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58)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58화(158/171)
158화 새로운 사상
성녀 샤라 엘리프에게는 오랜 꿈이 있었다.
신을 만나는 것.
그것은 그녀의 첫 기억이 있던 시절부터 쭉 이어져 온 꿈이었다.
샤라가 자란 마을은 오래전부터 아주 신심이 깊은 산속 마을이었다.
전란을 피해 도망쳐 온 석공들이 터를 잡고 만든 마을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방에 천사상들이 가득했다.
조금만 큰 바위를 뒤져 보면 반드시 한쪽 귀퉁이에 새겨진 천사를 볼 수 있었고, 개울에서 놀다 보면, 또 계곡 바위에 새겨진 오래된 천사상을 볼 수 있었다.
산속을 아무렇게나 탐험하고 돌아다녀도 누군가 마음을 다해 깎은 작은 천사상들이 움푹 들어간 바위 사이에, 돌로 쌓은 작은 사당 안에 여기에 저기에 숨어 있었다.
샤라는 누가 뭐래도 가장 많은 천사상을 알고 있는 아이였다.
나이가 오래된 어르신들도 모르는 구석진 곳의 천사상까지 다 찾아냈으며, 그런 그녀의 기행을 들은 어르신들은 이따금 남들온 모르는 자신들만의 천사상을 그녀에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 순간순간들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나라가 전란에 휩싸이게 되며 천사상이 가득하던 마을은 폐허가 되었고, 그 후로 그녀는 피와 철과 불길이 가득한 거리를 내내 해메어야 했지만, 그녀는 단 한 순간도 그곳에서 보았던 천사들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녀가 성녀가 된 것은 한참 전에 정해진 운명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 아득한 시절부터 품어 왔던 꿈이었다.
신을 만나는 것.
신께, 그녀가 보았던 아름다운 것들을 말해 주고 싶었다.
그녀의 삶을 말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 덧없고 갸여우며 또 귀한 세상을 위한 드높은 지혜를 구하고 싶었다.
그러니 그녀가 페르세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신을 만나신 적이 있으신가요?”
페르세타가 단순히 천사와 악마를 소환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계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래로 줄곧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용기를 내서 겨우 그 질문을 꺼냈을 때, 페르세타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네. 신계에 계신 분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런 분을 만나 뵌 적이 있죠.”
“오……. 신이시여.”
성녀는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날개 모양으로 겹쳐 가슴에 대고 고개를 숙였다.
천사 성교회의 성례(聖禮)였다.
페르세타는 그 모습을 조금 부담스럽게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그건 왜요?”
성녀는 성례를 취한 채로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부디 미천한 저에게 가르침을 주소서. 신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의 말씀이 어떠했는지, 모두 알고 싶사옵니다.”
극도의 존칭을 사용하는 샤라를 보며 페르세타는 난처해서 뺨을 긁적였다.
“음. 제가 어떤 분이다 말씀 드리기 보다는……. 일단 성녀께서 신을 어떤 분이라 여기는지 먼저 듣고 싶네요. 듣고 나면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샤라는 머리를 더욱 조아리며 답했다.
“애석하게도 저희가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저 신께서 천지 만물을 창조하셨으며, 언제나 우리의 곁에 거하며, 지혜의 말씀으로 우리를 유혹에서 건지신다는…….”
페르세타는 그 말을 듣다 도중에 끊었다.
“아. 알겠네요. 일단 신계에 계신 그 분은, 그런 분이 아닙니다.”
“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샤라가 고개를 팩! 치켜들었다.
그녀의 두 눈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그분은 우리의 마나 태양계에서 가장 오래 되신 분이 맞기는 하지만……. 음. 그걸 가장 오래됐다고 봐야 하나?”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튼, 그분은 오래되신 분이 맞긴 한데, 이 마나 태양계에서 최초로 태어나신 분은 아닙니다. 당연히 세계를 만드신 분도 아니고 모든 곳에 역사하시는 분도 아니시죠. 아! 지혜로우신 건 사실입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분이기도 하고요.”
“그게 무슨…….”
와들와들 떨리는 샤라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페르세타는 피식 웃었다.
“사실. 이해는 갑니다. 저도 그분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그런 줄로만 알았으니까요. 그분께 제가 품고 있던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의문점을 여쭐 생각에 잔뜩 신이 나기도 했습니다. 뭐, 실제로 도움을 많이 받긴 했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알고 계신 분은 아니었지요.”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는 샤라를 보며, 페르세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가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성녀님께서 직접 그분을 만나 뵙는 게 좋겠습니다.”
“제, 제가요? 제가 그럴 수가 있나요?”
“당장은 무리지만, 지금처럼 성실히 마법을 수련하신다면 가능해지실 겁니다.”
그때부터 샤라는 모든 것을 걸고 마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치천사 메아샤에게 호되게 혼난 이후로 항상 그러고 있기는 했지만, 더더욱 전력을 다해 마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레라티비테트>까지 익혀 낸 뒤로는 결국 직접 신계를 방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게 되었다.
그날, 성녀는 목욕재계를 하고, 오랫동안 입지 않았던 성녀로서의 예복을 깨끗하게 다려서 입고 머리에 향유를 부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곳을 정결히 하고 가다듬은 다음 그녀는 신계로의 차원이동을 시도했다.
“어서 오세요. 자매여.”
그녀가 신계에 도착하자, 그녀와 미리 연락을 주고받았던 천사들이 마중을 나왔다.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는 신기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신계는 땅이 없이 오로지 푸른 하늘과 구름으로만 이루어진 텅빈 세상이었다.
천사들은 하늘을 떠다니는 온갖 종류의 구름들을 빚어 집을 짓고, 물건을 만들고, 무기도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신계의 구름은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물질이었다.
