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17)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17화(117/171)
117화 사기꾼 같은 시간
“뭐?! 요술로 시간 지연 효과를 관찰할 수 있다고?!”
“됐다! 이거면 이 말도 안 되는 문제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눈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지! 이게 다 머리로 생각하니 헷갈려서 그런 거잖아?”
시에넬이 발견한 요술에 마법사들은 환호했다.
– 히이익……. 형아. 너무 무서워. 여기 인간들 눈이 다 이상해.
막내 요괴는 눈이 벌게진 수많은 마법사에게 둘러싸여 벌벌 떨었다.
– 좀만 참아. 이것만 견디면 우리도 독립할 수 있어……!
첫째도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그 두려움보다 본가에서 받았던 설움이 더 컸기에 꿋꿋하게 이겨내고 마법사들 앞에서 자신의 요술을 시연했다.
그리고 요술을 관람한 마법사들은 뒤집어졌다.
“진짜다! 진짜로 느려졌어!”
살리넬르의 가설이 옳았다.
원숭이 요괴의 요술은 존재하지 않는 방향을 존재하는 것처럼 속여 가속시키는 것.
즉 속력이 빨라진 대상을 관찰하는 게 가능했고, 그 관찰 결과는 살리넬르의 예측과 동일했다.
요술에 걸린 대상의 시간이 실제로 느려진 것이다!
속력이 빨라지면 시간이 느려진다!
하지만 마법사들의 혼란은 해결되지 않았다.
요술의 대상이 되었던 마법사들이 주변 사람들이 관찰한 것과 다른 증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당신 눈에는 우리가 느려지는 걸로 보였다고요?! 요술에는 당신이 걸렸는데?”
“예! 직접 해 보세요!”
“허어……. 일리안느 아가씨의 예측도 사실이었다는 말인가.”
살리넬르의 가설에 일리안느가 덧붙였던 예측.
이 우주에 중심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모두가 상대적이고 자기가 멈춰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 말대로였다.
요술에 걸리자, 이번엔 주변 마법사의 시간이 느려진 것으로 보였다.
요술에 걸린 자도 느려진 걸로 보이고, 요술에 걸리지 않은 자도 느려진 것으로 보인다.
그럼 진짜로 느려진 건 누구지?
다만 이 질문에는 명확한 답이 있었다.
“요술에 걸린 자가 느려진 게 맞지 않습니까? 시계를 주고 요술이 풀린 후 확인해 보니 요술에 걸렸던 시계만 느려져 있었습니다.”
그랬다.
답이 나온 것처럼 보였다.
느려진 쪽은 요술에 걸려 가속이 되었던 쪽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게 풀리지 않았다.
곧장 반론이 튀어나왔다.
직접 요술을 체험해본 마법사들의 반박이었다.
“여러분도 한 번씩 요술에 걸려 보세요. 그러면 왜 그렇게 됐는지 아실 겁니다.”
“맞아요! 처음엔 주변이 느려졌다가, 갑자기 빨라져요. 그래서 결과가 그렇게 나왔을 거예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원숭이 요괴의 요술에 걸렸던 마법사들이 경험한 것은 밖에서 관찰한 것보다 훨씬 다이나믹했다.
처음엔 주위 사람들이 느려진 것으로 보였다.
그다음엔 주변이 갑자기 엄청나게 빨라진 것으로 보였다.
그러곤 다신 주위가 느려진 것으로 보였고 이내 요술이 풀렸다.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보낸 시간이 적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주위가 갑자기 가속되었던 탓이에요.”
요술을 경험해 본 마법사들의 일관된 증언에, 지켜보던 마법사 하나가 일갈했다.
“그게 뭔 개소리야!!!”
어떻게 된 게 이 문제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만 들었다.
시간이 무슨 고무줄이란 말인가?
느려졌다가 빨라졌다가 느려진다. 제멋대로 널뛴다니 그게 말이나 돼?
참다 못해 화를 내는 마법사들 속출했다.
“당신들이 흥분해서 냉철을 잃은 것뿐이야! 차분하게 관찰하면 설명할 수 있을 것을!”
그런 이들은 씩씩거리며 원숭이 요괴에게 요청해 자신들도 한 번씩 요술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고 아주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해 주지.”
“이 바보들 같으니.”
“두고 보라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요술을 경험한 마법사들은,
“……뭐지?”
하나같이 넋이 빠졌다.
“왜. 시간이 고무줄처럼…… 제멋대로지?”
정말이었던 것이다.
처음엔 정말로 주변 사람들이 느려 보였다.
여기까지는 일리안느가 예측한 대로였다.
