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6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64화(164/171)
164화 마법과 물질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구의 학자들이 강의실에 모였다.
“여러분은 마법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페르세타의 질문에 학자들은 답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서로의 눈치를 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자기 분야에서는 전문가 소리를 듣는 뛰어난 학자들이었지만 마법이라는 건 그들이 평생 공부해온 모든 것들과 조금도 통하지 않았으니까.
“……어린애로 돌아와 버린 것 같네.”
“아냐. 난 어릴 때도 이렇게 막막하고 모르겠고 그렇진 않았어. 대충 보다보면 자세히는 몰라도 얼개는 알게 되기 마련이니까.”
“그야 그렇지.”
그들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뛰어난 학자들답게 그들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었다.
개미가 움직이는 게 신기했던 누군가는 개미를 짓뭉개면 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아, 물기가 생명체를 움직이게 하는구나.’라는 가설을 세웠었다. 왜냐면 사람도 개도 살아 있는 것들 속에는 다 피라는 액체가 흐르고 있었으니까.
정확하지는 않아도 그런 식으로 세상을 더듬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이렇게까지 막막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틀려도 좋으니, 아무거나 말씀해 보세요.”
페르세타가 거듭 대답을 촉구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강의실에 앉은 멍청한 학부생들이 된 것만 같았다.
그때 대륙 동쪽의 반도에서 온 물리학자, 이민후가 손을 들고 답했다.
“마법은 지구인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신비한 힘. ‘마력’이라는 힘을 기반으로 일으키는 각종 이적이 아닐까요?”
그의 대답에 몇몇 학자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인류가 중력을 발견하고, 전기를 발견하고, 핵력을 발견하면서 점점 마법과 같은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되었던 것처럼, ‘마력’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힘이 신비한 현상들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꽤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여쭤본 거예요. 딱 좋은 대답이 나왔네요. 그러니까 이런 생각이신 거죠? ‘마력’이란 지금까지 지구에 알려진 물질이나 현상들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새로운 힘이다. 맞나요?”
페르세타의 뉘앙스는 애매했다.
어쩐지 칭찬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또 달리 보면 반박하려고 시동을 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페르세타는 물론이고 강의실에 모여 있던 여러 학자들이 일제히 이민후를 바라보았다.
이민후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긴장된 얼굴로, 하지만 나름의 자신감을 담아 답했다.
“네. 맞습니다.”
“틀렸습니다.”
“…….”
칼 같은 대답이었지만, 이민후는 좌절하지 않았다. 대신 페르세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게 틀렸다는 말은…… 설마 이런 뜻인 겁니까? 마력은 이미 우리가 관찰해 오던 물질과 현상들 속에 존재했다?”
“정확합니다.”
그 말에 학자들이 술렁거렸다.
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마다 양 옆의 학자들을 돌아보며 의견들을 교환했다.
“우리가 아는 것 중에 ‘마력’이라고 부를 만한게 있었나?”
“……말이 안 되는 것 같소. 우리는 우리가 관찰한 것을 모두 글과 숫자로 기술하고 있지 않소?”
“그렇지.”
“그런 것들 중에 오늘 우리가 본 이상한 현상들을 충족시키는 것은 없지 않소?”
“그러니까 말이지…….”
“아! 혹시 양자역학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그 부분이야말로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힘이잖아요.”
“쯧. 뭔가 좀 이해 못하기만 하면 양자역학 핑계를 대는 거, 저는 그거 좀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혼란에 빠진 학자들 앞으로, 페르세타는 손을 뻗었다.
“혹시 보이시나요?”
학자들은 눈을 크게 떴고, 곧이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이시오?”
“안 보이는데…….”
“내가 노안이라 그런가…….”
“저도 안 보입니다.”
페르세타는 마치 그 손위에 무언가가 있기라도 한듯이 흔들어 보였지만, 학자들 중에는 그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걸 확인한 페르세타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안 보이시는구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자. 그럼 지금은 보이시나요?”
