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48)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48화(148/171)
148화 페르세타의 프로젝트
“형, 나 그거 기분 나빠.”
즈바르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페르세타가 돌아보았다.
그의 앞으로는 복잡한 마나체가 둥실둥실 떠 있었다.
역시.
이제 즈바르트는 저걸 보기만 해도 기분이 영 안 좋았다.
‘뭐라더라? 영수계에서 입수한 죽은 드래곤의 심장을 구리랑 납 그리고 금과 합금시켜서 축으로 삼고……. 요정계에서 구해 온 무슨 가루와 수소를 가스 형태로 섞어서 채워…….’
페르세타가 눈을 반짝이며 설명해 주었던 마법체.
온갖 세계에서 구해 온 재료들을 온갖 방식으로 합성하고 가공해서 엮어 낸 굉장한 마법체라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그거 자체는 기분 나쁠게 없다.
문제는 저것의 기능이었다.
“저게 뭔데…… 오러를 흉내 내는 거야? 내가 몇 년을 수련한 끝에 도달한 경지인데!”
발칙하게도, 저 마법체는 감히 기사의 권능인 오러를 흉내내고 있었다.
우우우웅-!
지금도 그랬다.
수많은 마법진과 희뿌연 형체 속에서 도넛 모양으로 뱅글뱅글 돌아가며, 형성되고 있는 우윳빛 오러.
처음 봤을 때는 겨우 오러 샤인의 반짝임을 흉내내는 듯 싶더니, 이젠 벌써 제법 그럴 듯한 오러 플레임의 형태를 갖추지 않았는가?
조금만 더 지켜보면, 저 건방진 마법체가 즈바르트 본인이 이룩한 경지마저 뛰어넘을 것만 같았다.
즈바르트의 미간 주름은 깊어져만 가는데, 정작 페르세타는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너무 짜릿하지 않아? 사람의 육체와 영혼으로 빚어낼 수 있는 오러를 사물을 이용해서도 만들 수 있다는 게?”
“전혀!”
“에?”
“그건 오로지 사람의 육체와 영혼으로 빚어내는 거니까 의미가 있는 거라고.”
“어째서? 육체도 영혼도 없는데도 만들어 내는 게 더 대단하고 짜릿하잖아.”
“악……!”
즈바르트는 발을 쿵쿵 굴렀다.
정말이지. 이놈의 형은 말이 통하질 않는다.
조금 알 것 같다 싶으면 또 도무지 사람 같지 않은 모습을 불쑥불쑥 보여줘 버린다.
즈바르트는 왠지 억울하고 목이 메서 소리 질렀다.
“그건 가짜야! 자꾸 그런 거 만들 거면 이제부터 형 안 도와줘!”
요 몇 달간 매일 같이 즈바르트를 찾아온 페르세타였다.
와서는 수련 방법을 묻고, 오러에 관해 질문을 하고, 때론 즈바르트의 지도를 따라 직접 몸을 움직여 보기도 하던 페르세타였다.
즈바르트는 처음 한동안은 그게 꽤 만족스럽고 즐거웠다.
처음으로 형과 평범한 형제의 일상을 보내는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날 보러 온 게 아니었어! 이 간악한 형! 처음부터 오러를 훔쳐 갈 생각뿐이었어!’
저런 이상한 마법체가 기사의 전유물인 오러를 흉내 낸다는 사실이, 심지어 그게 자신의 경지마저 넘본다는 사실이, 즈바르트는 갈수록 끔찍하게 느껴졌다.
“이게 왜 끔찍하지? 너도 마법 도구는 잘 쓰잖아? 마법 도구랑 똑같은 건데? 그 어떤 마법사도 마법 도구가 마법사의 마법을 흉내 낸다고 화내지 않아.”
“이익……!”
즈바르트는 더욱더 짜증이 났다.
뭔가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게 아냐! 오러란 기사의 육신과 정신이 하나가 되어 빚어내는 일종의 예술……!’
‘마음과 뜻이 담기지 않은 오러는 불쾌한 모방에 지나지 않는……!’
뭔가 마음속으로는 똑 부러지게 반박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막상 말을 하려고 보면 어딘가 궁색한 것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짜증이 났다.
저 망할 마법사 형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냥! 그냥 싫어! 이럴 거면 오지 마!”
