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2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20화(120/171)
120화 사실 움직인 것과 같아
마법사들은 연구실 1층에 죽치고 앉았다.
다들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중이었다.
페르세타가 내준 숙제 때문이었다.
환요계와 인간계의 시차를 이해하려면 마나 인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힌트.
힌트는 힌트인데 오히려 더욱더 아리송해졌다.
마법사들의 고민은 고통스러웠다.
바삭 바삭바삭.
일리안느는 쉬지 않고 쿠키를 씹어대며 뇌에 당분을 공급했다.
후륵- 후르륵- 후륵-
시에넬은 계속 요정 커피를 마시며 머리를 각성상태로 유지했다.
“······.”
비앙카는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자신을 한계로 몰아넣으며 생각을 쥐어짜냈다.
그렇게 각자 고민하다가 떠오르는 게 있으며 입을 열었다.
“마나 인력이라는 건. 힘이지 않습니까? 끌어당기는 힘. 그런데 우리가 여태 논의한 것은 운동과 시간의 관계였어요. 그런데 운동이라는 것 역시 힘 아닙니까? 그럼 힘에 의해 시간이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럼 이제 우리는 힘과 시간의 관계를 연구하면 되지 않을까요?”
장고 끝에 내놓은 애캘슨의 제안.
하지만 살리넬르가 곧장 머리를 흔들었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논리적으로 연결이 안 되네. 우리가 운동과 시간을 연결한 방식은 마력파의 속력이 일정하다는 사실에서 기인해. 그런데 움직이지 않고, 즉 속력은 없이 힘만을 품고 있는 물질을 어떻게 마력파의 속력과 연결지을 수 있겠나?”
그 말에 애캘슨이 발끈했다.
“아니. 살리넬르 님. 아까부터 이건 이래서 안 된다. 저건 저래서 안 된다. 퇴짜만 놓으시고. 그럼 살리넬르 님 생각은 뭡니까? 한 번 들어봅시다.”
“······음······.”
살리넬르는 침음을 흘리며 입을 닫았다.
끌어당기는 힘과 시간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나.
사실 그 역시 감이 전혀 오질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사실은 알았다. 며릭파의 속력이 불변이라는 것.
이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간지럽혔지만······. 그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은 빨리 움직이는 대상이 마력파의 속력을 동일하게 관측하려면 시간이 느려져야 한다는 것. 이 사실 하나뿐인데······.
이걸 끌어당기는 힘인 인력에 어떻게 적용시키지?
살리넬르는 찬물만 계속 들이켰다.
그때 내내 조용히 있던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입술을 열었다.
“저는 그래도 애캘슨 님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캘슨이 눈을 빛냈다. 사사건건 부딪히던 라냐 왕세녀가 웬일로 그의 생각에 힘을 실어줬으니까.
“완전히 다른 설명 방식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우리는 마력파의 속력이 불변이라는 사실에서 움직임에 따라 시간의 흐름과 기준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라냐 왕세녀는 머리가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마저 이었다.
“살리넬르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마나 인력은 움직임과 관계없는 힘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새로운 설명의 틀을 만들어야겠지요.”
살리넬르가 곧장 라냐의 말을 반박했다.
“그러니 그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거지. 모든 지식은 기존의 지식에서 기반해야 하는 것이오. 그리고 진리에 다가갈수록 간단해져야 하는 법이지. 그런데 더 복잡하게 새로운 설명틀을 추가하자고? 기존의 지식과 통합되지 않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자고? 그건 논리적이지도 않고 마법적이지도 않소.”
애캘슨이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그러면 살리넬르 님 생각은 대체 뭔지 말씀을 해 달라니까요?”
“······음······.”
토론이 평행선을 달렸다.
다른 마법사들도 끼어들어서 이러쿵저러쿵 의견들을 개진했지만, 살리넬르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그 생각은 그저 당신의 상상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요? 근거가 너무 부족하오.”
“페르세타 선생님은 분명 ‘한 걸음이 부족하다.’라고 하셨소. 그 말은, 우리가 이미 밝혀낸 사실과 연결지어서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오.”
살리넬르의 말은 물론 설득력이 있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마법사들 입장에서는 반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자기 아이디어는 밝히지 않고 남의 아이디어만 쳐내는 자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렇게 살리넬르가 조금씩 고립되어 갈 때, 현자 시에넬이 그의 편에 섰다.
