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66)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66화(166/171)
166화 동그라미
한 번 시작한 개척은 가속도가 붙었다.
‘지구’라 이름 붙은 왜소 세계를 중심으로 주변의 왜소 세계로 확장해 나갔다.
그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자원과 인재를 수급했고, 그러면 더 개척이 빨라지서 개척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오르트 구름 내에도 중계기지들이 점점 많아졌다.
세계와 세계 사이를 돌아다니는 왕복선들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엔 차원을 뚫고 솟구치는 우주선의 모습을 경이에 차서 입을 쩍 벌리고 올려다보던 지구인들이었지만, 이제는 하늘이 밝아지고 세상 어디에서나 보이는 우주선이 불꽃을 뿌리며 하늘을 열고 날아가도 그러려니 하며 자기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지구인들은 선황제 칼리슈트가 사랑하는 군어족의 세계로 여행을 갔고, 마찬가지로 군어족들도 맞춤형 슈트를 입고 지구나 인간계 또 다른 무수한 세계를 여행 다녔다.
수많은 문명과 세계가 서로 교류를 하며 모든 게 빠르게 바뀌어 갔다.
마법학의 발전에 따른 거리의 변화와 생활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인 변화도 두드러졌다.
덕분에 사람들은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아니, 분명 20년 전까지만 해도 왕이 있었는데 이제는 없다니까?’
상전벽해.
마법과 탐사가 불러온 이 엄청난 변화는 이상한 면이 있었다.
한창 바쁘게 변화해 나갈 때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다가 나중에 돌아보면 깜짝 놀라게 되는 그런 변화.
그래서 페르세타는 항상 놀랐다.
그는 가장 선두에서 개척을 지휘했기에 항상 놀라는 쪽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세계들을 개척하려고 떠나서 한 몇 년 있다가 돌아오면 거리 풍경이 달라져 있기 일쑤였으니까.
특히 가족들을 만나러 인간계로 돌아갈 때마다 그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30년 동안 탑에서 폐관 수련을 했던 세계.
나와 보니 마법이 잊혀져 가고 있던 세계.
귀족과 왕과 황제가 있고, 그들 사이에서 마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바로 그 세계.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했는데…… 개척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모든 게 바뀌어 버렸다.
귀족들과 왕들은 많은 나라에서 자취를 감췄고, 황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으나, 이제는 실권이 많이 축소되어 명예직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대신 스스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을 더 멋지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인간계로 돌아올 때마다 건물들은 점점 높아졌고, 하늘은 날아다니는 교통수단들로 점점 빼곡해졌다.
고도의 문명을 자랑했던 지구와 닮은 듯하면서도 또 온갖 다른 세상의 영향이 섞여 굉장히 독창적인 풍경과 문화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런 빠른 변화 때문에 페르세타는 인간계에 도착할 때마다 즐겁게 주변을 구경하곤 했다.
가족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웠지만, 이렇게 변화한 인간계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파아앗!
인간계의 궤도에 진입한 우주선에서 곧장 인간계 내부로 전송된 페르세타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었다.
와글와글-
웅성웅성-
가문의 영지인 베리테 백작령.
아름다운 시골 동네였던 그곳도 많이 변해 있었다.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 옆으로는 고층 빌딩들이 즐비했고, 하늘에는 날아다니는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녔다.
다른 세계의 영향을 받아, 물로 된 건물과 불로 된 정원, 건물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인공 산과 미로들이 빼곡했다.
거대한 도시로 변해 버린 이곳을 보면서도 페르세타는 전혀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그저 한군데에 붙박였다.
완전 번화한 도시가 되어버린 영지.
하지만 그곳 복판에는 예전 영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가 있었다.
높은 건물들은 마치 결계에 가로막힌 것처럼, 그 넓은 공원을 침범하지 못하고 빙 둘러서 있었다.
