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2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24화(124/171)
124화 < 변혁이 필요해 >
인간계.
대륙 최강대국인 세이린 제국의 황궁 분위기는 아주 훈훈했다.
우선 모여있는 귀족들의 행색부터가 이전보다 훨씬 화려했다.
남작, 자작들은 이전에는 공작, 후작들이나 입을 수 있던 값비싼 원단의 옷을 입었고, 공작, 후작, 백작들은 여태까지 세상에 존재한 적 없었던 새로운 소재로 짠 옷을 입고 있었다.
다들 안색이 훤했고, 움직임에는 활기가 있었다.
분위기만 보면, 세계 정복이라는 세이린 제국의 비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모두들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들은 황제가 나오기 전까지 껄껄, 하하, 웃으며 담소를 나눴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즐거울 수는 없었다.
다들 거만하게 웃는 와중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아니? 후지안 남작! 자네 그거 그 목걸이! 환요계의 청요석 아닌가?”
“알아보셨군요. 루돌 자작님.”
“그걸 어떻게······? 한두푼으론 구할 수가 있는 게 아닐 텐데?”
“요즘 우리 남작가 사업이 워낙 잘돼서 말입니다.”
여유로운 후지안 남작의 대꾸에 루돌 자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허어······. 그게 무슨 말인가. 내가 남작가의 사정을 뻔히 아는데, 그 조그마한 영지에 변변찮은 자원도 없는 땅을 가지고 어떻게 청요석을 구하나? 나도 없는 건데······.”
후지안 남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제가 영지 운영을 잘했나 보죠. 코딱지만한 땅으로도 루돌 자작가보다 더~ 많이 벌 만큼.”
울컥!
루돌 자작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 무슨! 흥! 보나마나 뻔하지! 세율을 미친듯이 올려 영지민들을 쥐어짠 거 아닌가! 남작가 영지민들의 곡소리가 내 집무실까지도 넘어들어오더군!”
“하?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 발전이 다 어디서 온 겁니까? 다 우리 귀족들이 있으니까 가능한 발전이 아닙니까? 우리 덕분에 삶이 더 편해졌으니 대가를 더 내는 것도 당연한 거죠.”
“아니! 그게 어떻게 우리 덕분인가! 마법사들 덕분······!”
“그게 그거죠. 정 그렇게 억울하면 자작님도 똑같이 하면 될 거 아닙니까? 세금을 잘 받아내는 것도 영주의 능력이죠.”
“파렴치한······!”
“요즘같은 태평성대에 아직도 그러고 계신 쪽이 문제가 아닌지······. 뭐.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후지안 남작은 씨익 웃고는 루돌자작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목에서는 귀하디 귀한 환요계의 청요석이 빛나고, 루돌 자작은 어찌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젠장······. 남들 다 세율을 올리는데. 나만 가만히 있으면 바보되는 거 아닌가?’
새삼 주변이 달리 보였다.
마도왕 페르세타가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이후 대호황이 시작되었다.
제국은 인공위성에서 내려오는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그렇게 생산된 상품들은 재고로 쌓이는 일 없이 환요계와의 거래에 사용되며, 제국의 경제는 나날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결과 제국의 귀족들은 역사상 그 어느때보다도 부유해질 수 있었다.
영지가 얼마나 풍족한지, 세율을 팍팍 올려도, 영지민들이 굶어죽질 않는다. 폭동 걱정없이 마음껏 세금을 올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선대에게 가르침을 받은 대로 적정 세율을 유지했던 루돌 자작.
그는 새삼 자신의 결정에 회의감이 들었다.
남들은 다 세금부터 올리는데······. 내가 잘못된 게 아닐까?
그리고 그날 제국의 어전회의에서는 그런 그의 흔들리는 마음에 결정타를 꽂는 결정이 내려졌다.
“제국이 이토록 풍족하니 병사들과 기사들을 늘려야겠군. 지금부터 세율을 10%더 높이도록 하겠다.”
높은 곳에 앉은 황제는 만족스러움을 드러내며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루돌은 결심했다.
‘그래. 젠장. 나도 세율 올리자!’
그게 시대의 흐름, 대세라는 것이었으니까.
**
“으랏차차! 하아······. 인간계 공기가 이렇게 달았나.”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 대광장에 설치된 통로를 빠져나오며, 일리안느는 길게 기지개를 켰다.
환요계까지 넘어가 연구를 한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반년.
