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16)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16화(116/171)
116화 이상해
“이상해……. 진짜 이상해.”
페르세타의 동생, 일리안느는 매일 같이 고민했다.
“너무너무 이상해…….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이 느려진다고?”
마력파의 속도가 불변한다는 사실을 통해 살리넬르가 내놓은 가설.
처음에는 격렬한 반대에도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 가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을 점점 키우고 있었다.
보통 다른 가설들은 잠깐 이슈가 되고 사라져 버렸지만, 살리넬르의 가설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반대하는 자들은 반대하는 입장에서, 지지하는 자들은 지지하는 입장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가열찬 논쟁을 벌였다. 모두가 이 이상한 가설에 매혹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리안느는 가면 갈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너무 이상해. 말이 안 돼. 말이 안 돼는데……. 대체 어떤게 말이 안 되는 거지……?”
밥을 먹다가도 포크를 내려놓고 생각에 빠지고, 산책을 하다가도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다른 마법사와 대화를 하다가도 말을 잃고 혼자 생각에 잠겨 들었다.
그녀의 직감이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너무 이상하다고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지만, 그녀는 왜 자신이 그렇게 느끼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어떤 주문에 사로잡힌 것처럼 끊임없이 속력과 시간과 마법의 법칙들을 되새길 뿐.
그렇게 어느날 아침 식사로 샐러드를 먹던 순간,
빠득!
일리안느는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게 포크를 세게 깨물어 이가 아팠지만, 그 통증조차 잊어버릴 만큼 강렬한 전율이 그녀의 온몸을 관통했다.
“알았다!”
자신이 왜 이렇게 사로잡혀 있었는지. 왜 모든 게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인지.
그녀는 불현듯 깨달았다.
“알았다!”
그녀는 먹던 샐러드를 내팽겨친 채, 연구실 1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툭 트인 그곳에는 한편에 거대한 칠판이 있다.
오늘도 그곳에는 수많은 마법사가 삼삼오오 모여 생각을 주고받고 있었다.
일리안느는 거침없이 칠판 앞에 섰다.
그리고 한쪽에서 마법사들을 모아 놓고 자신의 가설을 설파 중인 살리넬르를 바라보며 외쳤다.
“살리넬르 교수님!!”
“예?”
의아한 얼굴로 돌아보는 살리넬르.
일리안느는 그를 향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교수님의 가설은 아주 이상합니다!”
살리넬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야 이상하죠. 시간이 느려진다는 게 상상하기 어려우니…….”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상대성! 그 안에는 아주 이상한 상대성이 있어요.”
“상대성이요? 그야 이미 프린키피아에서 정리된 것이죠. 그걸 지키기 위해서 제가 시간의 변화를 주장한 거고…….”
일리안느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뇨! 그런 말이 아닙니다! 아……. 아예 연관이 없진 않나? 아무튼! 제가 말하려는 핵심은 그게 아니에요.”
살리넬르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일리안느. 페르세타의 여동생.
뛰어난 마법사였지만, 아직은 아주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실력이었다.
그래서 걱정이 되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 떠오르셨길래 이러지?’
그동안 이런 마법사들이 아주 많았다.
자기가 뭔가 대단한 걸 발견했다고 호들갑을 떨어 댔던 마법사들.
그리고 그들은 전부 다른 마법사들의 반박을 당하고 침몰했다.
자신이 떨었던 호들갑만큼의 부끄러움을 안은 채.
살리넬르는 일리안느가 그런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랐기에…… 그녀의 호들갑을 걱정스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리안느는 상기된 표정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원래 무언가가 꽂힌다는 건 그런 거니까. 뒤도 앞도 보지 않는 것.
“교수님. 교수님은 그랬죠?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이 느려진다.”
“그랬죠.”
“하지만 느려진 시간 속에 있는 존재는 자신의 시간이 느려졌다는 것을 알 수 없다. 오로지 정지한 사람이 관찰했을 때만 느려진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랬죠.”
“근데. 대체 누가 멈춰 있다는 거죠?”
“예?”
일리안느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수없이 고민하고 고민했던 그 질문이, 그녀의 입에서 마침내 튀어나온다.
