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12)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12화(112/171)
112화 말이 된다면요?
페르세타와 마법사들은 인간계와 환요계를 잇는 ‘통로’ 가까운 곳에 연구실을 열었다.
불야성의 성주인 구미호가 준비해 준 5층 높이의 목탑과도 같은 건물은 무척 아늑했고, 요술이 깃들어 쾌적했다.
마법사들은 연구실과 연구실에 딸린 마당을 제외하고는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다들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온갖 장비들을 가지고 저마다 실험을 시작했다.
환요계.
인간계와는 다른 세계.
이곳이 어떤지 알아볼 생각에 모두가 두근두근했다.
– 인간들은 대체 저기서 뭘 하는 거야?
– 그러게. 왜 온 거지……?
– 그래도 안 나와서 다행이야. 난 저번에 페르세타와 눈이 마주쳤다고. 얼마나 무섭던지…….
요괴들은 처음에는 마법사들이 머무는 연구실 쪽을 주시하며 잔뜩 경계했으나, 1주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자 슬금슬금 다시 통로를 오가며 생업에 종사했다.
불야성은 다시 평온을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연구실 속 마법사들은 점점 뜨거워져만 갔다.
그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각종 측정이었다.
“정말이야. 세계는 비록 다르지만 모든 마법적 관측은 똑같아.”
“그러니까. 환요계의 마나 인력이 더 무거워서 마나가 느리게 움직이는 걸 제외하면, 모든 게 인간계에 있을 때와 같다.”
“당연하지. 상대성 원리라는 거잖아. 마법은 인간계에서만 통하는 법칙인 게 아니야. 이 무한한 차원의 우주, 대천세계 전체에 동일하게 작용하는 ‘진리’라고!”
상대성 원리.
페르세타가 <프린키피아>에서 주창한 원리였다.
그 내용은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심오했다.
가령, 자동 마차를 타고 달리고 있는 사람이 공을 떨어뜨린다면 어떻게 보일까?
정답은 지상에서 멈춘 채로 공을 떨어뜨릴 때와 마찬가지로 ‘똑바로 떨어진다.’이다.
모든 물체와 마나는 자신의 운동을 지속하려는 관성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각 관성계에서 관찰되는 모든 마법적인 현상은 그 관성계의 상대적 운동에 무관하게 동일하게 관측된다.
그게 바로 상대성의 원리였다.
이 별것 아닌 원리가 있기 때문에, 인간계가 마나 태양을 중심으로 끝없이 공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마치 정지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마법사들은 지금 그걸 직접 측정을 통해 재확인하고 있었다.
환요계는 인간계와는 다른 속도로 공전하고 또 자전하는 세계였지만, 마나 덩어리들은 인간계에서 예측한 것과 동일하게 움직였다.
“상대성의 원리가 실로 강력하구나…….”
그렇게 마법사들이 자신들이 배운 지식이 진리였음을 재확인하고 희희낙락하던 그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달라! 다르다고!”
인간계에 다녀온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은 인간계에 두고 왔던 5개의 가장 정밀한 시계를 들고 돌아온 차였다.
“뭐가 다르다는 거야?”
“시계가 다르게 움직였다고!”
화를 내듯 소리치는 마법사는 손을 휘둘러서 탁자 위에 올려둔 10개의 시계를 가리켰다.
5개는 1주일 전 환요계에 올 때 가지고 온 시계. 또다른 5개는 1주일 전 인간계에 두고 온 시계.
마법사들은 금세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시간이…… 3분 차이가 나?”
인간계에서 온 시계가 3분 더 빠른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계가 고장 난 거 아냐?”
“5개가 동시에 똑같이 고장이 난다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건 가장 정밀하고 튼튼하게 만든 마법 시계라고. 애초에 고장 난다는 게 말이 안 돼…….”
마법사들은 상상도 못 했던 황망한 결과 앞에 할 말을 잃었다.
현자 시에넬은 시계 하나를 두 손으로 붙들고 눈앞에 가져다 대며 침음을 흘렸다.
