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2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20화(20/171)
20화 그걸 제가 했습니다
“그럼······. 그 추측이라는 건 뭡니까? 신비세계가 멀어진 현상을 설명할, 그럴 듯한 추측을 고안하셨다고요.”
“아, 그건 여기 있는 페르세타님이 설명해주실 겁니다.”
또 쟤야?
물론 제국 아카데미 교장과 교수진 일동도 알고 있기는 했다. 이 추측을 한 당사자가 페르세타라는 것을, 편지에서 보았다.
그런데 그 느낌이 처음과는 영 달랐다.
그들이 인정한 위대한 마법사, 살리넬르가 아까부터 계속 페르세타의 눈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살리넬르의 연구를 보조하는 조수로서, 꽤 기특한 성과를 낸 인물 정도로만 판단했었는데······.
이제는 이들도 어쩐지 같이 주눅이 들어 페르세타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심지어,
“그것도······. 말할 겁니까?”
“네. 아까 얘기 했잖아요. 이번 포럼에서 같이 발표하기로.”
“······망할······. 내 기술은 세상에 발표되자마자 보조기술로 전락하겠네.”
그 대단한 살리넬르가 페르세타에게 뭔가를 묻더니, 똥 씹은 표정이 되어 좌절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봐도 둘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 있는 것은 페르세타였다.
덕분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그 속에서 페르세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우선, 신비세계의 주파수가 하루 중 반은 높아지고 반은 낮아지는 도플러 효과를 설명해야겠습니다.”
페르세타는 쭉쭉 설명을 이어갔다.
도플러 효과에서 유추하게 된 차원의 자전현상에서부터, 그 자전축이 세차운동으로 비틀려서 신비세계의 좌표가 맞지 않게 된 것 같다는 추측까지.
모든 말이 분명했고 사리에 맞았다.
제국 아카데미의 교장, 이그나치오 라피엘과 그를 따라온 수석교수들 모두가 그 논리의 전개에 감탄을 터뜨렸다.
“매우 그럼직합니다!”
“아주 영민한 발상이로군요!”
“하지만······. 증명이 가능할까요?”
“확실히······. 차원이 자전을 하고 있다거나, 그 자전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동하게 된다거나······.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좀 사변적인 것 같습니다.”
이들이 페르세타의 추측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아란드리아의 사서들이 내렸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흥미롭다.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
과연 증거를 찾을 수가 있는 건가?
하지만, 오늘 페르세타는 거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그래서 제가 계산을 해봤습니다.”
“계산이요?”
“예. <알마게스트>에 기록된 각 신비세계의 주파수와 현재 마나파 측정장치로 계산한 주파수의 차이를 비교해 틀어진 자전축의 각도를 계산해 봤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죠. 마나의 파장은 차원을 지나며 산란됩니다. 마나의 파장이 차원을 지날 때 어떤 파장이 어떤 비율로 산란되는지를 확인하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마나파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더 산란되었는지, 또는 얼마나 덜 산란되었는지를 확인하여 역산하면······ 자전축의 틀어진 각도를 확인할 수 있죠.”
페르세타가 여기까지 설명을 마쳤을 때, 다른 수석교수들은 ‘오오, 그럼 가능하겠군.’ 정도의 반응을 보였을 뿐이었으나, 교장 이그나치오만큼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그가, 두 손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며 소리 질렀다.
“설마······! 그걸 계산해낸다는 건! 설마······!”
페르세타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했으므로.
“네. 자전축이 얼마나 비틀렸는지를 계산해내면, 그걸 토대로 신비세계의 비틀린 좌표들도 다시 역산해낼 수 있습니다. 즉······. 틀어진 마나 태양의 황도를 다시 찾고, 차원의 하늘을 고쳐 그리면, 500년 전처럼 정확하게 신비세계를 겨냥하고 연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 되면, 마나파 측정장치의 도움이 없어도 연결쯤은 간단해질 겁니다.”
그제야 교수들도 이 말의 뜻을 이해했다.
“그, 그, 그럼 설마······. 틀어질 대로 틀어진 <알마게스트>의 계산을 다시 복원할 수 있다는 뜻인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페르세타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뜸을 들이다가, 기쁨을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아아, 이건 정말 짜릿한 거구나. 나의 발견을, 그 가치를 알아봐주는 자들에게 발표하는 이 순간은.