“누가 멈춰 있냐고요. 인간계? 인간계는 엄청나게 빠른 세계로 마나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어요. 마나 태양? 그건 더 빠른 속력으로 대천세계 속을 나아가고 있고요. 대천세계? 어쩌면 그것조차 다른 대천세계의 인력에 이끌려 움직이고 있지 않을까요?”
그녀는 그동안 마법사들이 관측해 낸 진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진실.
실은 이 세상에 중심 같은 것은 없다.
마법사들은 한땐 인간계가 중심이라 여겼고, 그 후엔 마나 태양이 중심이라 여겼고, 그다음엔 대천세계의 중심에 중심이 있을 거라 여겼지만. 모두 다 틀렸다.
관측 기술이 발달하며 저 머나먼 차원 너머에 또다른 대천세계들이 발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 차원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히 넓은 듯 했고, 그 어디에도 중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다면…….
모든 세계는 저마다 다르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일리안느가 지적한 부분이 바로 그거였다.
“이 우주에! 멈춰 선 세계 따위는 없어요. 모두가 움직이고 있죠.”
살리넬르는 서서히 몸을 타고 오르는 소름을 느꼈다.
지금 이 아가씨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물었다.
“그, 그래서요?”
“즉 기준이 없다는 거죠. 모든 게 상대적이라는 거예요. 우리는 마치 우리가 인간계 위에 정지해 있는 걸로 느끼잖아요. 마찬가지로 이 우주적인 관점에선 빠르게 움직이는 그 사람은 자기가 멈춰 있다고 생각할 거라는 거죠. 마치 우리가 빠르게 공전하는 인간계 위에서 멈춰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그 말은……?”
“그 사람 관점에서는 자기가 멈춰 있고, 인간계에 있는 우리가 빠르게 움직이는 걸로 보여요.”
일리안느는 여기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베어 물었다.
“그리고 말씀하셨죠.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모든 마법 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요.”
살리넬르는 제 몸을 관통하는 벼락 같은 깨달음을 느꼈다.
이상하다!
그랬다.
일리안느의 말이 정말로 이상했다.
“자, 잠깐. 그럼……!”
“맞아요. 인간계를 기준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세계가 있다고 쳐요. 우리는 그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생각할 거예요. 근데 그럼, 그 세계의 사람들이 우리 인간계를 본다면 어떨까요?”
그 세계의 사람들이.
우리 인간계를 본다면.
어떨까요?
어떨까요?
어떨까요?
일리안느의 그 질문이 살리넬르의, 아니, 1층에 모여 있던 모든 마법사들의 머리통을 마치 종을 때리는 것처럼 세게 두들겼다.
뎅-
뎅-
머리가 운다. 어지럽다.
일리안느가 아주 이상한 결론을 입밖으로 꺼냈다.
“그들은 우리 인간계의 시간이 느려진 걸로 관측해야 돼요. 그게 살리넬르 님이 말한 가설에서 나오는 결론이에요.”
“그……. 그런…….”
“자. 그럼 여기서 질문. 그럼 대체 시간이 느려진 쪽은 어느 쪽이죠?”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또 어떤 마법사가 얼빠진 소리를 해서 망신을 살까 했는데…….
이번엔 그런 게 아니었다.
모두가 침묵했다.
그러게.
어느 쪽의 시간이 느려진 거지?
똑같이 12시에 시간을 맞춰 놓고 세계 하나가 인간계에서 멀어졌다고 치자.
인간계의 시계가 12시 30분을 가리킬 때, 멀어진 세계의 시계는 12시 1분을 가리킨다.
근데 반대로.
멀어진 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계가 자신에게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 것이니까…….
그쪽 시계가 12시 30분일 때, 인간계의 시계는 12시 1분을 가리켜야 한다.
대체 어느 쪽이 12시 1분이고 어느 쪽이 12시 30분이지? 어느 쪽이 과거에 있는 거지?
그랬기에,
“이건 정말 이상해요!”
일리안느가 그렇게 외쳤을 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이건 정말이지 너무 이상했다.
그리고,
짝. 짝. 짝. 짝.
침묵에 빠진 연구실 1층에 커다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계단 쪽이었다.
돌아보니 활짝 웃고 있는 페르세타가 보였다.
“제가 이번엔 어지간하면 나서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충분히 생각하길 바라서 살리넬르 님의 가설에도 딱히 힘을 실어 주지 않았죠. 하지만.”
