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19)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19화(119/171)
119화 마법사가 되길 잘했어
“어······?”
“어라······?”
이상한 기분이었다.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현재라는 게······ 없어······?”
비앙카의 선언.
분명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벅차오를까?
번개 같은 깨달음.
아직 머리로 풀어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이 안에 어떤 통찰이 담겨있다는 강력한 확신.
살리넬르는 현기증을 느꼈다.
이마를 짚고 비틀거리며 말했다.
“잠깐. 잠깐만. 그렇다면······. 단지 시간이 빠르고 느리고 그 기준만 다른 게 아니라······. 현재라고 느끼는 기준조차 다르다고······?”
성녀 샤라 엘리프의 얼굴은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성경에! 성경에 그런 구절이 있어요! 천사께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시나니······! 만약! 천사님의 현재라는 기준이 우리와 달랐다면?”
마법사들의 머릿속에서 벼락이 쳤다.
그들의 머릿 속에 떠오르는 건, 선이었다.
비앙카가 허공에 처음 그었던 가로선 하나.
이렇게 상상해볼 수 있다.
그 선이 현재.
그 선의 아래가 과거.
그 선의 위가 미래.
그런데 비앙카는 거기에 사선을 그었다.
그건 다른 기준의 ‘현재’이다.
처음 그은 현재선을 아래에서 위로 가로지르는 사선.
만약 그 사선을 ‘현재’라고 느끼는 존재가 있다면?
그는 다른 존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라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반대로 다른 존재는 그 존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라고 느낄 것이고······.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면서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
이번에도 혼란을 정리해준 것은 현자 시에넬이었다.
“그럼. 계산을 해보지.”
“계산이요?”
“그래. 우리는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어야 할 거야. 속력에 따라 내가 경험하는 시공간의 축 자체가 바뀐다고 가정하고, 방정식을 만들어보지. 만약 그 방정식으로 계산한 결과가 실제 관측 결과와 일치한다면······. 우리는 이걸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마법사들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혼란 속에, 목표가 생겼다.
그러자 더이상 혼란스럽지 않았다.
**
그날부터 환요계 연구실의 1층은 아주 소란스러워졌다.
비앙카를 중심으로 새로운 해석에 대한 연구가 퍼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바로, 속력에 따라 물질에 작용하는 시공간의 축자체가 바뀐다는 것.
단지 시간이 느려진다 빨라진다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축마저도 바뀐다는 것.
이 사실을 접한 마법사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말도 안 되지 않소! 그럼 내가 빨리 달리면 비앙카 님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 말에 나선 것은 애캘슨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소? 당신이 아무리 빨리 달려봐야 마력파의 압도적인 속력에 비하면 멈춰서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소. 그러니 우리는 모두 우리가 같은 현재를 경험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
“그, 그런······. 그럼 이것은 어떻소!”
“흥! 그건······!”
애캘슨과 마법사들은 논쟁을 계속 이어갔다.
마법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반박 논리를 가져왔으나, 애캘슨은 그 모든 것을 철옹성처럼 논파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갔다.
마법사들의 태도도 조금씩 변해갔다.
“말이 돼······.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논리적으로는 말이 돼······.”
“정말 저런 식이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어······.”
그들은 점점 홀린 것처럼 이 새로운 해석에 대한 연구에 빠져들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그 시간 내내 비앙카는 칠판 앞에 서서 홀린듯이 수식을 채워넣었다.
현자 시에넬과 라냐 왕세녀 등이 그녀의 옆에서 보조를 맞췄다.
“음. 여기는 이렇게 고치면 어떨까?”
“이 부분은 더 간단한 방정식으로 표현이 가능할 것 같군요.”
비앙카가 놓친 부분들을 채워넣으며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얼마 뒤.
“으음······. 여기서 왜 이렇게 넘어갔지?”
“잠깐만요. 이거랑 이게 동일한 값이라고요······?”
곧 그녀들은 비앙카의 수식 전개 속도를 놓치고 말았다.
“······.”
비앙카는 한 마디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헤- 벌리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분필을 휘둘렀다.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수식들.
