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15)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15화(115/171)
115화 요술
– 마, 마법사들이다.
– 마법사들이 왜 나왔지? 페, 페르세타. 페르세타도 있는 거 아냐?
현자 시에넬이 애캘슨, 라냐, 비앙카 등을 거느리고 불야성의 시장에 나타나자 요괴들은 혼비백산했다.
현재 환요계에 들어와 있는 마법사들이 그 무서운 마도왕 페르세타의 부하들이라는 걸 모르는 요괴는 없었으니까.
색색깔의 천막 아래서 매대를 꾸리고 열심히 장사를 하고 있던 요괴들은 당장이라도 물건을 다 치우고 도망쳐야 할지 고민하며 마법사들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데,
돌연 현자 시에넬이 품에 손을 넣었다.
– 히이익!
그에 놀란 요괴들이 사방으로 몸을 던지려고 했으나, 시에넬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쏴아아!
시에넬의 품에서 나온 커다란 주머니.
그녀는 그걸 열어 허공에 확 흩뿌렸다.
그러자 영롱한 금화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시에넬의 마법으로 인해 땅에 떨어지지 않고, 은하수처럼 시에넬의 주변에 흩뿌려져 반짝거렸다.
도망갈 준비를 하던 요괴들의 눈이 휘둥그렇게 커졌다.
환요계에는 황금이 없었다.
그런데 황금으로 깎은 동전이라니.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요괴들에게 있어선 최상급으로 치는 보물이었다.
심지어 인간들의 탐욕이 묻어 있는 물건이라 요술에도 도움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
시에넬 주변을 눈부시게 물들인 금화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도망치려던 요괴들이 발걸음을 돌려 시에넬에게 슬금슬금 다가왔을 정도였다.
촤르륵!
시에넬은 손가락을 움직여 허공에 떠 있던 금화들을 다시 주머니에 쓸어 담으며 외쳤다.
“요술을 찾고 있소. 느려지게 하거나 빨라지게 하는, 시간과 관련이 있는 요술이요. 우리가 찾는 요술을 보여 주는 요괴에게는 방금 보여 준 금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하나씩 주지.”
요괴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매의 요괴가 눈을 빛냈다.
거북이 요괴는 벌써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물고기 머리를 한 요괴의 입가로는 길게 침이 떨어졌다.
요괴들은 느꼈다.
이들은 모두 경쟁자다!
내가 먼저 금화를 차지해야 해!
– 키이잇! 저요! 제 요술이 바로 그렇습니다!
– 크릉! 새치기 하지 마라 이 쥐새끼!
– 호호호호. 본녀의 요술을 찾으셨사옵니까?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서 마법사들에 대한 두려움은 싹 사라졌다.
그저 내가 아닌 다른 요괴가 금화를 가져갈 것이 두려울 뿐!
“자. 자. 줄을 서세요! 하나씩 검증할 겁니다!”
알 아드네와 진 리안느가 우르르 몰려드는 요괴들의 앞을 가로막고 줄을 세웠다.
그 모습을 바라본 시에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그럼 찾아볼까. 요괴가 많으니, 속력에 따른 시간 지연 효과, 그걸 이용한 요술이 하나쯤은 있지 않겠나?”
* * *
“또 아니네요……. 때 아닌 백과전서 작업만 주구장창 하게 되네요.”
애캘슨은 방금 확인한 요술을 백과전서에 기록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 2주간 총 500개의 요술을 확인했지만 시간과 관련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옆에서 다른 요괴의 요술을 분석하던 비앙카가 피곤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어깨를 두드리며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에효……. 이번에는 타입 C네요. 느려지긴 하는데, 인지 능력과 운동 능력을 떨어뜨려서 느리게 만드는 거였어요. 시간과는 관계가 없네요.”
조금 지친다는 듯 한숨을 푹 쉬는 비앙카.
그 옆에서 진 리안느가 울상을 지었다.
“여, 여기는 타입 D예요. 꽃을 오랫동안 피어 있게 하는 요술이라 그래서 기대했는데……. 그저 꽃을 아직 꺾이지 않았다고 속이는 방식에 불과했어요…….”
시간과 관계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요술을 500개 넘게 분석하고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패턴이 보일 정도였다.
이들은 이제 원리가 비슷한 요술들을 묶어 타입 A니, B니, 이름을 붙일 지경에 이르렀다.
이쯤 되자 그들의 마음속에도 슬슬 의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진 리안느가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역시…… 아무리 환요계의 요술이 기기괴괴하다고 해도, 시간까지 관여할 수는 없는 걸까요……?”
