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57)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57화(157/171)
157화 말씀
“선생님.”
“네. 성녀님.”
“저 한 달 정도 자리 좀 비울게요.”
“네에???!”
샤라의 갑작스런 말에 페르세타는 경악했다.
“어째서요?”
그는 어울리지 않게 절박해 보였다.
그만큼 그가 요새 샤라에게 의존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우주 개척 준비에 돌입하면서부터 페르세타는 자신의 한계에 대해 절실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수많은 마법사들을 데리고 한 가지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건, 페르세타가 지금까지 해 온 일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작업이었다.
페르세타는 인생의 대부분을 골방에 틀어박혀 혼자 연구를 하며 보냈다.
그 후에는 자신이 발견한 것들을 최대한 쉽게, 그러면서도 마법사들이 능동성과 탐구심을 잃지 않게 가르쳐 주는 것에 전념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과정을 끝내고, 페르세타 자신도 모르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만들어 내는 단계였다.
문제는 바로 다른 사람들과 ‘협력’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폐관 수련을 하던 당시나, 마법사들을 가르치던 시기는 사실 페르세타 혼자서 잘하면 그만인 시절이었다.
혼자 잘 연구하고, 혼자 커리큘럼을 잘 짜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지휘’하여,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효율이 극대화되도록 이끌어야 했다.
페르세타로서는 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고, 도무지 잘할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때 큰 힘이 되어 준 게 바로 성녀, 샤라 엘리프였다.
그녀가 페르세타와 다른 마법사들 사이에 다리가 되어서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페르세타는 후에 이런 사실을 깨닫고는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성녀님이 곁에 남아 주셔서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그런 그녀가 무려 한 달이나 자리를 비우겠다니!
페르세타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소리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분에게 맡기면 안 되는 겁니까?”
불안해 하는 페르세타.
하지만 샤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프로젝트는 걱정 마세요. 제가 이미 한 달 동안 진행할 과제들 다 분배해 주었고, 보고 체계도 다 만들어 놨으니까요.”
“으음. 그래도…….”
“걱정 마세요. 프로젝트를 위해서 잠깐 할 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끙.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페르세타의 질문에, 샤라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기왕하는 개척. 그 규모를 더 키워 보려고요.”
“규모를 키운다고요?”
“네. 더 많은 기술자, 더 많은 물자,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대대적으로 개척을 해 보려고요.”
“지금도, 각국의 지원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나라뿐만 아니라. 민간의 지원까지 받아야지요.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지원!”
페르세타는 눈을 깜빡거렸다.
“어떻게요?”
샤라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가 성녀잖아요. 할 일을 해야죠.”
* * *
사실 이 시기의 천사 성교회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사실 마법사들의 입장에서는 천사 성교회의 기적들 역시 마법의 일종으로 보일 뿐이었지만, 성교회는 그 사실을 천 년이 넘도록 부인해 왔다.
“이것은 한낱 마법이 아니다! 신과 천사님들의 힘을 빌려 오는 기적이다!”
“신계에서 오는 기적을 하계의 필멸자들에게서 빌려오는 마법과 동일시 하지 말라!”
그러던 것이 페르세타의 등장 이후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성녀를 필두로 한 고위 신학자들이 있었다.
페르세타 밑에서 직접 수학한 그들은 마침내 오래된 신앙과 교리를 버리고 스스로를 한 명의 마법사로 정의 내리기에 이르렀다.
천사 성교회 입장에서는 발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인간 중에 가장 신과 가까운 곳에 서 있다는 성녀가, 심지어 가장 존귀한 치천사가 인간계에 하사한 성검, ‘라하트헤렙’의 인정을 받은 그 성녀가, 스스로를 마법사라고 말하다니?
“신성 모독이다!”
“당장 파문하고 이단으로 선언해야 합니다!”
허나, 천사 성교회는 성녀와 그녀를 따르는 고위 신학자들을 파문하지 못했다.
성녀가 천사를 소환해 버린 탓이었다.
그녀의 부름에, 신앙의 대상인 천사가 직접 강림했는데…… 어떻게 그녀를 파문할 수 있으며, 어떻게 그녀를 이단으로 선언할 수 있을까.
오히려 잘못된 건 우리 쪽이 아닐까?
천사 성교회에선 공의회가 열렸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신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그때부터 천사 성교회는 엉망이 되었다.
성교회 전체를 이끌어 가던 단일한 조직, 단일한 교리, 그 모든 게 무너져 내리고 만 것이었다.
수많은 종파가 갈라졌으며, 다들 제멋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처럼 마법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은 없었다.
성녀가 그 마법으로 천사를 강림시켰는데 누가 감히 거기에 토를 달 수 있을까.
하지만 거기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어떤 종파는 성녀를 따라 마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또 어떤 종파는 마법은 그저 신에게 다가가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그들은 마법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일 뿐이며, 자신들이 배워야 할 것은 신과 천사들이 가진 뜻과 마음이라 설파했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머리 아프다고 다 손을 내젓기도 했다. 그들은 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말든 알 바 아니고, 자신의 고향에서 이전처럼 기적을 행사해 사람들을 치유하고 백성들을 가르치면 족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 밖에도 조금씩 입장이 다른 이들이 수십 개의 종파를 형성하며 떨어져 나갔다.
이제 더 이상 천사 성교회라는 단일 조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성녀, 샤라 엘리프는 여기에 책임을 느꼈다.
“내가 마법에 집중한다고 형제 자매들을 너무 등한시 했어.”
