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65)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65화(165/171)
165화 지구의 일상
머나먼 이차원에서 온 존재들이 아틀란티스에 자리 잡은 이래로 지구는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과학과 마법이 합쳐지며 그 누구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평범한 어머니와 아들의 전화 통화만 봐도 이전과는 다른 점들을 금세 찾아볼 수 있었다.
– 아들!
“네. 어머니.”
– 공부는 잘 되고 있어? 어때 이번에는 붙을 거 같아?
“노력해 봐야죠.”
– 그래. 마법고시가 좀 어렵니? 5수 6수도 기본이랜다. 넌 이제 3번째니까 괜찮아. 괜찮아. 마음 편하게 먹어!
“흐흐. 감사합니다.”
– 검사 의사 다 필요없다. 이젠 마법사(士)의 시대! 나는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꼭 붙을게요.”
– 그래. 그래. 쉬엄쉬엄 해. 아참. 이번에 옆집에서 사과가 열렸는데, 얼마나 맛있게? 지금 하나 보냈으니까 먹어 봐.
“네? 설마 매직 드랍 하셨어요?”
– 한 개만 보냈어. 한 개만.
“어휴. 그래도 비싼데. 그거 그람당 50원 아니에요?”
– 그래도, 사과나무에서 갓 딴 게 얼마나 맛있는데? 내가 씻어서 보냈으니까 지금 먹어 봐.
“아이고. 알겠습니다.”
결국 양손을 들고 만 남자는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통화 화면 위로 신선한 사과 사진이 팝업되어 있었다.
허공에 대고 화면을 툭툭 흔드는 남자. 그러자 화면 속의 사과가 데구르 굴러서 남자의 손 위에 떨어졌다.
아삭-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마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한 사과 향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와! 이거 정말 맛있네요!”
남자가 감탄하자, 어머니는 흐뭇해 했다.
– 거 봐. 그렇다니까. 나머지는 택배로 보내 줄게. 그래도 갓딴 사과맛 한 번은 보라고 보내 봤어.
“감사합니다. 어머니!”
통화를 종료한 남자는 다시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 맞다.”
그는 깜빡 했다는 듯이, 폰을 들고 라는 이름의 앱을 실행시켰다.
“흠……. 바다 못 가 본 지도 오래됐네. 바다.”
그가 앱에서 <바다>라고 적혀진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쏴아아 하는 파도 소리와 함께 바닷가의 시원한 짠내가 밀려들었다.
“이거지. 이 맛에 구독료가 비싸도 끊지를 못한다니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실제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들이마시며 펜을 잡고 교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가 있는 곳은 창문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방에 칸막이 책상과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독서실.
하지만 그가 혼잣말을 하고 심지어 전화까지 받았어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는 독서실의 벽면에 적힌 글자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최첨단 독서실. 각 자리마다 기척 차단 마법이 적용이 되어 있습니다.>
누구는 동영상 강의를 소리 나게 틀어 놓고, 누구는 숲속의 소리와 공기를 들이마시고, 또 누구는 아예 의자를 빼놓은 채, 공중에 둥실둥실 떠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나, 그런 옆자리의 사정은 들리지 않았다. 보이는 것도 흐릿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어두운 독서실을 빠져나와 빛이 쏟아지는 거리로 나와도 마법은 사방에 가득했다.
일단 거리에는 신호등이 없었다.
차들은 사거리를 만나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좌우에서 오는 자동차와 부딪힐 것 같았지만, 두 자동차는 일그러지며 서로를 피해서 달렸다.
교차로마다 설치된 ‘갈림길 마법진’의 위력이었다.
겉으로 볼때는 똑같은 공간을 지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교차로 내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의 차량의 위상이 갈라졌다.
예전에 피안의 쉼터에 여러 사람이 들어가도, 각자의 위상이 달라져서 혼자서 공간을 독점할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덕분에 신호등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곳곳에 놓인 횡단보도도 예전에 비해 4배 정도는 더 넓어져 있었고 갈림길 마법이 적용되었다.