학자들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안 보입니다.”
“그럼 지금은요?”
“거기 뭐가 있다는 겁니까?”
“지금도요?”
“그러니까…….”
“이건 어때요?”
“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자꾸만 뭐가 보이냐고 묻는 페르세타. 그런 그의 모습에 학자들은 점점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진짜로 보고 말았다.
“투명한…… 구슬?”
“제게 원래 손 위에 있었나요?”
“아니. 갑자기 나타났어. 허공에서. 스르르.”
“마, 마술 아닐까요?”
“아니에요. 스르르 나타났다니까요? 눈속임으로 휙! 하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고요.”
웅성거리는 마법사들을 보며 페르세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로 고정을 시켜야 여러분들 눈에 보이는 거군요.”
“고정?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마력 말입니다. 마력의 본질은 파동이거든요. 마치 이 세계에서 물질의 본질이 파동이듯이, 마력도 파동입니다. 파동 상태의 마력이 다른 마력의 파동과 간섭을 일으킬때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들이 인과를 이루게 됩니다. 그렇게 세상 만물이 만들어지죠.”
학자들은 홀린듯이 페르세타의 설명에 빠져들었다.
분명 지금 페르세타가 설명하는 것은 마법에 대한 것일 텐데, 그들의 너무나도 기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결국 참지 못한 이민후가 탄성을 토해 내 듯이 말했다.
“그거 완전…… 양자역학 아닙니까?”
그 말에 페르세타가 웃었다.
“네. 너무나 비슷하죠. 이상할 정도로. 제가 이곳 지구를 첫 번째 행선지로 찾아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페르세타는 빠르게 마력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을 마쳤다.
아무리 생략하고 큰 틀에서만 말을 했다고 해도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학자들은 그걸 쉽게 받아들였다.
그들이 쌓아 온 과학 이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던 덕분이었다.
“그래서. 제가 아까 뭐라고 했죠? 마력 간섭이 일어나 ‘사건’이 생기면, 그 마력의 확률 파동이 온 우주로 퍼져 나간다고 했죠?”
“네. 그랬습니다.”
“그 부분이 바로 여러분들의 양자역학과 <콴티지에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크고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들의 양자역학에서는 사건이 발생하면 확률 파동이 수축하여 붕괴하니까요.”
페르세타가 허공에 환상을 띄웠다.
“자. 그래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력은 ‘사건’이 일어나면 붕괴하기는커녕 오히려 존재 확률이 사방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건의 밀도가 너무나도 높아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페르세타가 만들어 낸 환상 속에는 돌멩이를 연못에 던졌을 때 생겨나는 동심원이 보였다.
처음에는 한 개, 두 개, 띄엄띄엄 생겨나던 동심원이 어느 순간 셀 수도 없이 많아지며 연못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건 더 이상 동심원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수한 선이 씨실과 날실로 뒤엉켜서 만들어 낸 정교한 직물처럼 보일 뿐이었다.
“마력의 존재 확률이 우주 속으로 퍼져나가기도 전에, 계속해서 간섭 당하고 상쇄되는 겁니다. 그게 극도로 촘촘해지면 결국 존재 확률은 고정됩니다. 마력이 마력으로서의 성질을 잃고 그저 ‘사건’과 ‘인과’만이 남게 되는 거죠. 이게 바로 여러분들의 세계입니다.”
페르세타는 여기까지 말한 후, 바로 결말을 말하지 않고 학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던 이민후가 탄성을 터뜨리며 외쳤다.
“그, 그렇다면! 지금 페르세타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건……. 우리가 지금껏 연구한 모든 물질, 모든 현상, 그 모든 게 결국에는 마력이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본래의 성질을 잃고 그저 사건과 인과만이 남아버린 마력, 그게 곧 물질과 힘이다. 그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페르세타는 웃었다. 아주 기껍게.