“나도 살리넬르 님과 같은 생각이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좋지만, 그걸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하지. 가령 애캘슨의 말대로 연구를 해본다고 치세. 그걸 어떻게 연구할 텐가? 실험 방법이 있나? 수식화 할 수 있나?”
“으으음······.”
“막연한 생각으로는 부족하네. 정량화하고 수식화하여 미리 예측하고, 그 후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설명이 필요한 걸세.”
“끄응······.”
현자까지 나서서 그리 말하자 애캘슨도 더는 심술을 부리지 못했다.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바삭 바삭-
과자 먹는 소리.
꿀꺽 꿀꺽
뭔가 계속 마시는 소리.
뿌득 뿌드득······.
심지어 이가는 소리까지.
그저 고통만이 가득한 회의실.
그때 성녀 샤라 엘리프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외쳤다.
“으아아악! 천사님들은 바보야! 왜! 왜 모르는데! 왜 천사님들도 모르는 건데!”
성녀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불경한 말.
깜짝 놀란 라냐 왕세녀가 샤라를 말리려고 했다.
“그,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되지 않습니까?”
“왜요! 바보라서 바보라고 하는데! 천사님들은 움직임에 따라서 시공간의 축이 바뀌는 것도 모른다고요!”
“아······.”
이제는 성직자라는 자각보다 마법사로서의 자각이 강해진 성녀.
그녀는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뭐든 다 알고 전지전능한 줄 알았던 천사님들이 이런 것도 모르다니······!
천사. 너네 바보야!??
그녀는 악악거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혼돈과 좌절로 가득한 분위기를 정리한 건, 결국 이번에도 현자 시에넬이었다.
“흐음······. 다들 고민하고 계시게. 나는 요술을 이용한 실험을 반복하고 있겠네. 움직임과 시간의 관계에서 마나인력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살리넬르 군의 생각에 동의하거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일리안느가 따라 일어섰다.
“현자님! 저도 해볼게요!”
그러자 다른 마법사들도 우르르 일어나 다가왔다.
다들 머리가 아팠기 때문에 다시 요술 실험을 지켜보며 뭔가 놓친 게 없나 찬찬히 생각을 해볼 작정이었다.
살리넬르도 슬쩍 일어나 다가왔다.
그렇게 다시 반복된 요술 실험.
원숭이 3형제의 요술로 빠르게 가속되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일리안느.
이제는 그 과정을 수식으로 완벽히 설명할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여전히 마나인력과의 관계는 찾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기웃거리며 관심을 보이던 마법사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정말 애캘슨 님이나 라냐 님 말대로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거 아니야?”
“맞지. 어떻게 움직임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설명할 수 있겠어.”
“완전히 다른 힘이니까 다른 설명이 필요한 게 맞을 거야······.”
“그럼 그 다른 설명은 뭔데?”
“끙······.”
바삭바삭
꿀꺽꿀꺽
아드득 빠드득
다시 고통으로 가득 차는 회의실 안에서 여러 차례 마법을 경험한 일리안느가 비틀거렸다.
“어윽······. 속이 안 좋아요.”
성녀 샤라 엘리프가 얼른 다가와 회복 마법을 걸어주며 걱정을 내비쳤다.
“왜 그래? 요술에 너무 많이 노출 돼서 그래?”
일리안느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그게 빠른 속도로 가속하면 관성 때문에 몸이 쏠리는 기분이 들잖아요.”
“그렇지.”
“그걸 자꾸 경험하다보니까 멀미가 와서.”
“아······. 그런 거면 내가 회복 주문을 걸었으니 이제 괜찮을 거야.”
“한결 낫네요. 고마워요 언니.”
일리안느와 샤라 엘리프가 주고 받은 대화는 사소한 대화였다.
그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그저 지나가는 소음과도 같은 그런 대화.
그런데.
콰아아앙!
살리넬르가 책상을 내려치며 벌떡 일어섰다.
“과, 관성! 몸이 쏠리는 느낌!”
모두들 깜짝 놀라서 그쪽을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살리넬르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성큼성큼 일리안느에게 다가갔다.
“왜, 왜 그러세요? 살리넬르 님······?”
“몸이 쏠리는 느낌이라고 그랬죠!?”
“예? 아, 예······. 그야······.”
