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3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33화(133/171)
133화 명계를 헤매는
명계의 상인들.
아니. 그들을 상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들의 형상은 차라리 ‘악몽’이라 부르는 게 옳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악마를 두려워하지만, 그것은 마치 신을 믿은 것처럼 추상적인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사람이 살며 마주하게 되는 가장 큰 공포는 역시 ‘죽음’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명계의 존재들은, 말하자면 ‘의인화된 죽음’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머나먼 옛날부터 이어진 전승.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을 거둬 간다는 사신과 저승의 차사들.
살아있는 그 어떤 존재도 결코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악몽.
명계의 상인이랍시고 튀어나온 존재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지켜보던 상인들이 두려움에 질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도 자정을 막 넘긴, 캄캄한 밤이었는데 사신과 마주하게 되다니?
그 사신이 금화 대신 내 생명을 대가로 가져가지 말라는 법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보초를 서고 있던 경비병들과 마법사, 심지어 담대한 기사들마저 흠칫 놀라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홀린 듯이 사신과 차사들을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려는 이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이제 갓 6살이 된 남자아이도 있었다.
“엄마…….”
바로 작년에 어머니를 여읜 소년 모르앙.
녀석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명계의 존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걸어 나온 ‘통로’도.
녀석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저기에 들어가면……. 엄마를 볼 수 있을까?’
어른들은 말했다.
엄마는 죽었다고.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저승이라는 아주 머나먼 곳으로 떠난 거라고.
모르앙은 울었다.
엄마는 왜 나를 두고 저승까지 간 걸까?
내가 미웠나?
내가…… 잘못한 걸까?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가 아무리 자신을 미워해도, 달려가서 안기면 안아 줄 것 같았다.
그러면 그 품에 안겨서 잘못했다고 빌고 싶었다.
그러니 이만 돌아오라고.
하지만 어머니가 떠났다는 저승, 그러니까 명계는 너무나 멀어서 산 사람은 결코 찾아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저 너머가. 명계인 거잖아.’
결코 갈 수 없다는 명계가, 지금은 코앞에 있었다. 후다닥 뛰어들어 가면 순식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서 엄마를 찾아 데리고 나오면 되는 게 아닐까?
“모르앙! 위험해!”
하지만 이번에도 어른들이 문제였다.
모르앙이 통로로 다가가려 하자, 평소 인사를 건넬 때마다 사과를 하나씩 던져 주셨던 과일 아저씨가 그를 붙들었다.
“잠깐만요. 저기. 저기 엄마가 있어요.”
“모르앙……!”
과일 아저씨는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고통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모르앙. 네 엄마는 이미 죽었어.”
“그러니까요. 저기가 명계잖아요. 저 안에 있을 거잖아요!”
“산 사람이 명계에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어! 죽는다고!”
“그럼 저도 명계에서 엄마랑 살래요!”
모르앙은 힘껏 몸을 비틀었지만 과일아저씨의 억센 손은 절대로 그를 놓지 않았다.
아저씨는 말했다.
“모르앙……. 불쌍한 녀석. 안 된다. 안 돼.”
그는 아예 두 팔로 모르앙을 끌어안아 버렸다.
모르앙은 발버둥을 쳤지만 어른의 힘을 당해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모르앙처럼 어리고 무력한 것은 아니었다.
“안 됩니다! 마법사 님!”
경비병의 다급한 외침이 들리고,
콰아아앙!
폭발과 함께 일단의 사람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한 마법사가 그 소란을 헤치고 뛰쳐나왔다.
“에렌시아! 기다려! 내가! 내가 갈게!”
눈물을 줄줄 흘리며 ‘통로’를 향해 뛰어가는 젊은 마법사.
그뿐만이 아니었다.
“딸아! 내 딸아! 아빠가 간다! 아빠가! 간다고!”
“여보……! 여보 기다려요!”
“어머니! 어머니! 거기 계세요?!”