공원 속에는 옛날 베리테 영지를 일으켜 세웠던 요정들의 농장이 있었고, 언덕과 작은 숲이 있었고, 아담한 저택과 다 낡아 빠진 오래된 탑이 있었다.
페르세타는 그 탑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곳은 그가 30년동안 폐관 수련을 했던 탑이었다.
이제 완전히 문명의 도시가 되어 버린 이곳에서, 홀로 수백 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낡디 낡은 탑.
그 옆에 세워진 아담한 저택은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알고 있었다. 저기에 누가 살고 있’었’는지.
저벅. 저벅.
언덕을 오르는 페르세타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의 얼굴 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
– 페르세타…….
요정 공주 히나리리리아네가 뒷말을 삼켰다.
항상 페르세타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그녀가 이번에는 몸소 날개를 파닥이며 그의 옆을 종종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 공주님.
– 공주님…….
페르세타가 언덕을 따라 올라갈수록, 곳곳에서 나타난 요정들이 그 뒤를 따라붙었다.
– 안녕……. 페르세타.
– 안녕하겠냐.
– 으음……. 반가워 페르세타.
– 반갑겠냐! 바보야!
요정들은 오랜만에 본 페르세타를 보고 뭐라고 인사라도 하고 싶어 했지만, 우물쭈물하고 서로 아옹다옹 할 뿐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평소의 페르세타였다면 그런 요정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해 줬겠지만, 지금은 그냥 고개만 까딱 숙여 인사를 하곤 바쁜 걸음으로 언덕을 오를 뿐이었다.
“오빠!!”
언덕을 거의 오르자, 낡은 탑에서 일리안느가 뛰쳐나왔다.
페르세타는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일리안느. 두 분은 어떠셔?”
그 말에 일리안느는 웃는지 우는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깨어나셨어! 방금 전에! 다들 기적이라고…….”
“아……!”
페르세타는 그때 직감했다.
이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마지막 행운이 될 것이라고.
아마도, 행운을 불러오는 요정들의 키스 덕분에 이런 기적이 일어난 것일 거라고.
페르세타는 걸음을 빨리 해서 탑으로 향했다.
일리안느가 그런 페르세타를 앞장서서 안내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익숙한 계단.
그 계단 위로는 검은 그림자와 밝은 햇볕이 교차되고 있었다.
페르세타는 그 음염을 바라보며, 이것이 꼭 삶과 죽음과 관계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탑의 최상층.
그곳에 올라선 페르세타는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최상층에는 쇼파가 놓인 거실과 같은 공간이 있고, 그 너머로 문이 하나 있었다.
이 거실. 이쪽은 예전 바르덴테 스승님이 계시던 공간이었다.
어린 시절 페르세타는 늘 이곳에서 스승님과 대화를 나누고 많은 것을 배웠었다.
그러다가 마법 실력이 점점 늘면서, 스승님이 혼자 계신 시간이 늘어났다.
스승님은 늘 안락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페르세타가 나오면 미소 지었다.
그 어떤 것을 물어보아도 지혜로운 대답을 들려주셨다.
그리고 끝내는, 이곳에서 돌아가셨다. 완전히 연구에 몰두한 페르세타가 5년 내내 방을 나서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제자의 연구가 방해받지 않도록, 각종 보존마법과 기척 차단 마법을 남겨 놓은 채로. 대마법사 바르덴테는 안락의자에 앉은 채로 백골이 되었다.
덕분에 페르세타는 물론이고 창문으로 음식을 나르던 사용인들조차 그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스승님이 죽었던 거실 너머, 페르세타가 숙식을 해결하며 연구에 매진했던 그 방에…… 또 다른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끼이익-
앞서 간 일리안느가 문을 열었다.
“엄마. 아빠. 오빠 왔어.”
일리안느의 목소리를 들으며 페르세타는 천천히 방으로 들어섰다.
방에 있던 즈바르트가 페르세타와 눈으로만 인사를 건넸다.