“사라지고 있던 마법을 완전히 부활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마나 태양으로부터 다시 무한대의 마력을 끌어들이고, 신비세계와 연결하여 각종 이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알마게스트>가 이끈 대(大) 마법시대의 전성기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
소름이, 마치 파도처럼, 사람과 사람을 타고 넘으며 번져나간다.
이그나치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계산이······ 정말 가능한 건가?”
그 말에 페르세타가 고개를 갸웃, 했다.
“계산은 이미 끝냈습니다. 실험을 통해, 마나 태양 및 신비세계와의 연결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도 확인했고요. 자세한 내용은 포럼을 진행해가며 차차 발표할 생각입니다.”
“이, 이미 했다고······? 마법을······ 되살렸다고? 모든 마법사들의 300년 숙원을······ 그대가 해결했다고······?”
페르세타가 천연덕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걸, 제가 해냈습니다.”
**
다음날. 포럼이 열리는 날.
페르세타가 세운 작은 마법 학교의 앞으로 수많은 마법사들이 모여들었다.
“난 어젯밤 한숨도 못 잤네!”
“그러니까. <알마게스트> 이후 최고의 역작이라는 게 대체 무엇일까!”
“정말로 정령계, 환요계, 요정계와의 연결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건가?”
“역시······. 신비세계의 주파수와 관련된 게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어떤 방법으로 그걸 분석해낸 걸까······.”
모두가 살리넬르의 발견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을 덧붙여 가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한복판에서, 제국 아카데미의 교장 이그나치오와 그를 따르던 몇몇 수석 교수들은 넋이 나간듯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다른 마법사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말을 붙여보려 해도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말 뿐이었다.
지금 그들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목소리가 계속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네. 그걸, 제가 해냈습니다.’
정말일까?
정말로 300년의 마법 난제를 해결한 것인가?
그게 사실이라면, 살리넬르의 발표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물론 그것도 대단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급이 다를 수밖에 없다. 기껏해야 조연의 자리로 밀려나는 게 최선이겠지.
만약 페르세타의 말이 사실이라면, 페르세타는 500년 전 프톨레마이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장 위대한 마법사가 되는 거니까.
<알마게스트>를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완성하는 것과 <알마게스트> 자체와 맞먹는 위업을 이루는 것은 완전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렇게 넋이 빠져 있던 이그나치오의 앞에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엇? 당신은?”
처음엔 못 알아볼 뻔했다. 이곳에서 볼 거라곤 생각을 못했고, 꾸미고 나온 모습도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알아봤다. 못 알아봐서는 안 되는 얼굴이었기에 어거지로 알아본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그나치오가 황급히 인사를 하려고 할 때, 상대가 먼저 고개를 숙여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나요? 비앙카 애시입니다. 졸업하고 처음 뵙네요.”
그 말에, 이그나치오는 흠칫, 놀라 주변을 살폈다.
보아하니 주변의 교수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다.
이그나치오는 큼큼, 헛기침을 하고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래. 비앙카구나. 오랜만이다. 너도 아란드리아의 발표를 듣고 찾아왔느냐?”
“아뇨. 저는 본가가 이 근처여서요. 제 본가인 애시 남작가는 드블랑 왕국 동부에 있는 작디작은, 거의 잊혀진, 남작가랍니다.”
“아, 아······. 그랬느냐?”
“예. 그래도 비록 몰락한 가문이긴 하지만, 여전히 귀족은 귀족! 가학인 마법학을 열심히 익히고 있기에 이곳에 계신 페르세타 도련님에게는 늘 관심이 많아요.”
“허허. 하긴······. 그 계산을······ 몰랐다고 해도, 그는 바르덴테님의 수제자니, 네가 깊은 관심을 가질 법도 하구나.”
“그렇지요. 그런데······. ‘그 계산’이요? 혹시 뭐 알고 계신 게 있나요?”
“그게 말이다······.”
이그나치오가 주변을 돌아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나도 아직 확신은 못하겠다. 반신반의 하고 있는 거야.”
“그게 뭔데요?”
“어제 페르세타님을 만났는데······.”
이그나치오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어느새 페르세타에게 공손하게 존칭을 붙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비앙카 애시도 잔뜩 긴장을 하고 목소리를 낮췄다.
“만났는데요······?”
“페르세타님이······. 300년 마법의 난제를 풀어냈다고 주장하시더구나.”
