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42)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42화(142/171)
142화 황제의 결심
도로테아 세이린이 황위를 계승하겠다고 했을 때, 그때만 해도 황제는 그저 딸의 재롱잔치를 보는 기분이었다.
저녀석이 벌써 저렇게 컸군. 제법이야.
역시 내 자식 중에 제일은 도로테아군.
심지어 근위기사단을 홀로 꺾어 자신이 내뱉은 말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해냈을 때는 속으로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그래. 내 뒤를 이어 황제가 되려면 저정도 패기와 능력은 있어야지!
그냥.
그랬다.
도로테아는 진심으로 자신의 그릇을 보여줘서 황제와 경쟁을 하겠노라 천명했지만, 황제는 그걸 귀엽게만 봤다.
실제로 그 직후, 도로테아에게 넘겨준 칼슈슈 대공령을 다녀와서는 이렇게 생각했다.
‘못해도 20년은 걸리겠군.’
제국을 뛰어넘기까지?
아니. 칼슈슈 대공령의 수도를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과 비견될 만큼 키울 때까지.
그때까지를 딱 20년 봤다.
그것도 도로테아가 자신보다 치세에 능력이 있다는 가정 하에.
인구수로 보나,
도로 등 인프라로 보나,
도시민들의 기술력으로 보나,
그 무엇 하나 칼슈슈는 제국을 따라올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간 황제는 칼슈슈 대공령의 소식을 항상 받아봤다.
“문호를 개방했다?”
“예. 능력이 있는 자는 누구에게든 시민권을 부여하고 면세 혜택까지 준다고 합니다. 특히 마법사와 마법 아이템을 다루는 상인들을 우대한다고 합니다.”
“허어…….”
그동안 들은 칼슈슈 대공령의 개혁 정책들은 하나같이 급진적인 것들이었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제국이었다면, 결코 그런 정책을 펼칠 수 없다.
하지만 칼슈슈 대공령은 일종의 하얀 도화지와 같았다.
본래 그곳은 칼슈슈 왕국이었고, 칼슈슈 왕국의 국왕과 귀족들은 지난 전쟁으로 인해 쓸려 나갔으니까.
도로테아는 그런 환경을 이용해,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마음대로 만들어갔다.
“신분제를 폐지 했다고?”
“예. 관료들도 신분을 가리지 않고 뽑고 오로지 능력만을 본다고 합니다.”
“허어…….”
“경제적으로 자유경쟁 체제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자유 경쟁? 그건 또 뭔가?”
“그게……. 사업권을 국가에서 허가해주는 게 아니라, 누구든 자유롭게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할 수 있게 하는 체제라고 합니다.”
황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도적과 사기꾼들이 판을 치겠군.”
“맞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무지렁이 같은 평민들에게는 좋은 조건이다보니 전 세계의 상인들이 칼슈슈 대공령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흠……. 끔찍한 혼란이 일어나겠군. 한 번 들러봐야겠네. 암행을 준비하라.”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황제는 도로테아 통치한지 딱 2년이 된 칼슈슈 대공령에 다시 한 번 방문했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무슨…….”
대공령의 수도는 단 2년만에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했다.
도로는 반듯하게 넓어졌으며, 마법적인 공정으로 지은 신축 건물들이 즐비했다.
여전히 인구 수는 부족해보이지만, 높고 밀집된 건물들의 모습은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을 능가할 정도.
그제서야 황제는 깨달았다.
전세계의 상인들이 모여든다는 게 어떤 뜻인지.
“돈이 밀려든다는 뜻이었군. 도시 하나를 갈아엎고 새로 건설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
거기에 직접 체험하게 된 자유경쟁 시장의 위력은 놀라웠다.
“이토록 많은 자동마차가 존재한다는 말인가? 디자인도 엄청나게 다채롭구만!”
최근 마법의 발전과 함께, 말이 끄는 마차는 빠르게 퇴출 되고 있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바로 자동 마차.
