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2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23화(123/171)
123화 < 인과의 속력 >
페르세타는 장장 24시간이 꼬박 지난 다음에야 1층에 걸어두었던 마법을 풀어주었다.
“빠져나오신 분은 60퍼센트 정도군요. 흠······. 조금 안타깝습니다.”
마법을 막 풀어낸 페르세타가 중얼거리듯 흘린 말에 끝까지 자력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던 40%의 마법사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자신이 하위 40%라고 낙인이 찍히다니······.
페르세타와 함께 연구를 할 만큼, 그 재능과 노력이 대단했던 마법사들인만큼 부끄럽고 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흐뭇하게 웃으며 물었다.
“속상하죠?”
“······당연한 거 아닙니까.”
“궁금하죠? 대체 뭐였을까? 어떤 부분이 막혀서 풀지 못했을까.”
“······물론입니다.”
“자, 그럼 해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분한 만큼 더 집중해서 따라와 주세요. 이번에 못한 건 다음에 갚아주면 되니까요.”
“······!”
하위 40%가 되어버린 마법사들은 눈을 빛냈다.
페르세타의 입에서 자연스레 언급된 ‘다음’ 지금 그들에게 그것만큼 필요한 게 또 없지 않을까?
한시라도 빨리 무지를 떨치고 자긍심을 되찾으려면, 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법 밖에는 없었으니까.
“가르침을 주십시오! 선생님!”
하나같이 열의를 활활 불태우며 고개를 숙이는 마법사들.
페르세타는 고개를 한 번 크게 끄덕였다.
자신이 마법사들을 잘 모아놨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마음이 약한 자거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실한 사람이라면, 이번의 실패에 주눅이 들 수도 있었다. 의욕이 꺾일 수도 있었다.
사람이란, 자신이 무언가를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아예 그 근처로 가기도 싫어하는 습성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분명 낙심하고 괴로워했지만, 다시 기회를 주면 기꺼이 도전하고자 했다. 다음엔 자신이 더 잘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있었다.
페르세타는 이제 알고 있었다. 단순한 이해력과 계산력을 뛰어넘어, 그런 심리적인 힘이 또 얼마나 중요한지.
그는 1층에 걸린 커다란 칠판 앞으로 다가가 분필을 들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레라티비테트>의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레라티비테트.
그 한마디에 마법사들은 깨달았다. <첼레스티움>과 <프린키피아>를 넘어서서 또 한 번 마법의 역사를 뒤틀 위대한 지식이 이곳에서 풀려나오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손을 번쩍 들고 질문했다.
“저, 선생님! 그럼······. 3차 포럼은 없는 것입니까?”
그 말에 다른 마법사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첼레스티움>은 1차 포럼에서 발표되었고, <프린키피아>는 더 많은 마법사들이 모인 2차 포럼에서 발표되었다.
그렇기에 다들 은연중에 다음 책, <레라티비테트>는 그야말로 모든 마법사들을 모아놓은 3차 포럼에서 발표될 거라 짐작하고 있던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단호하게 말했다.
“예. 3차 포럼은 없습니다. <레라티비테트>는 여기에서 발표될 것입니다. 두 번, 세 번, 또 다른 자리에서 발표가 될 수는 있지만, 그 횟수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져나왔다.
그런 귀중한 강의를 자신들이 들을 수 있다는 감탄에서 나온 것이 절반이었고, 이 귀중한 강의를 더 많은 마법사들이 들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서 나온 것이 또 절반이었다.
누군가가 물었다.
“어째서입니까?”
“시간이 아까워서요. 이젠 포럼 같은 행사를 준비할 시간에, 여러분들과 함께 더 깊은 지식을 탐구하고 연구하고 싶습니다.”
“아······.”
“아쉬워할 것은 없습니다.”
페르세타는 마법사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제 강의를 잘 씹고 소화해서 다른 분들에게 전파하면 되니까요. 이제 마법은, 저 한 사람의 입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여기에 있는 바로 여러분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발전해나갈 겁니다. 그래도 되는 단계가 왔어요.”
