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1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10화(110/171)
110화 주문을 외우세요
불야성에서 백귀 회의가 열렸다.
황제는 그 사실이 매우 불쾌했다.
“이번 일의 책임자는 구미호와 망태가 아니었나? 갑자기 웬 회의를 연다는 거지? 저들이 날 능멸하는 게 아닌가!”
페르세타는 난처하게 웃으며 부글부글 끓는 황제를 달래야 했다.
“아닙니다. 폐하. 요괴들의 정치제도가 인간들과는 많이 달라서 그런 것 뿐입니다.”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이오? 괜히 시간이나 끌려는 수작이지!”
“하하. 아닙니다. 구미호는 대대로 불야성의 성주이긴 했지만, 그건 그가 매번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일 뿐입니다.”
“선거?”
“예. 이른바 백귀주의라는 것이지요. 모든 권력은 요괴들로부터 나온다. 저들은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직접 선출해서 뽑습니다.”
페르세타의 말에 황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더 열등한 존재가 더 위대한 존재의 신분을 결정한다고? 그 무슨 어처구니없는……. 과연 냄새나는 짐승들이나 가질 법한 제도로군.”
“에? 저는 꽤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하는데요?”
“뭣……?!”
황제가 페르세타를 째려봤다.
방금 그가 한 말은 평범한 제국의 백성이 입에 올렸다면 그 즉시 목이 달아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불온한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네? 왜요?”
방긋 웃으며 고개를 갸웃하는 페르세타를 본 황제는 천천히 시선을 피했다.
“흠……. 마도왕과 나는 생각이 다른 점이 많은 것 같소.”
황제는 다만 속으로 혀를 찼다.
‘젠장……. 아직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군.’
이번 요괴들과의 싸움으로 작은 깨달음을 얻고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었던 황제였다.
하지만 여전히 페르세타와 눈을 마주치면 끝없는 심연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은 아득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아무튼 조금만 참으시죠.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끙…….”
황제, 칼리슈트는 탐탁치 않다는 듯 침음성을 내며 요괴들의 회의 장면을 구경했다.
페르세타의 말대로였다.
황제의 인내심이 다 닳아 없어지기 전에 요괴들은 결과를 냈다.
“표결 결과. 117 대 61. 불야성주, 구미호를 재신임한다. 그녀는 비록 상대를 알아보지 못하고 싸움을 걸어 불야성을 위기에 처하게 했으나……. 이는 모든 요괴가 동일하게 저지른 잘못으로 그녀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인간들의 황제 칼리슈트 세이린이 요구한 배상금도 그대로 승인한다.”
땅땅땅!
의장을 맡은 나이 지긋한 거북이 요괴가 법봉으로 단상을 두드리자, 불야성주 구미호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여차하며 1,000년 넘게 유지하고 있었던 불야성주 직을 박탈 당할 뻔 했으니까.
구미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불야성을 대표하는 성주로서 황제의 앞에 가서 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배상금은 말씀하신 대로 지불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불야성에 설치될 통로를 이용하는 모든 요괴에게 세금을 걷어 폐하께 조공하겠사오니, 부디 노여움을 푸시지요.”
“흥. 그걸 안 받아들이면 달리 방법이라도 있었더냐?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요구를 두고 회의니 뭐니 시간만 쓰고……. 정말이지 하등하기 그지없구나.”
구미호는 눈동자를 데룩데룩 굴렸다.
황제의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특히 요괴들이 자랑하는 백귀주의를 멸시하는 태도가 분명했다.
구미호는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다.
‘한 사람이 제 멋대로 힘을 휘둘러서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인간들의 방식이야말로 야만적인 것이 아니오?!’
이런 말이 턱 끝까지 치밀었으나 구미호는 간신히 삼키고 헤헤 웃었다.
황제는 그런 구미호를 보며 핀잔을 던졌다.
“사람을 잡아먹을 생각이나 하는 하등한 짐승들에게 뭘 바라겠냐마는…….”
구미호는 솔직히 울컥하고 말았다.
