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28)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28화(128/171)
128화 도로테아 VS 근위기사단
“아바마마.”
한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로테아 세이린을 둘러싸고 있는 근위 기사들 사이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였다.
황제 칼리슈트 세이린이 흥미롭다는 듯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제르니. 네가 공식 석상에서 나를 아바마마라고 부른 적이 있더냐?”
그 말에, 제국의 제1황자 제르니 세이린은 몸을 움찔 떨었다.
“그, 그러니까. 폐하. 여쭈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하라.”
“만약. 반역도의 저항이 너무 거세어 포박하기가 쉽지 않다면……. 법대로 집행해도 괜찮겠습니까?”
법대로 집행한다.
반역도라 불렀으니, 그 의미는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즉결 처형.
그는 자신의 누이인 도로테아 세이린을 죽여도 되냐고 묻고 있는 것이었다.
황제는 그런 제르니를 빤히 쳐다보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한다. 다만 도로테아는 나의 딸. 감히 그녀를 참하려면 황자인 너의 손으로 직접 해야겠지.”
1황자 제르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예! 알겠습니다.”
도로테아 세이린은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제르니. 근위 기사단에 들어갔다더니. 실력이 많이 늘었나 보네? 이 몸을 죽이겠다는 소리를 다 하고?”
“닥쳐라! 반역도.”
“넌 내가 하는 게 정말 반역으로 보이니? 매번 그렇게 눈치 파악을 못 하니까……. 네가 안 되는 거야.”
제르니의 얼굴이 분노로 달아올랐다.
“웃기지 마라! 그래서 넌 그동안 뭘 했지? 내가 폐하 밑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검을 배울 때, 넌 대체 뭘 했냐고? 그깟 손장난 같은 마법이나 배운다고 황궁을 수 년씩이나 비우고 기껏 돌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뭐? 계승? 자신이 받은 것에 감사할 줄도 모르는 패륜아가. 누굴 가르치려는 거냐!”
“그래서. 죽이려고? 네 누나를?”
“폐하의 명이다. 그리고 어마마마도 슬퍼하시지 않을 거다.”
“그야 그렇겠지. 내 어머니가 아니니까. 그런데 그걸…… 그렇게 대놓고 말하니?”
흥분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얼굴이 붉어진 제르니가 또 뭐라고 말을 쏘아 대려는 순간,
“그만!”
근위 기사단장이 호통을 쳤다.
“제르니 황자님. 송구하지만 지금은 폐하의 명을 수행해야 하는 때입니다. 형식상이라고는 하나, 황자님도 현재는 근위 기사단의 일원이시니, 제 지휘를 따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단장님.”
화르르-!
단장의 검에서 새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마치 꿀처럼 끈적하게 타오르는 오러 플레임.
가볍게 너울거리는 다른 근위 기사들의 오러 플레임과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달랐다.
거기서 뻗어 나오는 기세도 남달랐다.
보는 것만으로 현기증이 이는 아찔한 힘.
그것은 아직 ‘오러 플레임’이었지만, 오직 황제만이 도달했던 경지인 ‘오러 블레이드’에 한없이 가까이 다가서 있는 무언가였다.
도로테아는 호흡을 골랐다.
솔직히 두려웠다.
눈앞의 기사들이 두렵다기보다도, 그 뒤에서 턱을 괴고 지켜보는 아버지가 두려웠다.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도로테아임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식사 자리에서도 언제나 그녀를 옆에 앉혔고, 시간이 날 때면 그녀를 불러 함께 황궁의 정원을 산책하곤 했다.
황궁의 사람들은 도로테아가 그녀를 낳다 돌아가신 선대의 황후를 많이 닮았기에 그렇노라고들 말하곤 했다.
도로테아 역시 모두가 두려워하는 아버지를 스스럼없이 좋아했었다.
하지만 15살 16살이 되면서, 그녀는 아버지가 두려워졌다.
둘의 관계는 여전히 좋아 보였으나……. 도로테아는 언제나 그 안에서 미묘한 선을 느꼈다.
그녀는 생각했다.
진짜 관계라는 건, 거역을 해 보았을 때 드러나는 거라고.
그녀는 본능처럼 느꼈다. 만약 자신이 아버지가 정한 선을 넘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그 순간 아버지의 섬뜩한 모습을 보게 될 거라는 걸.
자신은 그저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인형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알고 있었다.
감히 아버지에게 황위를 계승하겠다는 둥 이런 건방진 소리를 한다면, 아버지는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기를 죽일 수도 있는 인물임을.
그리고 역시나. 아버지는 자신을 반역도로 규정하고 근위 기사단을 앞세웠다.
만약 자신이 여기서 죽더라도 아버지는 조금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이 조금쯤은 그녀의 가슴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악물었다.
