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55)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55화(155/171)
155화 황제의 결정
쿠구궁-!
이변은 황제가 검을 뽑는 바로 그 순간 일어났다.
“으헉! 허허억!”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른 건 마법사들이었다.
마법이 발달하면서, 이제 마법사들은 주문을 외우는 일이 거의 없었다.
대신 미리 마법을 만들어서 심상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바로바로 꺼내 쓰는 게 보통으로 치부되었다.
그런데 황제가 검을 꺼내는 순간, 심상에 저장해 두었던 마법들이 쓸려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너무나 놀라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놀란 것은 마법사들만이 아니었다.
“으음…….”
“큭…….”
마법사들에 비하면 놀라는 정도가 적기는 했으나 기사들도 화들짝 놀라며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들이 열심히 모아 두었던 오러가 흔들리며 뽑혀 나가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마법을 통째로 잃어버린 마법사들만큼은 아니었지만, 기사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오러를 통제하기 위해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이 모든 게 황제가 검을 뽑는 순간 일어난 일이었다.
황제의 심상 한가운데에 생겨난 구멍이 주변의 모든 마나를 빨아들인 탓이었다.
그리고 그의 검에서부터 눈부신 빛이 폭발했다.
그 빛은 모든 그림자를 날려 버렸고 온 세상이 납작해지는 것만 같은 착시가 일어났다.
그건 사람들이 여태 보아온 그 어떤 빛과도 다른 것이었다.
보통 빛이라는 것은 물체에 가로막히는 성질을 가졌다. 사람의 등 뒤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것도 바로 그래서가 아니던가?
하지만 황제의 검에서 뿜어진 빛은 모든 사물을 투과했다.
쉽게 말해 벽 뒤에 있어도 그 눈부신 빛을 볼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림자가 생길 리 없었다.
온 도시에 있던 사람들이 눈부심을 느꼈다.
심지어 황제 쪽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자기 집에서 간식을 먹던 사람조차 눈이 부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이 부셨다.
쩌어어어엉-!
뒤이어 충격파가 밀어닥쳤다.
그건 일반적인 소리의 충격파가 아니었다.
시공간의 흔들림이었다.
리세아룬에 살아가던 모든 사람은 온 세상이 일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침내 빛과 시공간의 충격파가 지나간 다음.
페르세타는 질린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어……. 음……. 폐하. 지금 싸우시면 메아샤 님도 이기실 거 같은데요?”
황제의 검은 페르세타의 목에서 한 뼘 정도 떨어진 위치에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페르세타의 한 손이 만들어 낸 새카만 어둠이 황제의 칼날을 잡고 있었다.
황제는 혀를 찼다.
“그래도 아직 자네는 못 이기는 모양이군.”
“음……. 인간계에서 싸우면 이기기 힘드실 겁니다. 하지만 마력이 닿지 않는 머나먼 우주에서 싸운다면…… 제가 이길 자신이 없는데요?”
그 대답에 황제는 씨익 입꼬리를 당겼다.
꽤나 마음에 든다는 듯.
황제는 뽑았던 검을 다시 허리춤에 채우며 말했다.
“뭐. 나를 놀린 죄는 이만 용서해 주지. 대신 다음 탐사를 준비해 두도록.”
“다음 탐사? 또 가실 겁니까?”
그 물음에 황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주에서 보냈던 온갖 고통의 순간들과 함께, 즐거웠던 발견과 탐험의 순간들이 함께 떠올랐다.
황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생각보다는 천성에 맞더군.”
그 말에 페르세타는 밝게 웃었다.
“그렇다면 저야 한영이지요! 안 그래도 중계 기지가 완성되면 대규모 개척 팀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참여할 작정이었고요. 같이 가면 되겠습니다.”
황제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거기서는 내가 자네를 쥐어 패도 되는 건가?”
그 말에 페르세타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아마 어려울 거 같은데요? 오르트 구름까지는 중계 기지가 설치된 다음이 될 테니…… 저를 쥐어 패시려면 함께 훨씬 더 멀리까지 가야 할 겁니다.”