그러자 페르세타가 즈바르트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어딘가 정색한 듯한 어조였다.
“아니? 올 건데?”
“내가 싫어! 자료가 필요하면 다른 기사 부르던가!”
“아니. 너한테 올 거야. 즈바르트. 너랑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니까.”
“뭐……?”
즈바르트는 조금 놀랐다.
페르세타는 선선히 웃고 있었다.
“마음먹었거든. 가능한 한 더 많이,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그러니까. 난 여기서 오러 마법을 연구할 거야.”
즈바르트는 입을 뻥긋거렸다.
오러를 흉내 내는 마법에 대한 불쾌감과 평소와 달리 애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형에 대한 놀라움, 어색함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결국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하. 알아서 해.”
“응!”
페르세타가 다시 자신이 만들어 낸 마법체들을 조작하며 몰두하기 시작했다.
“마법사의 심상은 맑고 투명해……. 하지만 검사의 심상은 마나를 빨아들이는 소용돌이와 같지……. 그걸 인위적으로 조성하려면…….”
금세 초점을 잃고 중얼중얼 몰입하는 페르세타.
즈바르트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최초의 유인 우주선 발사 프로젝트.
무려 제국의 정점인 황제가 우주선을 타고 머나먼 오르트 구름의 왜소 세계를 탐사한다는 정신 나간 계획은 순항중에 있었다.
이것만 놓고 보면, 현재 마법의 궁전은 조금 여유로울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터무니없는 난이도의 프로젝트를 막 실행했고, 어쨌든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법의 궁전은 오히려 이전보다도 더욱더 바쁘게 돌아갔다.
격무에 지쳐 눈이 퀭하게 들어간 마법사들은 이 현상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페르세타 님이 미쳐 날뛰고 있다!”
아직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기도 전이었는데, 페르세타는 그다음 계획, 또 그다음 계획의 추진을 닦달했다.
“다음에는 훨씬 적은 에너지로도 오르트 구름까지 더 빨리 닿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간계와 오르트 구름 사이에 중계 기지를 설치해서 징검다리처럼 이어 보려고 합니다.”
“네에에? 중계 기지를요?! 벌써요?”
마법사들은 경악했다.
사실 페르세타가 말한 ‘중계 기지’라는 개념 자체는 새로울 게 없었다.
<콴티지에옴>이 발표된 이후, 마법사들이 스스로 고안해 내고 논의하기 시작한 개념이었으니까.
그건 우주를 뛰어넘어 타 차원의 존재를 강림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서 착안한 계획이었다.
존재의 확률 신호가 너무 흐려지기 전에, 차원 점프가 가능한 지점에 ‘중계 기지’를 설치해 둔다.
그것을 징검다리처럼 잇는다.
첫 번째 ‘중계 기지’가 우주선을 소환한다. 다음엔 두 번째 ‘중계 기지’가 우주선을 소환한다.
그런 식으로 쭉 이어 나가면, 우주선은 각 ‘중계 기지’로 소환되며 순간이동을 하듯 우주를 가로지를 수 있다.
이론상 마력파의 속력보다도 훨씬 빨랐다.
하지만 그 중계 기지를 만들고 또 쏘아서 궤도에 올리는 건 또 다른 문제.
어떤 면에서는 그 기지 하나하나가 이번 왜소 세계 탐사 프로젝트보다도 더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흔들림 없이 주장했다.
“네. 지금 당장 추진합니다. 그래야 본격적인 왜소 세계 개척의 시대를 열 수 있으니까요!”
그의 말에 마법사들은 혼이 빠진 얼굴이 되었다.
중계 기지만 해도 기절할 것 같은데, 방금 더 엄청난 말을 들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예? 자, 잠시만요. 왜소 세계 ‘탐사’가 아니라, ‘개척’이요?”
“네! 개척이요.”
“하, 하지만 탐사와 개척은 난이도가 전혀 다른……!”
“어려워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왜소 세계를 전진 기지 삼아서 다른 마나 태양계를 향한 성간 탐사 계획을 잡죠!”
“으악! 서, 성간 탐사요?
! 하지만, 마나 태양의 경우 가장 가까운 것도 오르트 구름보다 150배는 더 멀리 있는데……!”