그녀는 이루고 싶은 뜻이 있다. 아버지와는 다른 뜻이.
그러니 싸우는 수밖에.
‘아바마마는……. 차갑고 냉혹하지만. 유능한 자의 뜻은 존중하니까.’
만약 자신이 홀로 근위 기사단을 꺾어 낸다면, 아버지는 자신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이게 그녀의 노림수.
‘해보자.’
두려움도.
씁쓸함도 모두 누르고, 그녀는 자신의 의식을 차원의 우주 속으로 던졌다.
반개한 두 눈에서 흰자가 하얗게 빛났다.
“쳐라!”
근위 기사단장이 소리치고,
타다닷!
무거운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날쌘 발걸음으로 그녀를 향해 짓쳐 들었다.
도로테아는 양손을 뻗었다.
그녀의 몸에 요정의 빛이 어렸다.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명계의 강물이 검은 뱀처럼 휘돌아 나왔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설화계 영웅의 힘이 쥐어지고,
그녀의 왼손에는 영수계 용의 신비가 어렸다.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그녀의 온몸을 가득 채웠다.
어둠이 그녀의 몸에 내려앉았다. 밤처럼 짙은 어둠이 아니라, 은하수처럼 반짝이고 어딘가 투명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런 신비한 어둠이었다.
그 힘을 목도한 근위 기사단장이 긴장했다.
“다들 경계하라! 검진을 형성해 대응한다!”
그 말에 근위 기사들 모두가 놀랐다.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손꼽히는 강자.
여태 그들이 검진을 이루어 누군가와 싸워 본 적은 황제와 대련을 할 때밖에 없었으니까.
황제조차도 세이린의 힘에 관심을 보였다.
“호오. 그것은 무엇이냐? 도로테아?”
“잔재주일 뿐입니다. 아바마마가 창시한 오러가 마법의 상극이라길래, 여러 세계의 힘을 적절히 배합해 섞은 것이지요.”
“여러 세계의 힘을 한 번에 불러와 섞는다라……. 내가 알기로는 불가능한 일로 알고 있는데?”
“이전에는 불가능했지요. 하지만 각 세계의 정확한 좌표는 물로 그 세계와 우리 인간계의 시차까지 계산할 수 있게 된 지금은 다릅니다.”
<레라티비테트>
페르세타의 새로운 가르침이 가져온 또 하나의 혁신이었다.
지금 반개한 도로테아의 눈에는 마나 태양을 둘러싸고 공전하는 각 신비 세계의 좌표는 물로 그 주위로 굽어진 시공간의 지도까지 완벽하게 그려지는 상태.
한 번에 여러 세계의 힘을 불러내는 것도, 그것을 하나로 합치는 것도, 지금의 그녀에게는 딱히 어려울 일이 없었다.
“좋구나.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두고 보시면 아실 겁니다. 아바마마.”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도로테아가 손을 뻗었다.
그녀의 두 손 사이에서 어둠이 부풀어 오르더니, 마치 용이 내뿜는 숨결처럼 앞으로 쭉! 뻗어 나갔다.
콰아앙!
선두에 있던 근위 기사가 오러 플레임이 타오르는 검으로 그 어둠을 갈라냈으나,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이미 그 뒤의 근위 기사들은 벌 떼처럼 산개한 뒤였다.
오러의 하얀 불꽃들이 나비처럼 팔랑이다가 유성처럼 내려꽂혔다.
너무 날카롭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오러들이 도로테아의 주변을 벼락처럼 스쳤다.
쩡!
카아아앙!
도로테아는 그 흉악한 오러 플레임들을 맨몸으로 쳐냈다.
설화계의 영웅들에게서 빌려온 체술로 간결한 스텝을 밟으며, 주먹과 팔꿈치를 짧게 끊어쳐서 광포한 오러 플레임들을 비껴 냈다.
그러다 짧은 간극 속으로 파고 들어가, 용의 숨결과 명계의 강물이 뒤섞인 주먹으로 기사들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쩌어어엉!
쩡!
제국에서 가장 강하다는 근위 기사들이 팝콘 터지듯 펑펑 튕겨져 나갔다.
오러로 보호한 몸은 단단해서 금세 다시 몸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대전에 모인 모두를 경악하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어떻게 된 거야? 오러는 마법의 상극 아니었어?”
“오히려 근위 기사들이 밀리는 것 같지 않아?”
“최고의 마법사라던 살리넬르도 젊은 로열 나이트에게 묵사발이 났었잖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 이후로 마법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그렇기에 홀로 근위 기사단 전체를 당해내는 도로테아의 모습에 어떤 전율을 느꼈다.
“도로테아……!”