뭉쳐서 짜면, 물이 되었고, 단단하게 다지면 돌이 되기도 했고, 더 때리면 보석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 낸 돌덩이들 외에는 땅이라고 부를 게 없었기에, 천사들은 대체로 큰 날개로 날아서 이동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닥이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천사들은 거세게 부는 바람을 다스려 곳곳에 바람으로 된 길을 내고, 계단을 쌓았다.
날개가 없는 샤라는 희미하게 빛이나는 바람을 밟고 신계의 도시로 들어섰다.
많은 천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신계의 도시 곳곳을 여행했다.
그러며 기다리기를 한참, 마침내 샤라는 바라고 또 바라던 신과 면담을 할 수 있었다.
가장 존귀한 치천사들이 신에게로 향하는 길목을 지켰다.
그리고 마침내 신을 만났을 때, 그녀는 왜 페르세타가 직접 만나 보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반갑습니다. 성녀님. ‘우리’는 이곳에 올 인간을 오래 기다려 왔습니다. 페르세타는 아무래도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어서 그와의 교류를 인간족과의 교류로 간주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녀가 만난 ‘신’은 수많은 빛무리로 이루어진 어떤 형상이었다.
어떨 때 그것은 천사의 모습을 취하기도 했고, 어떨 때는 산과 들의 형상을 취했으며, 어떤 때는 해와 달 같은 모습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곳에 찾아올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이른 그녀였기에, 깨달을 수 있었다.
‘신’을 구성하는 작은 빛의 알갱이 하나하나가 바로 천사들의 의식체라는 것을.
‘이건…… 무수한 천사들의 의식과 연결되고 그것이 통합된…… 일종의 군집 지능?’
그녀 앞에서 ‘신’이 파도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음을 읽고 기뻐하는 듯 했다.
– 과연 대단합니다. 단숨에 알아보시는군요.
“그, 그렇다면 당신께서는…….”
– 네. 저희는 모든 천사들의 집단 무의식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아니. 태어났다기보다는 우리가 곧 천사들의 집단 무의식입니다. 우리가 곧 천사들의 총의 그 자체지요.
“그런…….”
샤라가 입을 쩍 벌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와들와들 떨렸다.
‘신’은 그런 샤라를 들여다보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그녀를 위로했다.
– 죄송합니다. 저희는 당신께서 생각하시던 그런 위대한 신이 아닙니다. 언제나 당신을 지켜 주고, 당신을 높은 곳을 끌어올려 줄 그런 힘은 제게 없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빛의 알갱이들이 샤라의 주위를 휘감고 춤을 추었다.
따슷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었다.
– 그래도 우리는 ‘친구’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날 샤라는 신과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 인간은 더 이상 우리의 가르침을 받을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함께 힘을 합치면 더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녀의 얼굴에 가득하던 의심은 사라지고 점점 더 큰 믿음과 자신감이 그 자리를 채워 나갔다.
* * *
샤라 엘리프가 일으킨 새로운 종교 운동, 아니, 사상 운동이라고 불러야 할 그것은 빠르게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녀는 가는 곳마다 그곳의 신학자들을 논파했고, 기적을 선보였다.
더구나 페르세타가 이미 만들어 둔 신계와의 통로를 통해, 사람들은 천사의 입으로 직접 샤라 엘리프를 향한 지지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인류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새로 고칠 수 있었다.
샤라가 설파한 사상 속에서 신과 천사 그리고 인간의 관계는 새롭게 정의되었다.
이전에는 그 셋이 수직적 관계로 연결되어 섬기고 섬김을 받는 관계였다면, 이제는 평등하고 호혜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친구 관계로 변화했다.
천사들은 가장 오래된 종족이자 평화와 사랑을 중요시하는 종족으로서, 인류의 번영과 안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힘을 사용했다.
인간은 여전히 신과 천사에게 기댈 수 있었다.
지엄한 주님으로서가 아닌, 다정한 친구로서.
이 사상에서 특기할 점은, 인류의 궁극적인 목표를 마법을 통한 세계의 이해와 그것을 통한 호혜성에 두었다는 점이었다.
인류는 9개의 신비 세계 전체에서 유일하게 마법을 쓸 수 있는 종족으로서, 수많은 신비 세계의 힘을 하나로 엮어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보고 이 우주 전체를 이해하며, 마침내 모든 종족과 조화되어 더 넓은 세계로 진출하는 사명을 떠받든 그런 종족으로 묘사되었다.
간략히 말하자면, 마법 연구와 우주 개척, 이 두가지가 새로운 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전세계를 떠돌며 기존의 종교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상을 퍼뜨리고 돌아왔다.
그러자 모든 것이 변화하였다.
“이 세상을 이해하는 건, 인간족으로 태어난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야.”
“더 많은 종족들과 함께 더 깊은 우주까지 나아가는 것. 그 안에 삶의 진정한 가치가 녹아 있어.”
“모든 종족들이 우리 인간들의 약진을 기대하고 있어……!”
그 전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마법은 하나의 출세의 수단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기사가 되거나 마법사가 되어 평민의 한계를 깨고 가문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사람들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마법은 하나의 사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마법과 우주 개척 속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간 움직이지 않았던 수많은 인재들과 자원들이 페르세타가 진행하고 있는 우주 개척 사업으로 밀려들어온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어, 어떻게 하신 거예요?”
얼떨떨해 하는 페르세타에게 샤라는 생긋 웃으며 답했다.
“그게 중요한가요. 일단 개척단의 규모부터 키우죠. 화끈하게 한 10배 정도 키울까요?”
페르세타는 얼빵한 얼굴로, 샤라는 야무진 얼굴로.
둘은 한참 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