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46)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46화(146/171)
146화 그리움
황제는 잠을 자지 않는다.
인류 최초로 소드마스터의 경지를 개척한 그의 고강한 육신은 잠 한숨 자지 않아도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활화산 같은 에너지를 뿜어내니까.
하지만 황제는 자주 누워 있었다.
지금 그에게 허락된 공간은 총 다섯 개였다.
의자 하나가 들어가는 조종실,
식탁 하나로 꽉 차다시피 하는 식당,
소파에 앉으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환상 마법을 즐길 수 있는 거실 겸 서재,
불룩 솟아 있어서 차원의 우주를 180도로 관람할 수 있는 다락,
그리고 킹사이즈 침대 하나가 들어가면 끝나는 침실과 거기에 붙어 있는 리프레시룸.
참고로 리프레시룸은 그냥 들어가기만 하면, 마법이 옷과 몸을 깨끗하게 해 주고 심지어 대소변 같은 내부의 노폐물까지 말끔하게 소멸시켜 주는, 아주 편리한 시설이었다.
그리고 황제는 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차원의 우주라니!
육신을 가지고 여기까지 나와 본 것은 자신이 인류 최초.
그 잘났다는 대마법사 페르세타도 차원의 우주는 그저 심상으로 관측했을 뿐 직접 그곳에 나와 본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명예욕이 강한 황제에게 있어서 이건 충분히 멋진 경험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조종실에 죽치고 있거나, 다락에 몸을 기대고 있으며, 끝없이 일렁이는 차원의 우주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 광경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한 특권이었으니까.
인간의 조악한 두뇌로는 도무지 담아낼 수 없는 고차원의 우주는 잠깐만 쳐다봐도 참을 수 없는 멀미를 선사해 주는 것이었지만……. 황제는 그걸 하루 종일이라도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공간의 흐름을 눈으로 보고, 오러를 뻗어 직접 만져 보며, 다음 경지로 나아가는 실마리마저 잡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 1개월까지였다.
“고요하군…….”
침실에 누운 황제.
그의 주위로는 환상 마법이 만들어 내는 음악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지만, 황제는 그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처럼 또 중얼거렸다.
“너무 고요해…….”
황제가 어느 순간 차원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걸 멈춘 이유.
그건 너무나 단순하고 당연했다.
그는 어느 순간 그 끝없는 우주 속에서 공포를 느꼈다.
비록 황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가 느꼈던 감정은 분명 공포라는 말로밖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것도 그냥 공포가 아닌, 압도적이고도 근원적인 공포.
“너무…… 조용해…….”
황제는 눈을 감았다.
침대의 쿠션이 느껴진다.
황궁에 있던 자신의 침대를 그대로 가져왔기에, 익숙하고 편안하고 아늑했다.
막상 황궁에 있던 시절에는 별로 누워 보지도 않았던 그 침대지만…….
지금은 거의 하루 종일 여기에 등을 붙이고 있었다.
이러고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으면, 여전히 황궁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여봐라! 하고 소리 치면 누군가 금방 대령할 것만 같다.
황후가 작심하고 찾아와서 잔소리를 할 것만 같다.
일어나서 걸어 나가면 대신들이 도열해 있는 알현실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 망상 속에서 황제는 하루하루 시간을 죽였다.
모든 게 너무 그리웠다.
처음에는 자괴감이 들었다.
자신의 정신력이 이렇게 나약하다는 사실에.
고작 이런 정신력을 가지고 위대함을 논했던가.
결국 나는 이 무한한 우주 속 티끌이나 다름 없는 인간계에서나 잘난 척을 할 뿐인, 티끌에 묻은 티끌 같은 존재였단 말인가.
그리고 그 다음엔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가, 결국에는 인정하고 말았다.
“인간이란……. 사람들 사이에서나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었나…….”
그를 짓누르는 공포의 정체는 압도적인 고독이었다. 끝없는 허망함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이, 푸른 하늘도, 든든한 대지도 없이, 이 아득한 우주 속에 홀로 있구나.
