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1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13화(113/171)
113화 흥미로운 가설
사실 20대 초반의 페르세타 역시 똑같은 곳에서 막혀 한참을 헤맸었다.
마력의 속도가 불변, 그러니까 고정이라는 사실은 그만큼이나 이상한 것이었다.
<프린키피아>에서 정리한 상대성 원리는 관성 때문에 가능했다.
달리는 수레 위에서 화살을 쏘아 내면 멈춰 있을 때 쏘는 것보다 빠르다.
달리는 수레의 속력과 화살의 속력이 합쳐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궁수가 빠르게 멀어지는 수레를 맞추려고 한다고 해 보자.
수레에 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날아오는 화살이 훨씬 느리게 느껴질 것이다.
화살의 속력에서 달리는 수레의 속력을 뺀 만큼, 화살이 느리게 보이는 까닭이다.
이게 이른바 ‘상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페르세타가 20대 초반에 마력의 속도를 측정했을 때, 그의 세계를 지탱하던 이 확고한 상식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비유하자면, 마나 태양은 마력이라는 화살을 인간계를 향해 쏘고 있다.
그럼 인간계가 마나 태양 쪽으로 다가가고 있을 때, 그러니까 자전 방향이나 공전 방향이 마나 태양 쪽을 향하고 있을 때는 마력의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반대로 멀어지고 있을 때는 느려져야 한다.
하지만 측정 결과는 기대와 전혀 달랐다.
어떤 경우에도 두 속력에서 차이를 구할 수 없다가 정답이었던 것이다.
즉 달리는 수레에서 마력의 파동을 쏘아 내면, 그 파동의 속력은 수레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도, 그냥 우뚝 서 있는 사람에게도 모두 똑같이 보인다.
이게 말이 되는가?
20대 초반의 페르세타는 바로 이 부분에서 혼란에 빠졌고 동시에 희열을 느꼈다.
<프린키피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바로 이 이상한 현상에 존재함을 느꼈던 것이었다.
그랬기에 페르세타는 지금 즐거웠다.
자신을 가장 짜릿하게 만들었던 난제.
그것을 마주한 마법사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이것을 극복해 낼지 너무나 궁금해서 엉덩이가 들썩거릴 정도였다.
페르세타는 최상층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에 앉은 채, 마법을 동원해 1층에 모인 마법사들의 토론에 귀를 기울였다.
원래.
어려운 수수께끼를 던지고 나면, 상대방이 고민하고 헤매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 포인트였으니까.
페르세타의 입가에도 씰룩씰룩 미소가 걸렸다.
* * *
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마력의 속도를 다시 정확하게 측정해 보는 것이었다.
페르세타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일단 검증부터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가지를 방식으로 측정을 해도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마력파의 속도는 어떤 조건에서도 동일했다.
결국 마법사들은 인정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살리넬르가 무거운 목소리로 선언했다.
“정말로……. 마력파의 속도는 고정되어 있군.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 않아. 우리는 이 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네.”
그러자,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나라를 잃기라도 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러면…… 모든 게 무너집니다. 상대성의 원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수레 위에서 화살을 쐈는데, 그 화살의 속도가 수레의 속도만큼 더 빨라지지 않는다면……. 그럼 법칙이 관성계마다 서로 다르게 적용되는 게 아닙니까?”
그 말에 한때 반란군 수괴였던 애캘슨은 묘하게 열기가 가득한 얼굴로 반박했다.
“아뇨. 상대성의 원리는 전혀 무너지지 않습니다. 마력파의 속력은 멈춰 있을 때나 수레를 타고 달릴 때나 똑같으니까요. 이상할 뿐이지…… 상대성의 원리 자체는 지켜집니다.”
그러자 비앙카 애시가 뾰족하게 소리쳤다.
“아니. 그게 어떻게 지켜지는 건데요! 마력파의 속력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면, 화살의 상대 속도도 바뀌는 거잖아요! 법칙이 무너지는 겁니다!”
그녀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애캘슨이 클클 웃었다.
“하하. 과연 그런지는 이제부터 알아보면 될 일 아닙니까? 혹시 귀하신 왕족 나리와 귀족 나리들깨서는 상식이 무너지는 게 두려우신 겁니까? 저 같은 반란군 출신은 오히려 이편이 더 신나고 즐거운데.”
그의 도발에 라냐와 비앙카가 동시에 반응했다.
“뭐요?”
“당신 지금 그걸 자랑이라고……!”
하지만 애캘슨은 능글맞게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아무튼 결과가 이리 나온 것을 어떡합니까. 페르세타 선생님 말씀대로 받아들여야지. 받아들여야 새로운 지식의 지평이 열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법칙을 무너뜨리는 관측 결과를 어떻게 그냥 받아들인다는……!”
“법칙은 무슨 법칙. 부족한 우리가 멋대로 세운 상식이고 잘못된 진리였을 뿐이지. 이제부터는 마력의 속력이 불변이다. 이게 새로운 법칙이요. 받아들이기 싫으면 계속 마력파의 속력을 다시 측정하고 또 다시 측정하시던가.”