‘아니! 인간도 닭이나 돼지, 소를 잡아먹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며 얼른 화제를 넘겼다.
이렇게 상대가 툭툭 시비를 걸 때는 일일이 상대해선 안 된다는 걸, 그녀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지혜로 알고 있었다.
구미호는 손바닥을 비비며 말했다.
“그런데 폐하.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지?”
“폐하께서 명하신 대로 우리 불야성은 인간계로 넘어간 요괴가 사람을 해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모든 인간이 같지 않듯이, 요괴 중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는 흉악한 놈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놈들이 우리 몰래 인간계로 넘어가서 사고를 치는 것까지는 저희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황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 요괴가 넘어와서 손해를 끼친다면 너희가 배상을 하면 되겠구나.”
구미호가 화들짝 놀랐다.
그러자 옆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서 있던 망태가 수염을 쓸며 끼어들었다.
“저기, 폐하. 그건 어렵습니다.”
“왜지?”
“환요계는 넓고 별별 잡놈의 요괴들이 다 있습니다. 아무리 저랑 구미호라 해도 그들 모두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 환요계에서 저와 구미호의 위상이 황제 폐하 만큼 대단치 않음을 양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은근슬쩍 자신을 낮추고 황제를 높이는 망태의 화술.
황제는 그 말이 상당히 그럴 듯하다고 느꼈다.
하긴. 저 부족한 짐승무리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
망태는 고개를 조아리며 더욱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약 그런 온갖 해괴한 요괴들이 넘어가서 입히는 피해까지 저희가 배상해야 한다면 저희는 이번 사업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페르세타에게 말해서 통로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맞을 것입니다. 과연…… 그걸 감당할 곳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말입니다.”
“흠…….”
황제는 고민에 잠겼다.
생각 외로 골치 아픈 문제였다.
환요계에서 넘어온 요괴가 악행을 저질렀을 때, 그걸 제지하고 막아 낼 무력은 충분했다.
하지만 요괴는 기기괴괴한 요술을 부리는 존재들. 악행만 저지른 후 유유히 도망을 칠 가능성이 컸다.
설령 붙잡더라도 그건 이미 많은 피해가 발생한 뒤의 일이 아닐 것 아닌가?
황제의 고심이 깊어질 때, 페르세타가 슬쩍 끼어들었다.
“폐하. 그건 저에게 맡겨 주시지요.”
“마도왕에게?”
“예. 위시 마법을 잘 사용하면, 드나드는 모든 요괴를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을 겁니다.”
페르세타는 어렵지 않다는 투로 말했고, 구미호와 망태는 움찔 놀랐다.
“마법으로 그런 것도 가능하다고? 통로를 넘나드는 요괴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허어……. 그새 마법이 더 늘었나? 페르세타?”
페르세타는 담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협상은 여기서 마무리하면 될까요? 어서 통로를 설치하고 싶어서요.”
페르세타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지금 그는 얼른 통로를 연결하고 마법사들을 이곳 환요계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상식을 벗어나고 이상한 법칙을 따라 움직이는지, 어서 그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황제와 구미호와 망태는 그런 페르세타를 보고 움찔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저렇게 들뜬 페르세타는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걸.
* * *
마력의 달이 떠오르며 생겨난 소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제도 리세아룬은 또다시 시끌시끌해지고 있었다.
마도왕 페르세타가 리세아룬의 대광장에 ‘통로’라는 것을 건설한다고 하며, 전 세계에서 물자를 끌어오기 시작했던 탓이었다.
날마다 값비싼 마법 재료를 실은 수레들이 대광장으로 몰려들었고, 수많은 인간 기술자들과 일꾼들이 매달려 매일같이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들어 댔다.
장장 세 달에 걸친 공사.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치 형태의 거대한 문이었다.
평범한 사람도 오싹함을 느낄 정도로, 그 문에서는 막대한 마력이 넘쳐 흘렀다.
그리고 도시 곳곳에 포고문이 붙었다.
“뭐라고? 저 문을 통해서 환요계가 연결된다고?”