조금만 더 일찍 움직였다면,
단순히 천사를 소환해 마법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본단에 나아가 새로운 교리를 세웠다면, 그러면 지금과는 많은 게 달랐을 것이었다.
아니. 원래 그러려고 하긴 했었다.
다만, 페르세타 밑에서 배울 것이 끊이질 않다 보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미루다가 결국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제라도 바로 세워야지.”
성녀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노트 한 권을 뽑아 들었다.
팔랑, 넘기는 페이지에는 수많은 종파의 이름들과 그들이 내세운 교리,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과 핵심 교회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가자.”
그렇게 성녀의 도장깨기가 시작되었다.
* * *
성녀는 마법으로 공간이동을 하며 세계 전체를 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신학자들과 논쟁을 벌였고, 기적을 일으켰으며, 몰려든 백성들에게 설법을 베풀었다.
그녀가 내세운 교리는 파격적이었다.
아니. 파격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았다.
그건 차라리 천사 성교회가 아닌 아예 다른 종교, 또는 사상이라고 부르는 게 적당했다.
그녀의 주장을 접한 신학자들은 하나같이 몸을 덜덜 떨며 땀을 뚝뚝 흘렸다.
그들에게는 성녀가 하는 말이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단이다! 성녀! 그대는 천사님의 사랑을 믿고 그릇된 길로 빠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기는! 그 입으로 방금 지껄이지 않았는가! 저 드높은 상계에 계신 주님과 또 위대한 천사님들이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니! 천사님의 사랑을 받고 라하트헤렙의 선택을 받은 그대가 어찌 그런 참람한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왜냐면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닥쳐라! 우리가 여전히 그대를 성녀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대가 천사님을 강림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천사님이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 그대가 가진 권위를 그대가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그대를 성녀로 인정할 수 없다. 그대는! 아니……. 너는! 마녀다! 하늘들의 뜻을 왜곡하고 이 땅에 불신을 가져올 마녀다!”
피를 토하는 듯한 신학자의 외침에 그들의 논쟁을 보고 있던 백성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두려운 눈으로 성녀를 바라보았다.
수천 년을 이어져 온 천사 성교회의 역사만큼이나 그 신앙의 뿌리 역시 깊고 깊었다.
누구나 집에 천사상을 모셔 놓고 아침 저녁으로 그곳에 기도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끝냈다.
그런 백성들은 천사님이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는 성녀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녀는 고개를 가로젓고 말했다.
“불신자는 그대다. 가엾은 자여.”
“닥쳐라!”
“신과 천사가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이는 내가 신께 직접 들은 말이다.”
“현혹하지 마라! 이 마녀야!”
겁에 질려 덜덜 떨면서도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는 신학자.
하지만 성녀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담담한 신색을 유지하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보아라. 네 눈으로 보고, 직접 판단하도록 하라.”
우르르릉-!
성녀를 중심으로 막대한 마력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마법진들이 그녀 중심에 그려지더니, 점점 더 큰 마법진들이 영역을 넓혀 가며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들판 전체가, 하늘 전체가 마법진으로 가려졌다.
성녀와 맞서고 있던 신학자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고함을 질렀다.
“또 천사님을 부르려는 거냐?! 좋다! 천사님이 오시면 내가 직접 따져 묻겠다. 네가 천사님을 속이고 있지는 않은지, 천사님이 신을 배반한 것은 아닌지! 내가 똑똑히 가려 보겠다!”
그러자 샤라는 고개를 저었다.
“천사를 부르려는 게 아니다.”
파사사삭!
그녀의 말과 함께, 온 세상을 가린 마법진들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그 순간,
“흡……!”
신학자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켰다.
“이, 이건…….”
막대한 신성력이었다.
기도를 올리며, 천사의 힘과 접속할 때 느끼곤 했던 그 희미한 신성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으로 크고 압도적으로 고결한 힘.
아니다.
그것조차도 아니었다.
“이건…….”
신학자들은 무언가 직감을 한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아…….”
“신이시여…….”
들판에 있던 백성들도 따라서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비명을 지르며 엎어졌다.
푸른 하늘에,
글씨가 새겨지고 있었다.
신성한 황금색의 글씨가.
– 우리는 신계 주민들의 총의 그 자체이니라.
– 우리는 우리의 계(界)의 가장 오래된 족속으로서, 모든 종족들의 번성과 안녕을 기원한다.
– 우리는 아직 연약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이들을 이끌고 가르치고자 한다. 허나 이는 우리 모두의 지복을 위한 것일 뿐 지배와 숭배를 위한 것이 아니다.
– 우리는 샤라 엘리프를 지지하며, 마도왕 페르세타가 인류의 가능성을 끌어내 우리의 계(界)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에 깊이 감격하고 있다.
– 번성하라. 행복하라. 더 큰 위업을 이루라. 우리는 위대한 인간족들의 영원한 친구로 남을 것이니.
하늘에 쓰여진 글자는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낯선 글자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자리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은 그걸 보자마자 그 뜻을 깨달았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전달되는 글자.
그리고 신학자들은 알 수 있었다.
저 글자를 적은 이가 누구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들이 평생을 추구해 온 신성력 그 자체가 공명하며, 하늘에 새겨진 글자와 같은 뜻을 속삭이고 있었으니.
저건 천사의 말씀 같은 게 아니었다.
“신이시여…….”
신계에 존재하는 가장 신성한 존재.
모든 천사가 보좌하는 그 지고한 말씀이 인간계의 하늘에 나타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