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1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14화(114/171)
114화 산책
페르세타에게 보고를 마친 살리넬르가 동료 마법사들에게 자신의 발견을 알렸을 때,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시간 지연 효과라니! 터무니없는 소리입니다!”
“시간이 누구에게는 빠르게 흐르고 누구에게는 느리게 흐른다뇨. 대단한 요술을 펼친 것도 아니고, 단지 빠르게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게 된다니요. 그럼 우리 모두가 다 서로 다른 시간 속을 살아가고 있다는 말입니까?!”
“이게 대체 애캘슨의 가설이나 라냐-비앙카의 가설과 무슨 차이란 말입니까? 법칙을 제멋대로 왜곡해서 현상에 끼워 맞추는 짓입니다!
역시나 가장 두드러진 것은 격렬한 반대였다.
자신이 알던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이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은 의외로 분노였으니까.
그들은 앞서 애캘슨의 가설이나, 라냐-비앙카의 가설과 마찬가지로 살리넬르의 가설도 얼토당토않은 것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살리넬르를 옹호하고 그의 가설에 찬탄을 보내는 사람의 숫자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건…… 혁명입니다. 라냐-비앙카의 가설이나 애캘슨의 가설과 달라요. 이것은 이론상 검증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논리적으로 완벽합니다!”
“맞습니다! <프린키피아>에서 제기된 상대성의 원리를 유지하면서 마력파 속도가 불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을 손보는 수밖에 없어요!”
“아무 근거 없이 뜬금없이 튀어나온 마력파 속력이 계속 변한다는 주장이나, 마력파가 우리의 인지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과는 격부터가 다릅니다! 이건 철저하게 우리가 쌓아 올린 연구성과 위에서 자연스럽게 파생하는 결론입니다!”
마법사들은 아옹다옹 싸우고, 그럴 때마다 이미 페르세타에게 혼쭐이 난 애캘슨, 라냐, 비앙카 등의 이론이 계속 호출되었다.
덕분에 그 당사자들은 논쟁에 끼지도 못하고 얼굴만 시뻘겋게 물들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현자 시에넬이 제자 알 아드네와 진 리아느를 거느리고 그들의 옆에 와서 섰다.
“기 죽을 것 없네. 머리가 굳어서 아무 의견도 내지 못한 이 늙은이 보다는 자네들이 훨씬 나아.”
“현자님…….”
애캘슨과 비앙카, 라냐는 어딘지 감동한 눈으로 시에넬을 바라보았다.
시에넬이 문득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뭐, 그리고 살리넬르가 자네들보다 뛰어난 거야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 아닌가? 이제 와서 자존심 상해할 필요 없다네.”
“윽…….”
셋은 정곡을 찔린 듯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잠시간의 침묵 후, 애캘슨이 앓는 듯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분합니다. 사실 마력파의 속력이 불변이라면 상대성의 원리가 오히려 철저히 지켜진다고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저는 거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살리넬르 님은 제가 지나가듯 했던 그 말을 파고들어서 저런 발상의 전환을 이뤄 냈죠. ……제 완패입니다.”
그러자 라냐 왕세녀와 비앙카도 칭얼칭얼 잘못을 고백하는 어린애처럼 입을 열었다.
“저희도 그렇습니다. 저희는 그저 마력파를 측정하는 우리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생각에서……. 더 엄밀한 접근을 하지 못했습니다.”
“성급했죠. 너무나 성급했어요. 결국은 우리가 아는 사실에서 기인한 결과를 낸 게 아니라, 전혀 새로운 가설을 끌어들여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했으니까요…….”
현자 시에넬은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제자, 알 아드네와 진 리안느가 고개를 갸웃했다.
성격이 대범한 알 아드네가 나서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지금 다들 살리넬르 님의 가설이 옳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저도 그게 굉장히 그럴 듯하고 흥미로운 가설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증명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날카로운 지적에 시에넬이 흡족하게 웃으며 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냐. 네 녀석 말이 맞다. 아직 가설일 뿐이지. 페르세타 님도 별다른 말씀이 없으시고 말이지.”
“제 말이요. 뭐……. 묘하게 자신감에 차 있는 살리넬르 님의 태도를 보면 나쁜 말을 듣진 않으셨던 것 같은데……. 아무튼 아직은 모르는 거잖아요.”
그 말에 애캘슨이 다소 퉁명하게 말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의 일관성을 따져 볼 때, 살리넬르 님의 발견이 훨씬 합리적이고 아름다우니……. 우리 입장에서는 열패감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
그러자 알 아드네가 눈살을 팍! 찌푸렸다.
