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5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54화(154/171)
154화 귀환
쿠우웅!
시공간이 흔들리고 탐사선 내부에 황제가 나타났다.
그는 입고 있는 방호복을 벗지도 않은 채, 모락모락 연기를 뿜어내며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지막 탐사 완료! 고생 많으셨습니다! 황제 폐하!>
기다렸다는 듯이 걸려 오는 페르세타의 통신을 한 귀로 흘리며, 황제는 천천히 탐사선을 둘러보았다.
끝.
아. 정말로 끝이구나.
한편으로는 아쉬웠고, 한편으로는 후련했다.
그리고…….
‘젠장. 그럼 돌아가야 하는 거네? 다시 6개월 동안?’
또 한편으로는 아찔했다.
치이익!
옷을 갈아입고 리프레시 룸에서 몸도 깨끗하게 재정비한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또 그 고통을 겪어야 하나……?”
아니.
그럴 수 없다.
그건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무려 2년 반이었다. 2년 반이나 됐다고. 이 빌어먹을 차원의 우주로 올라온 지.”
그중 6개월은 순수하게 오르트 구름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나머지 2년은 탐사선과 각종 왜소 세계를 돌아다니며 보낸 시간이었다.
그랬다.
황제는 더 이상 2년 반 전의 우주선을 처음 타 보던 그 미숙한 존재가 아니었다.
“성장을 하지 못한다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황제의 두 눈에 의지가 깃들었다.
앞으로 인간계로 돌아갈 때까지의 6개월.
그 시간을 이전과는 다르게 보내겠다는 의지.
황제는 벌떡 일어나 침실을 나섰다.
거실을 가로질러 조종실로 향했다.
자리에 앉고, 끝없는 우주를 바라보며 각오를 다졌다.
인간계에 도착했을 때 나는, 떠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으리라.
그러는 사이에 탐사선은 인간계로의 귀환을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경로 계산 완료.>
<좌표 고정. 자세 제어.>
<탐사선 시스템 올 그린.>
<목적지 인간계. 세이린 제국 리세아룬 상공.>
<마력로 점화.>
<10초 후에 출발합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
황제는 눈앞으로 펼쳐진 끝도 없는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차원의 우주란 밤하늘과는 전혀 달랐다.
가까이에 있는 세계야 끝없이 움직이는 4차원의 구형태로 명확하게 보였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마치 꿀렁이는 탁류에 집어삼켜진 것처럼 세계의 빛은 모호해졌다.
끝없는 어둠을 바라보면, 때론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이 보이는 것도 같고, 때론 그냥 번개와 같은 섬광들이 지나가는 것 같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그저 끝없는 어둠만이 보이기도 했다.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은 저 거대한 우주.
세계가 내뿜는 빛들이 계속해서 왜곡되며 번뜩번뜩 스쳐 갈 뿐인 우주.
저 깊은 곳 어딘가에, 인간계가 있다는 사실이 그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가 믿어 온 모든 신화.
그가 배워 온 모든 역사.
그 위대한 여정들이 저 어딘가에, 보이지도 않은 먼지로 떠다니고 있다니…….
폭풍 치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작은 종이배처럼.
이 차원의 우주가 그 압도적인 허망함과 공포를 그의 영혼에 직접 주입하는 것만 같았다.
“후우…….”
하지만 이제 그는 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앞으로 다시 6개월…….’
오는데 6개월이 걸렸으니 다시 6개월이 걸릴 거다.
그 시간 동안은 이전처럼 중간중간 다른 세계에 내려 탐사를 하며, 외로움을 씻고 호기심을 충족할 시간도 없을 것이다.
그저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6개월의 시간동안 고독과 허무 속에 파묻히겠지.
이곳까지 날아올 때 느꼈던 그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치가 떨릴 정도였지만…….
“해 보자.”
이번에는 이겨 낼 수 있다.
우주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왜소 세계를 방문하며, 그의 정신도 조금씩 변해 갔으니까.
321발사!
콰아아아아!
마력로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황제의 등이 조종실의 의자에 달라붙었다.
