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41)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41화(141/171)
141화 최초의 비행사
페르세타는 많이 아쉬웠다.
‘매정했지……? 아마 안 될 거야.’
마음을 다해 두 손까지 꼭 붙잡고 부탁했으나, 황제는 냉정하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황제만 한 인재가 없었다.
‘내가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힘들다고.’
마법은 결국 마나의 태양에서 전해지는 마력을 받아, 그것을 변형시킴으로써 발동하는 것.
원리가 그렇다 보니, 마나의 태양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 위력이 현저하게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황제의 오러는 어떠한가?
그것은 마나 태양이 마력을 방출하는 원리 자체를 인간의 몸으로 재현한 기적이었다.
마나 태양이 멀어진다고 해서 그 위력이 줄어들지 않았다.
물론 몸에 축적한 마나량 자체는 줄어들겠지만, 그 소모량이 마법에 비해 현저히 적었으며 심지어 다른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보충 가능했다.
가장 위대하다는 천사들조차 마나 태양과 멀리 떨어져서는 오래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황제만큼 적합한 사람이 없었다.
다른 세계를 탐험하는 것.
페르세타가 마법으로 오러 연공법을 완전히 카피해 내지 않는 이상, 황제는 대체 불가의 인적 자원이었다.
“저기 폐하! 폐하가 아니면 이 일은 누구도 할 수 없는……!”
그랬기에 페르세타는 황제를 한 번 더 설득해 보려 했으나, 황제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일어서서 메아샤를 불렀다.
“어이. 천사. 술은 할 줄 아나?”
“인간들이 마시는 그거? 마실 수야 있지. 취하진 않지.”
“안 취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한잔하지.”
“좋다.”
그러곤 둘이 가버렸다.
페르세타를 내버려 두고.
“……나도 술 마실 줄 아는데…….”
막상 마시자고 했으면 아마도 먹지 않았겠지만, 그렇다 해도 물어보지도 않다니.
페르세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역시. 내가 좀 개념이 없던 거겠지?”
황제에게 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되어 달라고 하다니.
말을 꺼낼 때는 너무나 그럴듯하다고,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돌이켜보니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페르세타가 계획하고 있는 최초의 유인 우주선은 마나 태양계의 최외곽까지 나아가는 걸 목표로 했었다.
환요계를 지나치고, 가장 마지막에 있는 신비 세계인 요정계도 지나치고, 그 너머 한참 너머에 존재하는 무수한 왜소 세계들이 존재하는 오르트의 구름까지 나아가는 여정.
아무리 빠른 우주선을 만든다고 해도 왕복을 하면 최소 연 단위의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황제를 보낸다고?
모든 것을 다 가진 황제가 그걸 다 뒤로하고, 낯선 세계로 떠날까?
황제가 불같이 화를 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페르세타는 어쩐지 의기소침해져서 혼자 돌아와야만 했다.
“형? 무슨 일이야?”
페르세타는 어쩐지 헛헛한 기분이 들어서 바로 마법의 궁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발길 닿는 대로 리세아룬의 번화한 도시를 돌아보다가 문득 도착한 곳이 즈바르트가 있는 학교였다.
황제가 세운 기사 아카데미.
즈바르트는 그곳에 입학하여 4년 연속 수석을 쟁취함으로써 자신의 재능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주하지 않고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즈바르트.
그의 검에서는 오러 플레임이 타오르고 있었다.
거기에 그의 영혼의 반려가 된 여우달의 불꽃까지.
백색의 오러 플레임과 온갖 색깔로 빛나는 여우달의 여우불이 뒤섞여서 빚어내는 검의 궤적은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것이었다.
즈바르트가 이미 아카데미의 어지간한 강사를 넘어서는 실력을 가졌다는 소문은 거리에 파다했다.
페르세타의 귀에도 그 소문이 들어올 정도로.
페르세타는 여러 생각이 들어서, 즈바르트의 인사를 받고도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대답했다.
“아, 응. 보고 싶어서. 못 본 지 좀 오래됐잖아.”
그러자 즈바르트가 피식 웃었다.
“형이 웬일이래? 가자. 저녁은 먹었어?”
수건으로 땀을 닦고 벗어 두었던 옷을 챙기는 즈바르트.
“어? 아직. 근데 수련 지금 끝내도 돼?”
“아직 루틴이 좀 남아 있기는 한데……. 뭐 한 1주일간 좀 더 열심히 하지 뭐. 형이 날 보러 왔다는데 밥은 내가 사야지.”