알 아드네가 냉소했다.
“물론 환요계엔 요괴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수십억 개의 요술이 있다고 하니까……. 어딘가엔 그런 게 있을 수도 있겠지. 근데 우리가 천년만년 이것만 붙들고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슬슬 찾아오는 요괴들도 줄어들고 있고. 안 그래요? 스승님? 이번엔 스승님이 틀린 거 같은데?”
따악!
“악! 아파요!”
“아프라고 때린 거다. 요놈아.”
시에넬은 제자의 도발적인 언행에 지팡이 꿀밤으로 응징을 내려 주며 시장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었지만 어쩐지 주눅이 들어 어깨를 수그리고 있는 세 명의 요괴가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은 연신 시에넬 쪽을 쳐다보며 움찔거렸다.
– 그냥 눈 딱 감고 한번 해 보자.
– 형. 그러다가 집안 어른들한테 걸리면! 안 그래도 우리 가문의 수치라며 온갖 구박은 다 듣는데…….
– 그래도. 저 금화만 있으면 그놈의 집구석 벗어나서 독립하고도 한참 남는다고!
– 그치만 벌써 요괴 수백이 도전했지만, 아무도 금화 못 받았잖아. 우리같은 어설픈 요술이 통하겠어?
– 음……. 형아야. 오히려 어설픈 요술이라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요술이 좀 특이하잖아.
– 그러다가 금화도 못 받고 혼나기만 하면 어쩌려고 돌아가자!
– 끄응……. 그건 그렇네.
– 윽. 형아 말도 맞다.
그렇게 서서 한참을 수근거리던 셋은 결국 포기했는지 등을 돌렸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시에넬은 어떤 직감을 느꼈다.
“거기 셋. 잠깐 나 좀 볼까?”
– 예, 예?
– 히익. 혀, 형! 지금 우릴 부른 거야?
– 빠, 빨리 도망가자 형아.
비단 옷을 입고 있는 원숭이 요괴들. 머리에는 머리카락 대신 작고 귀여운 난초가 자라 있었다.
그들은 입을 열지 않고 머리에 달린 난초를 흔들어 음성을 만들어 냈다.
시에넬은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염력 마법으로 붙잡으며 다가갔다.
– 히이이익!!!
이제 셋은 거의 경기를 일으키려고 했다.
“진정하거라. 해코지 하려는 게 아니니.”
시에넬은 그리 말하며 주머니에서 금화 한 웅큼을 꺼내 그들의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
원숭이 요괴들의 눈동자는 금화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너희 요술이 특이하다고 했지? 한번 보여 주거라. 보여 주기만 해도 여기 이 금화를 주마.”
– 저, 정말이십니까?
“정말이다. 아예 미리 주마.”
시에넬이 손에 든 금화를 제일 큰 원숭이 요괴의 손에 올려 주었다.
세 요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금화에 고개를 쳐박고 구경하기 바빴다.
“자. 이제 믿겠지? 한번 보여 주거라. 너희 요술이 내가 찾는 게 맞으면 약속한 금화 주머니도 통째로 내줄 터이니.”
꿀꺽.
요괴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시에넬을 쫄래쫄래 따라왔다.
알이 시에넬의 옆에 달라붙으며 속삭였다.
“스승님. 괜찮을까요? 쟤네 좀 모자라 보이는데.”
“뭔가 느낌이 왔다. 저런 녀석들일수록 특이한 요술을 가졌을 수도 있지 않으냐?”
“그거 아세요?”
“뭘 말이냐.”
“스승님께서 느낌이 왔다고 하신 거, 지금이 10번째인데…….”
딱!
시에넬은 건방진 제자에게 다시 가르침을 내려 주고 지팡이를 툭툭 털었다.
“뭐, 오늘은 얘네들까지만 확인하고 철수하자꾸나.”
요괴들이 자리를 잡자 비앙카와 애캘슨, 라냐 왕세녀가 그들을 둘러싸고 요술을 분석할 준비를 갖췄다.
세 요괴는 그 사이에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결국 제일 커다란 첫째 요괴가 눈을 질끈 감고 먼저 나섰다.
– 저, 저는 상대를 느려지게 해서 도망치는 요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흐음. 흔한 요술이구나. 그런데 상대를 느려지게 하면 공격을 가할 수도 있을 텐데, 왜 도망치는 요술이란 말이냐?”
– 예. 예. 그게. 저는 제 요술에 걸린 상대를 공격할 수가 없어서요.