황제는 자신을 구성하던 대부분이 자신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었음을 깨달았다.
자신은 사실 인간들의 세계, 그러니까 인간계에 붙어 기생하는 벌레 같은 게 아니었을까.
인간계를 떠나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그는 꼭 탯줄이 끊어진 아기처럼 불안함과 두려움에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인간계를 떠나온 인간에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아니 애초에 그것이 인간이기는 하다는 말인가?
인간계.
황제는 깨닫는다.
자신에게 필요한 건 그저 인간계뿐이었다는 것을.
인간들이 살아가는 그 세계. 그것만이 자신의 전부고 그것이 자신의 상상이 완결되는 지점이었다는 것을.
인간에게는 인간계 외에는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다.
속았다!
나는 속아서,
이곳에 왔다…….
압도적인 무의미가 그를 뒤덮는다.
황제는 몸을 좀더 깊이 웅크렸다.
– 오늘은 뭐 하고 계십니까?
움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황제가 몸을 떨었다.
이 모든 일의 원흉, 페르세타의 목소리였다.
황제는 웅크려 누운 채로 대답했다. 최대한 목소리를 근엄하게 깔고.
“별 다를 게 있겠는가. 오늘도 차원의 우주를 바라보고 있네.”
– 헤에? 대단하시네요. 벌써 세 달째지요? 어떻게 세 달 동안이나 우주를 바라볼 수 있죠? 정신이 그걸 견디나요?
황제는 이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오러를 뻗어 완벽히 주변을 통제하며 대답했다.
“뭐. 별것 아니다. 우주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면 술맛이 돋더군.”
– 역시! 소드마스터쯤 되면 정신력이 인간을 완전 초월하는 모양이군요. 정말 연구해 보고 싶네요……!
“…….”
– 하지만 결국 심심해질 거고 외로워질 거고 막막해질 겁니다. 우리가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천형이죠. 그러지 말고 제가 준비한 수면 마법으로 도착할 때까지 주무시는 건 어떠십니까? 몸이 완전 동결 상태가 되기 때문에 신체 노화도 일절 없을 겁니다.
“……아니. 됐네.”
황제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단 한 순간도 내 의지가 깃들지 않은 시간을 용납할 수 없어. 이 역시 나의 삶이다. 철저히 보고 느낄 것이다.”
– 과연…….
“그래도 덕택에 여기 나와 보니 느끼는 게 많아. 인간계에서 우주를 들여다보는 자네가 이것까지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황제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는 눈을 감고 몸 밖으로 오러를 뻗었다.
우주선의 경계까지 지나쳐서 저 무한한 우주를 오러로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우주는 정말 신기한 공간이야. 찰나 속에 무한이 있고, 공허 속에 모든 것이 있으며, 아주 작은 것 속에 또 다른 우주가 있는 기분……. 비어 있다는 것이 이토록 요란한 것이었나…….”
차원의 우주.
먼지처럼 흩어진 별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이 공허 속에서 황제는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도 이 찰나 속에 태어나고 사그라드는 것은 아닐까.
페르세타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 폐하. 못 보던 새에 시인이 되셨군요.
황제는 손사레를 치고 말았다.
“됐다. 그만하지. 자네랑 이야기 하느니 차라리 차원의 우주 속이나 멍하니 들여다봐야겠네.”
– 네 알겠습니다. 혹시나 생각이 바뀌셔서 수면에 드시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지요.
황제는 통신을 끊어 내고 몸을 일으켰다.
일주일만이었다.
그는 천천히 다락으로 올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곤 무한한 공허와 그 공허 너머에서 빛나는 낯선 세계들을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 * *
관제 사령실.
드넓은 공간. 그 벽면에는 수많은 비전 마법들이 떠 있었다.
우주로 떠난 탐사선이 보내 주는 차원의 우주의 영상이 그곳에 빼곡했다.
