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56)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56화(156/171)
156화 집중
페르세타가 제자들의 하산을 결정한 이후로, 전 세계의 마법은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페르세타가 머무는 곳을 중심으로만 뭉쳐 있던 학문의 맥이 사방으로 가지를 뻗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겉으로 볼 때는 페르세타가 마법의 모든 것을 이끌어 나가는 것 같았다.
그가 만드는 탐사선, 그리고 이제는 중계 기지까지 이르면 그건 세상의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기적 그 자체였으니까.
모든 마법사가 매일 제국 쪽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리곤 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페르세타가 열고 있는 ‘우주 개척의 시대’는 세상 모든 마법사들이 공유하는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가령 마법 왕국 비셰나.
이곳의 마법사들은 무한한 긍지를 품고 일했다.
‘우리가 만드는 부품들이 저 머나먼 우주로 날아간다!’
그랬다.
제아무리 페르세타와 제국의 마법사들이 대단하다고 해도, 그들의 힘만으로는 우주선에 필요한 모든 부품들을 충당할 수 없었다.
각 왕국의 마법사들은 마법의 궁전에서 나오는 연구 의뢰와 발주 문서를 뜯어보며 각자 자신들의 역량을 특화하고 집중시켰다.
“위시 마법에 들어갈 스위치들은 최대한 작고 빠르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여기에 사활을 건다.”
특히 페르세타의 밑에 있을 때 위시 마법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라냐는 처음부터 마법 기술을 집중시켜 스위치의 소형화에 사활을 걸었다.
때로는 제국의 마법사들과 연구 성과를 주고받고 때로는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하며, 혁신적인 설계 방법과 제작 기술을 축적해 나갔다.
그 결과 비셰나 왕국에서 만들어 내는 위시 마법용 스위치들은 천하에서 그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고 정밀해졌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들은 스위치를 넘어, 각종 초정밀 부품들을 만드는 데 활용되었다.
이 사실은 마법사들에게 엄청난 자부심을 안겨 주었다.
페르세타가 우주 개발에서 어느 나라의 물건을 수입하거나, 아니면 기술 제휴를 맺는다는 것은, 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해당 나라가 세계 제일임을 입증하는 것이었으니까.
전체로 따지면 이기지 못할지라도, 우리에게도 세계 제일의 분야는 존재한다!
이 자부심은 축복이자 저주가 되어 마법사들을 속박했다.
“요정들을 이용해 더 작고 정교한 스위치를 만드는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지?”
“그 대마법사님. 요정들이 쓰는 마술과 우리의 마법 사이의 차이가 커서 그 둘을 연결하려면 연구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
“야! 그걸 맡긴 지가 언젠데! 집행한 예산이 얼마인데! 아직도 결과가 안 나와? 미쳤어? 스위치만큼은 우리가 세계 제일을 유지해야 할 거 아냐! 요즘 다른 나라에서 우리 마법을 모방하고 있는 거 알아 몰라!”
“죄, 죄송합니다.”
“석 달 내로 결과 가져와! 초격차를 보여 줘야 할 거 아냐. 초격차!”
비셰나 왕국에서는 날마다 마법사들의 곡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이었으니까.
곳곳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베리타 영지는 특수한 합금과 마법 처리를 한 소재들을 만드는 데 있어서 세계 제일이었다.
또 어디는 가장 튼튼한 금속을 만드는데 뛰어났고, 또 어디는 만들어진 위시 마법에 적용할 ‘명령 주문’을 짜내는데 최고의 솜씨를 발휘했다.
그런 식으로, 페르세타는 전 세계의 재능과 노력을 집약시켜 우주 개척의 발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 * *
우주 개척에 진심인 것은 비단 마법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뽑히고 뽑힌 기사들이 제국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개척단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오르트 구름에 존재하는 수많은 왜소 세계들을 제대로 개척하려면 수천 아니, 수만 단위의 사람이 필요했다.
물론 마법사들도 많이 필요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이 필요한 인원이 바로 오러를 다루는 기사였다.
특히나 초기 개척자들은 절대 다수가 기사로 예정되어 있었다.
