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59)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59화(159/171)
159화 개척단
페르세타는 샤라의 제안에 조금 벙찌고 말았다.
“원래 첫 개척단은 100명을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한번에 가는 게 아니라 20명씩 5번 왕복으로요.”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요약하자면, 100명의 10배면 1,000명인데 그런 대규모 개척단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었다.
우선 운송의 문제가 있었다.
중계 기지를 모두 설치하긴 했지만, 그 안정성은 아직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다.
페르세타가 모든 걸 완벽하게 만들기보다는 당장 쓸 수 있는 수준에서부터 최대한 빨리 시작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5번 왕복으로 100명을 운송하려면 우주선이 중계 기지의 징검다리를 총 9번 통과해야 했다.
갔다가 오고, 다시 갔다가 오고, 그렇게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왜소 행성계에 정박하는 것까지.
9번을 연달아 사용하는 것까지는 여러가지 실험상 가능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중계 기지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했다.
정비하고 보완하기까지 하려면 그 자체로 몇 년은 그냥 지나가 버릴 대형 프로젝트였다.
개척단의 규모를 늘리고 싶다고 마음대로 뚝딱 늘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거기에 1,000명이라는 대규모 개척단은 조직하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인원이 10배가 되면, 일은 10배가 아니라 20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샤라는 태연하게 말했다.
“애초에 문제는 중계 기지잖아요. 우주선을 더 키우면 되죠. 아예 한 번에 500명 정도가 탈 수 있게 규모를 키우고 중계 기지의 사용 횟수를 줄이면 됩니다. 우주선이 커지는 만큼 중계 기지 자체의 부담도 커지겠지만, 횟수를 그만큼 줄이면 충분히 만회 가능합니다.”
그 대답에 페르세타는 자신의 턱을 만졌다.
“가능은…… 해요. 가능은 한데…….”
그가 샤라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설령 우주선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1,000명이나 되는 개척단 인원을 맞출 수 있을까요?”
“맞출 수 있어요.”
“현재 선황제께 훈련을 받고 있는 기사의 숫자가 600명에 불과한데요?”
“참가하는 마법사의 수를 늘리고 다른 신비 종족까지 포함하면 되죠.”
페르세타의 눈이 커졌다.
“마법사는 그렇다고 쳐도…… 다른 신비 종족까지요?”
“네!”
“우주 탐사는 어려운 일이에요. 그 무섭던 선황제께서 고생하시는 걸 봤잖아요. 그냥 채워넣는다고 되지 않아요. 우주 개척에 대한 강력한 신념이 있는 게 아니면 버티지 못할 거예요. 물론 신체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준비가 되어야 하고요.”
바로 여기서, 샤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가 조직해 보겠습니다. 1,000명!”
“음!”
페르세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까만 눈으로 샤라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믿어도 되겠습니까? 만약 정말로 1,000명의 개척단을 제대로 조직하는 게 가능하다고 하시면, 저는 지금부터 개척선의 크기를 키우는 작업에 착수하겠습니다.”
샤라는 페르세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맡겨만 주세요!”
페르세타는 끄덕였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샤라에게 물었다.
“그런데 성녀님께서는 왜 개척단의 크기를 갑자기 늘리려고 하시는 건가요? 이미 계획이 다 짜여 있던 것까지 다 뒤집으면서까지…… 물론 저는 좋기는 한데…….”
그 말에 샤라의 얼굴이 발그스레해졌다.
그녀는 어딘가 민망해하며 뺨을 긁었다. 페르세타가 곤란할 때 자주 하던 제스처였다.
“음……. 그건 나중에.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페르세타가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했다.
샤라는 얼른 손을 흔들며 자리를 벗어났다.
“아차.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바쁘다 바빠! 그럼 다음에는 결과를 가지고 다시 만나요!”
* * *
그날부터였다.
페르세타는 연구실에 틀어박혔고, 샤라는 수없이 많은 이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이미 <우주 탐사 연구회>를 진행하며, 미리 눈여겨본 사람들이 있었던 그녀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성녀님?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21세의 젊고 뛰어난 마법사, 에윈.
그녀는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샤라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샤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에윈. 너. 우주를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어요!”
숨도 쉬지 않고 대답해 버리는 에윈이었다.
샤라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주란 마성의 존재였다.
페르세타만 거기에 미쳐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
나이가 지긋해서 마법의 성취 외에는 더는 바랄 게 남지 않은 노마법사들 뿐 아니라, 이렇게 젊은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우주에 완전히 홀려 버린 이들이 있었다.
한창 이것저것 관심이 많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법과 우주에 완전 꽂혀서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이들.
샤라에게 있어서는 가장 든든한 인재들이었다.
설득할 필요조차 없으니까.
“하지만 알지? 우주 깊은 곳으로 날아가면 마력이 부족해서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없어.”
“그, 그렇긴 하죠.”
“내가 팀을 꾸려 올 거야. 페르세타 선생님께서 만든 오러 발생 장치 설계도가 있는데, 그걸 가지고 연구를 해 봐. 그 출력과 효율을 개선하든 아니면 소형화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게 하든. 어떤 방식이라도 좋아.”
“힉! 마도왕께서 만든 설계도를 제가 어떻게 만져요…….”
“혼자 하라는 거 아니야. 팀을 붙여 줄 테니까 어떻게든 결과를 내. 대단한 것도 필요 없어. 어쨌든 저 오르트 구름에서 하루에 단 1시간만이라도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으면 돼.”
“하지만…….”
“해내. 그러면 최초의 개척단에 끼워 줄게.”
그 말에, 두려워하던 에윈은 입술을 악물고 대답했다.
“목숨 걸고 도전해 보겠습니다!”
“좋아.”