“허어? 왜?”
– 그,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에넬은 생각했다. 자기들끼리 반푼이 요술이라 하더니 정말로 그런 것 같다고.
묘한 느낌이 들어서 잡긴 했지만 또 허탕인 걸까?
“알겠다. 일단 보여 주거라. 나에게 걸면 된다.”
– 예. 예. 어르신.
첫째 요괴가 긴 양팔을 쭉 펴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순간 시에넬은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느려졌는데……?’
요술을 마치고 헐떡거리는 첫째 요괴의 움직이 굉장히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 요괴뿐만이 아니었다. 주위에 둘러서서 요술을 분석하고 무언가를 기록하는 라냐 왕세녀, 비앙카, 애캘슨 등의 움직임도 무척이나 느려졌다.
고개를 한 번 돌리는데도 한세월이고, 펜을 한번 움직이는 데도 한세월이고.
‘뭐야. 나를 느리게 하는 게 아니었어? 왜 주변이 느려진 건데……?’
정작 시에넬 본인은 아무런 이상함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몸이 붕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게 평소와 같았다.
그저 주변이 느려졌을 뿐.
‘음……?’
그런데 또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앞으로 걸어가려고 하자,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하게 되었던 것이다.
‘신기하군. 이거 나한테 요술이 적용된 게 맞네. 근데 왜 내가 느려진 게 아니라 주변이 느려진…….’
그때였다.
쐐애애애-
어디선가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다시 몸이 붕- 떠오르는 듯 싶더니 갑자기 주변의 움직임이 급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쳐서 어깨를 들썩거리던 첫째가 위아래로 세차게 진동하는 것처럼 보였고, 무언가를 기록하던 애캘슨 등의 모습은 고개를 미친듯이 흔들고 펜을 마구 휘두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시간이 흐르더니…… 정신을 차려 보니, 다들 자신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시에넬은 약간 어지러움을 느끼며 말했다.
“내가…… 느려졌었나?”
비앙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느려졌습니다. 무척.”
“아니……. 내 눈에는 자네들이 느려진 것으로 보였…… 다가 순식간에 빨라지던데. 어지러울 정도로.”
그러자 라냐 왕세녀가 끼어들었다.
“완전히 새로운 타입입니다! A, B, C, D, E, F, 그 어떤 타입에도 속하지 않는 요술이에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애캘슨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순간적으로…… 가속이 관측되었습니다.”
시에넬의 귀가 쫑긋거렸다.
“가속?”
“예. 존재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가속이 존재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방향?”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지금 시에넬과 마법사들이 찾고 있는 현상이 바로 빠른 속력에 따른 시간 지연 효과였으니까.
‘설마?’
시에넬이 원숭이 요괴를 바라보자 원숭이 요괴들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 그, 그렇게 보셔도 저희는 모릅니다.
– 마, 맞아요. 요술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 저희도 설명할 수가 없는…….
– 혀, 형아. 이제 끝났으면 가자…….
– 가만 있어봐. 금화는 받고 가야지.
이거 봐라?
시에넬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다.
“동생들도 요술을 쓸 수 있지?”
– 네? 아 예……. 어설픈 요술이라고 맨날 놀림 받긴하지만 저희 모두 요술을 쓸 수는 있습니다. 일단은…… 요괴니까요.
쩔렁-
시에넬이 품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내 첫째의 손에 턱, 올려놓았다.
“자, 가세. 우리 연구실 가서 좀 더 자세히 실험해 보지. 실험이 끝나면 이런 주머니 하나 더 주겠네.”
입이 헤- 벌어지는 요괴 삼형제.
시에넬은 흐뭇하게 웃었다.
느낌이 왔기 때문이었다.
‘몸이 붕 뜨는 듯했던 그 느낌. 틀림없이 가속에 의한 거였어. 그리고 보이지 않는 방향이라……. 요술은 세상을 속이고 헛것을 만드는 데 특화된 힘. 존재하지 않는 방향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속여 나를 그 방향으로 가속시킨 거라면?’
그러면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자신은 지금 시간 지연 효과를 실제로 체감을 하고 돌아온 것.
“어서 가자꾸나!”
얼른 이걸 연구해서 논문을 써낼 생각에 시에넬은 재게 발을 놀렸다.
‘페르세타 스승님이 기뻐하시겠지?’
“스승님 천천히 가요! 무릎 나가세요!”
콩!
그러면서도 까부는 제자 알 아드네를 응징하는 건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