하지만 변화라는 건 그렇게 빨리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라는 리세아룬만 보아도 여전히 70%는 말이 마차를 끌고 다녔고 자동마차의 비율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칼슈슈 대공령은 달랐다.
도시는 물론 농촌까지 뒤져보아도 말이 끄는 마차 같은 건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대신 제국에서도 보지 못한 온갖 종류의 크고 작은 자동 마차가 잘 포장된 도로 위를 누비고 있을 뿐.
황제를 수행하는 관리가 고개를 숙여 말했다.
“아무래도, 국가에서 사업을 허가해주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자동 마차를 만드는 모양입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사기꾼과 도둑들이 이용하기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더니 좋은 점도 있구나.”
“예. 각 회사가 경쟁적으로 물건을 팔다보니, 자동 마차의 보급률도 빠르게 올라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 황제는 생각했다.
어쩌면 도로테아가 그날 했던 말이 진심일 수도 있겠다고.
칼슈슈 대공령의 발전을 통해 자신의 통치가 더 뛰어남을 입증하겠다고 했던 그 맹랑한 말.
만약 그게 진짜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까지 온 김에 자동 마차 하나 구매해 가지. 가장 비싸고 좋은 것으로 구해오도록.”
“예 알겠습니다.”
칼슈슈 대공령에서 산 자동 마차를 타고 제국으로 돌아왔다.
덜컹거리는 차처럼, 황제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났다.
중간에 페르세타를 따라 신계의 통로가 열리는 걸 보았고, 메아샤와 한 판 붙기도 했다.
그리고, 그 권유를 들었다.
“제 우주선에 타 주십시오! 폐하!”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낀 건 타오르는 분노였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황제가 될 자였고, 줄곧 황제였으며, 마지막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황제로 기록될 존재였다.
자신은 통치하고 정복하는 존재이지, 한낱 정찰을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 사실에 한점의 의혹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찌, 한낱 우주 비행사의 역할을 자기에게 요구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차라리 도로테아에게 양위를 하고 물러나면 물러나지 그런 천한 일을 할 생각은 없었다.
당장 페르세타의 목을 베어 그 무엄함을 벌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모멸감 마저 느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말이 잊히질 않았다.
‘제 우주선에 타 주십시오! 폐하!’
특히 도로테아가 칼슈슈 대공령에서 일으키고 있는 개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반드시 떠올랐다.
우주선을 타 주십시오. 우주선을 타 주십시오.
리세아룬의 광장이 시끄러워질 때마다 또 생각이 났다.
때론 그곳에서 새로운 우주선이 하늘로 날아올랐고, 때론 아이들을 모아놓고 마법과 차원에 대한 강의가 펼쳐졌으며, 또 때론 우주선들이 찍어온 사진이 전시되었다.
그 모습들을 보며 황제는 느꼈다.
‘세상이 변하고 있구나.’
사람들이 인식하는 세계가 넓어지고 있었고, 사람들이 동경하는 가치가 변하고 있었다.
그때쯤, 황제는 다시 한번 칼슈슈 대공령을 방문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왜 그렇게 결심을 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자신의 가장 아끼는 딸이 일구어 내고 있는 세상을 한 번 더 눈에 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로 방문한 칼슈슈 대공령.
황제는 충격을 받았다.
“흠. 꽤 구식을 타고 다니시네.”
도시의 관문을 넘을 때, 경비병이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경비병은 철갑을 입지 않았다.
분명 2년 전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리세아룬 수준으로 중무장한 경비병을 보며 제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 어떤 경비병도 철갑을 입지 않았다.
대신 딱 보기에도 마법이 새겨진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느껴지는 마력의 강도와 정교함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자세한 것은 칼로 그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랬다.
저 가볍고 편해보이는 갑옷은 방어력에 있어서 절대 철갑의 아래가 아닐 것 같았다.
일개 경비병에게 마법이 부여된 갑옷을 입힌다고?
첫번째로 거기에 놀랐고, 두번째로 병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작대기에 놀랐다.
마총.
그건 제국군도 사용하는 무기였다.
하지만, 그건 제국군의 정예병에게나 돌아가는 무기였다.