시에넬과 라냐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을 느꼈다.
비앙카가 중얼거렸다.
“맞다. 모든 게 딱딱 들어맞는다······! 모든 게 다 이해가 된다!”
그녀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자신이 깨달은 것을 방금 만든 수식과 함께 칠판에 적어내렸다.
첫째 원숭이 요괴의 요술에 걸렸을 때, 해결 되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다.
왜 주변이 느려보이다가 중간에 빨라지고 다시 느려졌던가?
비앙카는 추측했었다.
움직이는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운동에 따라 시공간의 축이 바뀐다고 생각하자 모든 게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운동방향이 바뀌니까, 순간적으로 시간의 축도 바뀌었던 거예요. 내가 현재라고 생각했던 기준이, 바뀐거라고. 그러니까, 나의 현재가 상대편의 과거에서 미래로······. 순식간에 바뀐 거라고! 그래서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보였던 거야!”
그리고 마침내.
수식이 완성되었다.
따아악-!
비앙카가 마지막 식을 채워넣고 칠판을 분필로 내리쳤다.
그 소리가 회의실에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운동 조건에 따라 시공간의 축이 어떻게 바뀌는지! 이 식이 모든 걸 설명해줄 겁니다! 저는 이걸······! 비앙카 변환이라고 부르겠어요!”
마법사들은 홀린 듯이 칠판에 적힌 간단한 방정식을 바라보았다.
어떤 부분은 이해가 갔고 어떤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느끼는 전율만큼은 모두가 동일했다.
정말?
정말 저것만 있으면······. 나를 속이는 것만 같은 이 시간의 요술을 다 설명할 수 있다고?
마법사들은 하나 둘, 그 수식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 중에는 최근 두각을 드러내 이번 연구실까지 찾아오게 된 어린 마법사 휘오도 있었다.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협회의 차별을 받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휘오.
그는 마도왕 페르세타가 협회를 해산하고 모두에게 지식을 베풀어준 이래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중이었다.
그는 ‘비앙카 변환’이라는 방정식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진짜다······. 진짜 모든 게 예측 돼. 실제 결과도 예측한 것과 딱딱 맞아떨어져.”
처음에는 비앙카 변환이 가진 놀라운 예측력에 놀랐고.
“그러면······. 정말로 ‘현재’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가······?’
두 번째로는 그 수식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경악했다.
“시간조차도······. 임의적인 것. 우리가 느끼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어떤 마법사는 그 사실에 두려움과 혼란을 느꼈지만 휘오는 그러지 않았다.
“아······.”
그는 대신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다.
“이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여······.”
그는 생각했다.
여태까지의 자신은.
비앙카 변환을 알지 못하던 때의 자신은 죄수와 다름이 없었다고.
무지와 선입관으로 눈과 귀가 막히고 손발이 묶인 죄수와도 같았다.
‘절대적인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무기징역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가 풀어지고 귀를 막고 있던 귀마개가 떨어져 나갔다.
세상이 완전히 새롭게 보였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었던 거야. 나의 움직임에 따라. 시간도 공간도. 그 기준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야. 이 얼마나······. 멋진가!”
평범한 사람은 평생 바라보지 못한 우주의 깊은 신비.
드넓고 아득한 저 깊은 우주속을 바라봐야 얻어낼 수 있는 시야.
휘오는 어깨를 잡고 몸을 떨었다.
자신의 작은 두 눈에 우주를 담고, 자신의 좁은 가슴에 차원을 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마어마한 해방감과 성취감이 그를 흔들었다.
그 어떤 향락으로도 누릴 수 없는 정신적인 고양감.
휘오는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페르세타 님. 감사합니다. 비앙카 님······. 저는 정말 태어나길 잘했어요. 마법사가 되길 너무 잘했어요······.”
하지만 모든 마법사가 휘오처럼, 단지 ‘알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단한 통찰이란 건 알겠소. 근데······. 이걸 알아서 뭐 좋을 게 있소? 애캘슨 님이 말한 대로 어차피 우리는 마력파의 절대적인 속도의 발끝만큼도 따라가기 어렵소. 우리의 실생활에서 이 지식을 이용할 일은 거의 없을 거라는 말이오. 신기하긴 하지만······. 그저 그뿐인 지식 아니오?”