황성을 지을 때보다도 훨씬 값진 재료들이 끝도 없이 들어간 거대한 문.
그것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리세아룬 백성들의 반응은 정확히 반반으로 갈렸다.
“이건 엄청난 기회야!”
“환요계와 거래를 트게 되면, 우리는 모두 다 떼부자가 될 거라고!”
“재산 다 처분해! 빨리! 요괴들이 좋아하는 게 뭐가 있지? 싹 다 사들여!”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성을 쌓을 수도 있을 만큼 대단한 거부가 될 기회가 찾아온다고.
그들은 그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느꼈다.
막일꾼으로 하루 벌어 하루 살던 노동자들조차 빚을 끌어모아서라도 요괴에게 팔아치울 물건을 쟁여 놓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엔, 이 상황을 극도로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요괴들은 사람을 잡아먹는다며?”
“간을 빼 먹는다는데?”
“어떡해! 우리 집이 바로 그 통로 근처인데!”
주로 리세아룬 대광장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랬다.
돈도 돈이지만 일단은 살아야 그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제국 측에서도 이런 불안을 알고 있었기에, 만약 적대적인 요괴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메뉴얼도 같이 공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사람들의 얼굴은 어리둥절해졌다.
“이게 주문이야……? 이걸 외우라고? 정말 이런 걸로 되나……?”
그리고 마침내 인간계와 환요계가 연결되던 날.
사람들은 의문스러웠던 주문의 실효성을 확인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 키르르르. 맛있겠다. 맛있겠어.
리세아룬에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인 제이슨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던 밤길에서 무서운 존재를 만났다.
사람보다 두 배는 더 큰 뱀이 또아리를 틀고 골목길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뚝뚝 흘러내린 침에 돌로 포장된 골목길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다.
“미, 미친 요괴……!”
제이슨의 짓눌린 비명은 핵심을 찌르는 것이었다.
요괴들 중에서도 강하기로 유명한 구미호와 망태가 법으로 금지한 인간 살생을 저지르려는 요괴가 아닌가?
심지어 그 강력한 황제와 페르세타가 보호하는 리세아룬에서.
미쳐도 보통 미친 요괴가 아니었다.
하지만 미쳐 버린 뱀 요괴는 그런 것따위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이 여기서 인간 두엇 정도 꿀꺽 삼키고 돌아간다고 한들 누가 그 사실을 알까?
뱀요괴는 침을 질질 흘리며 제이슨에게 접근했다.
죽음을 직감한 제이슨은 문득 게시판에서 보았던 글을 떠올랐다.
나쁜 요괴를 만나면 어떻게 하라고 했더라……?
그래. 주문을 외우라고 했다.
주문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이상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그것.
제이슨은 벌벌 떨며 목 졸려 가는 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페르세타 님. 페르세타 님. 여기에요. 여기 요괴가 있어요……!”
제이슨은 그렇게 주문을 외우면서도 자기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이딴 게 무슨 주문이란 말인가! 애들도 이런 주문은 외우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데, 이젠 수치스러움까지 더해져서 어쩔 줄 모르겠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우우웅-
돌연 허공에 글씨가 떠올랐다.
[위반 사항 확인. 인간계와 환요계 사이의 맺어진 언약에 따라, 위반자를 소환한다.]– 키릭?
“어어?”
뱀 요괴도, 제이슨도 알지 못했지만, 그것은 위시 마법의 정수 그 자체였다.
통로를 따라 들어온 모든 요괴들에 등록 번호를 부여하고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며, 리세아룬 내에서 페르세타의 이름을 부르는 주문이 울려 퍼질 시 즉시 위반 사항을 파악해 소환 마법을 펼치는……. 그야말로 모든 요괴를 자동으로 감시하는 시스템.
파아아앗!
눈부신 빛과 함께 침을 질질 흘리던 뱀 요괴가 사라졌다.
제이슨은 깜짝 놀라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이 안전해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페르세타 님!”
그건,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천사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올려 보는 기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