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4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40화(140/171)
140화 방황
“이대로는 안 돼.”
현자 시에넬의 장례식을 마친 마법사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후 하나같이 했던 말이 이것이었다.
“너무 관성에 젖어 있었어. 삶은 무한하지 않고, 우리가 가야 할 마법의 길은 끝이 없는데……. 언제까지 느긋하게 있을 거야? 당장 어떻게든, 성과를 내 보자.”
마법계의 큰 별이 지자. 그 사라진 별빛 속에서 더 많은 별이 태어났다.
연구실로 돌아온 살리넬르는 자신의 제자뻘 되는 마법사들을 모두 불러 놓고 말했다.
“위시 마법의 양산과 보급에 힘쓴다.”
“위시 마법을요……?”
“목표는 시골의 흙투성이 농부라도 위시 마법을 하나씩 가지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요…….”
“그리고, 위시 마법의 기본 기능에는 정보 통신의 기능을 넣을 거다.”
“정보 통신을……?”
“위시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정보를 획득하고, 마법을 배울 수 있게 될 거다. 한 세대가 지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간단한 마법 정도는 할 수 있게 하는 거다.”
살리넬르가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릴 때, 애캘슨은 더 빠른 그림을 그렸다.
파다다다다-
새벽만 오면 제국 곳곳에서 신기한 새가 날았다.
회색에 까만 점이 돋아나 있는 새.
배고픈 독수리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그 신기한 새는 열심히 지치지도 않고 똑바로 목적지를 향해 날았다.
푸드득! 푸드득!
마침내 목표를 찾아낸 새는 종이로 된 날개로 고도를 조절하며 창문을 두드린다.
탁! 타닥! 탁!
드르륵!
곧 어느 농부의 창문이 열리고, 이제 막 잠에서 깬 농부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새를 움켜쥔다.
“신문 왔네.”
종이로 만들어진 새는 농부의 손에 닿자마자 언제 살아 움직였느냐는 듯 얌전해졌다.
농부는 식탁에 앉아서 천천히 신문을 읽었다.
“허어……. 칼슈슈 대공령에선 농부들의 세금을 절반으로 감면했다고? 음? 남작가 자제가 멋대로 여인을 희롱하고 죽여? 천하에 씹어 먹을…….”
농부는 본래 글자를 읽지 못했지만, 신문에 깃들어 있는 통역 마법 덕분에 그 뜻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신문을 자꾸 읽기 시작하자, 이제는 통역 마법이 없어도 어지간한 글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렇게 신세계가 펼쳐졌다.
영영 모르고 지나갔을 무수한 사건들의 내막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사는 동네와 다른 동네의 차이를 알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마침내 ‘주관’이라는 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관이 생긴 이들은 권위에 반발하기 시작한다.
대놓고든, 아니면 은근히든, 그 쎄한 분위기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 * *
“폐하!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영지민들은 방자해지고 영주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너무 오냐오냐 봐준 덕분입니다! 나 때였으면 죄다 말뚝에 꿰어 마을 입구마다 본보기로 세워 놨을 텐데 말입니다!”
“반역입니다, 반역!”
자신의 권위에 그 누구보다도 민감한 영주들이 최근의 변화를 모를 리 없었다.
그들은 황제에게 몰려와 읍소를 했다.
“우선 그 신문이라는 것을 싹 불태워야 합니다!”
“신문을 만들어 내는 마법사들을 색출해 9족을 멸해야 합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황제, 칼리슈트 세이린은 물끄러미 귀족들을 내려다보았다.
유리알 같기도 하고 거울 같기도 한 그의 눈동자.
당최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황제는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불허한다.”
귀족들이 자지러졌다.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러나 황제는 다시 한번 말했다.
“불허한다.”
그리고 이번엔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어디를 보고 있는지조차 불명확했던 황제의 눈동자가 스르르 움직여 자신들을 똑바로 응시했으니까.
제국에서 황제의 권위는 절대적.
거기에 토를 달면 제아무리 대귀족이라 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귀족들을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황제도 알고 있었다.
‘이대로 물러설 리가 없지.’
