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27)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27화(27/171)
27화 채점
일주일이 지났다.
글라우베 마법 학교 대강당엔 오늘도 마법사들이 바글바글 모였다.
다만, 떠들썩하게 토론하며 공부하던 지난 일주일과 달랐다.
오늘은 그저, 죽음과도 같은 적막이 흐를 뿐이다.
사락. 사락.
모두의 긴장된 시선 속에서 페르세타가 연단 위에 쌓인 종이 뭉치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로한 아가사.”
“예, 옛!”
“마나파가 차원을 지날 때 주파수가 변화하는 양상. 산란된 주파수를 통해 마나파가 차원을 통과한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 접근법은 좋았어요. 하지만 계산이 형편없습니다. 추악하고 조잡하고 심지어 틀렸어요. C- 드립니다. 퇴출은 면했지만······. 분발하세요.”
“아, 예. 예! 감사합니다!”
그것은 실로 기묘한 풍경이었다.
페르세타의 나이 35세.
일반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적지 않은 나이였으나, 마법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제 겨우 애송이 티를 벗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젊은 나이였다.
그에 반해, 지금 바짝 긴장해서 페르세타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나이가 지긋한 마법사들이었다.
현자 시에넬의 제자인 진과 알을 제외하면, 가장 젊은 마법사인 살리넬르가 41세였고, 그 다음으로 젊은 마법사가 51세였다.
다들 머리가 희끗희끗하거나 호호백발인 마법사들이란 뜻이다.
각자 자기 지역에서는 스승 소리를 듣는 마법사들이, 지금 어린 학생들처럼 바짝 긴장해서 페르세타의 채점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 뭐죠? 마나 주파수 산란의 계산부터 틀려먹었는데? 계산이 너무 조잡해서 숫자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F!”
“그, 그런······!”
당사자가 치욕스러워하거나 말거나 페르세타는 다음 시험지를 펼쳤다.
애초에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렇게 시험을 봐 주는 것 자체가 베푸는 것이고 참아주는 것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음! 차원의 최외곽부에서 마나태양으로부터 오는 마나를 감지한다. 최외곽부의 위치에 따라, 동일한 면적에 도달하는 마나 입사량의 차이가 확인된다. 그 차이를 이용해 자전축의 기울기를 계산한다? 아주 흥미로운 아이디어네요. 이건 누구죠?”
“접니다!”
현자 시에넬 미르사가 번쩍 손을 들었다.
페르세타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 그는 냉정한 눈으로 다시 시험지를 들여다 보았다.
“흠. 근데 이 방법을 쓰려면, 차원의 정확한 크기와 형태를 알고, 최외곽부에서의 마나 입사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단이 필요한데······. 어라? 숫자까지 딱딱 맞네요?”
“예! 인간계의 차원 지도를 완성하고 연구하는 것은 제 스승의 스승의 스승때부터 이어내려온 비원이었습니다. 제가 그걸 완성시켰습니다. 아마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그 자신감 어린 대답이, 페르세타를 진실로 흡족케 했다.
과연 현자인가?
벌써 차원의 형태와 크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니!
멍청이들만 가득한 줄 알았던 세상에서 이 얼마나 고무적인 일인가.
충분히 똑똑한 이들이 많았다. 단지, 발상의 전환을 어려워했을 뿐.
“현자, 시에넬 미르사님. 만점. A+입니다.”
“꺄아아앗!”
시에넬이 소녀처럼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었다.
몇몇 마법사들은 그 모습을 부러워하며 쳐다보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마법사들은 이 광경을 아주 황당해하며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쌓이고 쌓인 불만이 결국 터져 나오고 말았다.
“F. 카루아 샤힌님. 이만 짐을 챙겨서 떠나주시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낙제점을 받은 마법사들은 모두 퇴장해 주십시오.”
페르세타가 그렇게 선언을 하는 순간.
꽝!
방금 낙제점을 받은 카루아 샤힌이 테이블을 부서져라 내리치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닥쳐라! 네 놈이 뭔데 날 평가해!!”
그는 위협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당신들도 미쳤소? 저깟 젖비린내도 안 빠진 애송이가 주는 시험을 친다고? 부끄럽지도 않소!”
그러나,
과반수 이상의 마법사들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저 자는 이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를 모르는 건가?”
“쯧쯧. 멍청한 거 티내지 말고 빨리 꺼져줬으면 좋겠군.”
카루아 샤힌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행하게도, 모든 마법사들이 냉소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그래! 애초에 평가가 이상하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F를 주고 D를 주고 낙제라고 낙인을 찍어? 이딴 게 무슨 시험이란 말인가!”
“맞소! 다들 미친 게 틀림 없소!”
그들은 모두 페르세타에게 낙제점을 받은 마법사들이었다. 빨리 짐 꾸려서 나가지 않고 미적미적거리다가 지금 들고 일어선 것이다.
“하아······.”
페르세타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피곤했다.