사용조건도 까다롭다. 정령계의 마력을 쓸 수 있어야 사용이 가능했으니까.
그런데 눈에 보이는 모든 경비병이 그런 마총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심지어 제국군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소형이었다.
저렇게 작고 저렇게 아무한테나 보급이 되는데……. 그 위력도 충분한가?
황제는 당장 그 마총을 쏴보라고 시키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이것만 해도 그런데……. 내가 타고 있는 자동 마차가 구식이라고?
황제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구식이라니? 무슨 말인가? 고작 2년 전에 산 가장 비싸고 뛰어난 상품이네만.”
그러자 경비병이 픽, 웃음을 던졌다.
“아이고. 2년 전 차면 박물관으로 모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뭐?”
“요즘 훨씬 더 값싸고 좋은 차가 쏟아져 나오는데……. 선생님도 어지간하면 좀 바꾸세요.”
황제는 입을 다물었다.
이럴 수가 있나?
고작 4년이었다.
도로테아에게 칼슈슈 대공령을 맡긴지 이제 겨우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이곳은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냈다.
도시 안에 들어가자 그 사실이 더 명확해졌다.
크릉 크르릉 크르륵.
무슨 맹수처럼 소음을 흘리며 달리는 자신의 자동 마차와 달리, 거리를 달리는 다른 자동 마차들은 정숙하기 그지 없었다.
기껏 난다는 소리가 부우웅- 하는 낮은 진동음이 전부.
심지어 속도도 빨랐고, 가속과 감속도 훨씬 자유자재였다.
고작 4년.
고작 4년이었을 뿐인데…….
규제를 풀고, 전 세계의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수많은 투자를 받으면…….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건가.
칼슈슈 대공령에 머무르는 내내 황제는 자신이 원시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점은 자신이 고민해온 문제들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어떻게 귀족의 권위를 세울 것인가.
어떻게 세율을 높일 것인가.
어떻게 귀족들 간의 원한 관계를 조절할 것인가.
이곳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더 편리한 삶.’, ‘더 빠른 발전.’, ‘엄청난 성공.’ 이런 것들뿐.
그때 황제는 마침내 인정할 수 있었다.
“내가 낡았구나. 내가 낡았어.”
자신이 평생 품어오고 추구했던 어떤 ‘위대함’. 그것은 더이상 위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칼슈슈 대공령이 훨씬 더 위대해 보였다.
* * *
“폐하. 정말로 하시는 겁니까?”
페르세타의 질문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첫번째 비행사는 내가 한다.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
“그럼……. 제국은요?”
“제국은 내가 없어도 발전하고 있다. 일단 임시로 도로테아에게 섭정을 맡기면 되겠지. 아니면 아예 양위를 하거나.”
페르세타는 복잡한 눈으로 황제를 들여다보다 물었다.
“싫으……셨던 거 아닙니까? 비행사.”
그 말에 황제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저 깨달았을 뿐이네.”
“무엇을요?”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추해질 뿐이라는 걸.”
“예?”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을 찾아온 것이라 생각하게.”
황제가 해당 주제로 더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자, 페르세타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최소 주 3일은 비행사 훈련을 받으셔야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그 이상도 괜찮네.”
“쉽지 않을 겁니다. 페하께서 인류 최초의 소드 마스터시기는 하지만…… 차원의 우주로 나가야 하는 일이니까요. 애초에 차원의 우주는 인간의 몸으로 견딜 수 있는 장소가 아닙니다.”
페르세타의 경고에, 황제는 이를 드러내고 사납게 웃었다.
“그 정도는 돼야지. 쉬운 일은 위대한 일이 될 수 없으니.”
황제는 끝없이 드넓은 세계를 생각했다.
그래. 혈통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방법이 어찌 지배와 정복에만 있을까.
인류 역사상 그 누구도 닿아본 적 없는 세상의 끝에, 처음으로 발을 디디는 존재.
그렇게 황제는 황가의 이름을 인류의 역사 속에 영원히 새겨넣을 작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