그 너머에 두 분이 계셨다.
“오……. 왔느냐.”
“왔구나. 페르세타.”
아버지 플리안 백작.
어머니 로오루아 부인.
둘은 서로 꼭 닮은 쪼글쪼글하게 마른 얼굴로 페르세타를 맞이했다.
페르세타는 인사를 올리려고 했지만 무언가가 목구멍에 콱! 메어서 말을 뱉지 못하고 고개만 툭, 떨구었다.
그런 아들을 보며 로오루아는 다정하게 말했다.
“왜 그러니. 이리 와 보렴. 손 좀 잡아 보자.”
천천히 다가와서 손을 내미는 페르세타. 그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두 개의 침대를 나란히 놓고 누운 플리안과 로오루아는 고목나무처럼 마른 손을 뻗어 그런 페르세타는 손등을 만졌다.
플리안이 힘이 다 빠져나간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왜 그러느냐 페르세타. 다들 운이 좋다고 말하는데 말이다.”
로오루아가 그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세상에 어떤 부부가 평생 해로하고 같은 날에 떠나겠니. 더구나 이렇게 정신을 차려서 너에게 인사도 하고. 난…… 정말 복 받았어.”
페르세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손을 조물락거리는 두 분의 손을 마주 잡으며 그들의 몸상태를 살펴볼 뿐이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법을 동원해서 몸 상태를 살피던 페르세타는 결국 고개를 들지 못했다.
현자 시에넬 때와 같았다.
아니 그때보다 더 심했다.
그 어떤 마법으로도 법어날 수 없는 노화.
그로 인한 죽음.
영혼이 자연스럽게 신체를 떠나는 현상.
플리안과 로오루아의 영혼은 이미 육체와의 끈이 너무나도 희박해져 있었다.
솔직히 어째서 아직까지 살아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어쩌면 이것이 모두 요정의 키스가 가져온 행운 때문일지도 몰랐다.
두 부부가 한 날 한 시에 함께 떠나게 된 것도, 이미 죽었어야 하는데도 이렇게 살아서 페르세타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어쩐지 페르세타는 요정이 가져다준 그 행운이라는 것이 야속해지기만 했다.
“페르세타. 엄마한테 얼굴 안 보여줄 거야?”
그 말에 페르세타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을 애써 참았지만, 자꾸 눈꼬리가 축축해졌다.
로오루아는 웃으며 그런 페르세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래도 좋았어. 뭔가 죽을 때가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런 느낌이 있었거든. 그래서 여기로 침실을 옮겼어. 늘 생각하고 있었거든. 우리 아들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지냈나. 엄마가 되어서 그것도 모르는 건 너무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예전부터 정해 놨거든. 마지막은 여기서. 네가 지내던 방에서 보내기로.”
그녀의 말에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졌다고 생각하는지 플리안이 농담을 던졌다.
“생각보다 좋더구나. 창문 밖에 풍경도 좋고. 네가 왜 30년이나 안 나왔는지 알 거 같더라.”
두런두런.
플리안과 로오루아는 여러 이야기를 했다.
페르세타가 폐관하던 중에 있었던 일들. 했던 생각들. 그때 즈바르트와 일리안느는 어땠는지.
나중에 페르세타가 폐관에 나온 뒤에 있었던 즐거웠던 기억들.
하나하나.
이야기하면 할수록 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페르세타와 즈바르트와 일리안느는 직감했다.
이게 이제 마지막이라는 걸.
둘은 최대한 부모님의 말을 끊지 않도록 적절한 추임새를 넣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두런 두런소근 소……근소. …….
그리고,
“하아…….”
로오루아와 플리안의 입에서 결국 마지막 숨이 빠져나왔다.
페르세타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스승님의 죽음으로 탑을 떠났던 페르세타는 다시 탑으로 돌아와 부모님의 임종을 맞이했다.
창밖으로는 노을이 지고 있었고, 새가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