“저기 근데 아저씨. 왜 반말? 나랑 친해요? 반란군 출신이라 못 배워서 그런가?”
“호오……? 어린 놈이? 반란 수괴 애캘슨 이야기도 못 듣고 자랐나? 겁이 없구나?”
최근에는 그 위상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어쨌든 알 아드네는 현자의 제자.
생전 그 어떤 마법사 앞에서도 고개를 쉽게 숙여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애캘슨 역시 반란군의 수괴로 대륙 모두가 두려워하는 황제를 들이받으려고 설치던 반골이었다.
그런 둘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따악!
현자 시에넬이 알의 정수리를 지팡이 끝으로 내려치기 전까지는.
“악! 아악! 스승님! 아악!”
머리를 감싸 쥐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알 아드네에게 시에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작작 좀 하거라.”
그리고 애캘슨을 바라보며,
“애캘슨. 자네도 적당히 하게. 정 맘에 안 들면 나중에 따로 마법 결투를 하든가. 미리 말하지만 내 제자. 실력이 나쁘지 않다네.”
“아……. 예. 주의하겠습니다.”
페르세타가 위에서 굽어보고 살리넬르가 밑에서 치고 오르고, 현자가 예전같지 않다고는 해도 여전히 현자는 현자였다.
페르세타를 제외하면 그 학식의 깊이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마법사의 최정점.
그녀는 여전히 모두에게 존중받고 존경받는 위치였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궁금해했다.
“저기, 근데 현자님. 현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살리넬르 님의 가설이 정말 맞을까요?”
지금 비앙카가 질문한 것처럼.
과연 현자는 이 난제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이에 현자는 희미한 미소를 띄고 답했다.
“그걸 이제부터 알아보려고 하네.”
“예? 어떻게요? 살리넬르 님의 가설이 이론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비앙카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그걸 검증하기 위한 마법의 난이도가 터무니없이 높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단시간 내에는 불가능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실험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살리넬르는 신비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보였다.
“이곳은 환요계 아닌가.”
“그렇죠.”
“마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온갖 기묘한 요술들이 존재하는 곳이지.”
“어……? 설마?”
“그래. 요술의 효과 중에 살리넬르의 가설을 증명해 보일 만한 요술이 있을 걸세. 벌써 몇 개 떠오르는 게 있어. 어떤가? 지금부터 나와 함께 찾아보지 않겠나?”
그 말에 애캘슨, 비앙카, 라냐 왕세녀는 물론이고 현자의 두 제자 역시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궁금해 죽겠는 무언가를 당장 입증해 볼 방법이 있다는데……. 마법사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당장 가겠습니다.”
라냐 왕세녀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현자의 옆에 붙었다. 그 뒤를 따라 모두가 가까이 다가왔다.
시에넬은 한 번 흐뭇하게 웃고 연구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환요계로 넘어온 지 두 달만의 외출이었다.
* * *
“와! 스승님! 저기 좀 보세요!”
연구실을 빠져나와 환요계의 거리를 걸으며, 가장 신이 난 것은 시에넬의 제자 진 리안느였다.
그녀는 까만 단발머리를 팔랑팔랑 흔들며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시에넬은 그런 제자가 귀여워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요 녀석아. 이미 연구실로 옮겨올 때 다 보지 않았더냐. 왜 새삼스럽게 그러느냐.”
“그때는 환요계에 왔다는 긴장감 때문에 주변을 제대로 돌아볼 겨를도 없던걸요? 자세히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와! 저 건물 좀 봐요! 엄청 신기해요!”
진 리안느가 길가의 건물을 가리키자, 모두가 그쪽을 바라보았다.
사실 다들 체면 때문에 아닌 척 하고 있을 뿐이지, 심정 자체는 진 리안느와 비슷했다.
“정말 신기하네요……. 1층보다 거기에 얹혀 있는 2층이 3배는 넓어요. 어떻게 저런 형상으로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걸까요? 환요계 답게 특수한 재료를 써서 가능한 걸까요?”
비앙카가 입술을 헤- 벌리고 중얼거렸다.
시에넬은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환요계에는 인간계에 보기 드문 튼튼한 나무가 있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건물을 저렇게 짓진 않아. 비효율적이잖나?”
“그럼요?”
“요술이지.”
“요술…….”