자신의 딸을, 남편을,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
그리고 아직도 그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
그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어떤 이는 기사였고, 어떤 이는 마법사였다.
앞을 가로 막는 경비병을 때려눕히고 당황한 명계의 사신과 차사들을 밀어 버리고, 그들은 아차하는 사이에 명계로 이어지는 통로 속으로 몸을 던졌다.
“막아! 막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경비병들이 창을 곧추세우고 달려드는 이들을 밀어냈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였다.
고작 1분도 안되는 짧은 소란으로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명계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모르앙? 모르앙! 얘야! 어디 갔어!”
6살의 아이 모르앙도 섞여 있었다.
* * *
“이런…….”
잠시 다른 볼일을 보고 있던 페르세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소란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는 손바닥으로 두 눈을 덮으며 골치 아파했다.
그의 옆에서는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발을 동동 굴렀다.
“어, 어떻게 하죠? 어떡하죠? 웬 6살 짜리 남자애도 저기에 들어갔어요!”
“큰일이네요.”
“제가 알기로. 산 사람이 명계의 기운에 접촉하면 죽는다고 알고 있는데……!”
“……그건 사실입니다. 바로 죽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죽어 가겠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육신이 흩어지고 영혼만 남게 될 겁니다.”
“아……!”
라냐가 어쩔 줄을 몰라서 탄식을 할 때였다.
“가시죠.”
페르세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예?”
“구하러 가야죠.”
“예에? 며, 며, 명계로요?”
명계는 인류가 가진 두려움 그 자체.
그건 손에 꼽는 마법사이자 일국의 왕세녀인 라냐도 예외가 없었다.
“네. 저기 들어간 마법사 중에는 라냐님 소속의 마법사도 꽤 있지 않습니까? 기사들도 모두 라냐님의 왕국 기사들인 거고.”
“그, 그렇죠.”
“구해 와야죠.”
라냐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지만, 그녀는 곧 호흡을 가다듬었다.
“예!”
저벅 저벅.
고요한 긴장 속을 라냐와 페르세타가 가로질렀다.
페르세타는 당황한 듯 보이는 명계의 사신과 차사들에게 말했다.
“금방 데리고 돌아올 테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명왕께는 제가 잘 말씀 드려 놓겠습니다.”
그 말에 사신과 차사들은 겨우 살았다는 듯이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긴장을 숨기지 못한 채 대답했다.
– 예. 꼭 좀 부탁드립니다. 페르세타 님.
– 잘못하면 저희 명왕 님께 다 죽습니다…….
“네. 걱정마세요.”
저벅.
페르세타와 라냐는 명계로 향하는 통로를 넘었다.
* * *
“후욱……. 후욱……. 훅…….”
명계에 들어서자마, 라냐의 호흡이 무척이나 가빠졌다.
“여기……. 이상하게……. 숨이 차네요.”
“네. 생명체가 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죠. 마법을 쓰셔야 할 겁니다.”
라냐가 손가락을 튕기자 신선한 바람이 그녀 주위로 회오리쳤다.
그제야 겨우 얼굴이 조금 편안해진 그녀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큰일이네요. 아까 웬 꼬마 아이도 여기로 들어왔는데…….”
“빨리 찾아야겠어요.”
“네. 그런데 왜 아무도 안 보일까요? 거의 바로 따라왔는데…….”
“명계와 인간계의 시차가 많이 나서 그래요.”
“아……. 맞다. 그랬죠? 대충 인간계의 1분이 여기선 30분이었던가…….”
“네. 그러니 부지런히 따라잡아야 할 겁니다.”
명계는 어두웠다.
그냥 어두운 게 아니라 이상한 일렁임 같은 게 느껴졌다.
마치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물 속처럼, 사방이 천천히 일렁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몸이 떠오르거나 무겁게 느껴지는 건 또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살짝 걷기만 해도 몸이 통통 튀어오르는 멀미가 날 것 같은 기분.