적지 않은 시간이긴 했지만, 일리안느가 느끼기에는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이 지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한 5년 정도?
그만큼 환요계에서 진행했던 연구는 이 세상에 대한 그녀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것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신비한 성질.
이 거대한 우주와 가늠할 수도 없이 빠른 속력에 대한 상념.
중간에 몇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던 그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마침내 성취를 얻었다.
그리고 다시 밟는 인간계의 땅.
일리안느는 가슴이 풍선처럼 부푸는 것만 같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레라티비테트>라면, 인류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줄 수 있다고.
페르세타와 함께 꿈꾸며, 저 아득한 차원의 우주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문명을 건설할 일만이 이제 남았을 뿐이라고.
이미 그렇지 않던가.
마법의 발전으로 이 세상에 변화가 시작되지 않았던가.
마법혁명으로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환요계와의 무역으로 나날이 더 큰 부가 창출되지 않던가.
사람들은 더 부유해지고, 부유해진만큼 더욱더 교육을 받을 것이고, 수많은 능력자들이 이 세상의 발전에 또다시 기여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우리 인류는 인간계를 벗어나 더 먼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다.
보라. 저기, 활기찬 시장 상인들의 웃······음······?
“어?”
잔뜩 들떠 있던 일리안느는 찬물이라도 뒤집어 쓴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랐다.
“으음······.”
“흠.”
“못 본 사이 많이······?”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의문을 드러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장의 분위기가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환요계의 요괴들과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웃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보이는 건, 억누른 분노와 짜증, 무기력.
오히려 거래를 하러 온 환요계의 요괴들이 눈치를 볼 정도로 시장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드디어 연구를 마치고 인간계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마법사들의 분위기도 따라서 가라앉았다.
특히, 라냐 비셰나 왕세녀와 비앙카 애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녀들은 날카로운 눈으로 시장 곳곳을, 어깨를 늘어뜨린 상인들을 관찰했다.
일리안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눈만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분명, 떠날 때만 해도 엄청 활기찼는데······.”
그때 마침. 그녀의 의문에 대답이라도 해주듯 한 상인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에이 젠장! 못 해먹겠네!”
들고 있던 자루를 내동댕이치는 그. 그러자 아버지로 보이는 머리 하얀 상인이 화들짝 그를 제지했다.
“이, 이놈아! 미쳤어? 왜 그래?”
“아니 그렇잖아요 아버지! 뼈 빠지게 일하면 뭐합니까?! 세금으로 다 뜯어가는데! 아버지도 그냥 다 치워요! 고향 돌아가서 농사나 지읍시다!”
“이놈아! 농사는 쉽더냐! 그리고 당장 입 다물어!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젠장! 들으면 들으라고 해요! 세금을 올려도 작작 올려야지! 황제는 황제 대로 올리고! 시장 관리관은 관리관 대로 또 세금을 걷고! 이게 뭡니까!”
“아이고! 이 놈아!”
워낙 큰 목소리로 불평을 터뜨렸기에 모두가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철컥철컥철컥.
시장에 파견되어 있던 경비병들이 갑주 소리를 울리며 다가왔다.
머리가 하얀 아버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닥에 엎어져 애걸했다.
“아이고 나으리들! 제 자식놈이 철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제가 똑바로 교육시킬 테니······!”
“비켜라! 감히 황제 폐하를 모욕한 놈이다! 네놈도 같이 죽고 싶은 게냐!”
경비병 하나가 길고 단단한 창대로 엎드린 노인의 머리를 후려쳤다.
“어이쿠!”
이마가 깨져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노인.
그제야 불평을 터뜨렸던 상인은 상황을 파악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피흘리며 쓰러진 자신의 아버지와 살벌하게 다가오는 경비병 사이를 오갔다.
“아, 아버지······.”
쓰러져서 끙끙거리는 아버지가 걱정된 그가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또다시 창대가 날아들어 그의 오금을 후려쳤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 상인.
그런 그의 머리를 경비병이 걷어찼다.
“감히 입을 함부로 놀려? 오늘 네놈을 본보기로 삼아주마.”
“이······. 이익······!”
엎어진 상인은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여 뭐라 말도 내뱉지 못하고 얼굴만 일그러뜨렸다.
주변의 다른 상인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시선을 피했다.
행여나 휘말릴까봐 몸을 작게 웅크렸다.
환요계의 요괴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다들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후······.”