“네에에엣?!!!”
지금껏 목소리를 낮춘 게 무색할 만큼, 비앙카 애시는 엄청난 소리를 냈다.
주변의 모든 마법사들이 그들을 돌아볼 정도로.
황급히 비앙카를 진정시킨 이그나치오가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속삭였다.
“일단. 일단은 너만 알고 있거라. 진짜인지 아닌지는 두고봐야 하는 것이니. 벌써부터 설레발을 쳐서 혼란을 만들 필요는 없다.”
“아······. 아, 예······. 허, 근데 그게······ 정말일까요?”
이그나치오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지. 지켜봐야지. 다만 확실한 건 이번 포럼에 관전 포인트가 또 하나 생겼다는 거다.”
비앙카가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요······. 근데 전, 어쩌면 진짜일 거 같아요. 그 말이.”
“이유가 있느냐?”
“아뇨. 그냥······. 그 사람 좀 이상하거든요. 폐관을 깨고 나온 이후로 쭉 지켜보는데······. 저번에 파티 때도 그렇고. 뭔가 궤를 달리하는······.”
비앙카가 인상을 찌푸리며 페르세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려 할 때였다.
“여기 계셨군요.”
불쑥 페르세타 본인이 나타났다.
“히게엑?!”
비앙카는 마치 남몰래 흉을 보다가 걸린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그에 페르세타가 비앙카를 돌아보았다.
“아? 당신은? 여기서 또 뵙네요. 비앙카 애시 남작 영애님.”
페르세타의 상냥한 인사에, 비앙카는 놀랐던 가슴을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저를······. 기억하시나요?”
“물론이죠. 제 처음이자, 현재까지는 마지막 되는 댄스 파트너신걸요?”
“네? 그날 춤 잔뜩 추시지 않으셨나요? 레이디들이 다 몰려드는 걸 봤는데······.”
“아, 바로 파티장을 떠나셨군요? 어쩐지 안 보인다 했습니다. 그거 다 거절했습니다.”
“네? 거절이요? 그거 되게······ 실례되는 행동 아닌가요?”
“실례가 맞긴한데······. 당시 제가 시간 많지 않아서요. 누구와는 춤을 추고 누구와는 추지 않으면 그게 더 실례가 될 것 같아 깔끔하게 인사드리고 파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아······. 그랬군요.”
비앙카 애시의 뺨이 조금 발그스름해졌다.
그녀는 페르세타가 꺼낸, 처음이자 마지막 댄스 파트너라는 말이 되게 부끄럽게 들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이그나치오 교장선생님과 비앙카 애시 영애가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페르세타가 묻자 이그나치오가 조금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대답했다.
“아, 하하. 사실. 비앙카는 우리 학교 학생이었네.”
“그랬습니까?”
“그럼. 무려. 19살에 제국 마법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 중의 수재지!”
이그나치오의 말에 주변에 있던 교수들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분위기를 눈치챈 비앙카가 슬쩍 페르세타의 시선을 가리며 이그나치오에게 속삭였다.
“교장 선생님. 부끄럽게 왜 그런 말씀을······.”
생글거리고 있지만 비앙카가 가하는 무언의 압박은 아직 눈치가 발달하지 않은 페르세타도 느낄 만큼 선명한 것이었다.
“허, 허허. 그렇지. 이게 큼. 늙으면 이게 주책이야.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했군.”
페르세타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제국은 예법이 다른가?’
까마득한 윗사람일 이그나치오가 비앙카를 상당히 배려하는 모습이 아닌가?
페르세타는 그런 건 꽤 좋은 문화 같아보인다고 생각을 했다.
아무튼,
이제는 본론을 전할 시간이었다.
“그랬군요. 다름이 아니라, 이제 곧 포럼을 시작할 시간이어서 어서 안으로 드시라고 안내차 나왔습니다. 맨 앞에 좋은 자리를 맡아뒀으니 그곳으로 가면 되십니다.”
“오오! 그렇군! 고맙네! 어, 자! 그럼 비앙카! 또 만나기로 하세!”
“네. 교장 선생님. 이따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마법 학교 앞에 모여 있던 마법사들이, 삼삼오오 강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페르세타는 마법사들이 얼추 다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지난 500년간 마법학을 지배했던 책, <알마게스트>를 무너뜨리기 위한 그 첫 번째 걸음을, 바로 이곳에서 내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