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168)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168화(168/171)
168화 리크루팅
머나먼 왜소 세계와의 교류가 이제 당연한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
인간계를 살아가는 어떤 사람은 생각했다.
“다른 차원을 뭐 하러 가? 인간계에 모든 게 다 있는데. 무엇보다 외롭지 않을까? 친구도 가족도 다 여기 있는데, 혼자 그 머나먼 낙후된 곳까지 나가 있는 게 말이야.”
이것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 할 법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세상에는 아주 이상한 사람도 있는 법.
머나먼 왜소 세계로 떠나온 개척단에 소속된 사람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었다.
물론 우주선을 타고 차원의 우주를 가로지를 때마다 존재론적 무의미함이 영혼을 난도질하는 고통을 느꼈지만…… 그래도 그들은 머나먼 오르트 구름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이번에 탐사할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사탕 나무가 열리고 초콜릿 강이 흐르는 세계였으면 좋겠다…….”
“……애냐?”
“그냥. 어릴 적 꿈이었다고.”
“단 거 많이 먹으면 이빨 썩는다.”
“아니. 진짜로 먹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그냥. 그런 거 있잖아. 이제는 별로 필요 없어도, 어릴 때 너무 갖고 싶었던 건…… 괜히 갖고 싶잖아.”
“하긴.”
“너는 그런 거 없어?”
“나도 있지. 나는…… 하늘을 나는 고래를 보고 싶어.”
“왜?”
“몰라. 그냥 어릴 때 꿈이니까.”
“하긴.”
서로 마주 보며 웃는 개척단원들.
그들에게 오르트 구름은 꿈이라는 것이 형태를 가지고 실현된 것과 같았다.
어릴 적 품었던 망상.
괜히 자꾸 머릿속을 간지럽히는 몽상.
그 모든 것들이 저 무수한 왜소 세계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하면 엉덩이 들썩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들은 직감하고 있었다.
인간계에서 태어났던 자신들이 결국에는 이곳 오르트 구름 어딘가에 묻히게 될 것이라고.
‘음식 합성’ 마법에 조예가 깊은 미슐리도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개척단에서 그의 임무는 심신이 지친 모든 단원들을 위해, 온갖 맛나고 영양가가 넘치며 마법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로켓을 만들고, 오러 발생 장치를 만들고, 온갖 기적들을 만들어 내는 다른 마법사들에 비하면 어쩐지 하찮아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개척단에서 ‘음식 합성’ 마법은 굉장히 대우받는 마법이었다.
마법으로 단순히 죽지 않게 영양가를 합성해서 섭취하는 것 정도는 많은 마법사들이 할 수 있었지만…… 그런 삶에 어떤 재미가 있겠는가.
마나를 빚어 음식을 만들고, 다른 세계의 재료들을 조작해 사람이 먹을 수 있게 만들고, 그것들을 잘 결합시켜서 극상의 진미를 만들어 내는 마법.
바로 미슐리 같은 이들이 있었기에, 이 머나먼 오르트 구름에서 개척단이 여전히 사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람뿐 아니라 환요괴의 요괴나 신계의 천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음식 합성’ 마법의 달인인 미슐리 같은 이들이 그들의 고향 음식을 합성해 주었기에, 모두가 웃으며 개척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었다.
미슐리에게는 이것이 굉장히 큰 자부심이었다.
자신이 합성해 낸 음식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큰 목소리로 이거 정말 맛있다고 말해 주는 이들을 볼 때면 삶의 보람마저 느꼈다.
거기에 온갖 신기한 차원들을 여행하며, 진귀한 재료들을 얻고 그걸 식재료로 가공하여 새로운 맛을 찾아가는 과정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개척단을 떠난다는 생각은 떠올리지조차 않았다.
가끔 휴가를 맞이해 인간계에 들르는 것을 빼면, 그에게 있어서 개척단은 이미 삶 그 자체였다.
그런데…….
불쑥 찾아온 성녀 샤라 엘리프가 이런 요청을 해 온 것이었다.
