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51)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51화(151/171)
151화 동문 회합
“샤라. 부탁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선생님.”
“저, 그거. 일리안느에겐 비밀로 해 주세요.”
언제나 단순 명쾌하게 답을 찾아내던 페르세타가, 이번만큼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저히 풀어낼 문제에 부닥친 어린애 같았다.
샤라는 그게 이상하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부탁이에요. 일리안느는……. 아니. 제 가족들은 모르게 해 주세요.”
“…….”
샤라는 이를 악물어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막아 내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 * *
도로테아 세이린은 거리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호위 기사 한 명 없었다.
황제가 탐사선을 타고 떠난 뒤, 그녀가 황제를 대리하는 섭정이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제국 제 의 권력자가 혼자 거리를 돌아다닌다니?
하지만 그게 그녀가 가진 마법의 힘이었다.
사람들은 바로 앞에서 그녀의 얼굴을 보고도 그녀가 섭정, 도로테아 세이린이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마땅히 그녀를 따라 나왔어야 할 황실 근위 기사들은 갑자기 사라진 그녀 때문에 독이 바짝 올라 있었다.
그녀의 집무실로 뛰쳐들어 간 근위 기사단장은 그녀가 남긴 쪽지를 읽고 근위 기사들을 모조리 집합시켰다.
– 나는 큰길을 걷고 정문을 넘어 황궁을 빠져나갈 것이다. 만약 너희가 코앞을 지나치는 나를 놓친다면, 애초에 너희에겐 날 호위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 내용을 접한 근위 기사들 모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더 열심히. 더 죽어라 수련해야겠다는 다짐이 그들의 가슴 속에서 피어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로테는 한가롭게 리세아룬의 거리를 걸었다.
요즘은 세상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이듯, 현재 이곳도 군어족들로 소란스러웠다.
“팝니다! 팝니다! 군어족 인형입니다! 군어족 인형!”
귀엽게 재해석된 군어족의 인형이 거리거리마다 팔리고 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가던 아이들은 뒤를 돌아보다 못해 바닥에 질질 끌려갔다.
“군어족의 별미! 나와래 국수 팝니다!”
또 한쪽에서는 황제가 맛보았던 군어족의 요리들을 그럴듯하게 흉내 낸 음식들이 팔리고 있었다.
푸른 하늘빛의 국물에 잠긴 까만 국수.
분홍색 빵 사이에 들어간 파란색 패티.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까맣고 반짝이는 음료수.
겉모습은 하나같이 그럴듯했다. 당연히 맛을 전혀 다를 테지만.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사람들은 도무지 참을 수 없다는 듯 지갑을 열고 달려들었다.
광장 한 켠에서는 마법의 궁전에서 발표한 군어족 탐사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 그 영상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온 세상이 군어족 열병을 앓고 있었다.
물론 인간의 입장에서야 정령도 신기하고 영물도 신기하고 악마나 천사도 신기한 것이지만……. 군어족의 발견은 다른 종족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신비보다도 더한 ‘미지’.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모두 다 아홉 세계의 최초로 기록되는 위대한 탐사.
이야기책 속에서 들어왔던 요정, 요괴, 이런 존재들이 아닌,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존재들.
너와 나의 경계가 희미하다는,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존재 방식.
이 모든 게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뿐이랴.
심지어 인간이 최초로 발견한 세계였다.
기오막측한 솜씨를 가지고 있는 요괴도 아니고,
신비한 힘을 가진 유령도 아니고,
그 무섭다는 드래곤이나 악마도 아니고,
심지어 천사들과 신도 아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그 누구도 닿지 못하던 세계를 바로 ‘인류’가 발견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람들은 엄청난 자부심과 애착을 느꼈다.
뚜벅. 뚜벅.
도로테아는 그 열기의 한복판을 가로질렀다.
입가에는 진한 미소를 매단 채였다.
* * *
도로테아가 마침내 약속한 카페에 도착했을 때, 먼저 와 있던 동문들은 저마다 한마디씩을 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제국의 적, 애캘슨이었다.
“저기. 동족이 왔다.”
그러자 살리넬르가 그 말을 냉큼 이어받았다.
“황궁의 동족은 이상하다. 지각을 하고도 당당하게 걸어 들어온다.”
라냐 비셰나가 잠시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한 타이밍 늦게 끼어들었다.
“당황? 황궁의 동족이 당황했다. 이상하다. 위험한 것도 없는데 왜 당황을 하지.”
마침내, 도로테아 세이린의 미간이 콱! 찌그러졌다.
“뭐가 늦었다는 거예요? 당신들이 일찍 온 거면서.”
그 말에 살리넬르가 빙글빙글 웃었다.
“이상하다. 가장 가까이 사는 동족이 가장 늦었다.”
“아 쫌!”
도로테아가 짜증을 내며 자리에 앉자, 그제야 다들 왁자지껄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모인 만큼 근황이 오고 갔다.
근황이래 봤자 당연한 듯 모두 연구 이야기였다.
요즘 깨달은 것. 새로 발견한 것. 고민하고 있는 것.
페르세타가 키운 최고의 제자들로 꼽히는 5명의 마법사들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떠들어 댔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말이 잦아들고 마침내 끊겼다.
살리넬르, 애캘슨, 라냐, 도로테아는 가만히 한 명을 바라보았다.
오늘 이 모임을 주최한 장본인인 샤라 엘리프.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커피를 노려보고 있을 뿐.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성녀님? 괜찮으십니까?”
“…….”
“성녀님?!”