하지만 모든 마법사들이 에윈과 같은 건 아니었다.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있을지언정, 본인이 스스로 우주에 나가는 것은 두려워 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그들이 이룬 모든 것이, 친구들이, 가족들이, 다 인간계에 있었으니…… 아무리 마법사라도 사람인 이상 개척을 떠나는 게 꺼려지는 건 당연했다.
샤라는 바로 그런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또 움직였다.
그간 눈여겨봤던 마법사들을 20명 30명씩 불러 모아 강의를 열었다.
최근 몇년 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우주 개척과 관련한 마법적 성취를 소개하는 강의였다.
강의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요즘은 골목을 뛰어노는 어린아이들도 우주에 관심을 가졌다.
당연히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우주는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그런데 페르세타의 최측근으로서, 우주 개발에 최선두에 서있는 샤라가 직접 강의를 말아 준다니…….
이건 참을 수가 없다.
샤라의 초청을 받은 마법사들은 선망과 동경, 감격, 그리고 새로운 지식에 대한 감탄에 휩싸인 채 그녀의 강의를 들었다.
질문이 쏟아졌고, 토론이 이어졌고, 모두들 반짝이는 눈으로 미래의 과제들을 상상했다.
그렇게 온갖 호의적인 감정에 둘러싸인 그들에게, 샤라는 말했다.
“어때? 우주를 더 알고 싶지 않아? 인류의, 아니…… 모든 신비 세계 종족들의 최선두에 서서 저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고 싶지 않아?”
두근!
이미 감정이 한껏 고조되어 있던 마법사들 중에서는 그 한 마디에 심장이 꿰뚫리는 듯한 기분을 느낀 이들이 많았다.
샤라는 미끼를 던졌고, 많은 마법사들이 그것을 물어 버린 것이다!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제 길이라고 자신합니다! 저도 개척단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한번 사는 인생, 그 누구보다도 먼저, 가장 멀리까지 나가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샤라의 제안을 들은 마법사들이 그녀를 찾아와 우주를 향한 그들의 뜨거운 마음을 고백했다.
샤라는 그렇게 확보한 마법사들을 모아서 오러 발생 장치에 대한 연구를 시켰다.
더 많은 마법사가 오르트 구름으로 날아가기 위해서는 오러 발생 장치가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만 했으니까.
우주선을 키우기로 한 만큼 페르세타도 해결법을 모색할 터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샤라가 조직한 개척단이 마법계의 인재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샤라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다음 그녀가 향한 곳은 신계였다.
– 천사들을 파견해 달라고요?
그녀는 곧장 ‘신’을 찾아가서 말했다.
“네. 우주 개척은 인류뿐만이 아닌 천사들의 소망이기도 하잖아요. 아니. 어떤 생명이든 더 넓은 세계에 대한 열망이 존재하는 법 아닐까요?”
무수한 빛 알갱이가 날아올랐다.
서로 교신을 하는것처럼 반짝거렸다.
거대한 천사의 모습이었던 신은 짧은 사이에 수없이 많은 모습으로 변화하며 수많은 의식들의 뜻을 하나로 조율했다.
– 우리는 당신의 의견에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게 있군요. 우리는 마나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태어난 존재들입니다. 오러 발생 장치라는 게 마나 태양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는 들었으나, 그것이 아무리 강력해도 우리가 항상 받아 온 마나 태양의 힘에는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야 그렇겠죠.”
– 그렇게 되면 우리는 동면에 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껏 개척한다고 가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괜찮습니다. 내내 잠만 자도 됩니다.”
– 무슨 뜻입니까?
“어쨌든 천사가 그 자리에 있다면 신학자들은 기적을 쓸 수 있을 것 아닙니까?”
– 아.
“네. 당신들이 존재함으로써 더 많은 인류가 개척단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고생이겠지만, 함께해 주세요. 최대한 빨리 개척을 진행해서 동면에 든 천사들이 다시 깨어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신은 고민했다.
수많은 빛의 알갱이들이 다시 날아올랐다.
이번엔 어떠한 형태를 만들지 못했다.
마치 파도가 치듯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때론 자기들끼리 충돌하며 번쩍거렸다.
한참의 침묵 끝에 신은 다시 입을 열었다.
– 결정 내렸습니다. 치천사 1인 외 19인의 고위 천사들을 파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나저나 가서 동면만하게 될 수도 있고,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하시다니……. 인간들은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하네요.
“저희도 목숨 걸고 하고 있으니까요.”
– 하하. 맞습니다.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긴 하죠.
그렇게 천사들이 개척단에 포함되었다.
그 직후, 샤라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것은 이름을 떨친 신학자들이었다.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우주 개척은 우리의 사명이니까요.”
그들은 두말하지 않고 샤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이미 샤라의 사상을 깊이 받아들여, 우주 개척을 자신의 소명으로 다시 세운 이들이었다.
천사들이 동행하는 이상, 우주 저 너머에서도 힘을 쓸 수 있을 테니, 그들은 기꺼이 우주 개척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샤라는 그 후로도 신비 세계 곳곳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그렇게 대규모 개척단이 조직되었다.
최종적으로, 훈련을 통과한 400명의 기사와 200명의 마법사, 200명의 신학자, 20명의 천사, 그리고 요정, 요괴, 정령, 영물, 악마 등 180명의 신비 종족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개척단이었다.
마침내 개척단의 명단을 모두 작성한 샤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시작하면 되겠지. 최대한 빨리 더 많은 존재들을 우주로 올려서, 우주에 익숙해지게 하고, 경험해보게 하고…… 최종적으로는 더 갈망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녀의 눈길은 당장의 개척보다 더 멀리 있는 곳까지 뻗어 나갔다.
그렇게,
첫 번째 개척단이 준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