“미슐리 씨. 더 머나먼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아요?”
“예? 더 머나먼 세상이요?”
“네. 이곳 오르트 구름은 사실 아주 가까운 세계잖아요.”
“여기가요?”
미슐리는 생각했다. 이곳에 오려면 얼마나 많은 중계 기지를 거쳐야 하던가?
마나 태양의 마력이 거의 닿지 않아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런데 여기가 가까운 세계라고?
“가까운 세계죠. 그 증거로 당장 각 차원들에 존재하는 생명들부터 많이 겹치잖아요.”
“아…….”
미슐리는 그 부분에는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르트 구름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들과 그들이 이룬 문명들.
그 중에는 처음 보는 낯선 것들도 굉장히 많았지만, 익숙한 것들도 무시할 수 없게 많았다.
가령 지구.
지구에 살아가던 인간들은 인간계의 인간들과 거의 비슷한 존재들이었다.
거기만 그런 게 아니었다.
오르트 구름 곳곳에는 충분히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환요괴의 요괴와 거의 비슷한 존재들도 있었고, 요정들과 구별하기 어려운 존재들도 있었다.
그리고 또 겉보기에는 전혀 다르다곤 해도 마법적 분석을 해보면 천사나 악마들과 유사성을 보이는 존재들도 많았다.
이런 유사성까지 다 포함한다면 오르트 구름에 존재하는 생명들의 40% 정도는 9개의 신비 세계와 관련이 되었다.
샤라 엘리프는 그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건 다분히 필연적인 일이더라고요. 애초에 이곳 오르트 구름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계는 우리의 아홉 세계를 만들다 남은 부산물, 혹은 우리 아홉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과 함께 뒤섞여서 형성되었다고 하니까요.”
“그 말씀은…….”
“네. 결국 여기도 좀 멀다 뿐이지 우리 세계의 일부라는 거죠.”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샤라의 눈동자.
미슐리는 공포인지 설렘인지 알 수 없는 떨림을 느끼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샤라님은……. 아예 우리 마나 태양계를 떠나서 아예 다른 마나 태양까지 나가자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말에 샤라는 웃었다.
“네. 거기도 가긴 가야죠. 하지만 최종 목적지는 훨씬 머나먼 곳입니다.”
“더 멀리 간다고요?”
“네. 수천억 개의 마나 태양들이 몰려 있는 우리의 대천세계. 그 중심까지 나아갈 생각이에요.”
점점 가팔라지던 떨림이 마침내 살갗 너머로까지 밀려나왔다.
미슐리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기까지 가면 돌아올 수가 있나요?”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닌데……. 못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거예요.”
미슐리는 샤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에게 있어서 샤라는 가장 존경해 마지않는 마법사였다.
물론 가장 위대한 마법사를 꼽으라면 페르세타를 꼽겠지만, 그래도 가장 존경하는 마법사는 샤라 엘리프였다.
애초에 그가 개척단에 들어온 이유부터가 샤라 덕분이었다.
그녀가 설립한 <우주 탐사 연구회>. 그 안에서 배우고 꿈을 꾸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척단에 지원하게 되었었다.
그런 그였기에, 샤라의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특히…….
“응? 하자. 미슐리. 나 따라와.”
그녀가, 자신의 우상이, 갑자기 예의를 집어치우고 백금발의 머리칼을 반짝이며 그렇게 말하자, 그는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어……. 으. 어. 이건 반칙이신데.”
“반칙 아냐. 내가 널 몰라? 넌 언제나 새로운 세상에 호기심을 품고 있었잖아.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들로 새로운 식재료를 합성해 내는 거. 엄청 좋아하잖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두근.
미슐리는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오르트 구름보다 더 먼 세계로 가서. 인간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낯선 세계의 존재들과 교류하고 그곳의 물질들로 새로운 음식을 합성한다?
그렇게 사는 삶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그리고,
“개척단도 재밌었잖아. 더 재밌을 거야. 완전히 새로운 세상까지 나아가는 여정. 그 앞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여정.”