비단 애캘슨과 라냐, 비앙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관측 결과 앞에서 마법사들은 분열했다.
누구는 더 정밀한 측정을 외쳤고, 또 누구는 이걸 받아들인 채 새로운 설명 방식을 찾아보자고 했다.
그리고 다들 제각각의 방식으로 측정과 설명을 만들어 나갔다.
옳다고 확인해 줄 기준이 없었기에, 마법사들은 입만 열면 서로 싸우기 바빴다.
그 결과,
페르세타는 5층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에 앉아 수많은 손님을 맞이해야만 했다.
“선생님! 모순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은 애캘슨이 위풍당당하게 페르세타의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핵심은 달리는 수레 위의 사람이나 땅에 멈춰 서 있는 사람이나 모두 마력파의 속도를 똑같이 측정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게 마력파가 아니라 화살이라면 말이 되질 않지요.”
“그렇죠. 화살이라면 멈춰 선 사람의 눈에 훨씬 빨라 보일 테니까요.”
페르세타가 은근한 기대를 드러내며 몸을 앞으로 굽혔다.
그리고 애캘슨은 뿌듯한 얼굴로 외쳤다.
“저는 그래서 보이는 그대로 접근하려고 했습니다. 마력파에는 사실 정해진 속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
“마력파는 정해진 속도가 없고, 관측자에 따라서 누가 관측하든 동일한 결과가 나오도록 스스로의 속도를 매순간 조절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게 아니라면 이건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애캘슨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흥분해서 외쳤다.
“즉, 마법이라는 가장 위대한 섭리 자체가 어찌 보면 ‘평등’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멈춰 선 자에게는 더 천천히, 달리는 자에게는 더 빠르게 자신의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자신 앞에서 만인이 평등함을 드러낸 것이지요!”
애캘슨의 희열 가득한 얼굴 앞에서, 페르세타는 무표정하게 정색을 하곤 말했다.
“문제 인식 자체는 잘하셨는데, 해법은 0점.”
“예?”
“0점이라고요.”
“왜, 왜죠? 이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근거는요? 마력파가 대상에 따라서 자신의 속력을 바꾼다는 것을 증명할 실험이라도 있나요?”
“그, 그런 것은 없습니다. 측정도 불가하고요. 우리 능력으로는 아무리 동시에 측정을 하려고 한다고 해도, 약간의 오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력파는 그 잠깐의 순간에도 자신의 상태를 바꾸기 때문에…….”
“나가.”
애캘슨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페르세타의 연구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연구실에 들어온 건, 라냐 왕세녀와 비앙카였다.
“선생님! 괜찮은 가설을 가져왔습니다.”
페르세타는 이번에는 조금 더 흥미를 보였다.
“어떤 가설이지요?”
“수없이 측정해 본 결과, 마력파의 속력은 불변이 맞았습니다. 운동 상태와 무관하게 언제나 같은 속력으로 관찰됩니다.”
“네. 거기까지는 애캘슨 님도 똑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라냐와 비앙카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 사람과 저희는 다릅니다. 애캘슨 그자는 ‘평등’이라는 사상에 취해 실제 현실을 제 입맛대로 해석하려고 했거든요.”
“확실히 그런 면이 있었지요.”
“예. 마력파에게 사실은 정해진 속도가 없고 관측 대상자에 따라 자신의 속력을 제한한다니……. 저는 애캘슨이 신학자로 전직한 줄 알았습니다.”
마음에 와닿는 신랄한 비판에, 페르세타의 마음속에는 약간의 기대감이 서렸다.
이들은 확실히 다른 것을 가지고 온 거겠지?
그리고 마침내 라냐가 말했다.
“저희 생각은 다릅니다. 마력파 자체의 속력은 고정된 것이 맞습니다. 1초에 30만km로 말이죠.”
“오…….”
“다만, 그걸 측정하는 우리의 기준이 달라졌던 겁니다!”
“오오……!”
페르세타는 거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뻔했다.
지금 라냐 왕세녀가 한 말이야말로 <레라티비테트>의 핵심을 꿰뚫는 것이었으니까.
라냐와 비앙카는 페르세타의 이런 반응에 더더욱 신이 났다.
자신들이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증거였으니까.
비앙카는 참지 못하고 라냐의 말을 가로채 선언하듯 외쳤다.
“즉! 마력파 자체가 우리의 인지에 어떤 작용을 한 거예요! 마력파는 우리의 인지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빠르게 해서, 마력파가 언제나 동일한 속력으로 관측되도록 만든 것이지요! 저희는 이것을 마력파의 ‘인지 간섭 마법’으로 명명했습니다! 이걸 잘 연구하면 정신 계열 마법에 엄청난 성취가 예상됩니……!”
“50점. 나가…….”
화륵 타올랐던 페르세타의 반응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의 실망한 눈빛이 라냐와 비앙카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아, 예…….”
“그래도 50점이면……. 애캘슨보다는 선방…….”
“나가.”
그 후로도 여러 마법사가 찾아왔으나, 하나같이 헛다리만 잡고 있었다.
