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22)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22화(122/171)
122화 그건 좀······
요력 폭주가 점점 심해졌다.
무한에 가까운 가상 공간과 차원이 연구실 1층에 덧대어지면서 사방이 점점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자신의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지고 공기조차 희박해져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후우······. 후우······. 이거 좀 오싹해지네.”
사방이 어두워지니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뒤로 가고 있는지 똑바로 서 있는지 거꾸로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피잉-
비앙카 애시는 손가락을 튕겨 불빛을 띄워올리고 윈드 마법으로 바람을 만들어내 숨을 쉬었다.
퐁-
퐁퐁-
밤하늘처럼 어둡기만 하던 1층 곳곳에 별빛처럼 마법사들이 피워낸 빛들이 떠올랐다.
그제야 비앙카는 자신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었다.
“후······. 서로의 빛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나.”
짜아아악!
그리고 누군가의 박수소리가 들렸다.
화아아악-!
막대한 마력과 함께 저쪽 한쪽에 미친듯이 요력을 뿜어내고 있는 두 요괴의 모습이 마치 태양처럼 환하게 드러났다.
“마킹? 이 마력은······. 현자님이 하신 거구나.”
과연 현자.
백 년을 훌쩍 넘겨 살아온 그녀는 수없이 방대한 마법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시공간이 뒤틀린 상황에서도 상대를 마킹할 수 있다니······.
비앙카는 감탄하면서도 경쟁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제일 먼저 도착하는 건 내가 될 거야!’
마치 미로처럼 얽힌 시공간의 곡률을 모조리 계산해서 최단거리로 질주한다.
그래서 누구보다 빠르게 요괴 형제들의 폭주를 가라앉히고 이 상황을 끝낸다.
그야말로 누가 가장 뛰어난 마법사인지를 가리는 레이스 그 자체!
비앙카는 피가 끓어올랐다.
“자! 가보자!”
그녀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주변의 시공간 곡률을 먼저 꼼꼼히 계산했다.
“섣불리 움직이다가는 저렇게 된다고.”
그녀의 시선이 꽂힌 곳에는 아주 크게 휘어진 시공간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는 마법사가 보였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미친듯이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으나 깊은 늪에 빠진 것처럼 조금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물론 나라면 저기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벗어난다고 전부가 아니야.”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휘어진 시공간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는 마법사. 그의 움직임이 갈수록 느려지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가속도를 경험하는 쪽은 시간이 느려진다. 따라서 시공간이 크게 휘어진, 인력이 강한 곳 근처에 있으면, 느려진다.”
저런 곳에 사로잡히면 설령 탈출하더라도 이미 모든 게 끝난 다음일 것이다. 나는 1분을 보내는 동안 남들은 1시간을 보낼 테니까.
마치 보이지 않는 함정과 덫이 사방에 깔려 있는 것과 같았다.
이 위험한 미로를 헤쳐나갈 방법은 오로지 빠르고 완벽한 계산뿐.
그녀는 시공간의 곡률을 완벽히 계산해나가며 자신의 항로를 결정하고 마나를 뿜어냈다.
저 멀리 요력을 뿜어내는 두 요괴 형제를 향해.
‘정말 기묘한 기분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순간, ‘상대성’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이해하게 되었다.
‘도무지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
마나를 뿜어 움직임에 따라 저 앞에 있던 마법사가 다가오고 어떤 마법사들은 멀어졌다.
그런데 그게 내가 움직인 결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마법사들이 나를 중심으로 저절로 다가오고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뿐.
비앙카는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이 세상에는 기준이 없다. 모든 게 상대적이다. 모두는 자기 기준에서 멈춰서 있고 다만 세상이 움직이는 것으로 느낀다······.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일리안느가 주장했던 말이었다.
시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이 장대한 여정의 시작이 되었던 발견 중의 하나.
비앙카는 여태 자신이 그걸 이해하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음을 지금 깨달았다.