“아니. 안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그렇다고 해서 즈바르트가 뭔가 대단한 먹거리를 산 것은 아니었다.
“형이야 어차피 궁전에서 맛있는 거 많이 먹을 테니. 오늘은 내가 먹는 걸로 먹어 봐.”
즈바르트는 포장 수레 앞에서 멈춰 섰다.
커다란 수레에 조리도구와 식재료를 넣고 다니면서 천막을 펼쳐 장사를 하는 곳.
앉아서 먹을 자리는커녕 서서 먹을 자리도 없었기 때문에, 둘은 음식을 받자마자 뒤로 빠져 분수대에 걸터앉았다.
이미 해가 저문 밤이었지만, 분수대가 있는 광장은 마법 조명으로 불을 환하게 밝혔고, 자기 가게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유복한 집안의 아이들이 아빠 엄마와 놀러 나와 뛰어다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마법 장난감들이었다.
괴물 모양의 장난감들이 땅을 달리고 천사 인형이 날개를 파닥이며 하늘을 날았다.
아이들은 서로가 가진 장난감들을 모아 전쟁놀이를 하며 놀았다.
“참 신기하지?”
즈바르트가 말했다.
“5년 전에 누가 나한테, 앞으로 5년 후엔 평민 꼬마들도 마법 아티팩트를 가지고 놀 거라고 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미친 사람 취급했을 거야. 근데 저것 봐. 이젠 저런 풍경이 너무 당연한 일상이 되었네.”
“그렇네.”
페르세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얇게 구워 낸 밀가루 전병에 고기를 큼직큼직하게 뜯어서 올려놓고, 길쭉하게 썬 야채를 더해서 둘둘 감아 낸 음식.
즈바르트는 이걸 ‘통고기 랩’이라고 불렀다.
“어때? 맛있지?”
눈을 반짝이며 묻는 즈바르트의 물음에 페르세타는 대충 씹다 삼키려던 음식을 찬찬히 맛보았다.
그러고 보면 페르세타는 무언가를 음미하며 먹는 행위 자체를 별로 해 본 적 없었다.
“음. 맛있네.”
그래서 그런지, 천천히 맛을 본 통고기 랩은 정말 맛이 있었다. 혀에 착 감기는 고기의 감칠맛, 소스의 진한 맛, 야채의 상큼함, 그리고 바삭하게 구워진 전병의 고소함.
페르세타는 잠시 모든 것을 잊고 멍하니 통고기 랩을 씹고 뜯고 입 속에서 다 갈려 사라질 때까지 맛보다가 삼키고 그것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즈바르트는 그런 페르세타의 모습에서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그가 아는 페르세타는 이렇게 뜬금없이 찾아올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형.”
“응?”
“말해.”
“어? 뭐를?”
“무슨 할 말 있어서 온 거 아니야?”
“어……. 아닌데?”
즈바르트와 페르세타의 눈이 부딪혔다.
즈바르트는 눈싸움을 하듯 한참을 바라보다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무슨 일 있잖아.”
있기는 했다.
무슨 일.
최초의 유인 우주선에 태울 최고의 우주인을 찾았다가 곧장 놓쳐 버렸으니까.
하지만 페르세타는 그 말을 즈바르트에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첫 번째 우주 비행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걸 즈바르트가 알면……. 즈바르트는 틀림없이 자기가 하겠다고 나설 거야. 사실상 내가 하라고 부추기는 거나 다름이 없는 거야.’
아까 했던 실수를 또 할 수는 없었다.
평생 살아온 세계를 몇 년 동안 떠나라는 말.
인간은커녕 천사들조차 닿아 본 적 없는 아득하고 차가운 세계에 다녀오라는 말.
최대한 안전하게 만들기는 하겠지만, 모든 일을 예측할 수는 없으니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 그래도 받아들이라는 말.
첫 번째 우주 비행사가 되어 달라는 요청에는 사실 이런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까 황제에게 했듯이 충동적으로 권유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
“아닌데? 뭔가 있는데? 뭐냐니까? 말해봐.”
“즈, 즈바르트! 생각해 보니까 내가 일이 있다. 깜빡하고 있었네! 잘 먹었어! 또 놀러 올게!”
결국 페르세타는 그 자리에서 도망친다는 선택을 내렸다.
자꾸만 여기에 있다가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다 털어놓고 말게 될 것 같아서.
* * *
페르세타는 한동안은 우주 비행사에 대한 것은 의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의 연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했다.