그리고 제국의 제1황자 제르니 세이린은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나는 폐하의 가르침에 따라 검에 전념했는데! 그런데 어째서 네가! 매번 황궁 밖으로 떠돌기나 했던 네가 어째서!!!’
근위 기사단 전체의 공격을 도로테아가 받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화르르르-!
그의 감정을 따라 검이 더 뜨겁게 타올랐다.
“화, 황자님! 안 됩니다!”
“대열을 지키십시오, 황자님!”
근위 기사들이 다급히 말렸지만, 제르니의 귀에는 그 어떤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저 지긋지긋한 누이를 꺾고 자신이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을 뿐.
결국, 혼자 앞서 나가는 제르니 황자를 보호하기 위해 단장은 전술을 바꿔야만 했다.
“……황자님을 지켜라! 근위 기사단! 섬멸전을 펼친다!”
“충!”
근위 기사들의 기세가 변했다.
지금까지는 상대의 전력을 확인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탐색전을 펼쳤다면, 이제는 죽기 살기로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띄엄띄엄 떨어지는 유성우 같았던 공격이 일제히 쏟아지는 뇌전의 폭풍이 되어 도로테아를 삼킬 듯이 몰아닥쳤다.
‘집중해.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몸이 갈가리 찢길 거야.’
도로테아의 미간으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발이 바쁘게 움직였다.
단 한 번만 정타를 허용해도 그다음에 쏟아질 것은 폭풍 같은 연격일 것이었기에, 그녀는 모든 공격을 비껴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쾅! 쩌어억!
쿵!
마치 근위 기사들과 도로테아가 함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춤사위를 따라 벼락과 불꽃이 뿜어지고, 반짝이는 어둠이 솟구친다.
처음엔 제법 대등해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확연히 그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찌이익!
한 끗 차이로 칼날을 피해 낸 도로테아의 뺨에서 붉은 피가 흩날리고,
쿠우웅!
제대로 비껴 내지 못한 공격의 여파로 인해 팔꿈치가 저릿했다.
그리고,
서걱!
“하! 하하하! 어떠냐!”
시종일관 미친 듯이 달려들던 제르닌이 마침내 그녀의 허벅지를 크게 베어 냈다.
도로테아의 움직임 순식간에 무뎌졌다.
쏟아지는 칼날에 짓눌려 죽을 것처럼, 그녀가 휘청휘청 뒤로 밀려났다.
‘큰일이네……. 안 먹혀.’
도로테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단순히 신비 세계의 조합한 힘만을 믿고 여기에 서 있던 것이 아니었다.
살리넬르에게 배운 방법도 같이 동원하고 있었다.
바로 마법으로 조합한 전염병을 흩뿌리는 것.
살리넬르가 이 방법으로 로열 나이트와의 설욕전을 쉽게 이겼다고 들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역시 다르네. 근위 기사단장은.’
싸움에 직접 끼어들지 않고 고요하게 뒤쪽에 서 있는 근위 기사단장.
그의 오러가 은밀하게 풀려 나온 그녀의 전염을 모조리 불태우고 있었다.
‘이거……. 이길 수 있으려나?’
지금도 버거운데, 근위 기사단장까지 본격적으로 덤벼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냐……. 그래도 이길 순 있어.’
그녀는 페르세타에게 오러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라면…….
오러를 소멸시키는 게 가능하다.
오러만 소멸시킨다면, 이 싸움도 할 만할 것이다.
하지만…….
‘설령 지금 이긴다고 해도, 다음에도 이길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났다.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제 와서……. 이미 다 마음먹은 거잖아?’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가슴 속에서 스멀스멀 공포가 피어올랐다.
쩌어억!
쾅!
계속해서 스치는 검격. 팔뚝에, 배에, 머리에 한 번씩 꽂히는 유효타.
저 뒤에서 서늘하게 노려보고 있는 기사단장.
그 뒤의 황제…….
모두가 자신에게 적의만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어려서부터 품어 왔던 황제에 대한 공포심 때문일까?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자꾸만 공포가 커지고 몸이 굳었다.
‘안 돼. 안 돼……! 이러다 진짜. 여기서 죽는다고……!’
죽는다.
그 생각을 하니, 또 한층 더 두려워졌다.
도로테아는 어떻게든 잡념을 털어 내려 애쓰며, 다시 한번 더 차원의 우주 속으로 정신을 던졌다.
그 캄캄한 우주 속에서, 시공간의 지도를 바라보며, 어떻게든 평정을 되찾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문득,
목소리가 들렸다.
– 비앙카. 아니. 도로테아 황녀님.
그녀의 의식이 뻗어 있는 차원의 우주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 순간, 도로테아는 엄습해 오던 공포가 싹 녹아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스승님!’
차원의 우주를 더듬던 그녀의 심상 속에 페르세타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