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62)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62화(162/171)
162화 지구
그곳에는 자신들이 사는 세계를 ‘우리 우주’라고 부르고, 자신들이 발을 딛고 사는 세상을 ‘지구’라고 부르는 문명이 존재했다.
신비라고는 한 톨도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존재하는 물질의 이치인 물리를 연구해 고도화된 사회를 이룩한 문명.
자신들이 태어난 땅을 모두 정복하고 저 드넓은 우주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위대한 도전자들의 세계.
끝없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는 자신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그런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계.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론을 만들고, 그 이론에 기초해 새로운 기술을 쌓아 올리던 그들의 평온하고 자신만만하던 역사는 거대한 시련을 마주하고 말았다.
쿠르르릉!
온 세상을 떨쳐 울리는 기묘한 벼락과 함께 ‘그’가 처음 나타났던 순간, 중력파 관측소의 연구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무, 무슨? 이런 강렬한 중력파가?”
“순간 지구가 일그러졌었어!”
“말도 안 돼! 이건 지구 근처에서 블랙홀 두개가 충돌하지 않는 이상엔 나올 수 없는 수치……!”
‘그’의 출현 소식은 순식간에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갔다.
기자들이 목숨 걸고 촬영한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위협적인 것이었다.
알 수 없는 소재의 전신 갑옷을 입고 긴 검을 뽑아든 채 허공에 떠 있는 존재.
총이라는 병기가 개발된 이후로 ‘검’이라는 냉병기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을 뽑아 든 그에게서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이 흘러넘쳤다.
속보를 전하는 기자의 목소리는 벌벌 떨렸고, 심지어 그저 화면으로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인 시민들조차도 손을 떨었다.
그는 천천히 허공에서 내려왔다. 그가 차도 한복판에 내려앉자, 자동차들은 모두 그를 피하기 위해 멈춰 섰다.
급제동으로 인해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본능적인 공포에 질린 채 차에서 내려 도주하기 바쁠 뿐이었다.
그는 8차선 도로 한복판에 서서 가만히 주변을 오시했다.
어쩐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경찰들이 출동해 확성기로 외쳤다.
“정지! 정지! 손 머리 위로 들어!”
하지만 그는 그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뽑아 든 칼을 늘어뜨리고 다가섰다.
타타타타탕!
위협을 느낀 경찰들은 그가 채 다가오기도 전에 총을 난사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총은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는 총탄을 그냥 손으로 그걸 낚아채 버렸다.
군대가 출동하여 기관포를 쏟아붓고 심지어 포격을 가해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무기들은 그의 근처에서 산산이 갈려 나갔다. 폭발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무력으로 그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에야 정치 지도자들은 그와 회담을 추진했다.
“내가 누구냐고? 너희는 그냥 나를 황제라고 부르면 된라.”
그렇게 세상에 처음으로 ‘다른 차원’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언젠가 외계인을 마나길 바랐는데……. 다른 행성의 외계인이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이계인을 만날 줄이야…….”
그들의 문명이 처음으로 접촉하게 된 다른 세계의 존재는, 그들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다.
“다른 차원에는 마력이라는 힘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지만 우리 세계는 그 마력이 모두 물질화 되어 있어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차원을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그들이 ‘과학’이라 이름 붙인 학문을 통해 세상의 기원과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그들에게 있어서, 그가 전해 준 이야기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너희들이 찾아낸 법칙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 ‘왜소한 세계’에서나 통용되는 것일 뿐이다.”
그가 아무렇지도 않은 한마디에 수많은 과학자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우리들의 학문으로는 세계의 바깥을 탐사할 수 없다고?
너무나도 넓고 무한하게까지 느껴졌던 자신들의 우주가 갑자기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온 세상에 충격과 공포, 실의와 좌절을 퍼뜨린 ‘그’는 홀연히 나타난 것처럼 홀연히 떠났다.
그가 나타난 지 단 3주만의 일이었다.
“다시 만날지 어떨지는 모르겠군. 하지만…… 그놈 성격이면 여길 눈여겨볼 것 같긴 하군.”
문제는 그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겼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지구에 온갖 사이비 종교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황제’를 신으로 모시는 자들은 ‘재림’을 대비해야 한다며 세상을 혼란으로 몰고 갔다.
정말로 머리가 아팠던 것은…… 그 황제가 정말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으며, 그에게 정말로 인간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힘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황제교’라 불리는 종교는 순식간에 세력을 불러일으키며 온 세상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 세계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 이세계가 진짜로 존재했다니…….
– 그러니까. 나 맨날 이계인들이 왜 다 인간처럼 생겼냐고 비웃었는데…… 왜 진짜 인간처럼 생긴 거임?
– 주님의 재림이 멀지 않았습니다. 황제 폐하의 신민이 된 자만이 복을 누릴 것입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 어후 광신도 새끼들…….
선황제 칼리슈트 세이린의 첫 번째 탐사 이후로 이렇게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된 지구.
페르세타와 500명의 개척단이 이곳에 도착한 것은 그 혼란이 한창 절정에 달해 있던 어느 시점의 일이었다.
