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5)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5화(15/171)
15화 <에멘다툼>
다음날.
살리넬르는 아침부터 바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자신의 역작 <에멘다툼>을 바로 오늘 발표하기로 정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가 새로운 마법 이론을 발표하는 방법은 다양했으나, 그 중 최고로 치는 방법은 역시 아란드리아 대도서관을 통해 발표하는 것이었다.
마법의 성지.
세상의 모든 마법이 기록된 곳.
아란드리아 대도서관은 지표에서 차원의 중심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아란드리아 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
그곳은,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부터 마법을 깨우친 이들이 자연적으로 모여 도시를 이룬 곳.
500년 전 <알마게스트> 역시 아란드리아 대도서관을 통해 발표가 되었으니, 그 권위는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머나먼 아란드리아 산까지 직접 갈 수는 없었기에, 살리넬르는 아침부터 아란드리아와 연결되는 정교한 공간 공명진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법진을 깔고 제단을 세우고 각종 의식도구들을 늘어놓고 계산을 한 뒤, 고치고, 또 고치고, 살리넬르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지난번 경매 때는 목소리만 전달 되면 그만인 약식 연결을 했기에 간단했지만, 이번에는 형체는 물론 마나의 파동까지도 정확하게 전달이 되어야 했기에, 훨씬 어려운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일리안느가 은근슬쩍 그 주위를 기웃거렸다.
“아, 안녕하세요! 살리넬르님! 이게 아란드리아와 연결되는 공명진이로군요······!”
“그렇소.”
짧게 단답을 하는 살리넬르를 보고 일리안느는 풀이 죽었다.
“네······. 혹시 도울 일은 없나 싶어서 와 봤어요. 다 완성되면 불러주세요!”
급히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일리안느를 살리넬르가 불러세웠다.
“어딜 가시오?”
“네? 아······. 그······. 이런 의식은 하나하나가 다 비전이잖아요. 제가 실례를 저지른 것 같아서.”
그러자 살리넬르는 코웃을 쳤다.
“비전은 무슨. 댁의 오라비 되는 사람은 이걸 어린애 장난 보듯이 할 텐데.”
“아······. 하하······.”
살리넬르는 어색하게 웃는 일리안느에게 손짓을 했다.
“실 없는 소리 말고, 빨리 와서 좀 도우시오. 그리고 쓸모는 없겠지만 어떤 원리와 지식이 적용되는지 잘 보고 배우시고. 내 풀어서 설명해 줄 테니.”
“네, 넷? 그, 그런 가르침을 주신다고요?”
“가르침은 무슨. 투자요 투자. 우린 당신 오라비의 비밀을 밝히겠다는 같은 목표를 가진 도반(道伴)이 아니오?”
“도반(道伴)!!”
일리안느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도반이란, 함께 진리를 추구하는 벗이라는 뜻.
일리안느는 살리넬르가 이 영지에 와서 행한 일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처럼 대단한 마법사가 자신을 배움의 벗으로 대해준다는 사실에 어깨가 뻐근할 정도로 들뜨고 말았다.
“빨리. 이쪽으로 오시오!”
그러는 바람에 살리넬르의 핀잔을 듣고 말기는 했지만.
“네에!”
일리안느는 그저 기분이 좋았다.
**
페르세타는 낮에 잠시 아버지를 도와 영지일을 보다가 시간에 맞춰 살리넬르를 찾았다.
마나의 낮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원래 이 시간에 아란드리아 대도서관과 연결하기로 미리 말을 맞춰두었다.
그런데,
“어라? 아직 준비가 안 끝났나요?”
페르세타가 본 것은 여전히 바쁜 살리넬르와 그런 살리넬르를 도우며 동시에 뭔가를 기록하고 중얼중얼 외우는 일리안느의 모습이었다.
살리넬르가 진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1~2시간은 더 걸릴 겁니다. 이게, 의식 도구 몇 개를 바꾸었더니 계산을 다시 해야 해서······.”
“그래요? 그럼 시간이 좀 부족할 텐데······. 이제 곧 마나의 낮입니다.”
“저도 압니다! 최선을 다 하고 있어요! 정 안 되면 내일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살리넬르가 신경질적으로 외치자, 페르세타는 뺨을 긁적이곤 연구실 중앙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흐음······.”
그는 대뜸 의식의 핵심이 되는 다이아몬드를 집어들었다.
“억! 뭐하는 거요!”
“오빠! 그거 만지면 계산을 다시 처음부터······!”
깜짝 놀라 호들갑을 떠는 그들을 향해 페르세타는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심상의 도구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드린다고 했죠? 사실 심상의 도구가 있으면 이런 잡다한 의식도구도 딱히 필요 없거든요.”
페르세타는 다이아몬드를 기도하듯 두 손으로 꼭 쥐었다.