따악!
페르세타는 들고 있던 분필을 칠판에 딱! 소리 나게 붙이며 말했다.
“그러니. 잘 따라와주세요.”
파스스스스-
칠판에 댄 분필이 녹아내리듯 줄어들었다.
동시에 거대한 칠판을 가득 채우며, 수많은 알갱이들이 그려져서 칠판을 떠다녔다. 어떤 것은 빠르고 어떤 것은 느렸다. 어떤 것은 뭉쳐 있었고, 어떤 것은 따로 떨어져 있었다.
“사실. 제 설명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진리는 하나라도, 그걸 해석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요. 왜냐면, 우주의 깊은 진리를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도.”
페르세타는 반짝이는 눈으로 마법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는 이렇게 한 번 표현해보겠습니다.”
그리고는 긴 손가락을 뻗어 마법사들 중 한 명을 가리켰다.
끝내 시간 내에 시공간의 미로를 빠져나오지 못했던 마법사 중의 한 명이었다.
“론지우 마법사님.”
“예? 예!”
“가장 이해가 안 되던 부분이 어디였죠?”
“아······. 그건, 마나 인력이 시공간의 왜곡 때문에 일어난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갔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예. 처음에 저는 천 같은 것에 무거운 추를 올려놓은 이미지를 생각했습니다. 천이 시공간이라면 무거운 추가 마나인 셈이지요. 그러면 천은 아래로 축 처지면서 휘어지게 됩니다.”
“그렇죠.”
“네. 그리고 그렇게 휘어진 천 위에서 공을 굴리면 공이 똑바로 가지 못하고 휘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바로 시공간의 왜곡이 인력을 만드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했죠.”
“그럴 듯 하네요.”
“네! 하지만 그건 틀렸습니다.”
페르세타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어째서 틀렸죠?”
“거기서 공이 똑바로 가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땅으로 떨어져내리는 인력이 있기 때문일 뿐입니다. 단지 시공간이 왜곡되었기 때문에 끌어당겨진 게 아니라, 애초에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으니까 끌어당겨진 것뿐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인력으로 인력을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 거죠!”
페르세타는 진정으로 만족스러웠다.
론우지 마법사는 비록 정답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오답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모르기는 해도, 어떤 게 잘못된 것인지를 아는 건 아주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니 페르세타의 기준에서 론우지는 훌륭한 오답자였다.
“아주 멋져요! 그 말씀 그대로입니다!”
페르세타가 그렇게 만족을 드러내자, 론우지는 용기가 생겼다.
그는 주먹을 꾹 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여쭈고 싶습니다. 마나가 시공간의 왜곡을 일으킨다는 것까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시공간이 왜곡되었다고 해서 끌어당기는 힘이 생겨나는 것입니까?”
페르세타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칠판 앞에 섰다.
“말씀드렸다시피, 제 설명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참고 정도로 삼아주십시오.”
페르세타가 손을 펼치자, 허공에 캄캄한 우주가 신기루처럼 드러났다.
“저는 모든 만물의 상대적 관계를 기술할 수 있는 시공간을 인과의 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마나는 이 인과의 장 속에서 부유하며 세상의 모든 인과를 만들어내는 가장 근원적인 단위입니다.”
페르세타가 마치 음악을 지휘하는 것처럼 손을 흔들자, 칠판 위에서 움직이고 있던 하얀 알갱이들이 캄캄한 우주 속으로 날아올라 마치 별처럼 반짝거렸다.
빠르고 느리고, 뭉쳐있고 떨어져 있는 알갱이들.
“그런데 이 인과의 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인과작용, 즉 사건을 처리하는 속력에는 한계가 정해져 있습니다.”
속력의 한계.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살리넬르와 현자 시에넬이 움찔 놀랐다.
“스, 스승님. 그건······?”