“이래서 스승님께서 시계를 준비하신 건가…….”
살리넬르는 그 옆에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진짜였어. 정말이었어…….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 이건 대체 어떤 마법 현상인 거지……?”
그때 한 마법사가 말했다.
“그러니까 환요계의 시계가 3분씩 느리게 흐른 거잖아요? 그러면……. 환요계에 존재하는 어떤 알 수 없는 마법 현상이 시계를 느리게 하는 게 아닐까요? 이 현상을 ‘시계의 악마’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그 마법사의 제안에 몇몇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살리넬르는 벌컥 화를 냈다.
“미쳤나? 자네가 그러고도 마법사야? 자네가 마법사라면 그 ‘마법 현상’이 대체 뭔지를 밝혀야 할 것 아닌가? ‘시계의 악마’니 하는 되도 않는 소리나 할 것 같으면 마법사 때려치우고 작명가나 하라고!”
“으읍……. 그. 죄송합니다…….”
사실 살리넬르도 페르세타에게 처음 이 현상을 들었을 때는, ‘그냥 세계가 달라서 법칙도 다른 게 아닐까요?’라는 대답을 했었지만…… 그래서인지 그는 더욱더 길길이 화를 냈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마법사들은 이 이상한 현상을 두고 토론을 시작했다.
“뭐지? 왜 시간이 다르게 흐르지?”
“……모르겠어.”
“애초에 알 방법이 있나? 만약 환요계의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것이라고 한들, 우리가 이 세계 안에서 그걸 알아낼 방법은 없잖아?”
“그, 그렇지. 인간계와 비교를 해서 겨우 알아낸 것이니까. 인간계의 시계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마법적 현상이 동일하게 관측됐다고.”
“맞아. 세계의 시간 전체가 느리게 흐르는 거라면, 그 내부에서 그걸 알아낼 방법 같은 건 없어.”
“역시……. 그냥 세계가 달라서 그런 거 아냐? 이 세계는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간다는데,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데? 이건 그냥 법칙 같은 거라고.”
하지만 토론을 한다고 해서 뭐가 나오는 것은 없었다.
도리어 마법사들의 생각은 또다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법칙에 의해서 그냥 이렇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안일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살리넬르는 또다시 화를 내려 했지만, 이번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사실 그도 비슷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아무 실마리도 없는 상태에서 화를 내 봐야 그냥 꼬장 부리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그때, 위층에 있던 페르세타가 소란을 듣고 내려왔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10개의 시계를 보곤 금세 상황을 눈치챘다.
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드디어 여기까지 오셨군요!”
마법사들이 우르르 페르세타를 돌아보았다.
페르세타는 시계 앞에 서며 마법사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여러분들의 생각이 틀린 것만은 아닙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는지도 몰라요. 가령, 마나 인력만 해도 그렇죠. 마나와 마나는 서로를 잡아당긴다.
우리는 그 사실을 파악하고 그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해 낼 수는 있지만, 그래서 왜 마나가 마나를 잡아당기는 것인지 그게 설명되지는 않죠. 그냥 세상의 법칙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뿐이에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이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길 바랍니다.”
페르세타가 공중에 빛으로 이루어진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마치 천사가 인간에게 내려 주었다는 규약처럼 느껴져서 마법사 몇몇은 움찔거리며 자세를 조금 낮추기까지 했다.
“첫째, 이상한 현상이 있다면 그 이상한 현상을 수식으로 기술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이상한 현상들을 늘려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하나의 원리로 통합하여 간소화해야 합니다. 이 우주엔 인간이 끝내 알아내지 못할 심오한 비밀이 있을지도 모르나, 우리는 그 심오한 비밀의 숫자를 최소한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말. 이해하시겠습니까?”
“예…….”
마법사들은 페르세타가 말하고자 하는 논지를 기민하게 파악했다.
모르는 것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최소한으로 할 것. 무엇보다도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을 것.
하지만 그건 그거고……. 당장 환요계의 시간이 인간계의 시간보다 느리다는 초유의 상황 앞에서는 그저 머릿속이 새하얘지기만 했다.