지금이야말로 그녀는 ‘상대성’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심지어 인력조차 느낄 수 없어.”
인력이 발생하는 것은 휘어진 시공간으로 인해서였다.
다른 관찰자들의 눈으로 보면 멀쩡히 직선 운동을 하던 내가 갑자기 한쪽으로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
하지만 정작 그 당사자인 비앙카는 자신의 움직임이 휘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보다는 주변의 마법사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변하는 것으로 보일 뿐.
무언가가 나를 끌어당긴다는 힘도, 그 어떤 가속도도 느낄 수 없었다.
이 이상한 체험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모든 물체는······. 자기 기준에서 멈춰있다······.”
너무 이상한 사실이었다.
나는 지금 이순간에도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빨려들어가고 있는데······. 그래도 내가 멈춰 있는 거라고······?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세상에서 진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머리 한구석이 간질간질했다.
무언가를 깨달을 것만 같았다.
이걸 깨닫기만 하면 이 세상이 완전히 새롭게 보일 것 같았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무슨 일인가 해서 와봤더니 난리가 났네요.”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페르세타 선생님?”
갑자기 등장한 페르세타가 휘어진 시공간을 자기 앞마당처럼 건너가고 있었다.
“무슨······?”
비앙카가 그러는 것처럼 시공간의 곡률을 계산해 최적의 경로로 나아가는 그런 게 전혀 아니었다.
그저 페르세타가 지나가는 경로를 따라 제멋대로 휘어진 시공간이 제자리를 찾고 평탄해졌다.
미로라는 것은 그 미로의 벽을 다 뚫어버리고 일직선으로 나아가면 더이상 미로가 아닌 것처럼······. 페르세타는 그저 산책이라도 하듯 똑바로 앞으로 나아갔다.
“흠······. 요력이 이렇게 폭주할 때까지 혹사를 시키다니. 이건 여러분들이 잘못하신 거예요. 다들 어떻게 보상할지 생각해두시길 바랍니다.”
어느덧 요괴 형제들 앞에 선 페르세타가 눈을 까뒤집고 요력을 뿜어내고 있는 그들을 보며 혀를 찼다.
– 마법사님! 마법사님! 제발 형아들 살려주세요······!
막내 요괴가 구슬같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하소연했다.
페르세타가 그런 막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금 바로 구해줄게.”
거기까지 말을 들었을 때, 비앙카는 자신도 모르게 불끈 치솟은 초조함에 메시지 마법을 뿌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깨달음이 찾아올 것 같은데!
– 페르세타 선생님!
폭주를 가라앉히기 위해 손을 뻗어나가던 페르세타가 멈칫 하며 고개를 돌렸다.
“네? 왜요? 비앙카님?”
– 그······! 지금 이 현상이 시공간의 왜곡을 이해하고 검증해보는데 딱 좋은 상황이라서요······!
그 말에,
페르세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비앙카님······. 현재 상황이 마법 연구에 도움이 되니 두고 보자는 말씀이십니까?”
– 그, 그게 그렇잖아요. 요력 폭주라고 해도 당장 몸에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조금은 더 두고봐도······.
페르세타가 흠칫 고개를 뒤로 빼냈다. 마치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그리곤 눈물을 글썽이는 막내 요괴를 품에 안으며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좀······. 너무 잔인하군요. 마법 연구를 위해서 이 상황을 두고보라니······. 비앙카 님의 눈에는 이 아이의 눈물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 예? 아······. 그, 그게······.
비앙카는 정말로 당황했다.
“또 요력폭주가 제때 손을 쓰기만 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는 해도 방치하면 건강에 부작용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마법연구가 중요해도······. 그건 좀 비인간적인 것 같군요.”
페르세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사리에 들어맞았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게 당신이 할 소리는 아니잖아!!
비앙카의 머릿속으로는 그간 페르세타에게 당했던 일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휴식도 하루에 2시간밖에 못하게 하고. 연구를 위해서라면 위험한 상황도 방치하고······.
그랬던 인간이.