귀족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권위와 권력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야 마는 지독한 작자들.
그러지 않고 사람 좋았던 가문은 이미 모두 멸문했을 터이니, 예외란 없다.
신문을 막지 않는다면, 신문을 받아보는 영지민들을 잡아 죽일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그것까지 막을 마음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요즘 황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답답해…….’
마법으로 인해, 안 그래도 빠르게 변해 가던 세상이었다.
그러나 현자 시에넬이 죽고 난 이후에는 그 속력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빨라지고 있었다.
마법이라는 위대한 학문의 발전.
황제는 어지러웠다.
‘대체 그 끝이 어디지? 위대한 황가의 혈통으로 품을 수 있을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마법을 받아들이고 신분제를 타파해 나가고 있는 자신의 딸 도로테아가 옳았다는 것인가?
황제는 쓰게 웃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개척하고, 인류 역사상 최강의 검사가 되었던 그였지만, 지금 밀려오는 시대의 변화라는 흐름은…… 그런 그로서도 중심을 잡기가 벅찰 만큼 거셌다.
* * *
모든 신비 세계를 인간계와 잇는 페르세타의 프로젝트도 이제 끝을 향해 갔다.
세계 각지에서 통로를 열었고, 이제 사람들은 다른 세계와의 교류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때때로 영수계에서 튀어나온 드래곤이 하늘을 가로질렀고, 설화계의 영웅이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베풀었으며, 작은 마을의 소년이 마계의 악마와 친구가 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페르세타는 마지막 세계인 신계와 연결되는 통로를 제국에 열기로 결정했다.
“페르세타, 넌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지?”
통로를 만들러 가는 길.
홀로 따라온 황제는 무심하게 물었다.
“예?”
페르세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기보다는 그걸 물어보는 황제의 저의가 궁금해서 되물었다.
황제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으로 페르세타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 세상을 바꾸려는 건가? 바꿔서 어쩌려는 거지?”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보십니까?”
“……처음엔 신비 세계와의 연결이 기뻤다. 다른 세계의 존재들과 겨루며 인간의 위대함을 알릴 생각에 들떠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
“그런데 그 마음이 바뀌셨습니까?”
“……다른 세계라는 건 쉽게 정복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게 아니더군. 당장 명계의 명왕만 해도 꺾을 자신이 없었다.”
“명왕님이 좀 해괴하게 강하긴 하죠.”
“……결국 남은 건 세상의 변화뿐이다. 다른 세계와 교류하며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 사람들. 너는 이걸 통해 무엇을 하려는 거냐?”
페르세타는 이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저도 모르죠.”
황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모른다고? 이 세상을 아주 뿌리에서부터 뒤바꾸고 있으면서, 그걸 모른다고?”
“네. 몰라요. 세상의 변화? 그런 건 폐하께서나 신경 쓰시죠. 저는 마법 연구 외에는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으니까요.”
황제는 입을 다물었다.
순간 자제력을 잃은 그의 얼굴에 온갖 감정이 몰아닥쳤다.
평생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 싸워 왔던 남자.
이 세계를 통치하고 다스리고자 했던 남자.
하지만 그런 것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한 사람이, 자신이 알던 세계를 뒤집어 흔들고 있다.
황제는 솔직히 요즘 들어 발밑이 무너지는 것처럼 어지러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하! 황제. 보고 싶었다.”
페르세타가 신계와 연결되는 통로를 열고, 그 안에서 치천사 메아샤가 걸어 나왔을 때, 황제는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
“결국 다시 보게 되는군.”
그 말을 하며 황제는 칼집을 뽑아 저 멀리 던져 버렸다.
메아샤도,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칼날이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났다.
메아샤의 입가로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이 번졌다.
“다음에 다시 붙자고 했지? 기대해라. 이번에는 소환체가 아니라 본체니까.”
“그렇다고 딱히 달라지는 건 없을 거다.”
페르세타는 황제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감탄했다.
분명 아까까지 황제는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이 알던 세상이 무너진 사람처럼,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검을 쥔 황제는 전혀 달랐다.