마나 태양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마법사들이 쓸 수 있는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페르세타는 오러 발생 장치를 통해 인공적인 마나 태양을 만들어 그 부분을 보완하고자 했지만, 탐사선에 실을 수 있는 크기의 오러 발생 장치만으로는 마법사들이 힘을 쓰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았다.
고위 마법사 정도는 되어야 겨우 자기 밥값을 하는 정도.
때문에, 기사들이 필요했다.
그들의 오러는 마법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효율이 좋았기에, 그들은 더 오랫동안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개척 초기에는 그런 기사들이 주축이 되어 각 왜소 세계의 생명들과 외교 관계를 맺고, 몸소 일꾼이 되어 기지를 건설하고 후에 올 마법사들을 위해 마법 시설을 제작하는 역할을 해 주어야 했다.
때문에 우주 개척에 필요한 기사들은 그냥 기사가 아닌, 매우 다재다능하고 똑똑한 기사들이 되어야만 했다.
단순히 칼질만 잘하는 게 아니라, 외교와 행정에 능해야 했고, 각종 기반 시설을 만들기 위한 손재주와 지식도 갖추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페르세타의 요청과 새롭게 세이린 제국의 황제로 등극한 도로테아의 승인을 거쳐서, 전 세계의 기사들을 대상으로 개척단 모집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각국의 군주들 입장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곧장 온 나라의 사신들이 제국을 찾았다.
“폐하. 저희도 개척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폐하. 우주의 개척은 제국을 넘어온 인류의 중대사가 아닙니까.”
“우주 개발에 아주 약간의 지분만이라도 허락해 주신다면 우리 모두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 황제가 된 도로테아는 한동안 골치가 아파야만 했다.
오러를 다루는 기사는 어느 나라를 기준으로 보아도 국가가 집중 관리하는 최고의 인재들.
그런 인재들을 무리 없이 확보하려면, 각국 군주들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걸 공짜로 내놓을 리가 없었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개척 지분의 일부.
당연히 제국 내에서는 격렬한 찬반 토론이 일어났다.
“아니되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우주 개척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제국의 힘으로 이루어야 합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지분이라 해 봤자 그리 크지 않습니다. 우주는 어차피 끝없이 넓지 않습니까? 차라리 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개척을 앞당기는 것이 제국에게나 인류 전체에게나 이로운 일일 것이옵니다!”
“그대는 인류의 신하요 아니면 제국의 신하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그대는 인간이 아니기라도 하오? 생긴 걸 보니 요괴의 혼혈인 것 같기도 하고!”
“뭐라!”
신하들의 설전을 한참 동안 듣기만 하던 도로테아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사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 본 것은 그저 신하들의 중론을 듣고 필요하다면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제국만의 힘으로 우주 개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신들은 들으시오.”
“예. 폐하.”
“그 말을 마도왕 앞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겠소?”
그 말에 반대파 대신들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페르세타가 누구던가.
그 무시무시한 황제조차 두려워하여 권력을 떼어 주고 가급적 상종하려 하지 않았던 마도의 종주가 아니던가.
도로테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정리했다.
“지분을 내어 주고 각국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하겠소. 우주 개척은 마도왕이 평생의 숙원으로 추구하는 것이오. 또한 인류 전체의 거대한 도약이기도 하지. 사사로운 정치적 이해득실로 지체되어서는 안 되니 그런 줄 아시오. 나 역시 그분의 제자로서, 그런 꼴은 보고 싶지가 않소.”
“망극하옵니다. 폐하.”
모든 마법사가 추종하는 페르세타.
심지어 그의 제자 중에는 강국의 군주들까지 있었으니, 우주 개발 사업은 자연스럽게 인류 전체의 프로젝트로 변해 갔다,
그리고 모든 나라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격렬한 경쟁을 시작했다.
“너희는 반드시 개척단의 일원으로 선발되어야 한다.”
“공을 세우고 신임을 얻어라! 그래서 우주 개척에 있어서 우리 왕국의 명예를 드높여라!”