“요괴들이 사용하는 요술은 세상을 속이고 헛것을 만드는 데에 특화되어 있지. 저 건물도 보기에는 위태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아래층과 튼튼하게 연결되어 있겠지.”
세상을 속이고 헛것을 만드는 요술이라…….
“내가 오래 살며 느낀 건데, 환요계에는 별별 요술이 다 있다네. 그 중에는 분명 살리넬르가 주장한 시간 지연 효과와 연결된 요술도 있을 걸세. 오늘 그걸 찾아보는 거지.”
마법사들은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어떤 건물은 호수 위에 떠 있고, 또 어떤 건물은 그 호수에 비친 그림자일 뿐인데도 사람들이 그 안으로 드나들기까지 했다.
심지어 벽에 그려진 그림 속 건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사람도 보였다.
그야말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만들어진 요괴들의 도시.
그 기기묘묘한 세계를 바라보다가 라냐 왕세녀가 문득 중얼거렸다.
“이 요술들을 보다 보니……. 문득 회의감이 드네요.”
시에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회의감?”
“예. 시간 지연 효과…….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살면서 그걸 경험할 일도 써먹을 일도 거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애캘슨이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는 듯 끼어들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살리넬르 님의 계산에 따르면 시간 지연 효과를 체감하려면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그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설령 그게 필요한 순간이 오더라도, 만약 현자님 말씀대로 그런 효과를 이용하는 요술이 있다면 그걸 빌려 쓰는 게 편하지 않습니까? 마법으로 그걸 구현하려면 훨씬 어려울 테니까요.”
시에넬은 웃었다.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에넬은 두 사람을 엄숙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좁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는가?”
“좁다고요?”
“그래. 인간계는 우리 마법사에겐 너무나 좁아 터진 세계일세.”
“어째서요……? 우린 아직 인간계도 전부 탐험하지 못했는 걸요.”
“하지만 보게. 여러 신비 세계의 위대한 존재들 사이에서도 오직 우리 인간 마법사들만이 차원의 우주를 들여다볼 수있는 심상을 지니고 있네. 우리가 볼 수 있는 세계에 비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너무나 작지 않은가?”
또 그리 생각하니 그런 것도 같았다.
시에넬은 웃었다.
“그래서 페르세타 님께는 이게 아주 중요한 문제인 걸세. 단지 인간계에서만 살아갈 생각이라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분의 시야는 모든 신비 세계와 저 드넓은 차원의 우주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시에넬은 어떤 전율을 느끼며 몸을 살짝 떨었다.
그녀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당장 9개의 세계를 모두 엮는다고 생각해 보게. 그것만으로도 많은 게 달라지네. 살리넬르의 이론이 맞다면, 수많은 세계들 사이의 상대 속도의 차이는 우리에게 분명한 ‘시차’를 남겨 줄 걸세. 막연한 문제가 아니라 당면한 문제가 되는 거지.”
“아…….”
“그뿐일까? 9개의 세계를 너머, 그 너머의 세계를 바라본다고 생각해 보세. 그렇게 생각하면 상대 속력에 따른 시간의 변화같은 건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네.”
“그 말씀은…….”
애캘슨의 떨리는 입술을 바라보며, 시에넬은 못을 박듯 말했다.
“그래. 사람이란 그런 존재 아닌가? 눈에 보이는 곳이라면 가 봐야 직성에 풀리는 거지. 우리 마법사는 모든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원의 우주를 그 심상에 담을 수 있으니, 그곳에도 실제로 가 봐야 하지 않겠나? 페르세타 님은 지상을 바라보고 계신 게 아니야. 그 분은 언제나 드넓은 차원의 우주를 바라보고 계신 거지.”
시에넬이 느꼈던 전율이 이제는 다른 모두에게도 퍼져 나갔다.
한없이 넓은 차원의 우주.
그에 비하면 먼지처럼 작은 우리.
그런 우리가 그 우주를 눈에 담고 그 우주 가장 깊은 곳까지 나아가려고 한다.
시간과 공간의 기준조차 어그러질 정도로 까마득하게 멀고 이질적인 수많은 세계를 엮는, 거대한 문명을 꿈꾼다.
밤하늘의 별보다도 많은 무수한 차원의 세계를 직접 가고 탐험하고 그곳에 문명을 건설하는 꿈.
그야말로 마법사이기에 품을 수 있는 원대한 꿈.
애캘슨, 비앙카, 라냐, 알 아드네, 진 리안느.
이 재능 있는 마법사들은 오소소 돋는 소름 속에서 저마다 깊은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