“아! 아, 예. 뭐라고요?”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애캘슨은 어쩐지 긴장되는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가볍게 말을 건넸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까부터 말씀이 없으시군요. 고민이 있으시다면 여기 옆에 섭정 각하께 여쭤보시죠. 자비와 지혜의 화신이신 섭정 각하라면 능히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겁니다.”
“입 닥쳐 줄래? 반역자 씨?”
애캘슨의 농담에 ‘섭정 각하’인 도로테아가 즉각 반응했다.
도로테아는 황제 대리가 된 이후로 혁명 세력인 ‘제국의 달무리’를 내각에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개혁 정책을 펴 나가는 중이었다.
덕분에 애캘슨과 그녀의 관계도 한껏 친밀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눈앞에서 이런 친근한 만담이 지나가고 있어도, 성녀 샤라 엘리프의 표정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후…….”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살리넬르가 그런 그녀를 주의 깊게 바라보다가 물었다.
“왜? 페르세타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
샤라가 몸을 움찔! 했다.
“대충 그럴 거라 짐작하긴 했네. 이 자리에 일리안느 아가씨를 초대하지 않은 걸 보고 말이지.”
모두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에 탐사선을 발사하던 날도 그렇고, 이렇게 모두가 모인 날이면 거기엔 일리안느도 늘 함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샤라가 고의적으로 그녀를 부르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모임의 주제는 페르세타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의 여동생인 일리안느에게는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거겠지.
“후……. 맞아요. 페르세타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녀는 천천히 동문들을 둘러보았다.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가 그녀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
“이건 저만 알고 있을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보자고 했어요.”
다들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샤라가 말을 해 주기를 사려 깊고 조용하게 기다려 주었다.
“최근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요. 페르세타 선생님. 인간계를 떠날 생각이신 것 같아요.”
그 말에 라냐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페르세타 선생님의 관심사를 생각하면, 당연히 직접 탐사선을 타 보고 싶으실 거라 생각…….”
“문제는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거죠.”
모두의 눈이 부릅떠졌다.
살리넬르가 톡, 하고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차분하게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돌아올 생각이 없다니?”
“말 그대로예요. 우리의 기술로는 살아생전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곳을 목표로 하시는 것 같아요.”
“그 말은…….”
“네. 일방향 탐사. 아니 그걸 탐사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아무튼 그거예요. 100년이고 200년이고, 탐사선 하나 타고 무한한 우주 속으로 날아갈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인간이.”
모두가 놀랐다.
아무리 페르세타라 해도 그런 미친 계획을 세운다고?
동시에 깨달았다.
왜 샤라가 일리안느를 부르지 않았는지.
이건 본인의 동의 없이는 가족에게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그리고,
쾅!
늘 점잖은 편인 살리넬르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부술 듯이 내리치며 일어섰다.
“선생이. 떠난다고? 인간계를?!”
그는 분노로 얼굴을 푸들푸들 떨었다.
“나에게, 자신을 뛰어넘을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고?!”
쾅!
그는 분을 참을 수 없는지 또다시 테이블을 내리쳤다.
연약한 마법사의 주먹이 시뻘겋게 부어올랐지만, 그는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는 듯했다.
‘으음. 저분은 아직도 페르세타 선생님을 뛰어넘을 생각을 하고 있었어?’
‘……설마. 진심이었을 줄이야.’
도로테아와 라냐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노발대발했다.
샤라 엘리프는 그런 살리넬르를 착잡하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무튼……. 제가 이 사실을 알리는 이유는……. 여러분들도 알고 있으라고요. 페르세타 선생님의 연구목표가 무엇인지 정도는.”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냐 비셰나가 턱을 만지작거렸다.
“확실히 그렇군요. 선생님의 목표가 우주 저 끝까지 날아가는 것이라면…… 그걸 보조하기 위한 우리의 연구도 대대적으로 손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도로테아도 착잡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어차피 우리가 말린다고 해도 들을 사람이 아니니. 갈 땐 가더라도 최대한 쾌적하게 가실 수 있게 우리가 도와드려야지. 연구로.”
그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군어족 가면, 군어족 인형, 군어족 말투.
온통 군어족으로 가득한 거리의 열광이 보였다.
이렇게 세상이 커다란 영향을 남겨 두고, 정작 자기는 쏙 빠지겠다니.
도로테아는 어쩐지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따라가고 싶네…….”
그 말에 애캘슨이 정색을 하고 끼어들었다.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섭정 각하는 차기 황제로서 제국을 지켜야지. 내 동지들이 다 당신 하나만 보고 있는데.”
“그래서 말했잖아. 마음 같아서는 그렇다고 마음 같아서는.”
그녀는 혀를 차며 애캘슨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너 같은 반역자가 내 마음을 알겠냐. 너는 현실 정치밖에 관심이 없지만, 나는 낭만이 있다고 낭만이. 다 포기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크으. 마법사로서 이걸 어떻게 참아? 아버지도 하셨는데, 내가 못 할까?”
“응 안 돼. 섭정 각하는 못 해. 제국을 생각해라.”
“쳇.”
애캘슨은 가볍게 도로테아를 침몰시키고는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튼……. 어쨌든 우리 모두 준비를 해야겠군요. 학문적으로 기술적으로, 또 심적으로. 그분은…… 떠나실 테니까.”
그 말에, 모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살리넬르는 아직도 분을 참지 못한 모양새였고, 이들 모두를 불러 모은 샤라 엘리프는, 어쩐지 더욱더 울적해 보였다.
툭,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앞에 놓인 빨대를 힘없이 빨아들였다.
새로운 연구 과제를 설정하는 마법사들 사이에서, 애캘슨은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