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5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53화(153/171)
153화 징검다리
텅 비어 있는 탐사선.
우우웅!
강한 진동과 함께 우주선 내부의 시공간이 뒤틀렸다.
스프링을 잡아 비트는 것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공간.
쿠웅!
그 중심에서 황제가 연기를 뿜어내며 뚝 떨어졌다.
“끄으응……. 이놈의 소환.”
황제도 페르세타를 따라 다른 신비 세계에 가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이루어진 소환은 극히 부드러웠다.
그냥 산들바람이 몸을 휩쓸고 지나가니 다른 세상이더라, 그런 느낌.
하지만 탐사선에서 왜소 세계로 들어가거나 왜소 세계에서 탐사선으로 돌아오는 소환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시공간이 흔들리며 소드마스터에 이른 그의 감각 기관도 마구 흔들릴 정도.
사실 마법사가 어쩔 수 없었다.
내장된 위시 마법이 자동으로 마법을 일으키는 것이니만큼 페르세타가 직접 사역하는 소환 마법처럼 부드러울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탐사선에 내장할 수 있을 만큼 마법을 최대한 축소하고 압축해야 했으니 더더욱.
“후…….”
잠시 뒤틀린 속을 가라앉힌 황제는 방호복을 벗어서 수납장에 넣고 탐사선을 쭉 둘러보았다.
자신이 떠날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는 탐사선.
황제는 다락으로 올라가 차원의 우주를 들여다보았다.
자신이 방금 떠난 왜소 세계가 보였다.
이제 보니 푸른빛으로 가득한 세계.
저 안에 있을 군어족들을 생각하면 새삼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이 우주에서 보면 저토록 작아 보이는 구슬 안에 그토록 넓은 세계와 수많은 존재가 살아가고 있다니.
황제는 시선을 올려 울렁이는 차원의 우주를 바라보았다.
인간의 인지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거대하고 깊은 우주.
영혼을 얼리고 한없이 작게 만들어 짓누르는 것만 같은 세상.
군어족들에 의해 따뜻해졌던 그의 가슴이 빠르게 식었다.
“정말이지. 여기는 정이 안 드네.”
우우웅-
탐사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탐사지를 포착했습니다. 5초 뒤에 비행을 시작합니다.>
점점 커지던 진동.
5초가 지나는 순간, 황제의 몸이 한쪽으로 홱! 쏠렸다.
그렇게 탐사선은 정들었던 군어족의 세계를 떠나 다른 왜소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
그 까마득하게 덮쳐 오는 우주를 온몸과 영혼으로 느끼며 황제는 아주 천천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뭐……. 그래도 전보다는 낫네.”
황제는 어쩐지, 이 여정이 아주 조금쯤은 설레고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락에 기댄 채,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 * *
그 후로 1년 반 동안 황제는 20개가 넘는 왜소 세계를 방문했다.
어떤 세계는 공허가 가득한 세계였다.
황제는 그 세계를 끔찍하게 싫어했다.
하늘도 땅도 없이, 서로 다른 명도의 어둠이 무질서하게 섞여 있었다.
어떤 어둠은 무겁고 어떤 어둠은 가볍고, 어떤 어둠은 속에 빛을 뿜었고, 어떤 어둠은 빛을 잡아먹고.
생명체도 없고 볼 것도 없는 그 세계는 지독하게 할 게 없었지만, 정작 페르세타는 그 세계를 가장 좋아했다.
개벽이 일어나기 전의 세계라며, 세계라는 마법의 형성과정을 알 수 있고 마법과 물질의 경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연구할 수 있다나?
덕분에 황제는 그 끔찍한 세계에서 무려 8주나 머물러야 했다.
<폐하! 폐하의 탐사 덕분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있어야지. 내가 그 고생을 했는데. 그래. 뭘 할 수 있게 됐지?”
<어. 음. 어……. 지금 당장 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이 지식을 녹여서 응용할 방법을 찾아야지요.>
“…….”
또 어떤 세계는 그저 불꽃만이 가득했다.
그곳은 페르세타도 별것 없다는 판단하에 1주일 만에 탐사 종료를 선언했다.
<그래도 성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원시 마법이 원소를 생성하는 방식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새로운 통찰을 얻었습니다.>
“호오. 그래서 그걸로 뭘 할 수 있지?”
<네? 그건 이제부터 연구를…….>
“…….”
