말……. 세계를 연결하신다고요?”
“네. 그럼 직접 관찰이 가능할 겁니다. 제 말이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마음껏 연구해 보세요. <프린키피아> 그 다음의 세계가 그 관측 결과 속에서 열리게 될 테니까요.”
살리넬르는 넋이 나갔다.
진짜 있었구나. <프린키피아> 다음의 경지가.
있을 거라 짐작하긴 했다.
하지만 짐작은 머리의 영역.
가슴에 와닿진 않았다. <프린키피아>는 그만큼 완벽했으니까. 그 이상의 지식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살리넬르는 떨리는 입술로 간신히 질문을 던졌다.
“<프린키피아>의 다음……. 그 다음은 뭡니까?”
“저는 그걸 <레라티비테트>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아무튼 조만간이니 기다리시죠. 제가 살리넬르 님 앞에 환요계를 가져다 놓을 테니, 마음껏 연구해 보십시오.”
살리넬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이 빌어먹을 페르세타 님 같으니라고……!
미워 죽겠는데,
또 미워할 수가 없다.
살리넬르는 참을 수 없는 열망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그, 빨리.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예. 예.”
페르세타는 그리 말하며 살리넬르 몫으로 가져온 샌드위치를 하나 꺼내 앙 베어 물었다.
어머니의 샌드위치는 언제나 진리였으니까.
* * *
황제의 연무실.
우물우물.
간편하게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고 있던 황제는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웬일이오? 페르세타. 제도에 머무르면서도 생전 한 번도 찾아오지 않더니.”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중요한 일이라는 그 말에 황제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남은 샌드위치를 한 입에 털어넣으며 말했다.
“그대가 중요하다는 말을 다 하다니. 나 좀 무서워지려고 하는군. 꼭 그런 말을 나 밥 먹을 때 쳐들어와서 해야 하나? 정식 절차도 밟지 않고, 황궁의 마법 방호도 다 무시하고 대뜸 공간이동을 해서?”
“죄송합니다. 폐하께서도 좋아할 소식이라고 생각해서 좀 서둘렀습니다.”
“후…….”
페르세타 때문에 자신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황제는 한숨을 흘렸다.
화는 나지만 뭐 어쩔 건가?
상대는 그 망할 마도왕 페르세타인데.
결국 황제는 항의하기를 포기하고 물었다.
“뭔데 그러시오?”
“전에 세계를 연결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걸 실행하려고요. 제도 리세아룬에 환요계와 연결되는 영구적인 통로를 열 것입니다.”
“흠……!”
황제는 침음을 삼켰다.
페르세타의 말이 맞았다. 이건 그 역시 좋아할 만한 소식이었다.
“이곳, 리세아룬에 통로를 여는 것인가…….”
“네. 원래는 베리테 백작령에 열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폐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내 도움이? 나는 마법에 대해선 문외한이오.”
“마법이 아니라, 외교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환요계와 직통 통로를 여는 것 아닙니까.”
“아하…….”
“사실 제가 바라는 건 많지 않습니다. 환요계와 인간계의 교류를 통해 제가 좀더 쉽게 필요한 마법 재료들을 구하는 게 한 가지이고, 마법사들이 환요계를 오가며 자유롭게 연구를 하는 것 이 두 가지면 그만이거든요.
하지만 세계와 세계가 연결되는 만큼 온갖 부작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폐하께서 그걸 조절해 주시고, 또 제국에 이로운 교류가 되도록 교통정리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확실히. 흥미롭군.”
황제는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환요계의 지배자들을 만나러 가는 건가?”
“예.”
“좋군. 금방 준비해서 오겠다.”
“네. 그럼 저는 임시로 통로를 열어 두겠습니다.”
황제는 정말 금방 준비를 마쳤다.
마법사를 불러 씻은 후 인간계 제일의 지배자 다운 위엄이 흘러넘치는 옷을 갈아입고, 검집에 꽂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검을 허리춤에 매달았다.
“가지.”
“예. 이번 마법은 직접 환요계로 이동하는 마법입니다. 그곳에서 죽거나 다치면 실제로도 죽거나 다치는 것이 되니 그 점 유의해 주세요.”
“……그대는 정말 숨 쉬듯이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해 대는군. 하기야. 세계와 세계를 연결한다는 마법사에게 그 정도야 쉬운 일이겠지. 아무튼 걱정하지 말게. 걱정해야 할 것은 내가 아닌 환요계의 지배자들일 테니.”