이대로 몸이 너무 가벼워져서, 그대로 흩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
라냐는 어떤 불길함을 느끼며 물었다.
“여기가……. 명계인가요?”
“네. 정확히 말하면, 명계의 입구. 방황의 들판이에요.”
“들판? 여기가 들판이라고요?”
라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그저 연기처럼 일렁거리는 어둠뿐.
뭐가 보여야 들판인 줄을 알텐데…….
“네. 잘 보세요.”
페르세타가 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라냐는 그제야 탄성을 터뜨렸다.
발 밑에는 아주 짙은 회색빛의 잔디가 소복하게 깔려 있었다.
앞으로 걸어 보아도 계속 잔디가 이어졌다.
“잘 보이진 않겠지만 실제로는 탁 트인 평원입니다. 왕세녀 님도 마법을 써서 주변을 둘러보시면 아실 거예요.”
“아, 예.”
“여기서는 항상 마법을 펼치고 계십시오. 모든 것들이 당신을 죽음으로 끌고 가려고 할 테니까요.”
“예. 예.”
사박사박사박.
한동안 둘은 아무 말 없이 방황의 들판을 걸었다.
라냐는 자꾸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서 조금 주저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
“후회의 구덩이로 갑니다.”
“후회의 구덩이?”
“네. 명계의 인도를 받지 않고 들어온 사람이, 이 평원을 헤매다가 갈 곳은 10중 8, 9는 후회의 구덩이니까요. 아픔의 비탈길이 있긴 한데……. 보통은 거기까지 안 갈 거예요.”
그리곤 몇 걸음 더 걸어간 페르세타가 말했다.
“여기다.”
“예?”
“따라오세요.”
페르세타는 어둠 속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라냐가 황급히 엎드려 살펴보니, 그 앞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구덩이가 있었다.
이 안으로 들어갔다가는 그대로 지옥까지 직행할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구덩이.
“후…….”
흔들리는 눈빛으로 마음을 다 잡은 라냐는 이를 악물고 페르세타를 따라 구덩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 * *
– 얘야. 얘야. 잠깐만 좀 보자꾸나.
– 얘야. 내 목소리가 안 들리니? 들리잖니? 잠깐만 잠깐만 좀 봐 보렴.
– 돌아보라고 이 애새끼야!!!!
연기처럼 어두운 명계.
이제 겨우 6살이 된 모르앙은 그곳을 덜덜 떨며 지나고 있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빠 와서 색색거리며, 짧은 다리를 놀려 빠르게 걸었다.
처음에 회색 풀이 자라 있는 곳을 지날 때만 해도 분명히 몸이 가벼웠는데, 어느 순간 시작된 내리막을 따라 걸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점점 늘어나는 것같은 이상한 느낌에 모르앙은 몇 번이나 비탈을 굴러떨어졌다.
그렇게 정신 없이 걷다 보니 이제는 돌아가는 길이 어디인지도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엄마……. 엄마?”
녀석은 그저 엄마를 부르며 어두운 명계를 헤매었다.
– 그래. 여기 있다.
– 왜 날 안 보니 여기 있다니까?
– 손! 손만 잡아 보자고! 이 새끼! 씹어 먹어 버릴까 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런 모르앙의 주위를 맴도는 귀신들.
그들은 자유롭지 않았다.
마치 쇠사슬에 묶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일정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 채, 발버둥치며 모르앙을 부를 뿐이었다.
처음에는 상냥한 목소리로 부르다가 모르앙이 무시하고 지나가면 예외 없이 무서운 목소리로 변해 끔찍한 말을 마구 뱉어 냈다.
모르앙은 덜덜 떨며 계속 앞으로 나섰다.
“엄마……. 엄마…….”
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시장에 나가서 일을 하던 엄마.
하지만 그날은 다음 날이 새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은 엄마.
모르앙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서 엄마를 찾아 이 명계를 함께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