황제가 방문한 곳 중에는 찬란한 문명이 꽃을 피운 세계도 있었다.
그 세계의 존재들은 마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오로지 그 세계 안에 존재하는 물질들의 법칙을 이용하여 문명을 발전시켰다.
겉으로 볼 때 그 세계는 인간계보다 훨씬 더 발전한 세계였다.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고, 거리엔 말보다 빨리 달리는 자동 수레들로 가득했다.
빼곡한 인공 조명으로 인해 밤에도 낮처럼 환했다.
처음 황제가 그 세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몹시도 혼비백산하여 황제를 경계했다.
황제가 다가가자 그 자리에 멈춰 서라는 명령을 내렸고 황제가 그걸 무시하자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작고 둥근 금속 조각들을 날렸다.
황제는 그들이 ‘총탄’이라 불리는 그 조각들을 한 손으로 다 잡아내고, ‘미사일’이라 부르는 것은 폭발할 틈도 주지 않고 오러 블레이드로 갈아 버렸다.
그런 다음에야 그들의 지도자들과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황제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다들 그를 두려워하고 경계했으니까. 어쩐지 서운해지는 세계였다.
그 세상에서는 3주를 머물렀다.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마법이 아닌 마법이 완전히 물질화된 다음의 성질을 이용하는 문명이라니……! 이걸 통해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습…….>
“또 더 연구해야 한다느니 하는 소리할 거면 그냥 닥치게.”
<……넵.>
그런 식으로 황제는 왜소 세계를 계속 탐사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황제가 끝도 없는 땅으로 가득한 지하 세상에서 돌아왔을 때, 페르세타는 아주 기쁜 목소리로 통신을 걸어왔다.
<폐하! 덕분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 소리를 지금 99번째 듣는 것 같은데.”
<이번엔 진짜입니다! 그간 다른 세계의 법칙과 현상들을 분석하면서 우리의 마법적 이해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뭐 달라지는 것도 없잖나?”
<있습니다!>
“있다고?”
<네! 드디어 중계 기지와 오러 생성 장치 설계에 필요한 마지막 조각이 갖춰졌습니다!>
“중계 기지……. 오러 생성 장치…….”
황제도 들어 알고 있었다.
페르세타가 왜소 세계가 있는 오르트 구름까지 중계 기지를 놓아 일종의 고속도로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그걸 토대로 왜소 세계를 ‘개척’할 생각이라는 것을.
“그럼 드디어 자네도 여기에 올 수 있게 되겠구만?”
<네! 폐하께서 돌아오실 때쯤엔 개척 준비도 어느 정도 갖춰질 것 같습니다!>
그 말에 황제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어렸다.
“좋군. 자네도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어.”
그가 조종실 너머로 보이는 끝없은 혼돈의 우주를 바라보며 뇌까렸다.
“이 빌어먹을 우주를 나만 경험해 볼 수는 없지.”
* * *
세이린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
아이들은 골목마다 뛰어다니며 꿈을 꾸었다.
“대마법사가 최고야!”
“아냐! 소드마스터가 최고야!”
“대마법사는 세계 너머로 우주선을 쏜다고!”
“그치만 소드마스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쥬? 소드 마스터가 조종사가 되어 타야 의미가 있쥬?”
아이들은 서로 싸워 대며 마법사의 꿈과 기사의 꿈을 꾸었다.
물론 그 꿈을 실제로 이루게 되는 아이는 극소수 중의 극소수겠지만…… 어쨌든 그런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평민이 마법사?
기사?
예전에도 그런 사례가 없는 건 아니었으나, 정말 그 문은 바늘구멍처럼 작았으니까.
이젠 도로테아의 개혁 아래 세상이 변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졸업하는 때가 오면, 신규 기사와 마법사 중 60% 이상이 평민이 차지할 거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세상이 빠르게 변해 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꿈을 꾸었다.
거의 매달 차원 너머로 쏘아지는 우주선.
매일매일 새롭게 공개되는 황제 폐하의 모험담.
이 모든 것들이 끊임없는 희망과 낙관의 원천이 되어 제국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오늘, 페르세타는 또다시 새로운 희망과 낙관을 우주로 쏘아 보낼 준비를 마쳤다.
“이번엔……! 이번엔 정말 될 겁니다!”
