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4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44화(144/171)
144화 실험
“근데 선생님. 왜 갑자기 이 시기에 <콴티지에옴>을 발표하신 거예요?”
황제가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궁전을 떠난 뒤, 성녀가 페르세타의 옆으로 따라붙으며 물었다.
“지금 우리는 왜소 세계 탐사선 만드느라 바쁘잖아요.”
“그래서 발표한 거예요. 왜소 세계에 진입하려면 <콴티지에옴>을 알고 있어야 하거든요.”
성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게 필요해요? 우주선을 왜소 세계와 같은 속력으로 맞추고 진입시키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해도 가능하기는 하는데…… 훨씬 위험하고 어려워요. 단지 진입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세계라는 마법에 섞여 들어가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건 저라도 불가능하죠.”
“그럼……?”
“그래서 필요한 게 <콴티지에옴>입니다. 존재의 확률을 옮겨놓는 거죠. 우주선의 속력을 조절할 필요가 없으니 에너지의 소모도 적습니다. 그 와중에 자연스레 세계라는 마법과 엮을 수도 있고요.”
“으음……. 어렵네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원리를 모를 뿐 여러분도 항상 써 오던 마법이니까요.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써 오던 마법이지요. 자연적으로 일어난 마법이기도 하고.”
“예?”
“소환 마법이요. 또는 강림. <콴티지에옴>이 바로 그 현상들을 일으키는 원리입니다. 비행사는 우주선에 타고 있다가 왜소 세계 속으로 소환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죠.”
“헤에…….”
성녀는 그간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완전히 생경한 개념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러다가 번뜩 무언가가 생각 났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니! 잠깐! 잠깐! 그러면 저희가 이제부터 공부해서 <콴티지에옴>을 기반으로 착륙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건가요?”
“네. 그래서 <콴티지에옴>을 지금 발표한 거죠.”
“선생님도 도와주실 거죠?”
“조금은 도와주겠지만, 대부분은 다른 분들이 해 주셔야지요. 특히 성녀님께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헉!”
샤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그, 따로 강의 같은 건 안 해 주시고요?”
“네. 이제 스스로 책을 보고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왜, 왜요? 선생님 많이 바쁘세요?”
“네. 엄청 바빠요.”
페르세타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저는 발사 장치를 만들 거거든요. 요정계보다도 훨씬, 훨씬 멀리, 수백 배쯤 멀리 떨어져 있는 오르트 구름까지 몇 년 만에 닿으려면 상상도 못 할 속도로 우주선을 가속해야 해요. 이 프로젝트만큼은 온전히 제가 이끌어야 하죠.”
샤라도 그를 따라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긴. 지금 있는 기술력으로 우주선을 쏘아올린다면, 오르트구름의 경계에 진입하는 데만 해도 200년은 걸릴 것으로 보였으니까.
페르세타는 그걸 길어야 4년 이내로 줄이려고 하고 있었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어려움이 뒤따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샤라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 주세요. 선생님.”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자신 있는 연구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여태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내야 하는 작업에 확신이 존재할 리 없다.
그래도, 샤라는 마음을 담아 말했다.
“제가 확실하게 선생님을 보좌할게요.”
페르세타는 샤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신의 등을 받쳐 주는 동료.
폐관을 마치고 나와 세상에 온통 실망했던 그 시절.
그때 이를 악물고 뿌렸던 씨앗들이 벌써 이렇게 자라나다니.
“고마워요 성녀님.”
페르세타는 진심을 다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 * *
처음엔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확신했다.
“<콴티지에옴>? 당연히 사기지.”
“조만간 마법의 궁전에서 발표가 있을 거야.”
“겁도 없이 마도왕을 사칭하다니……. 별 미친 놈이 다 있군.”
하지만 고작 며칠 만에 그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마법의 궁전에서 무슨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법사들 스스로 무언가를 깨달은 탓이었다.
“잠깐. 근데. 다들 이 실험 결과 좀 봐줄래?”
“아니……. 내가 심심해서 <콴티지에옴>에서 제안된 대로 실험을 해 봤거든……?”
“<콴티지에옴>. 이거 맞는데?”
그들은 마법사들 중에서도 유독 도전적인 마법사들이었다.
물론 그들도 <콴티지에옴>을 처음 보았을 때는 혀를 찼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이 다 있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었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마법사들과 달랐던 점은, 그래도 일단 실험을 해 봤다는 것에 있었다.
상식으로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고, 오히려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그럴지언정 실험은 해 봐야 한다고 믿었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콴티지에옴>에서 서술한 마나소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험을 개시했다.