‘이래서 스승님이 날 세상에 빨리 내보내지 않으셨구나.’
만약 자신이 20세에 <프린키피아>를 완성하고 세상에 나섰다면?
그냥 짜증나서 다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탑에서만 살며, 주로 신비세계의 존재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윤리와 감정을 배웠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자신이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아마 지금 합격점을 받은 마법사들 중에서도 90% 정도는 사형선고를 받았겠지. 죄목은 멍청함.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자들을 다 죽이지 않기 위해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지금은······.
페르세타가 고민을 할 때였다.
그의 괴로움을 눈치 챈 현자, 시에넬 미르사가 먼저 나섰다.
“알.”
“예. 스승님. 조용하게 만들까요?”
“알지? 손을 안 쓸 거면 몰라도······.”
“그럼요. 쓸거면 제대로 써라!”
“그래.”
알이 살짝 몸을 풀었다.
시에넬 미르사의 두 제자, 진 리안느와 알 아드네는 모두 24세였다.
진은 여자. 알은 남자.
4세 때 나란히 시에넬에게 거둬진 고아였던 그들은, 비록 나이는 어렸으나 벌써 제국에서 천재로 이름이 높은 마법사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알 아드네는 손속이 과감하여, 시에넬 미르사의 오른팔이자, 맹견으로도 유명했다.
알은 회색 머리칼을 한 번 쓸어올리고 푸른 눈동자를 번쩍인 후, 소란을 일으킨 마법사들을 향해 대강당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일갈했다.
“닥쳐라! 이곳에 현자께서 계심을 잊었더냐!”
하지만,
이번만큼은 저번과 달랐다.
독이 오를대로 올랐고 모욕을 당할 대로 당한 마법사. 심지어 이번엔 여럿이 아니던가? 주동자인 카루아 샤힌이 배짱을 부렸다.
“흥! 네놈이야말로 여기가 어디라고 떠드느냐! 어디 내 제자뻘도 안 되는 놈이······! 네놈이 현자도 아니고 감히 우리 모두를 모욕하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그리고 설령 현자님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도 마나 태양에 접속할 수 있다! 현자라 해도 우리가 두려워 할 것 같으냐!”
그 선을 넘는 발언에, 알 아드네는 하얗게 웃었다.
“정말 그리 생각 하느냐? 재밌구나. 해 봐라.”
“이놈이!”
“왜? 입만 살았느냐? 해 보라니까?”
저벅 저벅.
아예 걸어나와서 카루아 샤힌의 앞에 서는 알.
결국 카루아는 참지 못했다.
“네놈!!!”
그의 몸에서 막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주위로 안개가 자욱하게 낀다.
“오래 되고 오래된 구렁텅이여. 그곳에 피어나는 얼음의 숨결이여. 나 이곳에서 소원하노니. 차디찬 북풍의 한설을 내릴지니······!”
낭랑한 영창이 메아리친다.
그것은 환요계에 존재하는 설녀의 숨결을 빌려오는 주문이었다.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마나를 빚어 바로 마법을 일으킬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다른 세계의 힘을 빌려오는 쪽을 선호했다. 그 편이 훨씬 적은 노력과 마나로 훨씬 막대한 힘을 사역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루아가 그렇게 주문, ‘설녀의 숨결’을 외우자, 다른 마법사들도 그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의 그 동태 눈깔로 똑똑히 보아라! 우리의 마법이 낙제점인지 아닌지!”
“어디 또 잘난 척을 해 보아라!”
낙제 마법사들 중, 10여 명이 일제히 주문을 발했다.
뭉개진 자존심을 실력행사로 되찾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페르세타의 수식 덕분에 마나의 태양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그들은 지금 자신감이 충천하는 상태였다.
그런 지식을 조건 없이 나눠준 페르세타에 대한 감사와 염치를 모를 만큼 뻔뻔하기 했고.
알 아드네는. 십 여명의 마법사들이 발하는 주문 한복판에 서서 오연하게 팔짱을 꼈다.
그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것은 차디찬 비웃음 뿐이다.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한다.
“마법? 이것 말이냐?”
짝!
알이 박수를 한 번 치는 순간,
“어······?”
“어랏?”
“잠깐. 왜······.”
안개 속에서 피어오르던 설녀의 숨결이, 반짝이며 세상을 현혹하는 요정의 빛이, 뜨겁디 뜨거운 불 정령의 발톱이, 그들의 통제를 벗어났다.
사아아아-
숨결이, 빛이, 발톱이, 멋대로 자리를 이탈해 알 아드네를 감싸고 천천히 휘돌았다. 마치 그를 호위하는 것처럼.
알 아드네가 10 여 명의 반항자들을 오시하며 말했다.
“너희는 그 대단한 수식을 배우고도 신비세계와의 연결이 이토록 허술하구나. 너무 허술해서 밥을 먹으면서도 침투하고 빼앗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런······. 터무니 없는······.”