페르세타는 혼란스러워하는 마법사들의 얼굴을 돌아보곤 힌트를 하나 주기로 했다.
“혹시 여러분 중에 마력의 속력을 구해보신 분이 있나요? 마나의 속력 말고 마력의 속력이요. 마나 태양에서 날아오는 아직 엉겨 붙지 않은 파동 형태의 마력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만든 심상의 도구 정도면…… 그 정도는 가능할 텐데요?”
페르세타의 질문에 마법사들이 수군거릴 때, 몇몇 마법사들이 손을 들었다.
“측정 오차가 심하긴 하지만. 구해 본 적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건 현자 시에넬이었다.
그 뒤로 살리넬르와 애캘슨 등이 손을 들었다.
“호오. 속력이 어땠죠?”
“초당 30만 km입니다.”
“정확히 구하셨는데요? 왜 오차가 심하다는 거죠?”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오차가 있다는 건 확실한 게……. 인간계가 마나 태양에 접근할 때나, 멀어질 때나, 언제나 초당 30만km로 관측이 되더군요. 오차가 크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 말에 살리넬르도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제 관측 결과, 마나 태양도 자전을 하고 있는데…… 인간계와 가까워지는 쪽에서나 멀어지는 쪽에서나 마력의 속도는 언제나 초속 30만km였습니다. 오차가 아니라면 이걸 설명할 수는 없죠. 그래서 아란드리아에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마력의 속도를 구해본 적 있다는 마법사들은 모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세타의 입가에 웃음이 짙어졌다.
흡족했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마법사들의 성취는 무척이나 빨랐다.
폐관을 깨고 나온 지 이제 5년을 좀 넘겼을 뿐인데 벌써 <프린키피아>를 넘어 <레라티비테트>에 도전 중이지 않던가?
페르세타는 여기까지 10년이 걸렸으니 오히려 2배는 빠른 속도였다.
심지어 각 마법의 응용법도 연구하고 백과전서까지 만들었으니, 오히려 페르세타보다 더 방대한 지식을 더 빨리 구축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았다.
방법을 몰랐을 뿐, 그들 역시 한 명 한 명이 뛰어난 수재들이었다는 방증일 터이다.
그러니,
마력의 속력에 관한 연구가 부실한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간 연구해야 할 것이 많았으니, 이 정도는 충분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었다.
그래서 페르세타는 힌트를 조금 더 확실히 주기로 했다.
“만약 그 관측에서 오차가 별로 크지 않았다면요?”
그 말에 현자 시에넬이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건……. 말이 안 됩니다.”
“뭐가 말이 안 되죠?”
“초속 100m로 공을 던지고, 제가 그 공을 초속 10m로 따라가면 제 눈에는 그 공이 초속 90m로 보여야 합니다. 제가 반대로 뛴다면 초속 110m로 보이겠지요. 그런데 지금 스승님의 말씀은……. 두 경우에 모두 똑같이 초속 100m의 속력으로 보인다는 말씀 아닙니까?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게 말이 된다면요?”
시에넬의 입이 헤- 벌어졌다.
살리넬르도, 애캘슨도, 마력의 속력을 구해봤다는 모든 마법사가 그랬다.
페르세타는 진지하게 정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예, 예?”
“이 우주를 여러분의 작은 머리와 상식으로 재단하지 마세요. 미리 답을 내리지 말고, 보이는 그대로 관측하고 믿고 설명해 보세요. 아마 굉장한 걸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페르세타의 입가에 다시 웃음이 번졌다.
그가 알아낸 모든 지식 중에서도 가장 짜릿했던 그것을……. 이제 다른 사람들도 알 때가 되었으니까.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말이 되도록, 가설을 세워 보세요.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페르세타는 다시 최상층의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갔다.
남겨진 마법사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무거운 고민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스승님께서는 마력의 속력이 불변이라고 말씀하신 건가…….”
깊은 침묵 속에, 현자 시에넬이 앓는 듯한 목소리가 나직하게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