페르세타는 나름 그 과정을 즐겼지만, 나중에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왜 이걸 모르지……?’
원래 어려운 문제라는 건 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이미 힌트가 주어지지 않았던가?
바로 인간계와 환요계의 시간 차이!
시간!
그래, 바뀐 기준은 시간이다! 무슨 인간의 인지 속도 이런 게 아니라, 관성계에 따라 시간의 축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애초에 속력이라는 게 무엇인가? 단위 시간 당 얼마나 먼 공간을 이동했는가로 표현되지 않는가?
즉 움직이고 있는 수레와 멈춰 선 사람 사이에 흐르는 시간의 속력이 서로 다르다면, 마력파의 속도가 동일하게 관측된다는 사실이 말끔하게 설명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왜 모르지……?’
페르세타가 안타까워서 책상을 주먹으로 두들기고 있을 때였다.
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살리넬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위풍당당하게 들어왔던 이전의 마법사들과 다르게 조심스럽게, 그러나 형형한 눈빛으로 페르세타 앞에 와서 섰다.
“선생님. 솔직히 저는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여러 마법사들의 접근 방법을 보고 익히며, 뭔가 감이 잡힐듯 말듯하긴 한데……. 아직은 정리가 안 되더군요.”
그에 페르세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왜 찾아오신 거죠?”
그러자 살리넬르가 묘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제가 비록 답을 온전히 찾지는 못했지만, 흥미로운 가설을 하나 세워서 선생님께 보고하고 싶어졌습니다.”
페르세타가 눈을 반짝이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여태 답을 찾았다면서 헛다리만 짚는 소리들을 듣다보니, 오히려 살리넬르의 조심스러움에 믿음이 간 탓이었다.
“말씀하시죠.”
“예. 우선 제가 주목한 것은 ‘상대성의 원리’입니다. 라냐 왕세녀는 마력파의 속력이 불변하다면 상대성의 원리가 무너진다고 했지만, 애캘슨은 그에 반대했지요. 오히려 상대성의 원리가 철저히 지켜질 수도 있다고요. 어떤 관성계에서든 마력파의 속력이 동일하게 관측되니까요.”
“호오? 그래서요?”
“저는 애캘슨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달리 말하면…… 마력파의 속력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일종의 법칙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상대성의 원리는 관성계의 상대적 운동과 무관하게 모든 마법적 법칙이 동일하다는 의미니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마력파의 속력을 법칙으로 둔다면…… 다른 기준들을 손봐야 한다고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라냐 왕세녀와 비앙카 아가씨의 이론을 좀 참고했습니다. 물론 저는 ‘인간의 인지’를 기준으로 두지 않습니다. 그건 법칙이 아니니까요.”
페르세타는 서서히 몸이 끓는 기분을 느꼈다.
“그, 그래서요?”
“결론적으로…… 시간 또는 공간을 손보면 모순을 해결할 수 있더군요. 가령, 마력파를 90%의 속도로 따라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면, 그 관성계의 시간이 우리보다 10배 느려진다고 쳤을 때 모순이 사라집니다. 멈춰 선 우리 눈에나 빨라진 그의 눈에나 마력파의 속력은 동일하게 관측되겠지요.”
벌떡!
페르세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답!
완벽한 정답이었으니까.
하지만 살리넬르는 만족한 얼굴이 아니었다.
“헌데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제가 시간을 떠올린 건 인간계와 환요계의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 때문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가설을 떠올린 뒤, 인간계와 환요계의 속도 차이를 통해 그 시차를 구해 보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인간계와 환요계의 상대 속도 차이 정도로는 1주일에 3분이나 차이가 나는 속도를 설명할 수가 없어요…….”
페르세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래서, 아직 답을 못 찾았다고 하신 겁니까?”
“예…….”
살리넬르가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페르세타는 그런 살리넬르의 허리를 번쩍 잡아서 들어올렸다.
“으악! 뭐, 뭐하는 짓입니까!”
진심으로 정색하는 살리넬르.
하지만 페르세타는 지금 너무 기뻐서 그의 마음을 헤아릴 겨를이 없었다.
“으하하하! 믿고 있었습니다. 살리넬르 님! 믿고 있었어요! 날 뛰어넘을 마법사가 있다면 그건 살리넬르 님뿐입니다!”
덩실덩실 춤을 추는 페르세타에게 안긴 살리넬르는, 멈칫, 발버둥을 멈추고 말았다.
“크, 크흠.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페르세타에게 이 정도로 인정을 받아 본 적이 있던가?
페르세타에게 안겼다는 불쾌함마저 잊은 채, 살리넬르 역시 붕- 뜨는 기분을 느꼈다.
※작가의 말
최초 광속이 불변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이게 갈릴레이와 뉴턴의 상대성 원리에 위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통해, 그 원리가 오히려 더 고차원적인 방식으로 철저히 지켜진다는 게 발견되었죠.
즉, 뉴턴과 갈릴레이의 성취가 있었기에,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도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쌓아 올린 과학의 발전사를 좋아합니다.
물론 페르세타는 그걸 혼자 다 해냈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