언제 흔들렸다는 듯이 검 앞에서 그는 단순했으며 명쾌했다.
‘역시…….’
페르세타는 황제의 이런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대단한 자질이라 생각했다.
“한번 놀아 보자!”
메아샤가 날개를 떨치며 황제에게 달려들었다.
“결투를 놀이로 생각하다니. 천사도 참 유치한 존재로군.”
쩌어어어엉!
황제의 새하얀 오러 블레이드와 메아샤의 금빛 검이 맞부딪혔다.
“와우.”
페르세타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예전에 붙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본신으로 돌아온 메아샤의 권능은 황제의 오러 블레이드를 깨뜨릴 정도였고, 지난 몇 년간 죽어라 수련을 해온 황제의 오러 블레이드는 그 권능조차 가를 수 있을 만큼 날카로웠다.
황금빛 섬광이 파고들고, 백색의 섬광이 그걸 쳐낸다.
황금빛과 백색의 파편들이 꽃잎처럼 흩날렸다.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는 치열한 싸움.
하지만 페르세타는 누가 이길지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쿨럭……!”
싸우는 내내 황제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제자리에 선 채로, 날개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덮쳐 오는 메아샤의 공격을 모조리 쳐냈다.
그것은 마치 결코 무너지지 않는 만년의 빙하처럼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만년 간 우뚝 솟아 있던 빙하도 언젠가는 무너진다. 수천만 년을 살아온 메아샤에게, 고작 만 년짜리 빙하는 같은 건 그저 잠깐 존재하다 사라지는 얼음덩이와 다르지 않았다.
승부는 갑자기 결정지어졌다.
콰드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팔이 뒤틀린 황제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방금 전만 해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나 갑작스럽게 결판이 났다.
“후우……. 상쾌하네. 인간아, 제법이었다?”
드디어 지난날의 수모를 씻은 메아샤. 그의 몸 곳곳에 나 있던 상처가 스르르 저절로 아물었다.
반면에 황제의 몸은 넝마와도 같았다.
찢기고 부러지고 부어오른 상처는 전혀 낫지 않았고, 그의 몸을 고통 속으로 처박았다.
이게 바로 황제가 메아샤를 이길 수 없었던 이유였다.
치천사로서 마나의 태양 가장 가까이에서 태어난 메아샤는 그 태생이 인간과는 달랐다.
지치지도 않고 상처 입지도 않는다. 반면에 황제는 지치고 상처 입는다.
결국 대미지가 누적된 황제가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괜찮으십니까.”
페르세타는 얼른 황제에게 다가가 치유마법을 시전했다.
황제는 피가래를 쿨럭쿨럭 뱉어 내며 그런 페르세타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페르세타에게 질문을 던졌다.
“페르세타…….”
“말씀하시죠.”
“대체 내게 바라는 게 뭔가?”
“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페르세타는 그 질문 자체보다도 황제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가 궁금해서 되물었다.
황제는 입가에 쓴웃음을 매달고 말했다.
“내가 이만 은퇴해 주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자네가 만들어 갈 세상에……. 나 같은 존재는 필요 없지 않은가? 더 이상 위대하지도 않고 최강도 아닌……. 구시대의 망령 아닌가? 나란 존재는…….”
페르세타는 놀라서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가 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그가 기억하는 황제는 이 세상의 끝날까지 오만한 채로 남아 있을 것만 같은 존재였으니까.
허나 지금 그는 마치 길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그래서였다.
페르세타의 머릿속에, 여태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황제 폐하.”
“……말하게.”
“그럼 제 부탁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뭔가?”
“탐험가가 되어 주십시오!”
황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탐험가라니……. 차라리 도로테아에게 양위하고 은거하겠네. 쯧.”
아무리 지금의 처지가 한심해도, 그런 천한 일을 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고개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아뇨. 인간계의 탐험가 말고요! 차원의 우주를 개척하는 탐험가가 되어 달라는 말입니다!”
“뭐?”
“이건 오직 폐하께서만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페르세타가 황제의 두 손을 덥석 잡고 외쳤다.
“제 우주선을 타 주십시오! 폐하!”
황제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