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21)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21화(121/171)
121화 뜻밖의 시험
“어음······. 그러니까. 마나 인력이라는 게 시공간이 휘어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거지······?”
“그, 그렇지. 가속도랑 시공간의 휘어짐이 같은 거고, 그게 인력으로 느껴진다는 거지.”
“이야! 대단하네! 엄청난 발견이야!”
“그, 그렇네! 하하! 엄청나!”
살리넬르의 발견에 감탄하는 마법사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했다.
‘제, 젠장······. 그게 뭔 소린데?’
‘가속도는 가속도고 인력은 인력인데 걔네가 왜 같다는 거임?’
‘속도가 변화하면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게 뭔 소리지······.’
솔직히 말하면 그랬다.
살리넬르가 칠판에 풀어낸 수식은 분명 아름다웠고 매끄러웠다.
살리넬르가 맞는 소리를 했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거기다가······.
살리넬르의 이론이었다! 그 자체가 문제였다!
페르세타를 제외하면 가장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마법사.
그런 그의 말이니 함부로 토 달 수가 없었다.
거기에 가장 뛰어난 마법사들인 현자, 라냐 왕세녀, 성녀 샤라 엘리프, 비앙카 애시, 애캘슨 등이 모두 충격을 받은 표정이지 않은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음. 이해가 안 가는데요?’라고 손 들고 질문하기란 쉽지 않았다.
잘 납득이 안 가도, ‘그건 너무 비약이 아닙니까?’하고 손을 들기 어려웠다.
어쩐지 자신의 멍청함만 드러내는 것 같지 않은가?
모인 마법사들 중 대략 60%는 그런 상태였다.
그들은 시선을 좌우로 굴렸다.
그리고 보았다.
다 이해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다른 마법사들을.
사실 그들도 속으로는 다르지 않았지만, 다들 겉으로는 이해한 척 멀쩡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뿐이지만······. 그걸 마법사 한 명 한 명이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식은땀이 흐를 뿐.
‘젠장. 쟤네는 이걸 이해했다고?’
‘잠깐. 나만 이해 못한 거였어?’
남들은 다 아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른다고 손을 들기는 더욱더 어려운 법.
마법사들은 이게 마법을 추구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고쳤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음! 과연 그렇군.”
“허허! 놀라워!”
“역시 살리넬르 님인가!”
자신들도 아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치열한 눈치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을 하고 품기도 했다.
‘아······. 머리 아픈데······?’
‘설명을 들어도 못 따라가겠어.’
‘근데 어차피 기다리면 페르세타 선생님이 설명해주지 않으시려나? 세 번째 포럼에서 또 자기 연구 발표하실 거 아니야? 그때까지만 이해하면 되는 거 아닌가······.’
자신의 상식으로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논의에 잠시 정신을 놓은 자들.
그들은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하고 천천히 이해를 해보자는 편리한 생각을 품었다.
이렇게 1층에 모인 마법사들여 저마다의 생각으로 바쁜 와중, 살리넬르의 아이디어를 이해한 마법사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이건! 검증을 해봐야 해요!”
가장 앞장 선 것은 비앙카였다.
비앙카 변환을 정리하여 시공간의 축이 변화하는 과정을 수식화하는데 성공한 천재 마법사.
그녀가 살리넬르가 정리한 칠판의 수식을 탐욕스레 훑으며 말했다.
“과연 저 수식대로 결과가 나오나 실제 실험을 해봅시다!”
그녀의 제안에 현자도 살리넬르도 다른 마법사들도 모두 동의했다.
이해를 하고 있는 사람은 이해를 하고 있는 대로 빨리 검증을 하고 싶었고, 이해를 못 한 사람들은 실험 과정을 보면서라도 이해를 북돋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무시무시한 얼굴로 원숭이 요괴 3형제에게 다가갔다.
요괴들은 동그란 귀를 움찔거리며 긴장했다.
– 혀, 형아······.
막내가 겁먹은 표정으로 두 형의 옷자락을 잡았다.
형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런 동생의 손을 잡아주었다.
– 거, 걱정마. 조금만. 조금만 더 고생하면 두둑하게 한몫 챙길 수 있어. 부자 돼서 집을 떠나자고.
며칠 간 이어진 시험으로 이미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할 정도로 요력과 체력을 소모한 그들이었지만 애써 이를 악물며 다시 요술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다시 실험이 시작되었다.
이번 실험은 가속도에 따른 시공간축의 변화가 마나 인력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관한 실험.