마법사들은 인류 최초로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우주의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저마다 눈을 밝히고 있었다.
“폐하는…… 정말 대단해요. 안쓰럽기도 하고.”
성녀, 샤라 엘리프가 그 무량한 공허 속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 위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황량하고 쓸쓸한 일일지 저는 짐작도 가지 않아요. 그저 이렇게 전해진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영혼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데.”
페르세타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돌아보았다.
“그런가요?”
“네. 아마 저였다면 일주일. 아니,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재워 달라고 간청했을 거예요.”
“그럴지도…….”
페르세타가 멍하니 시선을 옮겼다.
벽면에 빼곡한 우주의 저편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깊은 것을 보고 있었다.
별처럼 보이는 작은 점들도 알고 보면 하나의 대천 세계라는 걸, 우리의 세계를 형성한 거대한 마나의 태양 같은 것이 수천억 개씩 모인 대천 세계일 수 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끝도 없이, 아주 먼 곳까지 시선을 던지다 보면, 그곳에는 이 우주가 처음 탄생하던 시점에 한없이 가까운 세계도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도.
그렇게 끝없이 시간 여행을 하다 보면 결국에 만나는 건 어떤 점일 거라는 가설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우주 삼라만상이 모두 하나의 점에 압축되어 있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폭발을 하게 되었다는 가설.
여기까지 생각을 하면 늘 페르세타는 다시 한번 대천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었다.
대천 세계의 중심에 존재하는 검디검은 세계.
마나 인력이 극도로 구부러져서 마력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세계.
세상의 모든 마법이 하나의 마나소보다도 작은 점 안에 집중된 기묘한 세계.
페르세타는 그 거대한 종말을 생각하면 항상 입 주변이 말라붙었다.
꼴깍꼴깍 침을 삼키고 입술을 혀로 축이게 되었다.
그 세계는 대체 무엇일까?
최초의 우주가 딱 그런 모습이었을까?
그럼 그 작은 점 안에서 또다시 무한한 우주가 탄생하게 되는 것일까?
그건 그야말로 끝없는 미지 그 자체였다.
페르세타가 알고자 하는 우주 삼라만상의 기원 그 자체를 한 몸에 품고 있는 세계.
마나소는 <콴티지에옴>의 법칙을 따른다. <콴티지에옴>의 법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현실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대천 세계의 중심에 있는 검고 깊은 구멍은 <레라티비테트>의 인력으로 서술해야 하는 거대한 현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마나소보다 작으니 <콴티지에옴>의 서술도 따라야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
모순.
지금까지 페르세타가 밝혀 온 가장 거대한 두 개의 이론이 동시에 얽혀 있으며 끝없는 모순을 일으키는 세계.
그렇기에 페르세타는 자꾸만 그 세계로 쏠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평생을 다 바쳐도,
지금의 무시무시하게 빠른 마법의 발전으로도 결코 넘보지 못할 만큼 아득히 멀리 있고 무한하게 강력한 세계.
페르세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열망인가? 소망인가? 간절함인가? 아니……. 그리움인가?
그저 한 가지만이 분명했다.
“정말……. 폐하는 대단해요. 동시에 안쓰러워요.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저 압도적인 외로움을 홀로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
황제에 대한 동정심을 드러내는 성녀에게, 페르세타는 도무지 공감을 표할 수 없었다.
왜냐면 그는…….
“그렇군요. 난…… 부러운데.”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도 황제가 부러웠으니까.
저 머나먼 우주 속으로 나아가는 황제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대천 세계의 중심으로 따라가고 싶었으니까.
“네?”
샤라는 깜짝 놀라 페르세타를 바라보았다.
페르세타는 여전히 멍한 눈으로 저 까마득한 우주에 두 눈을 고정하고 한 번 더 중얼거렸다.
“부러워요……. 너무나…….”
샤라는 어쩐지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때로 사람은, 너무나 크고 먼 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공포를 느끼는 법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