* * *
페르세타가 첫 개척지로 ‘지구’를 선택한 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이곳의 문명은 굉장히 발달되어 있어서 주위의 환경과 생물 대부분에 대한 목록을 가지고 있어요. 즉, 이곳의 물질과 생명들이 어떤 마법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하기가 무척 편하다는 거죠! 그러다보면 우리가 쓸 만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그럴 듯한 이유였다. 하지만 페르세타가 꼽은 이유는 이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들에겐 우리 마법사들과 매우 유사한 과학자라는 학술 집단이 존재해요. 신비가 없는 세상에도 신비에 준하는 기술을 쌓아 올릴 만큼 대단한 이들이지요. 또 황제 폐하께서 보내 주신 이들의 과학 자료를 보면 신기할 정도로 마법 이론과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과학자들을 잘 키우면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사들을 빨리 수급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 말을 들은 샤라가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안 그래도 저도 그 부분이 신기했어요. 왜 이렇게 비슷한 거죠? 심지어 저들도 ‘인간’이에요. 한 세계에서 탄생하는 생명체가 꼭 인간이 되어야 하는 필연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죠?”
그 말에 페르세타는 들썩들썩 신이 나서 답변했다.
“그래서 더욱더 지구부터 개척을 해 봐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조사하기 좋잖아요? 왜 이들은 우리와 거의 동일한 ‘인류’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가. 그리고 왜 이들의 세계는 차원의 우주와 이토록 닮아 있는가. 이걸 연구하다보면 생명의 탄생과 세계의 탄생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페르세타는 그렇게 신이 나서 결정했지만, 선황제 칼리슈트는 마지막까지도 탐탁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흠……. 난 그 세계가 영 불편하더군.”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떠날 때까지, 마치 현세에 강림한 마왕을 보듯이 두려워하고 불편해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그에게는 영 거슬렸다.
하지만 결정은 내려졌고, 개척단 500명은 마침내 지구의 하늘 위로 강림했다.
쿠구구구궁!
개척단의 도착과 동시에, 지구 반대편에서도 관측되는 번개가 세상을 휩쓸었다.
중력파 관측소는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이, 이게 뭐야!!!”
“서, 설마? 돌아온 건가?”
“그, 그걸 감안해도 중력파가 너무 강력하지 않습니까?”
온 세상이 공포에 질렸다.
심지어 황제의 재림을 기다리던 ‘황제교’의 신도들마저도 공포에 질렸다.
이번엔 1명이 아니라 500명이었으니까.
그들이 내뿜는 압도적인 마력은 사람이 맨정신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근원적인 공포를 일으켰다.
파견된 전투기들이 작전 지역으로의 돌입을 거부했다.
외교부 장관이 접근을 하던 중에 기절을 했다.
이 난리는 페르세타가 주변의 반응을 관찰하고 대책을 만들 때까지 계속 되었다.
“아무래도, 마력을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존재들이라 그런지 마력에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잠시 새어 나가는 마력을 차단할 테니 모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페르세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한 다음에야 정부 관계자들이 개척단에 접근할 수 있었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대국을 자처하는 국가의 지도자가 페르세타에게 물었다.
“당신들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왜 우리를 찾아오셨습니까.”
그 말에 페르세타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이곳에 저희의 도시를 세우려고 합니다.”
그 말에 최강대국의 지도자는 입술을 떨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과거의 역사가 스쳐 지나갔다.
우월한 기술력을 확보한 문명이 전 세계를 누비며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문명을 정복하고, 그들의 땅에 도시를 짓고, 땅을 빼앗았던…… 피로 점철된 역사가.
그는 식은땀을 흘렸다.
“도시를…… 어디에 세울 예정이십니까?”
그 말에 페르세타는 지구의 지도를 허공에 띄워올리며 말했다.
“여기. 태평양이라고 불리는 바다의 한복판에 만드려고요.”
“바다에 한복판에요……? 인공섬을 만드시겠다는 겁니까?”
“아뇨. 대륙을 만들 겁니다.”
“예……?”
최강대국의 지도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자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저절로 알게 되었다.
그가 지닌 정보 라인을 통해, 그리고 전 세계의 언론을 통해 속보가 쏟아졌으니까.
– 태평양 한복판에 호주 크기의 대륙이 출현.
– 심해에 가라앉아 있던 땅이 융기한 것으로 추측.
– 지진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 이게 외계의 기술인 ‘마법’이라는 것인가.
– 갑자기 나타난 이 대륙을 두고 ‘아틀란티스’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
이번엔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움직였다.
하루아침에 나타난 대륙 ‘아틀란티스’로 날아가 개척단의 수장 페르세타를 만났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이계에서 온 저 미지의 존재들이 대체 지구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러는 것인가.
그 속내를 파악하고자 했다.
그리고 페르세타는 아주 투명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여러분들에게 마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예……?”
“이곳의 물질들은 모두 마력이 고착화되어 굳어진 것들이지요. 하지만 제가 그 안의 마력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페르세타는 말만 하지 않았다.
그는 지구에서 흔한 동전 하나를 손에 들었다.
파아아앗!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동전이 파르스름한 빛을 뿜으며, 그의 손 위에서 떠올랐다.
“이 동전은 대체로 구리로 이루어져 있다죠? 하지만 이 안에는 2%의 니켈이라는 물질도 섞여 있습니다. 저희 세계에는 없는 물질인데요. 제가 확인해 보니, 니켈에 마력이 흐르면 아주 훌륭한 마법 재료가 되더라고요.”
그는 사방을 둘러싼 카메라들과 시선을 마주치며 말했다.
“마법을 배우고 싶은 분들은 이곳으로 오십시오. 특히 과학을 연구하신 분들은, 아주 환영합니다.”
전 세계의 정치인들은 두통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반대로 과학자들은 기대감에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