“와하하하하하!!!”
살리넬르가 갑자기 웃었다.
두 눈이 빨갛게 번득거리고 입주위에는 침이 번들거렸다.
그야말로 광인의 웃음이었다.
모두가 당황했다.
살리넬르 님이 미쳐버린 건가?
살리넬르는 앙천광소를 터뜨리며 애캘슨을 내려다보았다.
“애캘슨 마법사! 뭐라 그랬지? 나한테 내 생각을 말해보라고 했던가?!”
“······그, 그랬소만?”
“으하하하하! 귓구멍 열고 똑바로 들으시게! 이제부터 내 생각을 말하겠네!”
평소의 살리넬르가 아닌 것 같았다.
냉철하고 지적이던 그가 지금은 피에 굶주린 검투사처럼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상대성을 이야기하며 말한 적이 있지. 속력의 변화없이 움직이고 있을 땐 관성에 의해 자신이 멈춰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그, 그랬소.”
“그럼! 똑같은 속력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면? 가령, 속력이 점점 빨라지면 어떻게 되지? 그래도 우리가 멈춰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아니오. 속력이 점점 빨라지면 멈춰있으려는 관성에 의해 뒤로 잡아당기는 힘을 느끼게 되지. 이건 뭐 마차만 타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니오. 마차가 출발하면 몸이 뒤로 쏠리니까.”
“바로 그걸세!”
콰아아앙!
살리넬르가 다시 한 번 책상을 양손으로 내려쳤다.
마법사들은 깜짝 놀라서 어깨를 움츠렸다.
“뒤로 잡아당기는 힘! 그게 바로 인력이 아닌가?!”
“······뭐?”
애캘슨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그리고는 마치 파도가 퍼져나가는 것처럼, 라냐 왕세녀가, 성녀 샤라가, 현자 시에넬과 일리안느가 차례대로 어깨를 움찔거렸다.
살리넬르가 광소하며 외쳤다.
“여태 우리는 움직임과 잡아당기는 힘이 서로 다르다고 여겼지! 그래서 마나인력과 움직임에 따른 시간지연 효과를 연결할 수 없었어! 그런데 만약!”
살리넬르는 마법사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며 마침내 그 말을 입밖으로 꺼냈다.
“만약 끌어당기는 힘이 가속도, 그러니까 점점 빨라지는 움직임과 동일한 거라면 어떨까?”
살리넬르가 칠판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미치광이 칼춤을 추듯 살기를 뿜어내며 분필을 휘둘렀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소! 움직임에 따라 시공간의 축이 바뀐다는 것을! 가속도란 무엇인가! 속력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것. 방향이 바뀌는 것! 즉 움직임의 변화요! 즉! 가속도를 경험하는 동안엔 우리의 시공간축이 계속해서 변화하게 되지!”
칠판에 점점 빼곡하게 수식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의 눈이 점점 크게 뜨였다.
“다시 말하겠소! 가속도라는 것은! 시공간의 축이 계속 변화하는 현상이고! 그것은······! 곧 시공간 자체가 연속적으로 휘어진 것과 다르지 않다!”
와하하하하!
살리넬르의 웃음이 연구실에 메아리쳤다.
따아아악!
그가 마지막 수식을 칠판에 채워넣으며 애캘슨을 내려다봤다.
“결론! 마나 인력이라는 것은! 사실 점점 빨라지는 움직임과 동일한 수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오!”
애캘슨이 창백해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물었다.
“하, 하지만. 마나 덩어리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소?!”
으하하하하!
살리넬르는 더욱더 크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가속도 운동은 시공간 자체가 연속적으로 휘어지는 현상과 동일하다니까?! 즉, 마나 덩어리가 주변의 시공간 축 자체를 휘어버리는 거라면? 그렇다면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끌어당기는 힘은 사실상 가속도 운동과 동일한 수식으로 표현이 가능한 것이지!”
살리넬르는 입을 떡 벌린 애캘슨을 향해 히죽 웃었다.
“마나 인력과 가속도는 동일하다! 사실은 움직인 것과 같다! 어떻소? 이게 내 생각이오!”
애캘슨은 그 불타는 듯한 시선을 피하며 칠판을 미친듯이 살펴보았다.
수식이 딱딱 들어맞았다.
애캘슨은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젠장······. 당신 정말 똑똑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