거인이 짓누르는 것과 같은 압력과 함께, 2년 간 익숙해졌던 오르트 구름이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황제는 두 눈을 부릅 뜨고 그의 앞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차원의 우주를 직시했다.
* * *
어둡고 혼란스러운 차원의 우주를 가로질러 인간계를 향해 나아가는 탐사선.
마음껏 몸을 움직일 공간도 없는 좁은 거실에서, 황제는 두 눈을 감고 검을 똑바로 세운 채 서 있었다.
“나를 지운다.”
그의 코를 타고 땀이 또옥, 떨어졌다.
“나를 완전히 녹여 버린다.”
그의 관자놀이를 타고 땀이 또옥, 떨어졌다.
“잊어라. 잊어라.”
잊는 것.
황제는 바로 그런 식으로 차원의 우주를 견디고자 했다.
공포가 무엇인가.
고독이 무엇인가.
그것은 마음이다.
그렇다면,
공포와 고독 때문에 내가 괴롭다면,
마음을 없애버리면 될 것이 아닌가?
‘그럼 나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1시간.
2시간.
3시간.
석상처럼 꼿꼿이 서 있던 황제가 비틀거렸다.
“으음…….”
그는 시큰거리는 가슴을 한 손으로 쥐어짜며 이를 악물었다.
“미쳐 버리겠군.”
공포를 잊으라고?
고독을 잊으라고?
마침내는 마음을 잊으라고?
애석하게도 사람의 내면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드래곤을 생각하지 마!’
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드래곤이 자리를 잡는 게 바로 사람이었다.
지금 황제가 겪는 어려움이 바로 그랬다.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생생해지는구만.”
인간계에서 오르트 구름으로 향할 때는 어땠던가.
그때 황제는 어떻게 그 끔찍함을 견뎠던가.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때 황제가 택했던 방법은 정반대의 방법이었다.
노래를 틀어 놓고 침대에 누워서 온갖 생각들을 떠올리는 것.
공포와 고독이 그의 영혼을 도달하지 못하도록, 온갖 쓸데없는 생각과 산만한 정신으로 방어막을 치는 것.
물론 그렇게 해도 차원 자체가 전해 주는 공포와 고독은 끊임없이 그의 영혼을 침식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편이 나았다.
공포를 잊겠다며, 고독을 잊겠다며, 꼿꼿이 서서 버티는 지금은, 마치 쏟아지는 화살비 앞에 알몸으로 나선 것과 같았다.
매 초마다 공포가 그의 영혼을 베고 지나갔다.
매 순간마다 고독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 드넓은 차원의 우주가 주는 압도적인 힘이 그의 사지를 장난감처럼 비틀어 버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황제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며, 수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식하게 다시 검을 치켜들고 눈을 감았다.
“잊는다.”
“잊어버린다.”
그렇게 읊조리며 몸을 떨었다.
시간이 흘렀다.
비틀거리며.
땀을 흘리며.
때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황제는 단 한 순간도 눕지 않았다.
그가 항상 서 있는 거실 자리는 신발에 달아버려 황제의 발자국 두개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무상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이따금 페르세타의 통신이 들어오곤 했다.
<폐하? 계십니까? 폐하? 폐하? 왜 응답이 없지…….>
<생존 신호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
황제는 뚝뚝 흘리던 눈물을 훔쳐 내며 나직하게 대답했다.
“수련 중이니……. 말 걸지 마라. 내가 대답이 없어도. 그러려니 하도록.”
<아. 알겠습니다. 다행입니다. 별일 아니어서.>
페르세타의 목소리가 다시 멀어졌다.
황제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잊어야 한다…….”
하지만 잊는다는 게 과연 가능한가?
마음을 지운다는 건 무엇인가?
그것을 뜯어서 불태우기라도 한다는 건가?
그게 가능한가?
길고 고통스러운 참오 속에서, 황제는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을 지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내 영혼을 뜯어내겠다는 것이고, 그럼 나는 더 이상 사람은커녕 산 것도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지?
황제는 대답을 떠올렸다.
‘압축시킨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한 점으로 무한하게 압축시켜 버린다.
그럼 그것은 사라진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니겠는가?