횡단보도 위에 올라서는 순간, 차와 보행자의 위상이 달라졌기에, 서로가 보이지 않았고, 그냥 길을 쭉 지나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이런 세상에도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졸음운전을 하다가 차선을 급격히 바꾼다든가,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무단횡단을 한다든가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게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끼이이익!
무단횡단을 하던 사람과 빠르게 달리던 차가 정면에서 충돌했다.
그리고,
꿀렁-
차와 사람 주위로 투명한 힘이 꿀렁이며, 그 엄청난 충돌 에너지를 흡수해 버렸다.
차는 긁힌데 하나 없이 곧장 멈춰 섰고, 사람도 한 세 걸음 정도 물러섰을 뿐 다친 곳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부딪힌 사람이 옷을 툭툭 털며 투덜거렸다.
“어후! 깜짝이야!”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가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외쳤다.
“미쳤습니까? 횡단보도로 안 다녀요?!”
“아니 뭐. 다친 사람도 없는데 화를 내요.”
“뭐요?”
행인의 태도에 운전자는 그만 기가 막혔다.
하지만 행인은 뻔뻔하게 말을 이을 뿐이었다.
“어차피 쿠션 실드 적용되어 있잖아요. 부딪혀 봤자 차도 사람도 안 다치는데, 왜 오바람.”
“미친. 쿠션 실드 비용은 당신이 내줬어?!”
물론 사고가 없다고 해서 시비도 없는 건 아니었다.
결국 차에서 내린 운전자와 비비 꼬인 행인은 거리에서 옥신각신을 했고, 덕분에 오랜만에 멈춰 서야 했던 뒷쪽의 차량들은 짜증을 가득 실어서 빵빵 경적을 올렸다.
부우우웅-!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차량이 있었다.
최첨단 기술과 마법이 적용된 수억 원짜리의 스포츠카 한 대가 멈춰 선 차량들과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을 그대로 투과해서 지나쳤다.
“뭐, 뭐야?”
“아, 깜짝이야.”
갑자기 지나간 흐릿한 그림자에 깜짝 놀란 두 사람.
그들은 다른 차들을 투과하며 지나가는 스포츠카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와. 그냥 유체화 키고 달려 버리네.”
“저게 차량 한 대 투과할 때마다 1만 원씩 나간 댔지? 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하늘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천사의 날개를 소환하여 날아다녔고, 지하에서는 마법으로 만들어 낸 초전도체를 이용한 자기부상열차가 빠르게 사람들을 실어 날랐으며, 양자컴퓨터와 마법이 합쳐져서 탄생한 인공지능 AI들은 온갖 방면에서 문명의 발전을 가속시켰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한 지구의 풍경은 이차원에서 온 마법사들의 눈에도 놀라운 것이었다.
여전히 인간계의 마법은 마법사들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편리를 위한 아티팩트가 점점 많이 나오고 마법이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이긴 했지만, 지구에 비교하면 한참 부족했다.
지구는 애초에 정치 사상부터 경제까지 모든 것이 대중을 대상으로 한 대량생산 체제에 맞춰져 있었으니 그 발전의 방향부터가 달랐다.
페르세타 밑에서 마법을 배운 지구인 학자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을 순식간에 상품화했다.
‘위시’ 마법을 이용해 마법 자체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행성 전체에 마법이 퍼지게 되었다.
덕분에 ‘위시’ 마법 제작 기술만큼은 지구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정도였다.
이렇게 마법은 일상을 빠르게 바꿔 나갔다.
이 시기를 두고 일부 칼럼리스트들은 ‘멋진 신세계’라고 부르며 웃고는 했다.
이런 변화 덕분에, 본격적으로 밀려들기 시작한 2차, 3차 개척단들은 아틀란티스에 도착하자마자 혀를 내두르기 바빴다.
“허어……. 마법 수준은 별볼일 없는데, 사방 천지에 마법이 가득하군요.”
“여기가……. 신세계……!”
그들은 예전에 이곳에 처음 도착한 1차 개척단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때 1차 개척단들은 여유로웠고 놀라는 건 일방적으로 지구인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이 지구의 문물에 놀라고 있었다.