“저 많은 마법을 한 번에······.”
현자도 상대할 수 있다며 자신있게 불만을 터뜨리던 마법사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생각을 해도 단단히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알 아드네는 비록 나이는 어리나 제국에서 인정받는 천재였고, 그들은 비록 나이가 많으나 작은 지역에서나 겨우 인정 받던 인물들에 불과했다.
소위 노는 물이 다르다는 것.
같은 수식을 알아도, 그 응용법과 해석의 깊이는 물론 계산 역량 역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었다.
짝!
“커허어억!”
알 아드네가 틀어쥔 마법을 흩어버리고 다시 손뼉을 한 번 치는 순간, 열 명 남짓의 마법사들이 무언가에 짓눌린듯 땅에 엎어졌다.
그들은 몸을 일으키려고 바들바들 힘을 섰지만,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으음······. 무영창 마법을 저리 간단하게.”
“과연 현자님의 제자다.”
다른 마법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알의 마법 솜씨는 절묘했다.
그렇게 감탄을 한 몸에 받으며, 알은 엎어진 마법사들의 앞에 서서 오만하게 선고한다.
“하나. 너희는 이미 경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자의 앞에서 무례를 범했다.”
뚜벅. 한 걸음씩 걸으며 죄목을 읊는다.
“하나. 너희는 감히 현자의 대행자인 내 앞에서 먼저 공격 마법을 사용하였다.”
뚜벅.
“하나. 너희는 현자께서 공경을 표하는 페르세타 선생님께 무례를 범했다. 이는 제국 황제 폐하께서 공경을 표하는 현자님의 권위를 짓밟고 나아가 황제 폐하의 권위마저 무시하는 짓. 감히. 네놈들이. 황제 폐하를 능멸 하고도 살아나가길 바라느냐?”
황제가 거론되었다.
그런 건 상상도 못했던 마법사들이 기겁을 한다.
“으허허헉!”
“아, 아니오!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소!”
“황제 폐하를······.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소! 이건 모함이오!”
엎드린 채로 울부짓는 마법사들. 하지만 알은 가차없었다.
“그 죄. 찢어죽임이 마땅하나. 이곳은 페르세타 선생님의 영지. 이곳에서 함부로 피를 볼 수는 없지. 그러니 마법사로서의 생을 거두는 것으로 처벌을 관대히 하겠다. 너희의 이름은 특별히 제국의 반역록에 올릴 것이니, 평생 그 처신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알이 등을 돌렸다.
“그럼······. 남은 비루한 생애 동안 페르세타 선생님의 은덕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아가거라.”
쿠쿠쿠쿠-
알의 몸에서 뿜어진 막대한 마력이 공간을 짓누른다.
“끄악! 안 돼······!”
“안 돼! 이것만은······!”
알의 마력이 엎드린 마법사들의 몸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난폭한 마력은, 마나를 느끼는 그들의 감각 자체를 흔들고 뒤섞어서, 엉키게 만들어버린다.
이런 짓을 당한 마법사는 다시는 마법을 쓸 수 없게 된다.
굉장한 고위 마법사가 심혈을 기울여 꼬인 감각을 풀어준다면 회생의 여지가 있었으나······. 그 누가 제국의 반역록에 오른 죄인들을 위해 그런 수고를 해주겠는가.
그러니 이제 저들은 평생의 벗이자, 권력이었던 마법을 내려놓고 일반인으로 살아야 한다.
“안 돼······!!!”
처절한 절규.
하지만 그조차도 길지 않았다.
“시끄럽다.”
짝!
알이 다시 한 번 손뼉을 치는 순간, 대강당의 문이 열리고 마치 중력이 역전된 것처럼 그들이 문밖으로 떨어져내렸다.
“안 돼애······.”
아스라이 멀어지는 비명과 함께,
쾅!
대강당의 문이 다시 닫혔다.
평화로운 고요가 찾아온다.
뚜벅뚜벅.
일을 마친 알이 앞으로 걸어와 페르세타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주제 넘게 나섰습니다.”
그러자 현자 시에넬도 일어서서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알은 저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소란을 일으켜 민망하고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페르세타는 멀뚱히 그들을 바라보다가, 난처하다는 듯 뺨을 한 번 긁적였다.
그리곤 연단으로 돌아가 시험지를 뒤적인다.
“음. 채점은 모두 끝났군요. 그럼, 낙제 하셨는데도 아직 퇴장 안 하신 분들은, 빨리 이곳을 떠나주십시오.”
그 말과 동시에.
우르르르-!
절반에 가까운 마법사들이 황급히 짐을 싸서 도망치듯 대강당을 떠났다.
남은 마법사들은, 모두 C- 이상의 성적을 받고 시험을 패스한 이들 뿐.
페르세타는 이제 휑해진 강의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자, 그럼 진도 나갑시다.”
그 말에, 현자 시에넬이 주름진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지은 채, 재빨리 자기 자리로 달려간다.