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49)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49화(149/171)
149화 진입
쿵-
쿵-
황제는 우주선 벽에 머리를 박았다.
쿵-
쿵-
머리에 오는 충격이 조금은 외로움을 가시게 해 주는 것 같았다.
지난 반년간 황제는 외로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외로움은 무력감과 비슷한 감정이다.
사람은 어떤 때 자신감을 느끼는가?
검 한 자루를 뽑아 산을 가를 수 있을 때?
아니다.
전혀 아니었다.
인간계에 있던 시절에는 황제도 그런 줄 알았다.
자신의 자신감의 원천이 자신의 무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게서 오는 것이었다.
‘폐하. 보고 사항입니다. 남부 지역 사르망에서…….’
‘명을 받듭니다!’
‘폐하. 소신의 부족한 생각으로는…….’
한때, 그의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
그때의 황제는 자신이 한없이 크고 강하다고 느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가져왔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혜를 빌려줬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손과 발의 수고를 대신해 주었다.
앉아서 세계를 내려다보았으며, 한 발자국의 걸음으로 천지를 진동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황제는 자신의 처지가 깃털이 다 뜯겨 나간 새와 같다고 느꼈다.
허연 살이 볼품없이 드러나 있고, 날 수도 없는 앙상하고 작은 새.
나무토막 같은 날개를 꿈지럭거리며 뒤뚱거리는, 그저 튀겨질 날만 기다리는 하찮은 고기.
외로움은 무력함이었다.
그리고 끔찍한 고통이었다.
이 좁은 우주선 갇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무엇도 없었다.
이 세상의 그 무엇도,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인간이 감히 인지할 수조차 없는 이 거대한 차원의 우주는, 그 사실을 끝도 없이 황제에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쿵-
쿵-
황제는 몸을 앞뒤로 까딱이며, 침대 위의 벽을 계속해서 머리로 들이받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는지, 그 부분만 색깔이 변색되어 있을 정도였다.
우우우웅-
머리로 벽을 들이받는 황제의 등 뒤로 우주선이 잘게 진동하기 시작했으나, 황제는 그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마치 오랜 잠에 빠져 있던 골렘이 깨어나듯이, 번쩍번쩍 마법진들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그 사실도 알지 못했다.
쿵-!
황제는 또 한 번 벽에 머리를 박았고,
[첫 번째 탐사 지역 특정. 우주선의 항로를 변경합니다.]마침내 환하게 불이 밝혀진 우주선은 처음으로 시스템 알림을 울렸을 때야, 황제는 멈춰 섰다.
정적이 스쳐 지나갔다.
벽에 머리를 박은 황제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그의 두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산발한 머리로 허겁지겁 침대에서 내려와 조종실로 달려갔다.
“아…….”
지난 며칠간 리프레시 룸조차 들어가지 않아 입가엔 수염이 지저분하게 돋아나 있는 채로, 그가 입을 벌렸다.
“아아아…….”
조종실의 전면 유리창 너머로, 또렷하게 보였다.
수많은 색과 도형을 품은 채로 불가능한 회전을 하고 있는, 유리구슬과도 같은 세계.
“아아아아아!”
황제는 말을 잃은 짐승처럼 유리창에 달라붙었다.
* * *
“아아아아악!”
샤라 엘리프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움찔 놀라는 페르세타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그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페르세타 님. 황제 폐하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몰라요?”
페르세타는 떠올렸다.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씩 교신하는 황제의 목소리를.
황제 폐하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우주선 내부 영상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열람이 불가히지만, 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황제는 언제나 태평한 목소리로 통신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목소리에서는 힘이 빠져나갔으며, 숨길 수 없는 불안이 새어 나오고 있음을.
그 사실에 많은 마법사가 충격을 받았다.
황제가 누구인가.
페르세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간이다.
그것도 마법사로서, 정신에 몰빵한 페르세타와 다르게, 최강의 기사로서 육체와 정신이 완벽하게 조화된, 그야말로 초인 그 자체가 아니던가?
그런 황제가 단 반년 만에 저토록 약해질 수 있다니.
차원의 우주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 수 있었기에, 다들 겁을 먹었을 정도였다.
페르세타는 그 모든 사실을 한 번 되짚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알죠. 폐하께서는 지금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계십니다.”
샤라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요?! 그걸 알면서! 단 반년 만에! 황제 폐하 같은 초인조차 그렇게 무너진다는 걸 알면서! 혼자 훌쩍 떠나겠다고요? 수십, 수백 년! 죽을 때까지 이어질 기약도 없는 탐사를요?”
페르세타를 화를 내는 샤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선, 그는 ‘감사’를 느꼈다.
어쨌든 샤라가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음을 알았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의아함’도 느꼈다.
페르세타는 그걸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하나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습니다.”
“뭐가요?!”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시는 겁니까?”
“네?”
“제가 샤라 님이나 다른 분들을 우주선에 태워서 보내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제가 타고 갈 뿐입니다. 고통을 받아도 제가 받지요. 걱정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화를 낼 일까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샤라가 입을 뻐끔거렸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악에 받친 듯 소리를 질렀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당신은! 당신은……!”
샤라는 다음 말을 정하지 못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우리의 스승님이잖아?
우리와의 인연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었어?
왜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건데?!
온갖 말들이 그녀의 가슴에서 부풀었지만, 무엇 하나 딱 맞는 게 없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입만 벙긋거리고 있을 때였다.