“쯧.”
황제는 혀를 한 번 차고 등을 돌렸다.
오랜만에 인간계로 돌아온 그였지만 그는 조금도 어색해하지 않고 주변의 기사들을 바라보며 명했다.
“황궁으로 간다. 섭정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해야겠구나.”
그 말에, 낭랑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제가 직접 모시겠습니다. 폐하.”
황제의 눈이 반가움으로 커졌다.
“도로테아?”
“네. 아바마마.”
“네가 어찌?”
“폐하께서 귀환하신다는데 소녀가 어찌 궁에 앉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황제가 없는 동안, 그를 대신하여 제국을 다스렸던 도로테아가 황제의 앞에 부복했다.
황제는 몸을 굽혀 몸소 그녀를 끌어안고 일으켰다.
“폐하……?”
도로테아는 놀랐다.
그녀의 아버지, 칼리슈트 세이린은 비정하고 냉혹한 황제였으니까.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이렇게 애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도로테아를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고 있었다.
“반갑구나. 내 딸아. 자, 그럼 한번 보자꾸나. 네가 제국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었는지.”
황제는 웃음을 숨기지 않은 채 도로테아와 함께 궁궐로 향했다.
페르세타는 그런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감탄을 터뜨렸다.
“그간 폐하께서 보내 주신 영상을 보고 많이 변하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새삼 놀랍네요.”
샤라 엘리프가 그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요. 우주 탐사에도 어쩐지 훨씬 적극적으로 임하시게 된 것 같고. 저 정도라면 어쩌면…….”
“네?”
“아니. 아닙니다. 그냥.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서요.”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샤라의 모습에 페르세타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웃으며 몸을 돌렸다.
“아무튼! 첫 탐사가 이토록 성공적이니 더욱더 사기가 오르겠네요. 빨리 개척단을 준비합시다!”
“네!”
앞장서서 걷는 페르세타와 샤라를 뒤를 따라 잔뜩 흥분한 마법사들이 우르르 뒤따랐다.
이로써, 증명이 된 것이었으니까.
사람이, 살아 있는 몸으로 저 머나먼 차원의 우주를 방문하고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아마, 곧 조직될 개척단에는 기사와 마법사를 가리지 않고 온갖 지원자들이 쏟아질 게 분명했다.
* * *
황제의 귀환을 기점으로 제국은 또다시 큰 변화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역시 황제의 양위 발표였다.
사실 그 발표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사실 도로테아가 섭정으로 제국을 통치하는 동안 귀족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었다.
“난…… 지금 이게 맞는지 모르겠소.”
“그러니까 말이오. 섭정께서는 자신이 벌써 황제가 된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니오?”
“다른 개혁들은 그렇다 쳐도. 아니 사실 그것들도 하나같이 선을 넘는 것들이긴 하지만, ‘제국의 달무리’와 손을 잡은 것은 정말 선을 넘어도 한참이나 넘었소!”
“맞소. 어떻게 그 반역도당들과……. 특히 애캘슨 그자는 원래도 반역자였던 것을 황제 폐하께서 자비를 베풀어 중요하셨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또 반역을 저지른 게 아니오?”
“황제 폐하가 돌아오시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피바람이 불 겁니다. 피바람이.”
상식적으로 생각을 했을 때, 황제가 벌써 양위를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황제는 아직 50대로 황제로서는 한창때의 나이였다. 심지어 그는 인류 최초의 소드마스터였으니 얼마나 오래 살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어쩌면 수백 년을 더 살 수도 있었다.
거기다가 그간 황제가 보여 줬던 권력욕이 조금 강했던가?
자신의 자식들이라 해도 본인이 죽기 전까지는 황위를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때문에 귀족들은 섭정이 도로테아를 은근히 경원시 했다.
어차피 곧 그 권력을 내려놓을 거면서 너무 나댄다는 게 그들의 중론.
다들 불만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있었다.
그녀의 개혁은 지나치게 급진적이었으니까.
백성들이야 좋아했지만, 대대로 제국의 특권 계층이었던 귀족들로서는 도무지 환영할 수 없는 정책들의 연속이었다.