차원의 우주에 원하는 시설을 쏘아 올리는 것은, 페르세타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비록 그의 계산이 항상 완벽하고, 그가 누구보다도 깊게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저 방대한 우주 속에는 여전히 그가 알지 못하는 변수들이 도처에 매복하고 있었다.
1차 실패. 2차 실패. 3차 실패도 흔한 일이었다.
페르세타가 제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혼자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위대한 프로젝트들.
수없는 실패를 쌓아 가며, 페르세타는 매 순간 자신의 선택에 감사함을 느꼈다.
‘처음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마법사들의 수준부터 키운 건 정말 잘한 일이었어.’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가 뿌린 씨앗들이 만개해 있었다.
수많은 마법사가 그의 연구를 지탱했고 밀어주었다.
덕분에 탑 속에서 공상만 해 오던 것들이 하나둘 현실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페르세타의 곁에는 언제나 성녀, 샤라 엘리프가 함께했다.
“네. 저번에는 오러 생성 장치가 우주에서 폭발했었죠? 인간계와 우주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적 차이를 간과했던 탓이었어요.”
“맞아요. 설마 거기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예민할 줄은 몰랐죠. 하지만 이젠 그것도 완벽하게 고려해서 설계를 다시 했으니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페르세타는 눈을 반짝이며 리세아룬의 대광장에 준비된 ‘중계 기지’를 바라보았다.
단 1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다.
저렇게 거대한 시설을 우주로 쏘아 보낸다는 게.
하지만 지금은 아무 문제 없다.
황제가 보내오는 다른 세계의 데이터와 함께, 마법은 차원이 다른 속도로 발전하는 중이었으니까.
바짝 긴장한 페르세타와 샤라의 시선 속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1
발사!
또 하나의 꿈이 우주로 뻗어 나갔다.
마법사들의 보고가 페르세타의 귀를 연달아 때렸다.
– 경로 안정적입니다!
– 오러 생성 장치! 정상 가동 중입니다!
– 외부 날개와 안테나를 펼칩니다! 이상 없습니다!
– 중계 기지의 모든 기능이 정상적입니다!
페르세타가 샤라를 돌아보았다.
샤라는 말없이 손바닥을 펼쳐 그의 앞에 내밀었다.
짜아악!
페르세타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그것을 냅다 후려쳤다.
그 짜릿한 통증에 샤라가 인상을 찌푸렸고, 페르세타도 빨개진 손을 펄럭펄럭 흔들었다.
하지만 둘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샤라가 말했다.
“그럼 이제 소환과 가속이 정상으로 이루어지는지 실험해 보면 되겠네요.”
“네! 곧장 실험할 겁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방금 중계 기지를 쏘아 낸 대광장에서 또다시 발사 준비가 이루어졌다.
중계 기지에 비하면 훨씬 작은 크기의 우주선이었다.
그것은 무게와 크기, 그리고 쓸데없이 복잡한 마법 회로가 있을 뿐, 그 자체로는 별다른 기능이 없었다. 그저 중계 기지의 소환과 가속이 잘 이루어지는지, 그게 우주선에 충격을 주지는 않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용 우주선.
3
2
1
발사!
또다시 우주선이 차원 바깥으로 쏘아졌다.
페르세타는 손에 땀을 쥐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우주선. 무사히 경로에 올라갔습니다.
– 제1 중계 기지에서 소환을 시도합니다. 3, 2, 1, 소환!
– ……소환 성공! 정확한 좌표에 소환되었습니다!
– 우주선의 가속이 확인되었습니다! 오차범위 이내!
– 우주선의 데미지 체킹을 시작합니다……. 데미지 제로! 성공입니다!
페르세타가 성녀를 바라보았다.
샤라는 한숨을 쉬며 다시 손바닥을 펼쳤다.
짜아아악!
둘은 얼얼한 손바닥을 함께 펄럭였다.
“이제……. 징검다리만 놓으면 정말로 개척을 시작할 수 있겠어요.”
페르세타는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샤라는 그런 페르세타를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곧 우주선을 타 볼 수 있겠어요.”
우주선이 두 번이나 차원을 뚫고 나간 하늘에는 오랫동안이나 동심원 모양의 오로라가 머물렀다.
연둣빛, 보랏빛, 분홍빛, 개나리 빛의 오로라는 해가 지고 밤이 올 때까지도 리세아룬을 환하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