위이잉-
갑자기 요란하게 알람이 울었다.
<왜소 세계 탐사 프로젝트 관련 알림입니다! 현재 탐사선이 목적지를 특정하고 첫 번째 왜소 세계에 접근 중입니다! 관련한 마법사들은 지금 즉시 자기 위치로……!>
휙!
홱!
페르세타와 샤라의 눈이 동시에 복도 저편으로 돌아갔다.
둘은 잠시 시선을 교환하고,
타닷!
복도를 전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페르세타가 앞에 서고, 샤라가 그 뒤를 따랐다.
샤라는 아직 다 뱉어 내지 못한 감정에 입술을 짓씹었지만, 곧 표정을 바로 하고 페르세타의 뒤를 따라 관제 사령실로 뛰어들었다.
웅성웅성웅성-
관제 사령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소란스러웠다.
모든 마법사가 벌떼처럼 뛰어다니고 있었고, 계기판을 조작하고 서류를 넘기는 눈빛들은 불이라도 붙은 듯 뜨겁기 짝이 없었다.
샤라와 페르세타도 각자 자기의 자리에 섰다.
페르세타는 사령실의 중심에, 샤라는 바로 그 오른 자리에.
페르세타가 외쳤다.
“지금부터! 왜소 행성의 궤도에 탐사선을 올린다!”
그 한마디에 사령실 전체가 더 요란스러워졌다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각자 자신의 자리를 찾은 마법사들이 입을 꾹 다물고 눈을 빛냈다.
“안정 궤도 계산 완료. 내비게이션 시작!”
허공에 떠오른 마법진을 바쁘게 만지던 샤라가 소리치며 페르세타를 돌아보았다.
페르세타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이고, 자신의 앞에 떠오른 마법진을 만지며 외쳤다.
“추진 시작!”
콰아아아!
탐사선의 동력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곧 차원의 우주 속으로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우주를 가로지르던 탐사선이 순식간에 경로를 조절하며 왜소 세계의 옆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왜소 세계의 인력은 인간계 같은 큰 세계에 비해 현저히 약했기에, 아주 섬세한 조절을 필요로 했다.
페르세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샤라는 아예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둘은 시선을 주고받으며, 가장 어려운 계산과 제어를 함께 수행했다.
그리고,
탐사선은,
마치 그림처럼 날아 왜소 행성을 중심에 두고 커브를 한 번 그리더니, 때로는 가속하고 때로는 감속하며, 서서히 그 궤도를 조절하다가…… 마침내 안정적으로 왜소 세계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궤적이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마법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자신들이 이뤄 낸 기적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들이 해낸 일은, 인간계에서 활을 쏴서 신계에 있는 과녁의 정중앙을 꿰뚫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
오싹오싹 소름이 점점 끓어오르다가, 마침내 폭발하고 만다.
“우…… 우오아아아아아!”
마법사들의 함성이 지휘실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샤라와 페르세타가 눈을 마주쳤다.
둘의 얼굴에 동시에 희열이 번지고,
짜아아악!
둘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마주치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해냈어요!”
“덕분입니다!”
둘은 잠시 동안 마주친 손을 잡고 있었다.
“큼. 크흠.”
샤라가 어색한 헛기침을 터뜨리며 손을 슬그머니 빼낼 때까지.
* * *
“진짜로 왔구나. 여기까지.”
황제는 온갖 회한이 가득한 시선으로 눈앞에 펼쳐진 작은 세계를 내려다보았다.
인류 최초로.
아니,
마나 태양계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 요정, 요괴, 정령, 귀신, 영웅, 드래곤, 악마, 심지어 천사와 신까지 모두를 통틀어서 최초로!
세계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그 누구도 이토록 멀리 떠나 본 적이 없다.
비행하던 내내 외로움과 허무함에 사로잡혀 있던 황제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가슴이 조금 떨렸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폐하. 준비되셨습니까?
페르세타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제는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나긴 비행이 끝난 지금, 그는 빨리 무엇이라도 하고 싶을 뿐이었으니까.
“준비됐다. 바로 돌입하지.”
황제는 마지막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오랫동안 씻지 않아 초췌했던 몰골은, 이미 리프레시 룸에 들어가서 깔끔하게 관리를 마친 상태였다.
거기에 얼굴을 완전히 덮는 투구를 쓰고, 온몸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는 특수한 갑옷을 입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차원의 나쁜 영향을 막기 위해 첨단 마법이 동원되어 꼼꼼하게 만들어진 갑옷이었다.
물론 소드마스터에 이른 황제의 몸은 설령 신계에 떨어지더라도 버텨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인했지만, 이곳은 역사상 최초로 방문하는 세계인 만큼 무슨 일이 있을지 몰랐기에 방비가 아주 철저했다.
– 그럼, 전송을 시작하겠습니다.
페르세타의 말과 함께, 전송진 위에 올라선 황제의 주위를 눈부신 마법진이 휘감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
시간과 공간이 일그러지며, 우주선 전체가 흔들렸다.
그 흔들림에 맞추어 저 아래, 왜소 세계가 함께 공명했다.
그리고 마침내,
키이이잉-!
세계가 비틀리며 우주 전체로 커다란 파동을 내뿜어 냄과 동시에,
파아아앗!
황제의 몸이 왜소 세계 속으로 전송되었다.
후우우…….
텅 빈 우주선은 지나친 가열로 인해 뿜어진 수증기만이 한가롭게 떠돌다가 곧 사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