그 모양을 가만히 지켜보던 페르세타는 깊이 한숨을 쉬고 앞으로 나섰다.
“저기. 그만 하세요.”
“뭐야? 너도 황실 능멸죄로 같이······!”
살기등등하게 페르세타를 돌아보던 경비병의 몸이 바짝 굳어졌다.
“어. 어······. 마, 마도왕 전하?”
“그쯤 하고 가세요.”
무감정한 눈빛으로 차분히 지시하는 페르세타.
경비병들은 그 앞에서 전전긍긍했다.
“하, 하지만 전하. 이 자는 황실을 능멸한······.”
“반년 만에 인간계로 돌아왔습니다. 보자마자 이런 꼴 보고 싶지 않으니 물러서세요.”
경비병들이 다들 어쩔줄을 모르고 눈치를 볼 때, 한 젊고 혈기 넘치는 경비병이 도발적인 시선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하! 전하께서 폐하께 받은 권리는 마법사들을 통치하는 권리일 뿐입니다! 이것은 세속의 일이니 전하께서 상관하실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임 경비병들은 이 용감하고 눈치없는 후임 경비병의 말에 기겁을 했다.
말이야 맞는 말이었지만······.
“그래요? 그러면. 황제 폐하께 보고를 드리세요.”
무감정하던 페르세타의 눈에 어떤 광채가 맴돌았다.
그가 경비병을 똑바로 쳐다보자, 기세 좋게 나섰던 젊은 경비병은 말문이 턱, 막힌 것처럼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었다.
페르세타는 그 경비병들을 그대로 지나쳐, 쓰러진 상인들을 치유하고 짐을 챙기게 돌보았다.
“가십쇼. 이제는 황도에는 발을 들이지 마시고요.”
“예. 예!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페르세타는 그 자리에 서서, 두 상인이 완전히 멀어져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은 여러분들을 보고 싶지가 않은데······.”
다시 서늘한 눈으로 경비원들을 바라보자.
“죄, 죄송합니다!”
경비원들은 후다닥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후······.”
그리고 다시 평화를 찾은 시장. 그 한복판에서 페르세타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의 옆으로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다가왔다.
“선생님. 이런 식이라면······. 문제가 많을 것 같습니다.”
페르세타의 입꼬리가 씁쓸하게 일그러졌다.
“그렇죠. 저는 마법을 발전시켜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향상된 생활수준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아 마법사가 되길 바랐는데······.”
비앙카 애시도 페르세타의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다시 한번 황제 폐하를 만나보는 게 어떨까요?”
그 말에, 페르세타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나서지 않을 겁니다. 오늘처럼 눈 앞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은 몰라도······. 제가 본격적으로 간섭하면 문제가 커져요. 저는 후학 양성과 가족의 일에만 몰두할 생각입니다.”
애초에 자신이 끼어들어 모든 것을 좌우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랬다면······. 결론은 세계 정복 밖에는 없었겠지.
페르세타의 소극적인 반응에 비앙카가 조금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으음. 하지만 이대로 두고볼 수는 없잖아요. 선생님이 바라는대로 차원의 우주로 뻗어나가는 문명을 건설하려면, 인류의 모든 가능성을 집약해야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마법 발전의 과실을 특정 계급이 독점하면······. 그 미래는 대체 올지······.”
그 말에, 페르세타가 비앙카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또 골똘히 생각에 잠긴 라냐 비셰나도 들여다보았다.
그가 말했다.
슬쩍 웃으며.
“제가 나서기는 그렇지만. 여러분은 하실 수 있잖아요.”
“예?”
페르세타는 주변을 더 넓게 바라보았다.
현자 시에넬도,
성녀 샤라 엘리프도,
반란군 수괴였던 애캘슨까지 모두 돌아보며, 그는 말했다.
확신을 담아서.
“여러분은 이제 <레라티비테트>까지 익히셨어요. 세상을 바꿀 힘이 있으시다고요.”
혼자 세상을 끌고 나가면 그것은 독재고 폭력이지만, 여럿이 함께 끌고 나가면 그것은 변혁이 되고 발전이 된다.
나는 손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손을 쓰는 거야. 여러분들의 자유니까요. 다만······. 쉽진 않을 거예요. 저는 도와주지 않을 겁니다.”
페르세타는 이젠 자신이 아닌 다른 마법사들이 나서서 세상을 바꿔주길 바랐다.
이 날을 위해, 여태까지 달려왔으니까.
< 변혁이 필요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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