“으음! 이럴 수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
“살리넬르 님이 옳았어!”
그러나 여기서도 마법사들의 이해도는 갈릴 수밖에 없었다.
현자나 라냐 왕세녀처럼 뛰어난 마법사들은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험 결과 하나하나에 감탄을 토해냈지만, 과반수의 마법사들은 실험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두 눈에 초점이 사라져 갈 뿐이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지만 이미 아는 척을 했기에 이제 와서 모른다는 티를 내기도 어렵다.
그들은 등 뒤를 흐르는 식은땀을 감추며 놀라는 척 흉내를 냈다.
“정말 그렇군! 가속도와 마나 인력은 같은 것이었어!”
“그래! 인력이란 결국 휘어진 시공간으로 인한 것. 실제로 끌어당기는 힘 같은 것은 없었군!”
자신이 하는 말의 진짜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대충 그렇게 아는 척 주워 섬겼다.
그들 역시 똑똑한 마법사였기 때문에 제법 그럴 듯한 아는 척이 되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솔직한 마법사도 있었다.
“와아······. 선배님들의 이게 정말 다 이해가 되세요? 저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젊은 마법사였던 휘오 같은 이들이 그랬다.
“이게 수식으로는 말이 되는데 아직도 머릿속에서는 뒤죽박죽이에요.”
그러자 자기도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선배들은 조금 당황했다.
“어? 허허. 그럴 수도 있지.”
“그래. 그래. 보다보면 알 거야.”
“처음부터 잘 하기는 어렵지.”
휘오의 눈이 반짝거렸다.
“역시 선배님들······!”
선배 마법사들은 양심이 콕콕 찔렸지만, 이제 와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눈동자를 데룩데룩 굴리며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
“자, 자. 잡담할 시간이 없어.”
“그, 그렇지! 이 세기의 발견을 확실히 하려면 더 실험을 해야지!”
“여기! 요술 한 번만 더 써주게!”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많아지는 시연 요청에, 요괴들은 점점 더 고통스러워졌다.
– 으윽? 또, 또요?
“그래! 어서!”
잠깐 쉬자고 하고 싶었지만······.
마법사들의 뒤집어진 눈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오질 않았다.
결국 무리하며 계속 요술을 끌어내던 첫째와 둘째 요괴는······.
– 쿨럭!
– 크윽······!
사달이 나고 말았다.
“어? 어? 뭐, 뭐야?”
“자, 잠깐!”
“요력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서 요술을 쥐어짜내던 두 요괴의 요력이 폭주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애초에 평생 자신들의 요술이 쓸모 없다는 소리만 듣고 자랐던 원숭이 요괴들.
그러다보니 살면서 요술을 이렇게 많이 쓸 일 자체가 없었다.
마치 술을 처음 먹어본 사람들이 자기 주량을 몰라서 인사불성이 되듯이······ 두 요괴는 결국 요력의 제어를 잃어버렸다.
“어어어!”
“떠, 떨어진다!”
두 요괴의 요술이 순식간에 1층을 집어삼켜버렸다.
가상 공간을 만들어거나 가상의 방향을 만들어 대상을 가속시키는 요술이 마구 풀려나오며 마법사들을 지배했다.
두 다리가 절로 떠오르며 허공으로 둥실둥실 떠오른다.
하지만 그건 무언가가 등을 받쳐주는 것처럼 평온한 기분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바닥도 없는 무저갱 속으로 미친듯이 낙하하는 듯한 아찔함.
대비도 없이 요술에 휩쓸린 마법사들이 물에 빠진 사람처럼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 꺄아아악! 혀, 형아! 형아! 정신차려!
거기에 같이 휘말린 막내 원숭이 요괴는 눈을 까뒤집은 두 형들을 붙들고 비명을 질렀다.
연구실 1층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요, 요술이 폭주한 것 같은데요?”
“이, 이걸 어떻게 해제해야······!”
끝없이 떨어져내리는 끔찍한 기분 속에서 마법사들이 아우성쳤다.
그 혼란을 정리한 건 현자 시에넬이었다.
“다들 조용! 침착해라! 요술의 폭주일 뿐이다! 시전자의 몸에 접촉해 요력을 가라앉히면 폭주는 멈춘다!”
그제야 살짝 패닉에 빠졌던 마법사들이 정신을 차렸다.
허둥지둥 팔다리를 휘젓던 것을 멈추고 두 눈을 까뒤집은 채 요력을 내뿜고 있는 요괴 둘을 바라보았다.