“설마······?”
“예. 그게 바로 마력파의 속력으로 표현됩니다. 즉, 마력파의 속력이란, 엄밀히 말하면 ‘인과의 속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나의 원인이 결과를 만들어 파급을 끼칠 수 있는 최대의 속력인 것입니다.”
페르세타가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마나 알갱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만약 여러분이 신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주어진 계산능력으로 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과를 계산해야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수많은 마나 알갱이들이 빠르게 부딪히며 수많은 사건을 만드는 부분을 계산할 때는 계산이 느려지겠죠? 반면에 별다른 변화도 없이 그저 떠다니는 몇몇의 알갱이들이 있는 쪽을 계산할 때는 계산 속도가 빠를 겁니다. 저는 시간의 흐름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악-
페르세타가 손가락을 튕기자, 수많은 마나 알갱이가 뭉쳐 활발하게 부딪히던 쪽의 속력이 현저하게 느려졌다.
“환상 마법을 만들때와 비슷한 것입니다. 만들어야 하는 환상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움직임과 상호작용이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환상 자체가 느려지는 현상을 보여주죠. 이 우주라는 것도 결국 그런 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페르세타의 말에 마법사들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비앙카 애시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씀은······. 결국 세계라는 것도······.”
“네. 근본적으로는 환상마법과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인간계, 환요계, 이런 세계라는 마법이 작동하며 무수한 인과를 만들어낼 때면, 그 주위의 시간이 느려집니다. 처리할 수 있는 인과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처리해야 할 것은 너무나 많아지니 당연한 일이죠. 우리는 이렇게 각 공간마다 처리속도가 다른 것을 두고 시공간이 휘어졌다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겁니다.”
페르세타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 이번에는 한쪽 방향으로 흘러가는 물과 그 물을 따라 흘러가는, 끈으로 연결된 두 개의 배가 떠올랐다.
“그러면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은 뭘까요? 이렇게 두 개의 배가 흐르는 물을 따라 떠내려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왼쪽의 물살이 오른쪽의 물살보다 느리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끈으로 연결된 두 배가 물살을 따라 떠내려갔다.
하지만 왼쪽 물살이 느려서 왼쪽 배는 뒤로 처지고 오른쪽 배는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배가······. 회전하겠군요.”
“바로 그겁니다.”
두 개의 배는 느려진 쪽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가 왼쪽에서 잡아당긴것처럼.
“인력이란 바로 이런 식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지요.”
여기까지 차근차근 설명하던 페르세타는 돌연 눈을 반짝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파아앗!
그가 떠올린 우주의 환상 속에서 무수한 알갱이가 떠올라 서로 합쳐졌다.
“우리가 이런 시공간의 왜곡과 인과의 움직임을 제대로 상상하지 못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것, 압도적으로 빠른 것들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우리가 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 인간계도, 9개의 신비세계도, 심지어 마나 태양조차도, <레레티비테트>의 세계 속에서는 굉장히 작고 느린 것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페르세타가 만든 환상 속에서 알갱이들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모든 것들을 잡아먹는 듯한 거대한 검은 구멍으로 자라났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에, 우리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힌트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빠른 세계들까지 우리 마법의 영역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레라티비테트>가 필요한 것입니다.”
페르세타는 별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들이 이걸 이해하는 때가 오면, 그때, 더이상 여러분은 저의 제자가 아니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그저 함께 이 무한한 마법의 우주를 탐험하는 동료가 될 겁니다.”
페르세타는 속내를 꺼냈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자신의 진짜 목표를 입에 올렸다.
“<레라티비테트>를 통해 시공간의 완벽한 지도를 그립시다. 그거로 아홉 개의 세계를 연결합니다. 그리고······. 그 너머로 함께 나아갑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비앙카나 살리넬르 같은 마법사들은 생각했다.
‘어쩐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더는, 저 머나먼 우주를 바라보는 페르세타의 꿈이, 막연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 인과의 속력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