뭐, 뭐라고?
“실망입니다. 비앙카 님.”
– 아······.
비앙카는 그만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지금은 자기가 잘못한 게 맞았으니까.
이 우주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깨달음을 얻기 직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서 실언이 나왔다.
반성해야 함이 옳았다.
하지만······.
하지만······!
너무 억울해!
비앙카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는 와중에, 페르세타는 손을 뻗어 폭주 중인 두 형제의 요력을 가라앉혔다.
사아아아-
마구 날뛰던 요력이 갈무리 되고, 완전히 탈진한 둘의 몸이 축 처진다.
페르세타는 마법으로 그들을 편안하게 뉘였다.
그런데.
“어라?”
비앙카는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지금의 이상현상의 원인이 되는 요력 폭주가 멈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풍경에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시공간의 왜곡이 더 심해졌어!’
오히려 아까보다 복잡해졌다.
어렵디 어려운 퍼즐처럼 마구 왜곡된 시공간.
기껏 풀어낸 계산을 다시해야 할 상황이었다.
당황한 비앙카의 귀로 페르세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제 마법입니다.”
네?
비앙카는 살짝 벙쪄서 입을 벌린 채 페르세타를 바라보았다.
페르세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비앙카 님 말씀대로 여러분들이 새로운 지식을 체화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아서요. 이상현상 자체는 제 마법으로 유지시키고 조금 더 손을 봤습니다. 그럼 잘 빠져나와 보십시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일 겁니다!”
페르세타는 싱긍싱글 웃더니 막내 요괴를 품에 안아들고 어둠을 헤치더니 밖으로 빠져나갔다.
비앙카는 어둠 속에서 입을 뻐끔거렸다.
“아니. 아······니. 나만 쓰레기 만들더니······. 이럴 수 있었으면······.”
그녀는 처량하게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
페르세타와 마법사들이 연구실로 삼은 5층 목조 건물.
드르륵!
그곳의 문이 열리더니, 초췌해진 마법사들이 하나 둘 밖으로 빠져나왔다.
가장 먼저 빠져나온 것은 현자 시에넬.
그 다음이 살리넬르.
그리고 이를 아득바득 갈고 있는 비앙카가 세 번째로 빠져나왔다.
곧이어 라냐 왕세녀와 성녀 샤라도 비척비척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들은 다들 마당에 드러누워 숨을 헐떡거렸다.
“아······. 머리가 부서지는 줄 알았어요······.”
샤라의 한숨어린 말에 다들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자 시에넬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덕분에 시공간의 휘어짐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체험하고 연습을 해본 기분일세. 이로써, 마법 연구에도 가속도가 붙겠지.”
그 말대로였다.
다들 이번 이상현상 덕분에 배운 게 많았고 연구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진 상태였다.
비앙카가 입술을 악물며 말했다.
“맞아요. 비록 페르세타 선생님이야 이 모든 걸 알고 계시겠지만, 그분도 모든 응용방법과 이로 인해 파생하는 다른 현상들까지 다 꿰고 계신 건 아닐 거니까요.”
그 말에 살리넬르도 의욕을 드러냈다.
“그렇지. 백과전서 때만해도 페르세타님을 놀래킬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충분히 가능하겠지. 그가 모르는 지식을 우리 손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거야.”
비앙카와 살리넬르가 눈을 마주치며 함께 열의를 드러냈다. 그들은 페르세타를 뛰어넘고 싶다는 열망을 가슴 깊은 곳에 품고 있는 마법사들이었으니까.
그때, 열려 있는 1층 문을 통해 마법사들의 절규가 들려왔다.
– 혀, 현자님! 살리넬르님!
– 저희 좀 살려주십시오!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 이 마법 좀 해제해 주십시오!
그 말에 밖에 널브러져 있던 마법사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켜 서로 시선 교환을 하고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외쳤다.
“잘 빠져나와 보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거야!!!”
그렇게 외치는 그들의 입가에는 악동같은 미소가 매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