“이렇게 주문만으로도 가능해요.”
눈을 감고, 마력을 일으키며 주문을 외웠다.
“돌아보다. 은빛 뜰에 비친 비답을. 모든 것을, 알고 계신 그리운 곁을. 내내토록 헤매이던, 방을 나서서.”
우우웅-!
페르세타의 손바닥 안에서, 다이아몬드가 은빛으로 물들었다.
사방으로 흘러넘치는 빛무리와 함께, 공간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벌컥!
창문을 열어젖힌 페르세타는 은빛으로 물든 다이아몬드를 창틀 중앙에 놓았다.
곧이어, 창문 너머로, 아란드리아 대도서관의 드높은 책장들과 무수한 마법적 조각상들이 그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자. 쉽죠?”
페르세타가 빙긋 웃었다.
살리넬르는 그만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저, 저거를······. 그냥 주문만으로······? 제단도, 의식도구도, 마법진도 없이······?”
그 말에 페르세타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딱히 어려운 부분은 없지 않았나요? 여러분도 다 알고 있을 법한 이론만 적용했거든요. 그러느라 훨씬 더 힘들었어요.”
그 말에, 조용히 침묵을 지키던 일리안느가 적대감을 가득 담아 페르세타를 불렀다.
“오빠.”
“응?”
“오빠는 내 오빠지만······. 진짜 좀 그래.”
“어?”
좀 그렇다.
사회적 눈치가 아직 발달하지 못한 페르세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 뜻이 영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쯤은 표정과 억양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어······. 왜?”
그러자 살리넬르가 얼른 일리안느에게 동감을 표했다.
“확실히 댁네 오라비는 좀 많이 그렇소.”
그러곤 일리안느와 살리넬르가 동시에 눈을 마주치고 한숨을 푹! 쉬는 게 아닌가?
“어······. 어? 왜?”
둘의 교감에서 소외된 페르세타만이 홀로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
“······오늘은 연결이 특별히 선명하고 깨끗하네요.”
창틀 너머, 아란드리아와 연결된 환영 속으로 베일을 쓴 여인이 나타났다.
전에 경매장에서 연결되었을 때는 신기루처럼 아른거렸다면, 지금은 손을 뻗으면 만져질 것처럼 선명한 환영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실로 재앙적인 일이었지요.”
“네?”
“······아무튼. 오늘은 한 가지 마법 이론을 발표하고자 연락드렸습니다.”
그러자 고개를 갸웃하던 베일의 여성이 대번에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숨겨진 대마법사 제로지아의 수제자가 마법이론을 발표하는 것인가요? 정말로 기대되는군요.”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살리넬르는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감았다 떴다.
사실 그의 심정은 복잡했다.
그는 자신의 책 <에멘다툼>에 무한한 자부심이 있었으나······ 페르세타를 만나 좌절하고 말았다.
자신의 지식이 자신이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그래. 세계에서 2번째라는 것도 의미가 있는 거다.’
거기에 첫번째가 자신에게 기회를 양보해준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까지 차려줬는데도 못 먹으면, 그건 바보다.
살리넬르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아란드리아의 사서가 물었다.
“동료평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약식? 정식? 심층 평가?”
“심층 평가로 부탁합니다.”
“정말 자신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알겠습니다. 평가원들을 불러오겠습니다.”
사서가 황급히 자리를 비웠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자, 베일을 쓴 두 남자와 함께 사서가 돌아왔다.
“이쪽은 이번 심층 평가의 평가장을 맡아주실 대사서 르위메르님입니다.”
“만나서 반갑소. 대사서 르위메르요.”
르위메르라는 자는, 베일을 쓴 너머로도 허연 수염이 비쳐보이는 자였다.
“그리고 이쪽은 함께 평가를 맡아주실 수석 사서 헤로드님입니다.”
“수석 사서 헤로드입니다. 살리넬르님이 심층 평가를 부탁해오다니. 벌써 기대가 되는군요.”
수석 사서 헤로드라는 자는, 베일을 쓴 너머로 반짝이는 대머리가 보이는 자였다.
그리고, 신비한 눈매를 가지고 있는 처음의 여성 사서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저는 이미 아시겠지만,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수석 사서 세레스 에멜다입니다. 이상 3인이 지금부터 살리넬르님의 연구 성과를 심층 평가하도록 하겠습니다.”
페르세타는 이 일련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대도서관 아란드리아에 대해서는 그 역시 스승인 바르덴테에게 여러 차례 들은 바 있었다.
아란드리아의 사서들은 비밀을 지키고 진실을 판별하기로 서원을 한 고위 마법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은 여러가지 사명을 수행했지만, 그 중 중요한 것이 바로 마법 이론의 발표와 관련된 것이었다.