사실 귀족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제국의 내전을 시사하는 불온한 이야기까지 오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내란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섭정 각하의 명이다. 섭정께서는 황제 폐하를 오롯이 대행한다.”
바로 황제의 기사단.
그들은 황제의 명령에 절대복종했다.
귀족들로서는 황제가 직접 길러낸 그 괴물 같은 기사들을 상대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마법사 전력이라도 크게 확충해야 했지만, ‘제국의 달무리’를 따르는 마법사들의 숫자가 결코 적지 않았다.
심지어 도로테아 세이린 본인부터가 마도왕 페르세타의 제자였기에, 그녀를 중심으로 뭉친 마법사들의 숫자와 질 역시 감당이 안 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귀족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친다면 섭정 도로테아를 물러나게 하지는 못할지언정 제국을 둘로 찢어 버릴 힘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그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
“조금만 참도록 하세. 황제 폐하께서 돌아오실 게 아닌가?”
“맞네. 황제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얼마나 진노하실지 상상이 가나?”
“폐하께서 알아서 섭정을 벌하고 쫓아낼 텐데, 우리가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
“맞네. 폐하께서 안 계시는 동안 우리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 역시 불충이 될 수 있네.”
황제가 있었으니까.
섭정에 불과한 도로테아와는 일전을 각오할 수 있는 귀족이라 해도 황제에게는 감히 그런 마음을 품지 못했다.
현재의 제국에 황제가 미치는 영향력은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당장 황제가 돌아와서 귀족들을 쓸어 버리려고만 해도, 귀족의 세력 중 절반은 당장 이탈해서 황제 편에 설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얌전히 황제의 귀환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돌아온 황제는 섭정 도로테아 세이린을 책망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했다.
“도로테아! 네가 정말로 장하구나! 너는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제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구나!”
그리곤 문무백관들이 모인 앞에서 청천벽력 같은 발표를 했다.
“내 딸의 치세가 나보다도 훨씬 훌륭하니, 아비된 자로서 어찌 자리에 욕심을 낼까. 경들은 들으라!”
“예. 폐하.”
“황좌를 계승할 것이다. 석 달 내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관식을 치를 수 있도록 하라!”
“허억!”
“허어어억!”
“폐, 폐하!!!!”
황제가 무슨 명만 내리면 다들 고개를 조아리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를 외치기 여념 없던 대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치켜들고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황제의 뜻은 확고했다.
그가 얼마나 진지한지는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제르망 공작이 죽었소.”
“리데온 후작도…….”
“탈린 백작도…….”
하룻밤 새에 제국의 유력자 스무 명의 목이 떨어졌다.
그들 모두 섭정을 맡은 도로테아 황녀에게 강력한 불만을 드러냈던 이들이었다.
황제가 양위를 결정한 직후 한자리에 모여 이후의 처세를 논의했다고 알려진 이들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귀족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화, 황제 폐하께서 더 강해지신 것 같소……. 거침도 없으시고…….”
“무조건 몸을 납작 숙여야 하오…….”
“절대. 절대로 토를 달아선 안 됩니다.”
“다들 집안 단속들 똑바로 하시구려……. 살고 싶다면.”
피비린내가 나는 조용한 적막 속에서, 제국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다.
* * *
“폐하……? 무슨 일이십니까?”
페르세타는 마법의 궁전에서 황제를 마주치곤 깜짝 놀랐다.
황제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앞으로 여기서 지내려고 하네. 어떤 연구들이 있나 나도 보고 익히고, 또 유일한 우주 비행사로서 조언할 게 있으면 조언하려고.”
“예? 국무는 어쩌시고요.”
“그건 이미 떠넘겼네. 생각해봤는데, 이제 나한테 어울리는 일은 이쪽인 거 같아서.”
황제는 시원함과 씁쓸함이 반반씩 섞인 웃음을 지었다.
페르세타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뭐, 그러시죠. 잘 됐습니다. 폐하께서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황제를 받아들였다.
직접 우주를 다녀온 황제가 도와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