페르세타는 황제의 자신감이 기꺼웠다.
황제는 오만한 존재였지만, 백성들을 위하는 그의 마음은 진실한 것이었다.
가장 위대한 자신이 위대하지 못한 백성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 자였으니까.
때로 전쟁으로 백성들을 쥐어짜거나 소모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외부의 폭력으로부터는 제 백성을 확실히 지키는 존재.
페르세타가 환요계와의 연결을 리세아룬에 열기로 결심한 이유는 8할이 황제 때문이었다.
그가 있는 이상, 페르세타가 환요계의 요괴들이 인간 세상에 일으킬 혼란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미 그곳에 가서 협상을 하고 있던 상태이기 때문에 황제 폐하만 오시면 됩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린가?”
“말 그대롭니다. 제 본신은 지금 환요계고 여기 황제 폐하 앞에 있는 건 제 그림자, 환영,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니…….”
황제가 황당해하며 페르세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환영이라기엔 너무나 진짜 같았기에 만져서 확인해 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페르세타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자, 그럼 폐하를 부르겠습니다.”
우우우우웅-!
황제는 손을 채 다 뻗지도 못한 채 강렬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오러의 극에 이른 그가 어지러움을 느낄 만큼, 하나의 세계를 넘어가는 과정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가 치미는 욕지기를 참아내며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환요계의 한복판이었다.
목조로 지어진 건물. 드높은 천장은 수많은 대들보와 서까래로 얽혀져 있고, 활짝 열린 창문 밖으로는 등불을 밝힌 거대한 도시가 보였다.
검은 기와를 얹은 건물들이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받아 빛나며 불타오르는 듯 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눈 앞에는 8개의 꼬리를 가진 여인과 거대한 상자를 등에 맨 거인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황제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고 페르세타를 바라보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대는 환요계와 인간계의 거래, 그리고 마법사의 안전만 보장되면 불만이 없다는 거지?”
등에 상자를 짊어진 노인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묻자, 페르세타는 담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씀드린 것처럼요. 그밖의 자세한 건 옆에 황제 폐하와 상의해 보시죠.”
그러나 여인과 노인은 여전히 황제 쪽에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저 자기들끼리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며 흐흐 웃을 뿐이었다.
“좋구나. 인간의 간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맘껏 포식할 수 있겠어.”
8개의 꼬리를 가진 여인이 말하자, 상자를 짊어진 노인 역시 자신의 욕심을 입에 얹었다.
“그러니까 말야. 인간들을 벗겨먹어서 이 상자에 집어넣을 생각을 하면 군침이 돈단 말이지……. 흐흐.”
그들은 그리 말하면서 페르세타의 눈치를 살폈다.
요괴들의 욕망은 기본적으로 인간과는 괴를 달리하는 것.
인간을 잡아먹는 것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페르세타만이 유일한 방해자였다.
그만 없다면, 인간계와 환요계를 연결하는 순간, 인간계는 환요계 요괴들의 놀이터가 될 터였으니까.
하지만 페르세타는 곤란하게 웃으며 옆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그런 문제는 여기 황제 폐하와 이야기를…….”
“흐흐. 황제고 뭐고 간에 페르세타 네가 끼어들지만 않으면 우리는…….”
등에 상자를 짊어진 노인이 이를 드러내고 잔혹하게 웃을 때였다.
“짐승 누린내가 지독한 놈들이구나. 냄새만 지독한 줄 알았더니, 생각도 지독한 놈들이었어.”
황제가 냉소하며 노인의 말을 끊었다.
“……뭐? 누린내? 지금 우리한테 한 말이냐?”
“호오? 황제라 했느냐? 그 혀를 뽑아 주랴?”
노인과 여인이 일제히 황제를 노려보았다. 그들의 동공이 세로로 길쭉하게 갈라진다.
하지만 황제는 여유롭게 웃으며 오러를 끌어올렸다.
“해 볼 테면 해 보거라. 왜 짐승이 짐승이고, 인간이 인간인지, 내가 가르쳐 줄 터이니.”
우우우웅-!
그의 검이 오러와 공명하며 울기 시작한다.
페르세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황제를 끼워 넣은 건 좋은 선택이었다.
페르세타와 환요계가 아닌, 인간계와 환요계 사이의 첫 번째 정상회담.
황제라면 잔혹하고 간교한 환요계의 지배자들을 상대로도 그 막중한 임무를 기대 이상으로 수행해 낼 게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