“정확합니다. 따라서 마력은 절대 여러분들이 모르던 새로운 힘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마력으로 이루어지고 그건 이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의 세계, 여러분들의 존재, 이 모든 것 역시 위대한 마법의 일종임을 깨달으셔야 합니다.”
페르세타가 다시 손을 뻗었다.
그는 손에 마력을 집중했다.
페르세타와 함께 온 신비 존재들과 마법사들은 그의 손에 모여드는 마력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물질화 된 세계에서 태어난 지구인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페르세타의 손에서 마력이 뭉치고 뭉쳐서 마력의 성질을 거의 잃어갈 때쯤이 되어서야 투명한 구슬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제가 마력을 사건으로 고정시키면, 여러분들 입장에서는 물질 창조처럼 보이는 행위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또한 반대로…….”
페르세타는 자신이 서 있던 교탁에 손을 얹었다.
후우웅-
멀쩡히 존재하던 교탁이 연기처럼 일렁이다가 사라져 버렸다.
신비 존재들과 마법사들 눈에는 그것이 마력으로 분해되는 과정이 똑똑히 보였지만, 지구의 학자들 눈에는 그저 존재하던 물질이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물질로 고정되어버린 마력을 살살 풀어헤치면, 여러분들의 입장에서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위배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 겁니다.”
학자들은 입을 쩍 벌렸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놀라운 이야기였기 때문에.
물론 그들도 각오를 하고 이곳을 찾아온 것은 맞았다.
그렇지 않겠는가.
어느날 나타난 이계인들이 마법이란 학문을 가르쳐준다는데, 온갖 기상천외한 것들을 보고 들을 각오 정도는 다 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 전체가 사실은 마법이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기껏해야, 이 세상에는 없던 새로운 물질, 새로운 힘, 그런 것을 접할 거라고 막연히 짐작했을 뿐이었으니까.
그때 이민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이글거리는 눈으로 페르세타를 향해 물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과연 마법사가 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지구인들의 몸은 완전히 고정된 마력…… 그러니까, 완전히 물질화된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보아하니, 저희는 선생님이 쓰는 마력이란 것 자체를 보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런 우리가, 마력의 본래 성질을 이용해야 하는 마법이라는 것을 익힐 수 있겠습니까?”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학자들 모두가 바짝 긴장하며 페르세타를 바라보았다.
원리를 알고 보니 자신들이 마법을 배운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나 속이 답답하고 초조했다. 다들 너무나 마법이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페르세타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하곤 거꾸로 물었다.
“성함이. 이민후 씨라고 하셨죠?”
“네.”
“그럼 먼저 한번 시험 해 보시겠습니까?”
“예?”
“마력이 물질화되어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여러분들의 구조와 영혼은 저희와 무척 흡사합니다. 아니. 같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예요. 그래서 여러분들의 심상을 일깨우고 마력에 대한 감각을 일으킬 수 있는 마법을 개발해 봤거든요. 된다 안 된다는 저도 아직 확신은 못 하지만요. 한번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그 말에 이민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심상을 깨운다. 마력에 대한 감각을 일으킨다.
말은 쉬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은 설명에 의하면, 그건 자신을 구성하는 분자 구조를 아니…… 소립자 하나하나까지 전부 다 건드려 변이시킨다는 말로 해석이 되지 않는가?
그렇게 변이된 나를 여전히 이민후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고작 이 정도로 죽거나 스스로를 잃을 거라면. 차라리 그냥 죽는 게 나아.’
마음을 독하게 먹은 이민후는 앞으로 나섰다.
“네. 받아들이겠습니다.”
“용감하게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르세타는 천천히 다가와 그의 이마에 손가락을 얹었다.
‘……?’
처음 이민후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불현듯 깨달았다.
“아…….”
온 세상이, 심지어 자신 안에도 어떤 빛이 가득하다는 것을.
이 모든 것들이, 지금껏 자신이 본 적 없는 빛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제 3의 눈이 뜨인 것처럼, 돌연 온 세상이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삼라만상이 모두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그 날,
그렇게,
지구 최초의 마법사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