우선 마나를 아주 잘개 쪼개 하나의 마나소를 추출했고, 그것의 위치와 속도, 특성 등의 정확한 ‘마법량’을 측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그게 불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알 수가 없다고?”
<콴티지에옴>에서 서술한 ‘불확정성의 원리’가 사실이란 말인가?
그래도 믿기지 않았다.
그건 단치 측정이 부정확해서 벌어지는 일인 게 아닐까?
그래서 다른 마법사는 또다른 실험을 했다.
“마나소는 간섭받지 않았을 때 확률의 파동으로 존재한다고 했지? 그러니까 사실상 어떤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는 이 주장을 비웃으며 실험을 꾸렸다.
마나로 이루어진 벽을 세우고 그 벽에 아주 작은 틈 두 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나소를 쏘았다.
마나소는 두 개의 틈 중 어디를 지나갔는가?
그 결론은 조금 독특했다.
“뭐야? 하나의 마나소가 두개의 틈을 동시에 통과하며 자기 자신과 간섭을 일으켰다고?”
처음 결과는 그렇게밖에 해석이 되지 않았다.
틈 너머에서 관측된 마나소들의 위치를 그려보면 간섭무늬가 생겨났으니까.
그건 동시에 두 개의 틈을 지나온 것이 자기 자신과 간섭을 일으킬 때만 나올 수 있는 무늬였다.
하지만 그 자체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 마나는 원래 파장이잖아. 마나파. 마력파. 원래 그렇게들 쓰는 용어니까.”
만약 마나의 본질이 파장이라면,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파장이라는 것은 길이가 길고 때로는 여러개로 나뉠 수도 있으니까 동시에 틈 두개를 지나갈 수도 있지.”
“어? 근데, 마나소는 더이상 쪼개지지 않을 때까지 마나를 쪼갠 거 아니었나? 그게 또 나뉠 수가 있나?”
“몰라. 그건 모르겠네.”
“그럼 일단 두 개의 틈을 동시에 지나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나 측정해 볼까?”
그리고 그 마법사는 충격을 받았다.
마나소가 두 틈을 통과하는 순간을 측정하자, 갑자기 마나소가 둘 중 하나의 틈만을 통과한 것으로 관측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틈 뒤편 스크린에 나타나던 간섭무늬도 사라졌다.
이걸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은 <콴티지에옴>에서 서술한 방법 밖에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진짜로……. 마나소는 ‘현상’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그저 ‘확률’로만 존재한다는 건가? 어떤 실체가 없이?”
현상이 일어날 때만 존재하고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때는 그저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라고 하는 확률로만 존재한다니……?
이 세상이 그런 확률들을 기초로 해서 이루어져 있다고?
그들은 손을 벌벌 떨며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곳곳에서 날았고, 마법계는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정말이었다!
<콴티지에옴>은 사기가 아니었다!
모두가 믿고 있던 확고한 상식은 이 순간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
전 세계의 마법사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페르세타가 발표한 <콴티지에옴>은 한 사람이 홀로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문제였지만, 수없이 많은 마법사가 달라붙어 하나씩 하나씩 해석하고 실험으로 입증하기 시작하자 빠르게 퍼져 나갈 수 있었다.
“확률로 존재하는 마나소는 현상을 일으키는 순간, 고정된다.”
“고정됨과 동시에 그것은 커다란 확률의 파동을 차원의 우주 전체에 퍼뜨린다.”
“그것은 마치 물 위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그 자리에 물방울이 높이 튀어오름과 동시에 사방으로 동심원이 퍼져 나가는 것과 같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곧 깨닫기 시작했다.
“이래서 소환이 가능했구나.”
“이래서 강림이 가능했던 거야…….”
먼 옛날 인간계와 다른 신비 세계 간의 파장이 서로 잘 맞아 떨어지던 시절.
그 시절에는 인간계와 다른 세계의 파동이 끊임없는 공명을 일으켰고, 그러다가 우연히 그 공명이 잘 맞아떨어지면 다른 세계의 존재가 ‘확률적’으로 인간계와 겹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게 소환.
그러다가 가끔은 아예 다른 세계의 존재 확률이 아예 인간계의 파동 속에 포획되는 일이 있었다.
이건 강림.
마법사들은 전율을 느꼈다.
다른 세계와 소통하고 힘을 빌려 오고 때로는 그 존재 자체를 소환하는 것.
마법사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그 능력의 원리와 실체를 이제야 규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마나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콴티지에옴>에 제시된 시설들을 하루 빨리 건설해야 해요.”
“초대형 마나소 충돌기! 오지 초대형 마나소 충돌기!”