속력이 빨라진 쪽은 자신이 빨라진 게 아니라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주변이 빨라진 것으로 느낀다.
마치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마나 태양이 하늘을 일주한다고 느꼈던 것처럼.
따라서 요술에 걸린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주변이 느려진 것으로 관찰했다.
좋아. 여기까진 그렇다고 치자.
근데 왜 갑자기 빨라지지?
그리고 왜 다시 느려지지?
시간의 흐름이 왜 제멋대로 날뛰는 것 같지?
마법사들은 탄식했다.
“젠장……. 하나도 모르겠어…….”
현자 시에넬이 처음 원숭이 요괴들을 데리고 왔을 때만 해도 그들은 자신이 있었다.
눈으로 볼 수만 있다면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다들 실의에 빠졌다.
눈앞에서 카드를 없애고 만들어 내는 마술사에게 홀린 것처럼.
그들은 두 눈으로 보고도 도무지 이 현상의 마법적 원리를 짐작해 낼 수 없었다.
그저.
바보가 된 것만 같았다.
* * *
“라냐 님. 뭐 하세요?”
“<프린키피아>를 다시 정독하고 있습니다.”
“<프린키피아>를?”
“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점검해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실마리가 나올 수도 있겠죠.”
라냐 왕세녀는 골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
“살리넬르…… 님?”
“중얼중얼……. 시간 지연 효과가 맞는데……. 맞는데……. 근데 왜 빨라지지? 왜? 왜 중간에 빨라진 것으로 보이지? 왜? 시간 지연인데……. 왜? 중얼중얼. 왜 모르겠지? 페르세타를 뛰어넘을 건 나뿐인데……. 왜? 중얼중얼.”
살리넬르는 연구실 1층 구석에 앉아 계속 머리를 쿵쿵 찧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 애캘슨 님! 혹시!”
쿠당탕!
멍청하게 서 있던 애캘슨은 어깨를 툭 치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며칠간 잠도 못 자고 고민만 하다가 체력의 한계가 온 탓이라고 했다.
제국의 끈질긴 추적을 2주 내내 잠도 자지 않고 뿌리쳐 냈던 애캘슨이었는데……. 이 희대의 난제 앞에서는 그의 근성도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성녀 샤라 엘리프는…….
“히에에에! 끼에에에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상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피로와 혼란에 절어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말을 붙여 볼 상태조차 아니었다.
그렇게 모든 마법사가 침몰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앙카 애시는 생각했다.
‘이건 기회야!’
그래.
기회였다.
앞으로 치고 나갈 기회.
생각해 보면 오욕과 수모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자신이 왜 본가로 돌아가지도 않고 페르세타 밑에서 고생을 하고 있던가.
그것은 최고가 되고 싶어서였다.
원래는 그랬다.
처음에는 선대 현자 바르덴테의 수제자라는 페르세타에게 경쟁심을 느껴서 그에게 접근했던 것이었다.
과연 그에게 자격이 있는가? 내가 더 뛰어날 텐데?
그런 마음이었다.
물론 그건 이제는 산산이 깨어진 목표가 되었다.
페르세타는 도무지 손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만 같았으니까.
좋다.
페르세타는 규격 외라고 치자.
하지만 나머지는?
살리넬르야 그녀보다 나이가 20살은 더 많았으니 넘어간다 치더라도……. 또래인 라냐 왕세녀는? 성녀 샤라 엘리프는?
그녀들에게도 밀린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러려고 페르세타를 쫓아다니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아버지가 이만 돌아와도 되지 않냐고 언제까지 그놈 밑에 있을 거냐고 자꾸만 묻는 걸 무시하고 버틴 건! 이인자 삼인자도 아닌 사인자 오인자 따위로 밀리기 위해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
그러니 이게 기회였다.
위로는 라냐 왕세녀, 샤라 성녀를 제치고 아래로는 애캘슨을 찍어 눌러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할 기회.
페르세타를 제외하면 최고의 마법사로 꼽히는 살리넬르와 현자 시에넬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
‘모두가 헤매고 있을 때……. 내가 치고 나가야 한다!’
나를 증명하리라!
비앙카는 움직였다.
“여러분. 혹시 황금이 더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우선 그녀는 원숭이 요괴 3형제를 따로 고용했다.
번뜩이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더 익숙해지면 되지 않을까?
이 이상한 현상을 하루에 열 번, 스무 번이라도 경험해서, 아주 익숙해지는 거다. 그러다 보면 이것에 대해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비앙카의 전략이었다.
그녀의 본가인 애시 남작가는 시골의 궁벽한 가문이었지만, 사실 그녀는 아주 돈이 많았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그 돈을 아낌없이 풀었다.