새로운 마법 이론이 발표되면, 그들은 그것을 낱낱이 분석하여 평가하고 기록한 후, 세상에 새로운 이론이 탄생했음을 알렸다.
이때 특기할 점은, 이들이 그 과정에서 알게된 지식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는 점.
지난 몇 천 년간 단 한 번도 마법의 비밀이 아란드리아 바깥으로 빠져나간 적이 없을 정도로 그 보안은 철저했고 신뢰는 두터웠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안심하고 자신들의 성과를 아란드리아에 보고했고, 아란드리아는 그들의 성과를 판단해 세상에 알려왔다.
말로만 들었던 그 과정이 지금, 페르세타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페르세타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나도 어서······ 발표하고 싶다! 나의 이론을. 세계에!’
살리넬르에게 <에멘다툼>을 어서 발표하라 부추기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에멘다툼>이 국소적인 지식이었기 때문이었다.
페르세타는 자신의 저서, <첼레스티움>은 결코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5살부터 15살때까지 10년의 고민과 기쁨이 녹아든 성과였으니까.
그걸 온 세상에 내보이고 인정받는 순간이 오면 얼마나 기쁠까?
그렇기에 페르세타의 가슴은 뜨겁게 벅차올랐다.
지금 이 순간, 살리넬르의 발표가, 훗날 <첼레스티움>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한 기초가 되어줄 테니까.
<에멘다툼>이 먼저 있기에 훗날의 마법사들이 <첼레스티움>을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렇기에 페르세타는 마치 자신이 발표라도 하듯 가슴을 두근거리며 살리넬르의 발표를 지켜보았다.
<에멘다툼>의 발표는 시작부터 열광적이었다.
살리넬르가 알려준 설계도 대로 ‘마나파 측정장치’를 만들어본 사서들은 그 결과에 환호했다.
“정말이군요! 이 ‘마나파 측정장치’가 알려준 파장을 수식에 넣으니 요정계, 정령계, 환요계와의 연결이 훨씬 강해졌습니다!”
살리네르도 신이 나서 마구 이론을 풀어냈다.
“그렇습니다. 저는 또한 여기서 ‘도플러 효과’라는 아이디어를 적용했습니다.”
“도플러 효과요?”
“예. 사실 이 역시 제가 스스로 발견한 것이지만, 후에 대마법사 바르덴테님이 먼저 이 개념을 발견하고 ‘도플러 효과’로 이름 지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여 저도 그 이름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흥미롭군요.”
“내용은 더 흥미롭습니다. 도플러 효과에 따르면······.”
살리넬르는 흥분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신비세계가 인간계와 점점 가까워지면 관측되는 주파수가 높아지고 서서히 멀어지면 주파수가 낮아지는 효과를 설명했다.
“이는 <알마게스트>에서 기술하고 있는 신비세계의 연주운동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신비세계가 주전원을 따라, 순행, 역행하는 움직임 역시······.”
살리넬르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평가원들도 눈에 띄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런······!”
“실로 아름다운······!”
그 흥분이 어느 정도였냐면, 다른 사서들이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기웃거릴 지경이었다.
그러자 수석 사서 세레스 에멜다가 주위를 향해 일갈했다.
“다들 물러서십시오! 신성한 발표 자리입니다! 평가원이 아닌 자는 화면 밖으로 즉시 퇴장하십시오!”
그 서슬 퍼런 기세에 모여들었던 사서들이 우르르 흩어졌다.
그렇게 발표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 되었다.
페르세타는 발표를 듣던 도중, 살리넬르에게 눈짓을 했다.
‘해도 돼요. 해주세요. 부디.’
차원의 자전을 설명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
살리넬르가 입이 근질거리지만 참는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자, 페르세타가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 것이었다.
그러자 살리넬르의 근엄하던 얼굴이 히죽 풀어졌다.
그 역시 마법사.
새로운 지식을 뽐낼 수 있는 이 기회가 기껍고 행복한 건 마찬가지였다.
“큼! 큼! 그리고 이건 내 동료 마법사인 페르세타 베리테가 하루 중 신비세계의 주파수 변화를 관측하고 추측한 내용입니다.”
“오오, 바르덴테님의 수제자 말인가요? 요즘 저희 귀에도 그 이름이 가끔 들려옵니다. 대체 무엇을 추측하셨죠?”
“바로 차원의 자전 현상입니다!”
차.원.의 자.전.현.상.
그 일곱 글자가 깨달음의 벼락처럼, 우르르 벽력성을 내며, 사서들의 정수리에 틀어박혔다.
“마, 말도 안 돼!”
“그, 그런!”
“설마······. 그렇다면 <알마게스트>의 예측이 점점 맞지 않게 된 이유가······!”
모두들 경악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살리넬르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자신이 느꼈던 그 거대한 전율을 저들도 지금 느끼고 있구나.