“마법 왕국 비셰나에서 앞장서겠다고 합니다!”
“칼슈슈 대공령에서도요!”
“당장 갑시다! 마법의 최전선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그것은 일종의 열병과도 같았다.
지금까지 마법계의 커다란 프로젝트는 모두 페르세타가 이끌었으나 이번엔 달랐다.
완전히 눈이 돌아간 마법사들이 앞다퉈 달려들며, 프로젝트의 규모를 키워 가기 시작했다.
마법은 이제 페르세타의 손을 떠나 스스로 진보하기 시작했다.
* * *
하지만 세상 모든 마법사가 <콴티지에옴>에 정신을 빼앗겼던 것은 아니었다.
“소환과 강림의 원리가 밝혀졌다고? 헤에……. 대단하네.”
그냥 그렇게 간단하게 놀라움을 표시하고 자신의 원래 연구에 몰두하는 마법사들이 있었다.
바로 페르세타와 함께 왜소 세계 탐사선을 제작 중인 마법사들이었다.
“신비 세계, 소환, 강림. 다 좋지. 하지만 그게 ‘새로운 세계’보다 가슴이 뛸 순 없잖아?”
“맞지. <콴티지에옴>은 기껏해야 착륙 시스템에 불과하잖아? 거기까지 우주선을 날려 보내는 ‘발사 시스템’ 연구에 비하면, 좀 시시하지 않나?”
그들은 페르세타의 열정에 완전히 감화된 이들이었다.
<콴티지에옴>이 세상을 휩쓸고 있을 때에도, 그들은 묵묵하게 차원의 우주를 바라보며 항로를 계산하고, 거기까지 날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확보하고 제어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런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페르세타의 집념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그리고 마침내, 최초의 시험 발사일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리세아룬의 대광장에서 열린 시험발사 행사에는 페르세타와 샤라, 그리고 황제 칼리슈트 세이린이 참석했다.
“저걸 오르트 구름까지 날려 보내는 건가?”
황제의 물음에 페르세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은 냅다 쏴 보는 실험입니다. 계산한 항로를 따라 계산한 속도로 나아가는지가 관건이지요.”
“저걸 성공하면, 이제 곧 출발하게 되는 건가?”
“확답은 드릴 수 없지만, 가장 큰 문제 하나는 해결 되는 겁니다. 연구에 속도가 붙겠지요.”
“기대되는군. 뭐. 마도왕인 자네의 실험이 실패하는 걸 본 적은 없다만.”
곧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1
발사!
차원을 뒤틀며, 우주선이 하늘로 밀려 올라갔다.
이날을 위해 마나 태양과 가장 가까운 신계에서부터 인간계와 가까운 명계에까지 설치된 마력 반사판들이 가동되었다.
콰아아아아!
거대한 마력과 열기를 뿜어내며 차원 너머로 솟구치는 우주선.
그 우주선에, 신계에서부터 집약시켜 전달된 막대한 마력이 정확하게 적중했다.
이제 우주선은 저 무한한 마력을 바탕으로 우주 끝까지 나아갈 힘을 얻을 것……콰아아아아앙!
이었는데…….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저 거대한 폭발뿐이었다.
“아아악!”
“큭!”
하늘 전체가 태양처럼 빛났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사람들은 일순간 눈이 멀어 얼굴을 감싸쥐었다.
“우으으윽! 속이 이상해…….”
“억……. 우웩…….”
그리고 폭발적으로 세계 전체를 휩쓴 차원의 충격파로 인해, 사람들이 죄다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황제는 이 소란 속에서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작열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도왕. 자네도 실패하는 때가 있군? 내가 알기로 처음 아닌가? 계산해서 틀려 본 적이 없다며?”
그 옆에서 페르세타는 히죽 히죽 웃었다. 도무지 기쁨을 숨기지 못하겠다는 듯이.
“네. 계산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폭발을 했다니……. 제가 모르는 변수가 있었나 봅니다. 제가 모르는 게…… 있었어요!”
다른 마법사들은 망연자실해 하는데, 페르세타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며 몸을 떨고 있었다.
황제는 그 모습을 흘깃 돌아보곤 중얼거렸다.
“……수련을 더 해야겠군. 방금 우주선에 탔으면 아무리 나라도 분명 죽었을 거야.”
그러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등을 돌려 황궁으로 향했다.
페르세타가 그 뒤에 대고 소리쳤다.
“실제 발사는 완벽할 겁니다!”
황제가 대답했다.
“알아서 하게. 나는 어쨌든 우주선이 공중 폭파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수련해 둘 테니.”
성녀 샤라 엘리프는 그런 소리를 하는 두 사람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