“마법 수준만 놓고 보면 단순하지만, 이 디자인을 보십시오. 최소한의 자원으로 가장 쉽게 만들면서도 안정적인 구조예요……!”
“그렇군요. 요새 마법 공학이라는 말이 생기고 있다지요? 이건 우리쪽에서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계가 일방적으로 지구에 마법을 전파하던 것이 이제는 서로가 영향을 받는 단계에 이른 것이었다.
지구에서 발전된 대량 생산 기술과 설계기술이 넘어가며 마법 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탄생을 추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교류를 주고받으며 두 세계는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3차 개척단에 섞여서 지구를 찾은 애캘슨과 살리넬르도 이런 지구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결심했던 것이었다.
“어서 오세요! 살리넬르 님! 애캘슨 님!”
페르세타는 두 마법사를 환영하기 위해 공항까지 몸소 마중 나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선생님.”
살리넬르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격조했습니다. 한번씩 인간계로 귀환하셔도 도통 저희를 만나 주시지 않으셔서…….”
애캘슨은 서운하다는 듯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페르세타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지구에 잠깐 들를 때는 가족에게 집중하느라 그랬습니다.”
“아, 농담이었습니다. 농담.”
애캘슨이 황급히 손을 흔들 때, 살리넬르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선생님께 들은 대로네요. 마력이 물질화 되어 있는 세상이라니. 신기합니다.”
“그렇죠?”
“예. 이곳에서 연구를 한다면, 세계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탄생한 건지, 그 기원을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살리넬르가 눈을 번뜩이자 페르세타는 기꺼운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저도 그 부분이 궁금했는데, 개척 사업을 한다고 시간이 없어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습니다.”
그 말에 살리넬르는 입을 크게 찢고 웃었다.
“그렇다는 말씀은, 제가 이제부터 발견할 것들을 선생님도 알지 못한다는 뜻이 되겠군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페르세타를 향한 호승심을 내려놓고 있지 못한 살리넬르였다.
페르세타가 장난스럽게 정색했다.
“그래도 쉽지 않을 겁니다.”
“저도 예전의 제가 아닙니다.”
“기대되네요.”
살리넬르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당장 연구에 착수해야겠군요. 지구인들의 생물학과 우주론도 굉장히 흥미롭던데, 어떻게. 그것도 다 분석을 끝내셨는지요?”
“……으음. 거기까진 아직.”
“훗. 그렇겠죠. 너무 바쁘시니까.”
히죽 웃는 살리넬르.
페르세타는 그런 살리넬르를 살짝 노려보다가 애캘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애캘슨 님도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애캘슨 님은 고향에서 정치적인 일들로 바쁘지 않으셨습니까?”
애캘슨은 항상 그랬다.
한때는 오마르 민족의 독립운동가였고, 그 후로는 민중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투사가 되었다.
그런 그가 이런 머나먼 왜소 세계까지 날아온 것은 모두가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애캘슨은 애캘슨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다.
“제가 알아보니 이곳의 정치 문화와 경제 체제가 흥미롭더군요. 비록 마법 수준은 낮은 문명이지만…… 저는 우리 세계가 추구해야 할 사회를 이곳에서 배울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특히 마법 공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
“그렇군요.”
고개를 크게 끄덕인 페르세타는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분 모두 환영합니다. 원리를 꿰뚫는 걸 넘어서 새로운 걸 탐구하고 응용방법을 찾아나가면서…… 요즘 저 혼자서는 힘에 부친다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두 분이 도와주신다면, 개척도, 새로운 지식의 축적도, 훨씬 속도를 낼 거라 생각합니다.”
페르세타는 손을 뻗어 살리넬르와 애캘슨과 한번씩 악수를 했다.
성녀 샤라 엘리프에 이어서 또다시 합류한 페르세타의 제자들.
그리고 3차 개척까지 이어지면서 만 단위가 넘게 된 개척단의 숫자.
그렇게, 페르세타의 우주 탐사는 점점 더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