“그렇습니다. 바로 자전축이 비틀렸기 때문이지요. 마치 흔들리는 팽이처럼 말입니다.”
“자전축이 비틀렸다면······! 당연히 좌표도 비틀렸겠군요. 우리 차원의 하늘 자체가 변천할 테니······! 그래! 그러면 모든 게 설명이 돼! ”
“바로 그겁니다! 거기에 마나주파수도 맞지 않게 됩니다! 제가 처음에 말했다시피 마나는 차원을 지나며 산란하니까요!”
“어, 엄청난 발견입니다······!”
환영 너머, 아란드리아는 열광의 도가니었다. 평가원 셋 모두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펄쩍펄쩍 뛰었다.
그러자 다른 사서들이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기웃거렸다.
“꺼져요! 꺼지라고요! 어딜 얼씬 거려! 발표하는 거 안 보여!”
차분하고, 냉철하게 보이던 수석 사서 세레스 에멜다가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
몰려들었던 사서들이 놀란 양떼들처럼 또 우르르 흩어졌다.
그렇게 여러 차례 소란이 지난 다음에야 발표가 끝났다.
세 명의 평가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의논했다.
먼저 대사서 르위메르가 말했다.
“이는 <알마게스트>를 완성할 위대한 발견이 틀림없소.”
그 뒤를 수석 사서 헤로드가 이었다.
“즉시, 이 위대한 발견을 전 세계에 알려야합니다.”
수석 사서 세레스 에멜다가 거기에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검증을 이어가야 할 부분이나 후속 연구가 필요한 논쟁적인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비세계의 연주운동과 주파수 간의 상관관계, 자전의 존재, 그리고 자전축의 변화 등이 그렇지요. ”
이내 셋은 함께 시선을 교환하고 일치된 의견으로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는 즉시, 전 세계에 이 위대한 발견을 알리겠소. 동시에 후속 검증이 필요한 부분과 논쟁꺼리들도 정리하여 전세계의 마법사들이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할까 하오. 허나 우리가 당신의 지식을 마음대로 알릴 수는 없는 바. 당신이 머무는 장소를 함께 발표하여, 당신의 통제 하에, 공개 토론의 장을 열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오. 이에 동의하시오?”
“동의합니다.”
살리넬르가 동의하자 르위메르는 기뻐하며 물었다.
“그럼, 현재 머무는 장소가 어디요?”
“베리테 남작령입니다.”
그 말에, 세 명의 사서가 일제히 앞으로 귀를 기울였다.
대표로 대사서 르위메르가 어렵게 물었다.
“거기가······ 어디요?”
**
아란드리아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들이 하늘로 쏟아져나왔다.
이 환상종은 저마다 편지를 발목에 매단 채, 새벽 밤하늘을 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아란드리아의 회원자격을 가진 모든 고위마법사들이 새벽 잠에서 깨어 이 발표를 받아보았다.
– – –
아란드리아에서 알려드리오.
<알마게스트>이래 가장 위대한 마법적 성취가 방금 확인 되었기에 이 사실을 급히 전달하오.
살리넬르 드메치의 <에멘다툼>이오. 이 책이 있다면, 누구든 정령계, 요정계, 환요계와의 연결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소.
또한, 살리넬르의 동료, 페르세타 베리테의 획기적인 가설을 통해, 최근 신비세계가 멀어진 것처럼 보였던 현상을 설명할 가능성이 생겼소.
이상의 사실을 아란드리아의 이름으로 확인하는 바이오.
자세한 내용은 드블랑 왕국, 베리테 남작령에 기거하고 있는 살리넬르 드메치와 페르세타 베리테에게 문의해주시기 바라오.
추신. 아래는, 그의 책 <에멘다툼>의 서문이오.
(이하 서문)
이 책은 <알마게스트>의 발전적으로 계승을 통해 마침내 <알마게스트>를 완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비세계의 연주운동과 그로인한 주파수의 변화를······.
– 살리넬르 드메치
– – –
그 파격적인 내용에, 마법사들은 잠이 번쩍 깨고 말았다.
“이게······ 사실인가?”
“<알마게스트> 이래로 가장 위대한 성취?!”
신비가 사라지는 시대.
그야말로 모든 마법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꿈꿔오던 소식이 아닌가?
“대체 그게 뭐길래! 좀 자세히 설명을 해주지!”
“뭔진 몰라도 아란드리아에서 보증한 것이니 보통 내용이 아닐 것이오!”
“여봐라! 당장 짐을 싸거라!”
“근데 베리테 남작령이 어딘지 아는 사람이 있소?”
“모르오! 일단 짐부터 싸!”
“갑시다! 가서 확인해보면 될 것 아니오!?”
“베리테 남작령으로!”
전 대륙이, 잠옷 차림에 가방을 메고 뛰쳐나온 마법사들로, 팔팔 끓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