– 저, 정말 이렇게나 황금을 주신다고요?
“네. 대신 하루에 몇 번이라도 제가 요청할 때마다 요술을 걸어 주셔야 합니다.”
– 추,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아가씨!
그녀는 원숭이 요괴들이 큰절을 올릴 만큼의 황금을 쏟아 주고 그때부터 계속 반복해서 빠른 속력 속에서의 시간을 체험했다.
그리고 그런 무식한 방법은,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이거……. 혹시. 방향이 바뀌어서 그런 거 아닌가?”
비앙카는 원숭이 요괴들의 요술을 더 면밀하게 조사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
“첫째 요괴의 요술은 나를 허차원 방향으로 가속 시킨 뒤, 다시 되돌아오게 한다. 즉, 허차원 방향으로 멀어질 때는 주위 시간이 느려진 것으로 보이다가 방향을 바꿀 때 그 짧은 시간 동안은 주위 시간이 엄청나게 빨라진 것으로 보이고, 다시 돌아올 때는 느려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그 어떤 통찰도 갖추지 못한 단순한 조사 결과.
하지만 비앙카는 어떤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움직이던 방향을 바꾸면 그것 역시 시간에 영향을 준다?”
속력, 시간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이제 방향 전환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되었다.
비앙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누구보다 이 비밀을 빨리 풀어서 라냐 왕세녀와 샤라 엘리프보다 위대한 마법사로 인정받는 것.
그 목표가 이제 한 걸음 앞까지 다가온 듯했다.
“좋아! 오늘부터 실험 횟수를 두 배로 늘린다!”
그녀의 기운찬 외침에,
– 히, 히이이이익?!
원숭이 요괴들은 기겁했다.
이미 한계에 가깝게 요력을 쥐어짜 내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2배를 더?
“대신 황금은 3배로 주지!”
– 히, 히이이익?!
원숭이 요괴들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해야지. 죽고 죽어 백골이 진토가 되더라도 해야지!
그렇게 비앙카와 원숭이 요괴들은 의욕으로 활활 불타올랐다.
* * *
“……음. 왜 울고 계시죠?”
연구실 뒤, 정원을 산책하던 페르세타는 난감함에 뺨을 긁적였다.
“흐아아앙. 흑! 흐윽! 난 바보야! 난 똥멍청이야! 나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데! 으하아아앙!”
그곳에서 목놓아 울고 있는 비앙카 애시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 자존심 강하고 언제나 독기 가득하게 연구를 따라오던 비앙카 애시가 이렇게 망가져서 펑펑 울다니?
페르세타는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물었다.
“왜 우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비앙카가 퉁퉁 불은 얼굴로 페르세타를 올려다보았다.
그 얼굴이 살짝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듯했지만, 이내 서러움이 다시 북받쳐 올랐는지 그녀는 다시 펑펑 울었다.
“모르겠어요! 하나도 모르겠다고요! 알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뭐가요.”
“시간이요!”
비앙카가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페르세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시간이 느려지고 빨라지고 그게 문제가 아니었어요! 다른 실험을 계속해 봤더니. 더 이상한 걸 발견했다고요! 느려지고 빨라지고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럼요?”
“시점이 안 맞아요! 난 분명 동시에 두 개의 마법을 발현했는데, 쟤네는 아니래요! 제가 마법 하나를 발현하고 조금 있다가 다른 마법을 발현했대요! 동시에 일어난 일인데, 동시가 아니래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게 무슨 개소리지 싶을 것이다.
동시에 했는데 동시가 아니라니?
어린애가 칭얼거릴 것 같은 맥락도 안 맞고 모순으로 가득한 말이 아닌가?
그런데도 비앙카는 이런 이상한 소리를 하며 발버둥을 쳤다.
“시간이 날 가지고 놀아요! 시간이 나한테 사기를 치고 있다고요! 막 침 뱉고 때리고! 뒤통수치고! 시간이……. 시간이……. 날 비웃어요…….”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자존심 강한 그녀가 어린애처럼 펑펑 울었다.
하지만 그걸 본 페르세타는.
“여기까지 오셨군요. 이제 거의 다 왔네요.”
세상 만족스러운 얼굴로 활짝 웃음을 지었다.
그걸 본 비앙카는 어쩐지 더 서러워져서,
“흐아아아앙!”
아까보다 두 배는 더 많은 눈물을 쏟아 내고 말았다.
“마법 너무 어려워요……. 흐아앙…….”
나는 왜 마법사가 되려고 했던가. 그 사실마저 후회가 되려고 하는 비앙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