“그렇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르트 구름을 빨리 개척해야 하는 겁니다. 거기서 뽑아낸 자원으로 중계 기지들을 건설해서 다른 태양계까지 징검다리를 놓아야 하니까요.”
“!!?”
마법사들 모두가 붕어가 되어 입만 뻥긋거리며 얼어붙었지만, 페르세타는 이미 마음을 정했고 마법의 궁전은 비상체제 들어섰다.
페르세타가 하겠다고 하면, 그건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으니까.
마법사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중계 기지의 동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마나 태양에서 날아오는 마력파를 이용해서…….”
“하지만 멀어질수록 그 마력파는 급속도로 약해지는걸요……?”
“그거 관련해서 마도왕 전하의 지시 사항이 있었습니다.”
“뭐죠?”
“여기 오러를 만들어 내는 아티팩트의 프로토 타입입니다. 이걸 발전시켜서 황제 폐하의 오러 블레이드급의 출력을 내게 만들라고 하십니다.”
“아아악!”
중계 기지라는 개념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너무나 많았다.
동력도 문제고…….
좌표 고정도 문제고…….
소환 마법 자체도 문제고…….
하지만 그래도 마법사들은 꾸역꾸역 과제를 수행했다.
이미 몸에 체화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불가능한 것에 도전해서 결국엔 성과를 보는 것.
지금까지 페르세타와 함께해 온 마법사들은 ‘어렵다.’, ‘죽고싶다.’라는 생각은 할지언정, ‘불가능하다.’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몸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어느 날 샤라 엘리프는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 근데 이거 뭐야?’
페르세타가 준 눈앞의 과제에 허덕이다가, 문득 차 한잔을 하며 전체적인 로드맵을 그려 보던 순간이었다.
‘중계 기지를 이용해 소환한다. 그런데 페르세타 님이 초안을 잡아 둔 중계 기지 설계도를 보면, 소환 시점에 맞춰서, 주변 시공간에 왜곡을 일으키게 되어 있어. 우주선의 앞은 수축하고 뒤는 팽창한다. 결과적으로 우주선이 더 가속을 하게 돼…….’
그녀의 생각이 계속 뻗어 나갔다.
‘인간계에서 오르트 구름으로. 오르트 구름에서 다른 항성계로. 다른 항성계에서…… 또 다른 항성계로…….’
만약.
계속 그렇게 소환을 이어 나가면, 결국 우주선은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가?
‘소환될 때마다 공간 왜곡이 점점 커질 거야. 거대한 공간 거품이 후방에 생겨나게 되고…… 그러면 이론상 마력파의 속력을 뛰어넘는 속도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공간의 왜곡을 이용하는 이동법이라 <레라티비테트>를 위반하지도 않아.’
왜?
어째서?
어째서 그런 막대한 속력이 필요하지?
만약 중계 기지를 이용해 천천히 성간 우주를 개척해 나갈 것이라면 그런 속도 따위는 필요치 않다.
오히려 목표 지점에 착륙하는 것을 방해하기만 할 것이다. 엄청난 감속을 해야 하니까.
벌떡!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샤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 미친 인간이……?!”
그녀는 의자를 넘어뜨리며 달렸다.
“페르세타! 페르세타 님!”
페르세타를 따르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그 이름을 거칠게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성녀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을 맞이하는 페르세타를 보며, 그 얼굴을 세게 때려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샤라는 숨을 몰아쉬었다.
“왜요? 대체 왜 그래요?”
“뭐가요?”
“당신……! 이거 우주 개척 프로젝트가 아니잖아!”
페르세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샤라는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로 소리를 질렀다.
“어디론가 떠날 작정이잖아! 영영 돌아올 기약도 없이!”
그게 샤라가 도착한 결론이었다.
중계 기지를 거치며 점점 끝없이 가속한 우주선은 어디로 가는가?
어딘가로 가겠지!
왕복 여행이 아닌, 편도 여행으로!
한번 쏘아 낸 초장거리 마법 포격처럼.
더 이상 중계 기지도 깔리지 않은 저 망망한 성간 우주 속으로 사라지겠지!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
“아…….”
페르세타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의 얼굴에 씁쓸한 빛이 스쳤다.
“눈치채셨네요.”
허공에서, 페르세타와 샤라의 눈빛이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