그 말에, 휘오를 필두로 한 여러 마법사들이 분개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당신은 이걸 이해한 게 맞소? 이 엄청난 진실이 주는 전율을 모르겠다는 거요?”
“그러니까. 자기만족하는 것 외에 다른 쓸모는 없냐. 이거요. 내가 묻고 싶은 건.”
“아니! 쓸모가 뭐가 중요하다고······!”
“쓸모 없는 마법이 있어서 뭐가 좋소? 그건 그냥 장난감을 만든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소?”
실용과 진리.
두 무리의 논쟁은 평행선을 달렸다.
누구는 진리 그 자체에 열광하지만, 또 누구는 실용이 없는 지식은 쓸모없는 지식이라 여겼으니까.
“글쎄요. 지금은 크게 쓸모가 없을지도 모르죠.”
“페, 페르세타 님?”
어느새 1층에 내려온 페르세타. 그가 흡족하게 웃으며 비앙카를 바라보았다.
“잘해주셨어요. 비앙카 변환이라······. 오히려 제가 만든 방정식보다 더 깔끔하고 보기가 좋아요.”
그 말에 비앙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저, 정말요?”
“네. 저는 사실 수식을 간단하게 만드는 재주가 좀 부족한 거 같아요.”
왜냐면, 페르세타 본인은 수식을 간단하게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자세한 이야기까진 하지 않았다.
“조만간 제가 <레라티비테트>를 발표하면 그때 한 번 비교해보세요. 정말로 비앙카 님의 수식이 더 훌륭하니까.”
“아······!”
비앙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마법사가 되길 정말 잘했어.
이 순간 그녀는 그간의 힘들었던 모든 것을 싹 잊어버렸다.
페르세타는 마법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 우리의 수준에서는 분명 이 지식이 쓸데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더 수준을 높이려면 이 지식은 필수가 될 겁니다.”
그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인류가. 인간계를 벗어나 환요계에 온 것처럼. 나중에는 신계까지도 가고, 나중에는 이 마나 태양계 자체를 벗어나 더 먼 세계로 나아가는 상상을 해보세요. 마력파의 절대적인 속력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력으로 온 우주를 탐험하는 날을 상상해보세요.”
페르세타는 상상만해도 기분 좋다는 듯 웃었다.
“지금의 이 지식이 있으면, 분명 그런 시대를 열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에 시에넬은 알고 있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다른 마법사들은 그 엄청난 스케일에 몸을 떨었다.
페르세타는 시에넬, 애캘슨, 비앙카, 라냐, 샤라, 일리안느 등, 자신의 제자뻘 되는 뛰어난 마법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번 성과는 정말 대단해요. 하지만 아직도 한 걸음 부족합니다. 이제부터는 환요계와 인간계의 시차가 왜 발생하는지 규명해보세요. 지금의 발견으로는 규명이 안 될 거거든요.”
시에넬이 물었다.
“아직도 시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남아 있다는 겁니까?”
페르세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힌트를 하나 드릴게요. 마나 인력. 그 끌어당기는 힘이 왜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내 보세요. 그러면 모든 문제가 거짓말처럼 풀릴 거예요.”
그 말을 하며, 페르세타는 묘한 감상에 빠져들었다.
20살 때. <프린키피아>를 밝혀낸 그에게 스승님은 이렇게 말했다.
‘마나 한 덩이의 움직임과 차원 좌표의 움직임이 서로 다르지 않다 하였느냐? 그렇다면 마나 한 덩이는 어찌하여 그리 움직이는 것이냐?’
그건 결국 마나 인력이 왜 발생하는지, 그것을 물어본 질문.
그의 폐관 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질문이기도 했다.
이제 다른 마법사들도 여기까지 왔구나.
어쩌면 정말 이번 생이 끝나기 전에 대천세계의 중심에까지 손을 뻗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에 페르세타는 생각했다.
정말.
마법사가 되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