페르세타가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자신의 동생 일리안느를 바라보았다.
“이건 정말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가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 모든 마법사를 쓸어 보며 말했다.
“축하합니다. 지동설 이후로 또 한 번, 여러분은 우리가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셨습니다.”
그 말에 일리안느가 돌연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으아아악! 잠깐만! 오빠! 그럼 이 이상한 게 진실이라는 거야!!?”
“응. 일리안느. 거기서부터 고민해 봐. 아주 재밌을 거야.”
페르세타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아주 재밌지.’
그는 이미 지나와 본 길이었기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처음 저 사실을 발견했던 20대의 페르세타 역시 미친 듯이 머리를 쥐어짰으니까. 며칠씩 밥 먹는 것도 잊어버려서 몸이 홀쭉해지기까지 했다.
실험이라도 해 볼 수 있으려면 좋으련만. 마력파의 속력은 말도 안 되게 빨랐기에, 그런 조건으로 실험하는 건 불가능했다.
모든 걸 머릿속으로 논리를 따져 가는 사고 실험으로 대체해야 했던 그 시절.
그 머리에 쥐가 나듯 괴로웠던 시절.
아아. 이제는 저 사람들이 그 고통을 겪겠구나.
이런 생각에, 페르세타는 어째서인지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저들도 경험해 봐야지. 나만 당할 수 없지. 암. 암.
* * *
그때부터 연구실은 조용해졌다.
마법사들은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을 든 채 생각에 빠졌고, 산책을 하다가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고, 자기들끼리 얘기하다가도 끝없는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한 명씩 페르세타를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이런 거 아닐까요?”
그러면 페르세타는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닌데요?”
마법사들은 나날이 말라갔고, 페르세타는 나날이 여유로워졌다.
마법사들이 잘못된 길에서 헤매고 있었다면 속이 터졌겠지만, 옳은 길 위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특히 마법사들이 자신도 한 번씩 떠올렸던 오답을 가져올 때면 짜릿하기까지 했다.
“아뇨.”
“그거 아닌데.”
마법사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으아아악! 대체 뭔데요! 실험! 실험이 해 보고 싶다! 대체 어떻게 굴러가는지. 진짜 그런지 이 눈으로 보고 싶다고요!”
이렇게 괴로워했지만, 페르세타의 웃음은 짙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아아. 역시.
이게 즐거워.
이 순간을 위해 마법사들을 키웠던 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나날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보람차게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현자 시에넬이 잔뜩 들뜬 표정으로 세 명의 원숭이 요괴를 데리고 연구실을 찾아왔다.
“스승님!”
그녀는 주름진 얼굴에 홍조를 잔뜩 피워올린 채, 페르세타를 찾았다.
“네? 무슨 일이죠?”
“찾았습니다!”
“뭘요……?”
“살리넬르 님의 가설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요술을 찾았습니다!”
“예?!”
페르세타는 깜짝 놀랐다.
요술?
요술로 시간 지연을 실험해 볼 수 있다고?
물론 그도 과거에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곧 포기했었다. 그런 요술을 가지고 있는 요괴를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 시간에 차라리 혼자 연구를 하는 게 훨씬 나았을 정도로.
하지만 이곳의 마법사들은 페르세타와 사정이 달랐다.
인력도 풍부하고 자원도 풍부했다.
페르세타가 갈 수 없었던 길을, 그들은 걸을 수 있었다.
“확인을 마쳤습니다! 이들은 요술은 일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허차원을 만들어 대상을 그쪽으로 가속시키는 요술입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차원이기에 가속된 속력은 마력파의 속력에 준할 정도이고, 정말로 움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작은 실험실에서도 그 효과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뭐?
그런 요술이 있다고……?
“이게 있으면, 속력에 의해 시간지연이 일어날 때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 모조리 확인하는 게 가능합니다!”
그걸……. 머리에 쥐가 나도록 생각해서 알아내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가 있다고?
페르세타는 어쩐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재밌겠는데? 나도 생각만 해 본 효과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거 아닌가……?’
가슴이 간질거릴 정도의 기대감도 느끼고 말았다.
복잡한 마음으로 요괴 삼 형제를 살펴보는 페르세타.
그 시선을 느낀 막내 원숭이 요괴가 형들의 옷자락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 형아……. 나 무서워. 저 사람 눈빛이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