그렇게 말하는 샤라 엘리프가 너무나 반짝인다고 생각했다.
이걸 사랑이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는 동경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한 번 뿐이 인생이라면, 한 번쯤 걸어 보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그 길을 앞장서서 인도하는 존재.
미슐리는 마침내 마음을 정했다.
“네. 네……. 네! 따라갈게요! 어디든!”
“좋았어.”
샤라는 씩 웃으며 미슐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곤 노트를 꺼내 미슐리의 이름을 명단에 적어 넣었다.
“그래도 잘 생각해 봐.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니까. 신중하게.”
“네. 그럴게요.”
미슐리의 대답에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인 샤라는 명단을 살피며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좋아. 그럼 요리사는 해결 됐고……. 다음은 우주선 추진체 관련 전문가가 필요한가…….”
노트를 뒤적거리며 중얼거리던 그녀가 문득 고개를 들고 뇌까렸다.
“이렇게 특정 분야 전문가들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나 페르세타 님 같은 올라운더가 또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최정상급의 마법사…….”
문득 두 갈래로 나뉘는 복도의 갈림길에 들어선 그녀는 한쪽을 바라보다가 결심했다는 듯이 입술을 악물었다.
* * *
성녀 샤라 엘리프가 연구실에 들어섰을 때, 살리넬르는 수많은 마법진들을 조율하며, 그 가운데서 벌어지는 사건을 관찰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마력이 뭉치고, 흐르고, 뒤섞이며 수많은 패턴을 그려 냈다.
서로 간섭을 일으킨 마력들 사이에서 불꽃이 튀고, 바람이 불며 ‘사건’들이 일어났으며, 그 사건이 또다른 사건을 연쇄 반응으로 일으켰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샤라는 살리넬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침을 꼴깍 삼키고 그의 뒷편에 서서 숨을 멈췄다.
잠시 뒤, 스스로 숨을 쉬는 것처럼 움직이던 마력의 뭉치가 꿈틀거리더니 피시식 흩어져 버렸다.
“이런…….”
살리넬르가 한숨을 쉬었다.
그걸 지켜보던 샤라가 물었다.
“천지 창조의 과정을 시뮬레이션 해 보고 계신가요?”
살리넬르는 돌아보지도 않고 답했다.
“뭐. 그렇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실험 결과 좀 정리 하고…….”
샤라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살리넬르는 마법진을 살피며 이런 저런 수치들을 종이에 기록했다.
그리곤 뒤에 샤라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렸는지 생각에 빠져들었다.
“으음……. 이 수치가 잘못 된 건가? 어렵구만……. 우선 세계의 탄생을 규명해야 그 다음에 생명의 탄생을 논할 수 있을 텐데 말야…….”
한참 끙끙거리던 그는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다시 마법진 앞에 섰다.
“이번에는 수치를 이렇게 조절해서…….”
우우우웅-!
그의 손짓을 따라 마법진들이 다시 빛을 내며 섞여 들었다.
누가 봐도 뒤에 샤라가 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린 모습이었다.
그래서 샤라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살리넬르 님.”
“응? 아. 성녀님. 잠시만요. 이거 실험 한 번만 딱! 더 해 보고.”
“몇 년 내로, 페르세타 선생님은 떠날 거예요.”
“네네. 그러니까 잠시만…… 네? 뭐요?”
화들짝 놀란 살리넬르가 처음으로 샤라를 돌아보았다.
샤라는 커다랗게 뜨인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한마디 한마디 똑똑 떨어뜨려 가며 말했다.
“그러니까. 페르세타 선생님이. 떠날 거라고요. 대천세계의 중심을 향해.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겠죠.”
살리넬르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러더니 돌연 침을 튀기며 화를 냈다.
“뭐야! 그런 게 어딨어! 그럼 내가 영영 뛰어넘을 수가 없잖아!”
너무나도 예상했던 그 반응에 샤라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최정상급 마법사를 모집하는 건 순조로울 것 같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