“그, 그렇군요! 일단 접촉을 한 뒤 요력을 가라앉히면······!”
그들은 방법을 알겠다는 듯 헤엄을 치듯 팔다리를 허공에서 저었다.
요괴들 쪽으로 헤엄쳐나가기 위해.
하지만······.
“어······? 그, 근데 안 움직이는데요······?”
“으음······. 아무리 헤엄을 쳐도······! 으으으윽!”
몸은 둥실 떠 있지만 수영과는 전혀 달랐다.
아무리 발을 차고 팔을 헤쳐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마치 공간에 갇혀버린 것처럼.
상황을 눈치 챈 살리넬르가 소리쳤다.
“음! 현재 여기는 가상의 공간과 차원이 뒤섞여서······. 사실상 차원의 우주와도 비슷한 환경입니다! 여기서는 뭔가를 뿜어내거나 뭐가 와서 부딪히지 않는 이상 조금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우, 움직일 수 없다고요? 그, 그럼면 어떻게 합니까?”
마법사들이 동요했다.
살리넬르가 그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마나를 뿜어내면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살리넬르가 등 뒤로 마력을 뿜어내며 조금씩 앞으로 이동했다.
“아! 그런 방법이!”
그제야 마법사들도 조심스럽게 마력을 뿜어내며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았다.
“히익!”
“으음!”
“자, 잠깐!”
조금만 마력을 잘못 뿜어내도 몸이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빙글빙글 돌았다. 그걸 멈출 방법도 없었다.
그제야 마법사들은 확실히 깨달았다.
“이······. 이게 관성이라는 거구나······.”
지상에는 마찰력이 있기에 멈추고 방향 전환하고 자세를 제어하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허차원으로 떨어져내리며 둥실 떠 있는 듯한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한번 뻗어나간 힘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몸을 계속 불안정하게 흔들었다.
그래도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마법사들은 나름대로 적응을 했다.
어떻게든 몸을 바로 세우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 것.
“조금만! 조금만 더······!”
하지만 마법사들의 고난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어?”
“으아앗?”
앞으로 잘 나아가는 듯 하던 몸이 갑자기 한쪽으로 쏠렸다. 마치 무언가가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어어······?”
이상한 일이었다.
똑바로 나아갈 수가 없다.
그리고,
“뭐, 뭐야? 왜? 당신들······?”
갑자기 주변의 시간이 이상해진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는 느려지고 누군가는 빨라지고.
목소리도 빨라졌다가 느려졌다가······. 주변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기 시작했다.
살리넬르의 메시지 마법을 뿌려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 1층의 시공간이 제멋대로 휘어지고 굽어져서 그렇습니다! 이걸 파훼하려면······. 아까 제가 만든 식으로 시공간의 곡률을 계산해서 움직여야 해요!
그러자,
허우적거리던 비앙카가 두 눈을 번쩍이며 메시지 마법을 뿌렸다.
– 어? 그러면······. 시공간의 곡률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풀이를 하는 사람만 여기서 똑바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네요?
그녀는 현재의 돌발상황에 엄청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 그 얘기는 즉, 현재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논의한 움직임과 시공간의 휘어짐에 대한 완벽한 시뮬레이션이라는 거잖아요!
방금 전까지 만들어낸 이론과 수식을 검증하고 체험해볼 최고의 무대.
– 오······. 그렇게 되겠군요?
라냐 왕세녀가 동의하고.
– 왠지. 신나는데요?
성녀 샤라 엘리프가 들뜨고,
– 그럼. 대결인가? 누가 먼저 이 시공간을 분석하고 먼저 이 상황을 해결하는지?
애캘슨이 경쟁심을 드러냈다.
그들이 빠르게 주변의 시공간을 계산하며 조금씩 조금씩 폭주한 두 요괴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이 상황에서 눈을 끔뻑거렸다.
“으······. 음······. 그, 그렇군요. 시공간의 곡률을 계산하면 앞으로 똑바로 나갈 수가······.”
머릿속이 하얘지는 거 같았다.
‘아니!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시,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게 그래서 무슨 뜻이냐고······!’
얼마나 이해했는지에 따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는 상황.
그 와중에 젊은 마법사인 휘오가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된다! 이, 이렇게 계산하면 되는구나! 선배님들! 빨리 가죠! 저희만 뒤쳐지면 부끄럽잖아요!”
그러자 마법사들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후배조차 저렇게 앞으로 나아가는데!
여태 아는 체를 했던 마법사들은 그만 아찔해서 두 눈을 질끈 감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