저 머나먼 곳에 떨어진 작은 세계들을 탐사해 보겠다는 목표.
어떤 마법사들에겐, 그 목표에 대한 장황한 설명 따윈 필요 없었다.
“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세계를 탐사해 본다고? 심지어 우리가 아는 신비 세계보다 훨씬 작고 원시적인 세계일 거라고? 못 참겠다! 당장 하자!”
그냥 그 말을 듣는 즉시 심장이 떨리고 뜨거운 콧김이 푹푹 나오는 인간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세상엔 그런 마법사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신비 세계 밖의 작은 세계를 탐사한다고? 뭐 하러?”
“그러니까. 거기 가면 뭐 빵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괜히 지금까지 안 알려졌던 괴물을 끌어들이는 거 아니야? 난 마법사들 좀 꺼림칙해.”
사실 마법사들이야, 보통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을 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이 많았지만……. 페르세타는 조금 생각이 달랐다.
‘마법이 얼마나 재밌는지. 새로운 탐구가 얼마나 재밌는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해.’
그래야. 더 많은 마법사가 생겨날 테니까.
그것도 그냥 마법사가 아닌, 가슴에 확고한 꿈을 품은 마법사들이.
그래서 페르세타는 자신들의 연구를 모두 민간에 공개했다.
“와아아! 발사다! 발사!”
“캬……. 장관이긴 하구만.”
일단은 전에 인공위성을 발사했을 때처럼, 인간계 밖으로 우주선을 쏘아 올릴 때면 항상 대광장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행했다.
그렇게 떠난 우주선들은 방대한 자료들을 보내 주었다.
모두 다음에 있을 우주선 발사와 왜소 세계 탐사에 필요한 필수적인 정보들이었다.
그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와! 저게 인간계라고?”
“정령계……. 진짜 예쁘구나.”
“신계가 역시 성스럽다…….”
태양계 곳곳으로 쏘아 보낸 우주선들은 신비 세계의 겉모습들을 촬영하여 전송하였다.
물론 3차원이 아닌, 4차원의 공간 차원을 지닌 세계를 인간이 온전히 인식할 수는 없었다.
뛰어난 마법사가 아니고선 그 실체를 파악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3차원에 투영하여 만들어 낸 사진과 영상만으로도, 사람들은 감동했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생각들을 품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재잘거렸다.
“나, 마법사가 돼서 차원의 우주로 나가볼 거야!”
“마법사가 되면 또 다르게 보인대! 너무 궁금하다!”
“나도 마법사 할래!”
어른들은 그 말을 들으며 내심 부러워했다.
자신들이 어릴 때도 세상이 이런 분위기였으면, 자신들도 마법사의 길을 도전해 보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통해 우주 탐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로 왜소 세계들을 탐사할 우주선을 만드는 것. 그리고 실제로 그 세계에 들어가서 탐험을 하고 돌아올 비행사를 구하는 것.
하지만 이것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페르세타의 탐사 계획이 발표되자, 전 세계의 기라성 같은 기사들이 자신이 비행사가 되겠다고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이 일은 위험한 일이었으나, 그 누구보다도 영광된 일이었다.
인류 최초로 가장 먼 곳으로 탐험을 나서는 기사……. 이 낭만을 포기할 수 있는 기사는 많지 않았다.
이제 문제는 역량이 문제였다.
그 길고 외롭고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낼 정신력과 무력, 그리고 노련함을 갖춘 인재.
그걸 가리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페르세타가 과연 누구를 비행사로 삼을 것인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심지어 동생인 즈바르트까지 나서서 자기가 하면 안 되냐고 자꾸만 찔러 댔기에 더욱더 골머리가 아파지던 때였다.
돌연 황제의 이름으로 포고문이 제국 곳곳에 나붙었다.
거리에 나갔다가 그걸 확인한 성녀가 포고문을 뜯어 페르세타에게 달려왔다.
“선생님!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이거 어떻게 된 거죠? 선생님 하고 합의가 됐던 건가요?!”
숨을 헐떡이는 샤라의 손에서 포고문을 받아 든 페르세타는 눈을 크게 떴다.
“에?”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백성들은 모두 잠잠하라. 작금의 마법사들이 준비 중인 왜소 세계의 탐사에는 짐이 직접 참여할 것이다. 그 누구보다 짐이 먼저 가서 이해득실을 따져 볼 터이니, 모두 안심하고 짐의 승전보를 기다리거라.>
“에?”
페르세타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안 하시는 게……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