설령 사라진 게 아니라고 해도, 극도로 압축된 마음 속으로까지 공포와 고독이 침습해 들어오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쿠구구구궁!
그때부터였다.
황제의 주위에서 오러가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마법사의 심상은 맑은 하늘처럼 텅 비어 있어 온갖 마력들이 그 안으로 비쳐 들고 새로 짜맞춰지곤 했다.
반면에 기사의 심상은 소용돌이와 같아서 주변의 마력들을 끌어들여 오러로 응집시키곤 했다.
그리고 소용돌이란 본래. 구멍을 의미했다.
바다 아래의 땅이 가라앉거나 하여 큰 구멍이 생겨날 때,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그 구멍이 크고 깊을 수록 소용돌이는 더더욱 커졌다.
황제가 자신의 마음을 무너뜨려 한 점으로 집중시키자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
안 그래도 맹렬하게 회전하던 그의 오러가 더 빠르게 회전하며 뭉치기 시작했다.
밝은 빛과 함께 맹렬한 힘이 들끓었다.
저 머나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아주 희미한 마력조차도 모조리 황제의 심상에 사로잡혀 끌려왔다.
그렇게 황제는 공포와 고독을 이겨 내고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다.
* * *
황제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견딜 만하군.’
가슴에 틀어박히던 공포와 고독이 희미해졌다.
“이 정도면……. 100년도 끄덕 없겠어.”
황제는 그렇게 말하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다 멈칫,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 그래도 100년은 좀……. 무린가?”
아무튼 예전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심지어 마력을 빨아들이는 힘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아주 느릴지언정, 소모한 오러를 다시 채워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전에는 이게 안 됐다.
차원의 우주 한복판에서는 마력이 희박했기 때문이었다.
온 세상에 마력을 공급하는 마나의 태양들이 너무 먼 곳에 있으니, 당연히 오러의 재료가 되는 마력을 끌어모으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만 오러 블레이드까지 쓸 수 있는 황제는 오러의 효율과 저장량이 압도적이었기에, 몇 년의 시간동안에도 체내의 오러를 다 쓰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이야기.
“힘들긴 했지만. 기분은 좋군. 이제 앞으로 3개월만 더 견디면 되는 건가.”
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조종실로 향했다.
그때 페르세타의 통신이 들어왔다.
<폐하! 계십니까?>
“……있네. 말해 보게.”
<사실 제가 폐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습니다!>
“선물……?”
<예! 아주 멋진 선물입니다.>
“그게 뭔. ……?”
황제는 말을 끝까지 맺지도 못했다.
번쩍!
순식간에 온 세상이 환하게 물들며 시공간이 일그러졌으니까.
‘어……?’
쏴아아아-!
그와 그의 탐사선이 엄청난 속도로 어디론가 빨려들었다.
‘어어……?’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와아아아아아!”
그는 꿈에도 그리던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수많은 신민들이 거리로 나와 마침내 돌아온 황제를 향해 환호를 보냈다.
‘이게 뭐지?’
황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많은 백성들과 자신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탐사선을 올려다보았다.
페르세타가 사람들을 헤치며 나왔다.
그가 활짝 웃었다.
“놀라셨죠! 폐하!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뭐가. 어떻게 된 건가?”
“전에 말씀드렸던 중계 기지입니다. 설치가 순조롭거든요! 벌써 반이나 완공이 되었죠! 그래서 중간부터는 바로 연달아 소환해서 여기까지 모셔올 수 있었습니다!”
황제가 탄식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3개월이면 돌아올 수 있었다는 말인가?”
“예!”
“그걸 왜 미리 말 안 했지?”
“폐하를 더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6개월인 줄 알았는데 3개월 만에 돌아오면, 더 기쁘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군.”
황제는 생각했다.
다시 돌아가는 데 6개월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자신이 느꼈던 부담감을.
그 부담감에 지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수련을 했던 시간을.
마음을 지우기 위해 끝없이 마음을 들여다보며 고통받았던 순간순간들을.
“그래. 그랬군.”
생각해보니.
새로운 경지에 이른 지금, 페르세타와 시험을 해 볼 것도 있지 않던가?
“어어? 왜 그러십니까?”
황제의 검이 거칠게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