각국의 군주들은 능력 있는 기사들을 가려 뽑고 그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군주들이 약속한 포상금과 군주들이 내려주는 영광에 취한 젊은 기사들은 눈을 빛내며 맹세했다.
“예! 이 목숨과 영혼이 다 닳도록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모인 최고의 열의를 가진 최고의 인재들.
그들을 훈련하고 선발하는 역할은 당연히 제국의 선황제 칼리슈트 세이린의 몫이었다.
“멍청한 놈! 그렇게 오러를 줄줄 흘리면 어떻게 하자는 거냐! 저 우주에서는 네놈이 쓴 오러가 다시 회복되지도 않는단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필요 없다! 너는 0점이니!”
콰아아앙!
칼리슈트 세이린이 내지른 검에 훈련을 받던 기사의 검이 산산조각이 났다. 이곳으로 오기 전 그의 국왕이 직접 내려 준 보검이었다.
안색이 창백해진 기사는 분함을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그걸 본 칼리슈트는 또 한 번 인상을 구겼다.
“감정 조절도 못하는구나! 그렇게 허술한 모습을 보이면 왜소 세계의 문명들과 제대로 교류를 할 수 있겠느냐! 너는 이제 마이너스 점수다! 당장 내 훈련장에서 꺼져!”
콰당!
황제의 발길질에 기사가 나가떨어졌다.
즉시 달려온 교관들이 그를 훈련장에서 끌어냈다.
이제 그는 짐을 싸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국왕이 내려 준 보검을 깨뜨린 채로.
그 모습을 보던 다른 기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정신 차려야 한다.’
‘여기서 탈락하면 끝장이야.’
‘히익. 히이이익!’
그렇게 칼리슈트에게 오러 수련을 받은 기사들은 이미 심신의 힘을 다 써서 녹초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개척단 훈련소는 그런 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자. 지금부터 기초 마법 시설 시공 교육이 있겠습니다.”
쉬는 시간은 단 5분.
기사들의 입장에서는 몸이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몸이 더 무겁게 축축 흘러내리게 되는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히 교육 장소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러면 아주 상냥하고도 차가운 목소리가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제가 지목 훈련생들은 태도 점수 일괄 5점 감점입니다.”
비틀비틀 걷던 기사들이 용수철처럼 튕겨지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다음 교육을 받기 위해.
‘이게 무슨 훈련이야……!’
‘이건 그냥 철인을 가려내기 위한 시련일 뿐이잖아!’
전 세계에서 난다긴다하는 기사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첫 번째 개척단에 뽑힐 수 있는 건 몸과 마음 그리고 각종 기술과 지식 모든 면에서 뛰어난 한 줌의 기사들일 뿐이었다.
* * *
이렇게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가장 바쁜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 주인공은 페르세타가 아닌 샤라 엘리프였다.
그녀는 잠도 자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업무를 처리했다.
그리고 남는 모든 시간은 마법사들을 만나러 다니고 교류하는 데 쏟아부었다.
일명 <우주 탐사 연구회>.
그녀는 재능 있고 호기심 가득한 마법사들을 가려 만나며, 그들과 함께 우주 저편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연구 과제들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우주의 기원에 관하여.
세계의 기원에 관하여.
생명의 기원에 관하여.
우주를 탐사할 각종 차세대 기술에 대하여.
그녀가 주관하는 연구회는 매우 유익했을 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도전 욕구도 불러일으켰기에 많은 마법사가 거기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게, 샤라는 점점 많은 마법사와 연을 쌓았고 그 안에서도 큰 조직을 일구어 나갔다.
그걸 본 페르세타가 어느 날 질문을 던졌다.
“성녀께서는 요새 연구회 활동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샤라는 신비한 미소로 응수하며 답했다.
“두고 보세요. 이들이 언젠가 우리의 힘이 될 테니까.”
페르세타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우주 탐사 연구회>의 연구 주제들이 미래 기술과 미래의 연구 과제들을 설정하고 그 연구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당장 닥친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도 중요하지요.”
그의 말에 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더 말을 붙여 설명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